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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정(絶頂) / 이육사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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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정(絶頂) / 이육사

 

 

 

매운 계절의 채찍에 갈겨

마침내 북방으로 휩쓸려 오다.

 

하늘도 그만 지쳐 끝난 고원(高原)

서릿발 칼날진 그 위에 서다.

 

어데다 무릎을 끓어야 하나

한 발 재겨 디딜 곳조차 없다.

 

이러매 눈 감아 생각해 볼밖에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갠가 보다.

 


                  

요점 정리

지은이 : 이육사(李陸史)

갈래 : 자유시. 서정시. 상징시

율격 : 내재율   

성격 : 의지적. 지사적. 남성적, 상징적

작품개관 : 이 작품은 서정적 주체의 내면을 직접적인 목소리로 표출하고 있는 시이면서도, 시어와 문장이 함축적이고 상징적인 표현으로 제시되어 있다. 따라서 작품을 해석하고 비평하는 과정에서 비판적이고도 창의적인 수용 활동이 필요하게 된다. 남성적 어조와 대륙적 풍모, 안정된 시상과 강인한 의지의 표출과 같은 내용, 형식, 표현상의 특징을 바탕으로 다양한 해석과 비평 활동을 할 수 있는 작품으로 일제 강점기의 현실 상황에 대한 투철한 인식과 절박한 내면 세계가 드러나 있는 작품이다.

 

구성 :

 1연  절박한 현실 상황(기) ..... 수평적

 2연  극한적 상황(승) .............. 수직적

 3연  절망적인 삶(전) - 극한 상황에서의 화자의 심리

 4연  비극적 초극 의지(결) ..... 광물적. 역설적

 

구성상의 특징 :

 1연 : 고통의 현실 - 외적 상황

 2연 : 고통의 심화 - 외적 상황

 3연 : 현실의 관조와 고통의 승화 - 내적 상황

 4연 : 현실 극복의지의 표명 - 내적 상황

 1, 2, 3, 연을 통해 식민지의 극한적인 상황이 차츰 고조되면서, 4연에서는 그 극대점에서 현실에 대한 시인의 냉철한 인식과 극복 의지가 표출된다.

 

제재 : 현실의 극한 상황

주제 : 가혹한 현실을 초극(超克)[어려움 따위를 극복함]하려는 의지, 극한 상황에서의 초월[어떤 한계나 표준을 뛰어넘음]적 인식

 

특징 : 간결한 표현 속에 시적 의미를 응축해 냄으로써 단호하고 강한 느낌을 주고, 시적 상황을 계절적 이미지와 공간적 이미지를 이용하여 효과적으로 형상화하고 있으며, 강하고 극단적인 어휘들을 사용하고, 역설을 통해 주제 의식을 효과적으로 강조함.

 

시어의 상징성 : 이 작품에서 보이는 ‘매운’, ‘채찍’, ‘갈겨’, ‘휩쓸려’, ‘칼날진’, 등의 시어는 강렬함과 원대함, 광활함을 지닌 남성적 풍모를 보여 준다. 이러한 시어는 시 속에서 새로운 문맥적 의미(contextual meaning)로 재구성된다. 은유나 직유는 새로운 문맥적 의미를 도출시키는 대표적인 수사법이다. ‘매운 계절의 채찍’은 겨울의 모진 추위를 미각과 촉각을 결합하여 표현한 공감각적 은유로서, 작자 내면의 불안 의식을 심화시킨다. ‘서릿발 칼날진’은 서릿발과 칼날의 효과적 조응(照應)으로 매서움을 더하고 있다. 특히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개’라는 은유법은 겨울과 강철의 매서움과 단단함의 복합적인 심상이 ‘무지개’와 결합되어 유미적 빛깔로 승화되어 있다. 또한 겨울의 이미지는 어두운 일제 치하에 대한 현실 의식이고, ‘강철’은 광물성 이미지를 통한 저항 의식을 보여 주는데, 꿈과 희망을 암시하는 ‘무지개’라는 역설적 시어를 통하여 심미성을 부여받고 있다.

출전 : <문장>(1940)

 

 

 

 

내용 연구

매운 계절(季節)[겨울을 가리키며, 일제 강점기의 고통스러운 시련의 시대 상황을 암시]의 채찍[탄압과 시련]에 갈겨[따라서 매운 계절의 채찍은 시적 화자를 극한 상황으로 몰아가는 존재이다. 1940년대 초반, 우리 민족이 어쩔 수 없이 북방(만주 지방)으로 떠돌 수밖에 없었던 상황. '매운 계절'은 시간적 공간으로 시대 상황의 표현으로 암담한 현실을 상징하는 겨울을 가리킨다고 볼 수 있다. 그러한 상황 속에 사는 자신을 강하게 만드는 지조의 상징으로 이해할수 있다.]

 

마침내 북방(北方 : 여기서는 조선 반도의 북쪽, 즉 만주 지방을 뜻함 / 북방은 수평적 한계 상황으로, 극한 상황의 점층적 구조의 시작점이다.)으로 휩쓸려 오다.

 

- (1) :  가혹한 시대 현실과 이로 인한 극한 상황(수평적 한계 - 극한 상황의 점층적 구조의 시작점)[일제의 탄압으로 인해 극한 상황까지 오게 된 화자의 처지가 제시되어 있다. 강렬하고 남성적인 이미지의 시어가 사용되어 화자가 처한 상황의 어려움을 나타내고 있으며, 동시에 그러한 현실을 극복하고자 하는 시인의 강한 의지와 신념을 드러내고 있다.]

하늘[소망과 가능성을 지닌 열린 공간, '무지개'와 의미가 비슷함]도 그만 지쳐 끝난 고원[(高原 : 보통 해발 고도 600미터 이상에 있는 넓은 벌판 / 수직적 한계 상황 - 1연의 '계절(시간)', 북방(수평적 공간)'에 대비하여 수직적 한계를 드러냄]

서릿발 칼날진 그 위[서릿발’, ‘칼날은 모두 고통과 시련을 나타내는 이미지로, 화자가 처한 극한 상황을 드러낸다. ‘그 우에 서다.’라는 표현은 고통과 시련에 대한 화자의 대결 정신을 보여 주고 있다. / 생존의 극한 상황 - 절정 / 일제의 탄압에 의해 생존을 지탱할 수 없는 상황. '서릿발'과 '칼날진'은 매섭고 준열한 현실이다. 서릿발과 칼날의 시적 효과가 서로 조응하여 매서움의 느낌을 강화시킨다. 이러한 시련에 놓임으로써 삶의 한계성에 이른다. 극한적인 상황에 처한 시적 자아의 긴장된 심경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말이다.]에 서다.

 

- (2) : 서릿발처럼 위태로운 극한 상황(수직적 한계)[1연에 제시된 극한 상황인 북방 2연에서 고원(高原)’ 서릿발 칼날진 그 우로 이어지고 있다. 이와 같은 북방 - 고원 - 서릿발 칼날진 그 우의 점층 구조를 통해 날카롭고 극한적인 이미지를 드러내고 있다. 이를 통해 생존의 극한 상황이 절정에 달했음을 알 수 있다.] 

 

어데다 무릎(도움을 기원하는 곳)을 끓어야 하나(무릎을 끓는 것은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패배를 자인하는 의미이고, 다른 하나는 절대적인 존재에게 구원을 갈구한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이 부분은 비키거나 물러날 곳도 없고, 도움을 받을 수도 전혀 없는, 절망적인 극한 상황을 노래한 것이다. 언뜻 보아서는 체념한 것 같지만, 다음 연의 내용과 연결시켜 보면 오히려 이러한 극한적인 상황 속에서 초극을 통한 자기 극복이 가능한 것임을 알 수 있다. / 굴복이 아닌 기원의 자세 표현)

 

한 발 재겨 디딜 곳[벼랑 끝에 선 것만 같은 극한 상황이 드러나 있다. 한 발만 잘못 디뎌도 벼랑으로 떨어지고 말 정도로 위태로운 상황에 처한 투사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 자신의 삶을 지탱해 나갈 절대적 공간. 자신이 처한 극한 상황에서 조금도 여유가 없는 절망적인 삶의 상태를 나타낸다. 여기서 재겨는 발끝이나 뒤꿈치로 겨우 (디디다). 표준어 '제기다'에서 온 '제겨'의 방언]조차 없다.(한 발 재겨 디딜 곳 조차 없다 : 심리적인 한계 / 극한 상황에 몰린 화자의 심리)

 

- () : 피할수도 도움을 받을 수도 없는 극한 상황(심리적인 한계)[3연에서는 극한 상황에 대한 인식과 화자 내면의 심리가 드러나 시상이 전환되고 있다. 화자는 패배를 인정할 수도, 절대적인 존재에게 구원을 빌 수도 없는 극한의 상황에 처해 있다. 비켜서거나 물러날 수도 없으며, 무릎을 꿇어 그 어떤 외부적 힘에 기댈 수도 없는 한계 상황이다. ] 

 

이러매[이러하므로라는 의미로 인식이 전환되고 있음을 암시하는 표현] 눈 감아 생각해 볼밖에[화자는 현재 상황에 대해서 좌절하거나 체념하지 않고 발상을 전환하고 있다. / 화자가 처한 상황과 자신의 삶에 대한 성찰]

 

겨울은 강철(鋼鐵)로 된 무지갠가 보다.[화자는 겨울이라는 현재의 상황을 비정하고 절망적인 것만이 아니라 희망적인 것으로 인식함으로써 비극적 상황을 극복하려는 의지를 보여 주고 있다 / 은유, 역설 - 비극적 자기 인식 /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개라는 표현은 이질적 이미지를 지닌 강철과 무지개를 결합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역설적이다. 이러한 역설을 통해 초극 의지가 드러난다. / 겨울은 슬프면서도 황홀함을 품은 계절인가 보다로 해석할 수 있는데 비극적 상황의 초극을 드러냄. 겨울은 혹독한 현실인데 반해 무지개는 희망적인 이미지이다. 결국 현실은 고통스럽지만 꿈을 갖고자 하는 서정적 자아의 불굴의 의지가 투영되어 있다. 이 암담한 현실이 너무도 견고해서 찬란한 미래의 희망은 보이지 않는다는 회의의 심정으로 볼 수도 있고, 비극적 상황 속에서도미래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않고 무지개를 염원하는 의지의 표명으로도 볼 수 있다. 다시 말해서 극한적이고 비극적인 상황에서 발견한 희망과 신념을 역설을 통해 드러내고 있다. / 극한 상황에서 참된 삶의 아름다움을 회복하는 시적 화자의 비극적 초월 의지]  

 

- () :  극한의 상황에서 발견한 현실 초극의 가능성과 현실 초극 의지[4연에서 화자는 모든 것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눈을 감아 절대 극한의 상황을 초월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화자는 겨울을 싸늘하고 비정하지만 황홀한 아름다움을 지닌 것으로 받아들이면서, 극한 상황에서도 삶의 참된 아름다움을 발견한다.] 

 

(1연) 매운 계절(季節)의 - 휩쓸려 오다. : 감내할 수 없을 정도의 절박한 현실 상황이 나타나 있다. '매운', '채찍', '갈겨' 등의 강렬한 시어가 갖는 긴장감으로 연결되어 있다. 북방의 공간은 우리 민족의 유이민적 삶터이기도 하다.

 

(2연) 하늘도 그만 - 그 위에 서다. : 극한적 상황이 나타나 있다. '하늘도 그만 지쳐' 버린 고원은 무생명의 공간이다. '서릿발 칼날진 그 위에 서다'는 것은 절박한 상황에 대한 대결 정신을 표상한다.

 

(3연) 어데나 무릎을 - 디딜 곳조차 없다. : 절망적인 삶을 나타낸다. 어디에도 무릎을 꿇을 수 없는, 기도의 대상마저 찾지 못하는 절박한 상황이다. 그러므로 한 발 재겨 디딜 곳도 없다.

 

(4연) 이러매 눈 감아 - 무지갠가 보다. : 비극적 초월의 의지가 드러나 있다. '눈 감아 생각한다'는 한시(漢詩)의 전통에서 오는 여유이다. '강철 같은 무지개'는 광물적 이미지와 역설적 표현으로 강한 의지를 나타낸다. 

 

 

지도방법 

 

·작자, 시대, 기법 등의 요소와 관련하여 시의 주제를 파악한다. 

 문학 작품의 주제 파악의 과정은 궁극적으로 다양한 관점에서 작품을 해석하고 비평하는 것이 된다는 점을 인식하도록 지도한다. 시의 작자나 시대, 기법에 대한 분석이 작품의 종합적 이해의 바탕이 되도록 유도하면서 창조적 비평 활동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지도한다.

 

·의미가 애매한 시구에 유의하여 해석할 수 있도록 한다. 

 시어나 시구의 애매성은 작품을 감상하고 해석하는 과정에서 풍부한 의미를 생성해 내는 기반이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해석의 과정에서 논리적 타당성을 확보함으로써 비판적 수용의 가능성을 열어 둘 필요가 있다. 

 

1. 시에 시어와 시구가 함축하는 의미를 중심으로 다음 활동을 해 보자. 

(1) 이 시의 시어들에 나타난 이미지의 특징은 무엇인지 말해 보자. 

이끌어 주기 : 시의 이미지는 대상을 관찰하는 시인의 독특한 관점과 인식이 형상화되어 나타난 것이다. 이 시에 사용된 시어의 이미지는 현실적 상황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인식하도록 한다. 

예시답안 : 

'매운 계절', '채찍', '북방', '칼날', '강철' 등은 모두 강렬하고 차가운 이미지의 시어들이다. 즉 당시 일제 시대의 혹독한 탄압이 겨울의 추위만큼 매섭고 날카로우며, 현실적 굴레가 그만큼 견고하다는 의미이다. 이는 화자의 절박한 내면 의식이 드러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2) 다음 시구들이 의미하는 바를 적어보자. 

이끌어 주기 : 시구의 상징성을 비유적 표현을 쓴 시인의 인도와 관련시켜 보도록 지도한다. 

예시답안 : 

매운 계절의 채찍 : 일제 치하의 가혹한 탄압을 상징한다. '계절'은 시간적 공간, 즉 시대 상황의 표현이다.

하늘도 그만 지쳐 끝난 고원 : '하늘'은 소망과 가능성을 상징하며, '고원'은 1연의 계절(시간), 북방(수평적 공간)에 대비하여 수직적 공간의 끝을 상징한다.

서릿발 칼날진 그 위 : '서릿발 칼날진'은 매서움의 느낌을 강화시켜 준다. '그 위에 서다'는 그러한 절박한 상황에 대한 대결 정신을 형상화한 것이다. 

 

(3) 이 시의 마지막 행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갠가 보다."는 어떻게 해석하는 것이 좋을지 친구들과 의견을 나누어 보자. 

이끌어 주기 : 시의 전체적인 의미를 고려하고,'강철'과'무지개'의 대립적 이미지에 유의하여 의미를 해석해 보도록 한다. 단 정답을 억지로 도출하게 하는 것보다는 다양한 해석을 유도하되 시 전체의 논리적 의미를 생각하면서 객관적 타당성을 따져 볼 수 있도록 지도한다. 

예시답안 :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갠가 보다."라는 시구는 은유(겨울=무지개), 상징(겨울, 강철, 무지개), 역설(강철로 된 무지개)의 수사법이 구사되어 많은 함축적 의미를 담고 있다. 여기에서 '겨울'은 서정적 자아의 삶을 시간적으로 축소시키는 이미지로서 사용되었다. 즉, 서정적 자아의 삶을 죽음으로 몰아가는 절망적 상황의 이미지이다. 특히 겨울은 차가운 금속인 강철에 비유함으로써 서정적 자아로 하여금 비생명의 상황을 강요하고 있다.

 

그러나 '겨울은 강철인 동시에 무지개'라는 작자의 해석을 눈여겨 봐야 한다. '무지개'는 강철과는 다른 속성을 지닌 것이다. 즉 희망적이고 정신적인 아름다운 세계, 극단적인 절망에서도 삶의 의미를 주는 존재로 해석된다. 따라서 '겨울'은 단지 '죽음과 소멸'만이 아닌 재생을 내포하고 있는 세계이다. 결국 서정적 자아는 죽음으로부터 재생을 확인하는 비극적 초월의 삶을 선택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이 시는 조국 상실과 민족 수난 속에서 한 독립 투사의 더 이상 물러설 수 없음을 다짐하는 시로 이해할 수 있다. 

 

 

2. 시가 지닌 현실적 가치와 관련하여 다음 활동을 해 보자. 

(1) 이 시에 나타난 화자의 어조는 어떠한지 말해 보자. 

이끌어 주기 : 시의 어조는 작자의 현실 태도 의지와 연관이 있다. 즉 작자가 현실과 대상을 바라보는 태도와 관점에 의해 좌우된다. 이 시의 화자의 시점은 시의 표면에 등장한 1인칭 화자로, 자신의 직접적인 생각과 감정을 표출하고 있음에 주목하도록 유의한다. 

예시답안 : 

 극한적 한계 상황을 이겨 내려는 현실 초극의 강인한 남성적 어조가 돋보인다. 또한 대륙적이고 당당한 목소리는 일제에 대한 저항 의식을 고취하여 읽는 이로 하여금 작자의 강인함을 엿볼 수 있게 한다. 

 

(2) 이 시에서 현실을 대하는 시인의 태도는 어떠한지 말해 보자. 

이끌어 주기 : 문학 작품은 현실을 바탕으로 쓰여진다는 것을 알고, 작자가 현실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시의 주제 의식은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도록 한다. 

예시답안 : 

 이 작품에서 현실적인 삶은 억압되고 위축되어 있다. 이러한 극한적 상황은 시인을 '서릿발 칼날진 그 위에 서'게 만든다. 이러한 현실의 고통은 오히려 시인에게 새롭게 확대된 세계를 보여 주는 계기를 제공한다. 시인은 암담한 식민지 시대의 절망적 상황 속에서도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갠가 보다.'라는 현실 초극 의지를 보여 줌으로써 미래에 대한 기대를 져버리지 않는 희망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강철로 된 무지개'라는 의미를 논리적으로 풀어 보면, 오히려 전망이 불투명한 현실에 대한 좌절의 태도를 담고 있는 표현이라고 파악할 수도 있을 것이다. 

 

(3) 각자 이 시와 같은 상황에 처했다고 가정할 때,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생각해 보자. 

이끌어 주기 : 학생들에게 작품이 다룬 가치를 자신의 삶과 태도에 연결시켜 생각해 보게 한다. 다만 이 시에 나타난 상황을 굳이 일제 치하라는 현실로 국한하기보다는, 자유롭게 생각하되 이 시의 화자가 상황에 대처하는 태도가 어떠한지를 분명히 파악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예시답안 : 

 인간은 여러 가지 상황에서 갈등을 겪게 된다. 그것은 개인과 개인의 갈등일 수 있고, 개인과 사회와의 갈등일 수도 있다. 시인은 일제의 잔혹한 억압으로 극한적 상황에 내몰린 자신의 심정을 문학적으로 승화시킴으로써 초극에 대한 의지를 보여 주고 있다. 우리는 극한 상황에서 삶과 죽음의 의미를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삶이 죽음보다 더 보람 있고 가치 있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 내가 만일 시인처럼 극한적 상황에 처했다면, 시대의 비극적인 절망에 스스로 묻히기보다는 그 시대를 뛰어넘어 희망적인 미래를 생각하면서 현실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일 것이다. 

 

 

이해와 감상

 윤동주와 함께 일제말기의 저항시인으로 널리 알려진 이육사(李陸史), 그의 의지를 확연하게 드러내는 시 중의 하나로서, 일제 강점하에서 가중되는 고통의 상황을 시를 통해 초극해 보고자 한 작품이다. 어려서 한시(漢詩)의 소양을 닦은 영향으로, 구성이나 전개 방식이 한시와 많이 닮아 있음을 볼 수 있다.

 

 1, 2연은 매운 계절의 채찍에 쫓겨 마침내 칼날 위에 선 것과도 같은 극한 상황이 제시된다. 그것이 3연에서는 무릎을 꿇어 도움을 청하고자 한 발 옆으로 비껴 서는 것도 허락하지 않을 정도에 이른다. 4연에 제시된 강철 무지개의 역설은 그런 극한 상황 속에서 굴하지 않는 의지를 보여 주는 것이다.

 

 이 시는 견디기 어려운 극한의 상황에서 오히려 그것을 넉넉히 관조의 정신으로 받아들이는 강인함이 엿보이는 작품이다.

 

 한시(漢詩)의 전통을 이어받아 당시에 기승전결의 구성법을 취한 가운데 고도로 절제된 언어가 매서운 긴장감을 느끼게 한다. '북방'은 수평적 공간의 극점이다. 그리고 '고원'은 수직적 공간의 극점인데 둘 다 한계 상황으로 설정된다. 3연은 어데나 무릎을 꿇어야 할지 모르는 상황 즉, 기도할 대상마저도 상실해 버린 막다른 벼랑이다. 4연에 이르면 '눈 감아 생각'한다. 이는 이제까지의 시상과는 다르다. 독자는 이 부분에서 당황한다. 갑자기 여유 있는 상황은 극적 전환에 해당한다. 혹자는 이를 '카타스트로프(catastrophe) 현상'으로 파악하기도 한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자신을 잃지 않는 의지적 인간 그것은 육사가 삶을 대하는 자세이기도 하다. 이 시는 그래서 가장 육사적(陸史的)인 작품이다.

 

 

 

 

이해와 감상1

형식 구조 : 이 시는 각 연 2행, 전 4연으로 된 자유시이다. 이 시는 형태상 한시의 형태와 거의 유사하다. 그리고 시상의 전개에 있어서도 한시의 기-승-전-결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1,2연의 상황 제시와  3,4연의 그러한 상황 속에서의 시인의 의식 구조는 한시의 시상 전개 방식인 것이다. 이는 육사가 유교적 선비 집안 출신으로 어려서 한시를 수학했었다는 사실이 그의 시작 체험의 바탕이 된 것으로 보인다.

 

의미 구조 : 이 시는 극한 적인 상황에 대한 시인의 의식을 드러낸 시로 평가된다. 1,2연에 전개된 극한적인 상황 속에서 굴하지 않는 시인의 의지가 드러났다는 것이다. 이 시에 대한 해석은, 대체로 이육사가 독립 투사로 활동했으며 결국 그 일로 옥사했다는 점에서, 극한적인 상황은 일제 하의 상황을 나타내고 그러한 현실을 극복하려는 시인의 의지가 나타난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므로 이 시가 지닌 강렬함은 충분한 설득력을 지니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마지막 행에 의해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즉 겨울을 일체 치하를 암시하는 것으로 보면 일체 치하가 강철로 된 무지개가 되고 만다. 이리하여 현실은 강철과 같은 변화 불가능한 것이 된다.

 

 이런 점에 대해 '강철로 된 무지개'를 강철과 같은 변화 불가능한 것으로 보기도 하지만 무지개와 같이 일시적인 것'으로 파악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설명은 다소 무리가 따른다. 이에 비해 이러한 극한 상황을 일제에 쫓기는 자신과 같은 투사들의 내면적 심리적 상황으로 보기도 한다. 이렇게 되면 겨울은 투사들의 상황이며, 이것이 강철로 된 무지개라면 신념이 만들어 낸 황홀함으로 풀이가 가능해진다. 이러한 풀이는 끝연의 의문을 제거해 주는 의의가 있다.

언어와 심상 : 이 시에 사용된 시어는 모두 극도의 극한 상황을 만드는 데 사용되고 있다. '매운 계절, 북방, 고원, 서릿발 칼날진 그 위, 한 발 재겨 디딜 곳도 없는 곳'등은 긴장과 더불어 극도로 고조된 상황을 의미한다. 이러한 시어에 의해 만들어진 심상은 시의 의미를 어떻게 해명하든 식민지 치하라는 민족의 현실에 대한 시인의 정확한 파악임이 분명하다. 시인의 이러한 현실 파악과 적절한 시어의 선택이 이 시의 훌륭함이다.

 

 

이해와 감상2

 이 시는 전통적인 한시의 구조를 통해 위태로운 시대 상황과 민족의 현실에 대한 담담한 성찰과 미래에 대한 의지적 전망을 보여주고 있다. '매운 계절', '채찍', '북방', '강철' 등의 강렬하고 차가운 이미지의 시어를 통해 시인의 절박한 내면 의식을 엿볼 수 있으며, 그만큼 시정신의 강인함과 시형태의 견고성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저항시의 수작(秀作)이다. 다만 작품의 해석 과정에서 마지막 행의 의미를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가의 문제가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대체로 일제하 저항시의 맥락을 염두에 두고 미래에 대한 강인한 의지의 표명쯤으로 해석해 온 경향이 있으나 '강철로 된 무지개'의 의미를 논리적으로 풀어 볼 때 오리혀 그러한 전망이 불투명함을 인식하는 데서 오는 좌절감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 (출처 : 한계전 외 4인 공저 문학교과서)

 

이해와 감상3

 이육사(李陸史)가 지은 시. 〈광야 曠野〉·〈청포도 靑葡萄〉 등과 함께 대표작의 하나로 1940년 1월호 ≪문장 文章≫지에 발표되었다. 2행 4연으로, 모두 8행으로 되어 있는 자유시이다. 그 네 개의 연은 기승전결의 전통적인 한시의 구성법을 따르고 있다. 율격은 한 시행(詩行)이 거의 3음보격으로 각 시행의 음절수도 비슷한 정형성을 보이고 있으나, 자유시의 범주에 포괄된다 하겠다.

 

 이 작품은 전체를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볼 수 있다. 앞의 2연은 시인이 처한 상황의 설정이고, 뒤의 2연은 이러한 상황 속에서의 시인의 의식을 나타낸 것이라 할 수 있다. ‘매운 계절’로 표상된 시간적 배경과 시의 화자(話者)가 쫓겨온 시적 공간, 곧 북방의 하늘도 지쳐 끝난 고원(高原)이라 함은 공간적 광활성을 나타내면서도 더 갈 수 없는 단애(斷崖)의 강박관념으로 ‘서릿발 칼날진’과 같은 위급한 곳을 표상하기도 한다.

 

 이렇게 무릎을 꿇고 앉을 곳조차 없이 위급한 극한 상황에 이른 화자는 눈을 감고 환상의 ‘무지개’를 바라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 시의 핵심이다. ‘매운 계절’에서 ‘겨울’까지 이어지는 시상의 이음새가 구김살 없이 물 흐르듯 흐르고 있는 점을 이 시의 탁월성으로 지적할 수 있다. 이 시에서 북방으로 쫓겨간 것은 시인 자신이지만, 그 시대적 상황으로 미루어 민족 전체의 수난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특히, 이 시의 핵심적인 종련(終聯)의 ‘강철로 된 무지개’에 대한 해석은 ‘비극적 황홀’이니, ‘황홀한 미래의 약속’이니, 또는 ‘절망적 죽음의 극한경(極限境)의 미화’이니 하여 분분하지만, 죽음과 같은 비극적 초월, 자기 삶의 부정을 통한 자기 변혁밖에 어떤 다른 의미를 부여할 수 없을 것 같다. ≪참고문헌≫ 現代詩의 解釋과 鑑賞(文德守, 二友出版社, 1982), 韓國代表詩評說(鄭漢模·金載弘 編, 文學世界社, 1983), 李陸史全集(金軟東 編, 새문社, 1986).(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심화 자료

 

이육사의 '교목'과 비교해 보기

 

육사의 생애와 문학적 특징

 1930 년대 한국시에서 육사는 특이한 존재이다. 대부분의 다른 시인들이 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하고 시작(時作)에 몰두했음에 반해, 육사는 전 생애를 항일 투쟁에 바쳤고, 러한 정치적 행동의 순간 순간에 시를 썼다. 그의 시론은 '시란 인격의 표현이며, 그런 점에서 삶의 최종적인 언어이고, 그와 동시에 시는 그러한 최종적인 목표에 이르기 위한 행동의 과정이기도 하다.'라고 요약할 수 있다. 이러한 그의 시론은 선비 기질로서의 강렬함과 기품을 지니고 있다는 점과, 기승전결(起承轉結)의 한시 골격을 근간으로 하여 시 형식의 고전성을 유지한다는 점에서 동양 문화권의 시 전통에 직결되어 있다.

 

육사 시의 문학사적 의의

 육사의 시가 갖는 현대 시사적 의미는 몇 가지로 지적할 수 있다. 첫째, 1930년대 전반을 풍미하던 모더니즘에 대한 반동적 요소를 지니고 있다. 둘째, 고전적인 선비 의식과 한시(漢時)의 영향으로 전통적인 요소를 지니고 있다. 셋째, 한국시에 남성적이고 대륙적인 입김을 불어넣었다. 넷째, 죽음을 초월한 저항 정신과 시를 통한 진정한 참여를 보여 주었다.

 결론적으로 육사의 시는 모더니즘의 비인간화에 대한 반발에서 시작하여 전통적인 시 형태를 현대적으로 변용하였으며, 현대시에 남성적이고 대륙적인 색채와 체질을 불어넣었고, 아울러 시를 통한 진정한 참여와 저항의 방법을 보여 준 선구적 시인이라는 점에 시사(詩史)적 의의가 있다. (출처 : 정한모, '한국 현대시의 정수')

 

'비극적 황홀'

 육사가 우리 현대 시사에서 가장 뚜렷하게 비극적인 삶을 살다 간 시인이라면, 그의 삶은 바로 '절정'에 궁극적인 시적 표현을 얻은 셈이다. '절정'은 하나의 한계 상황을 상징하지만 거기서도 그는 한 발자국의 후퇴나 양보가 없을 뿐만 아니라,오히려 '매운 계절'인 겨울, 즉 그 상황 자체에서 황홀을 찾는 것이다. 그러나 그 황홀은 단순한 도취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강철과 같은 차가운 비정(非情)과 날카로운 결의를 내포한 황홀이다. (출처 : 김종길, '진실과 언어')

 

'강철로 된 무지개'의 상징성

 이 구절은 의미상 서로 모순되는 시어들을 결합함으로써 생겨나는 의미의 상호 충돌과 모순 때문에 새롭고 풍부한 의미를 생산해 낸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강철과 무지개의 내포적 의미를 대비하면서 그 의미의 대립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강철 : 고체성(물질성), 반생명성(죽음), 무거움, 광물(하강적 이미지) ㅡ 암담하고 절망적인 현실의 삶과 관련됨.

무지개 : 빛의 산란 과정(고정된 실체가 없음), 삶의 환희, 약동, 가벼움(허망함, 덧없음), 천상적(상승적 이미지) ㅡ 현실과 긴장 관계를 유지하는 시적 자아의 정신적, 내면적 삶과 관련됨.

 

 이와 같은 두 시어의 모순된 내포 때문에 의미의 긴장과 대립이 발생하고, 그 결과 의미가 서로 충돌하기도 하고 상호 침투하기도 하면서 새로운 의미를 창출해 낸다. 즉, 가혹한 시대 현실 속에서 극한 상황에 몰린 시적 화자가 이에 대해 정신적 초월을 단행함으로써 ‘비극적 황홀’의 상태에 도달하게 됨을 보여 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은 시적 화자가 ‘한발 재겨 디딜 곳조차 없’는 상황에 대처하는 방식에 내포된 의미이다. 그는 패배를 인정할 수도, 구원을 갈망할 수도 없는 절대 절명의 순간에 이르러 어떤 직접적인 행위에 몸을 맡겨 버리는 대신 그것의 의미를 ‘눈 감아 생각’하는 방식으로 상황에 대처한다. 그것은 적극적인 의미에서의 저항이나 실천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대한 정신적 관조라 할 수 있다. 결국 그는 이 같은 정신적 관조를 통해 ‘비극적 황홀’의 경험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다.

 

시어의 애매성

 하나의 시어나 시적 요소가 하나의 의미만을 함축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로 해석되는 것을 말한다. '애매성(ambiguity)'은 '모호성', '다의성'이라고도 해석되며, 단일한 개념을 지시하기보다는 복합적이고 다의적인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시어의 다양한 해석과 상상을 유발하여 시의 의미를 더욱 풍부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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