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의 연속성에 대하여
by 송화은율전통의 문제적 연속
오늘날 우리는 과거와 현재, 고전 문학과 현대 문학의 관계를 지속-단절, 수용-거부 등의 양자 택일적 논법에 따라 파악하려는 접근 방법을 타파하고 일련의 역동적 전위(轉位) 과정으로 해명하는 시각이 필요하다. 사람이 자기 자신 및 생활 환경과의 거듭되는 투쟁을 거쳐 새로운 삶의 단계로 나아갔을 때 그는 분명히 예전의 자아의 연속이면서 그 초극이듯이, 한 집단의 변환기적 삶을 단절이냐 계승이냐 라는 택일적 논리에 따라 규정하려는 시도는 역사적 추이의 실상에 어긋나는 것이다. 무생물이나 일방적 피조물이 아닌 주체의 문화를 해명하고자하는 한, 그를 주체이게끔 하는 근본 조건인 자기 동일적 연속성과 자기 초극적 역동성은 어느 하나도 부정할 수 없는 본질적 사항이다. 말의 선형성(線形性)이 부과하는 제약 때문에 우리는 이 두 국면을 나누어서 말하고 있으나 실제에 있어서 그것은 하나이다. 변화가 없는 지속이란 죽음이며, 주체의 연속성에 근거하지 않은 변화란 거짓된 겉치장만의 교체에 불과하다.
여기에서 우리는 고전 문학과 현대 문학 사이의, 혹은 더 세분된 시대 단위 사이의 연속성을 특정한 요소의 가시적, 선형적 지속으로서만 설명하려는 관점으로부터 벗어나야 할 필요를 발견한다. 물론 그러한 가시적 연속 또한 연속성의 일부분이며, 때로는 보다 깊은 차원의 연속성을 시사하는 증거일 수 있다. 하지만 문체‧운율‧구성‧화소(話素)‧소재 등의 가시적 일치를 동반하지 않은 기저층의 연속성이 있을 수 있고, 주제나 태도가 전혀 상반되는 듯이 보이는 사실들의 이미 깊은 연관을 맺고 있는 경우도 희귀하지만은 않다는 데에 주목해야 한다. 부정 혹은 초극을 위한 투쟁 또한 역사적 연속의 한 형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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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문학과 현대 문학 사이의 역사적 유대를 이처럼 문제적 연속이라는 차원에 비중을 두어 파악할 때 우리는 전통의 단절과 계승, 부정과 긍정이라는 도식적 택일 논리의 함정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우리의 고전 문학과 현대 문학은 그 표면적 차이를 과대 해석한 논자들이 생각하듯이 아무런 내재적 연속성 없이 그대로 단절되어 있지 않을 뿐더러, 이를 부인하고자 하는 뜻에서 등장한 일련의 논의가 강조한 바처럼 이러저러한 요소나 자질들의 단순한 지속으로서만 연관을 맺고 있는 것도 아니다. 끊임없는 자기 확대와 초극의 운동으로 구현되는 역사적 연속성은 종종 전통적 모티프나 양식 등의 부분적 잔존이라는 징표를 남기지만 그러한 사항들까지도 근본적으로는 표현 형식을 지배하는 문제적 연속성의 한 구성 부분인 것이다.
▷ 김흥규, 한국 문학의 이해, 한국 문학의 위상, 민음사, 1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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