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교향악 / 해설 /앙드레 지드
by 송화은율
앙드레 지드의 <전원교향악>에 대하여 / 홍승완
제1차 세계대전 중에 지드는 몇몇 친구로부터 카톨릭교로 개종할 것을 강요당했다. 그러나 그는 그리스도 자신의 말에는 계명·위협·금제 등은 하나도 없으므로, 율법의 종교를 배척하고 자유로운 사랑의 종교만을 펴나가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 작품의 원명에는 두 가지의 의미가 있다. 하나는 말할 나위없이 전원의 교향악이고, 또 하나는 목사(Padteur)의 교향악이다. 이 작품의 제1의 수첩과 제2의 수첩은 극히 상반하는 대조를 이루고 있다.
제1의 수첩은 확실히 제르트뤼드가 뇌샤텔의 음악회에서 들은 베토벤의 교향곡 제6번이다. 여기에는 온갖 미의 찬가, 선의 찬가. 사랑의 찬가, 조화의 찬가가 있다. 눈이 먼 제르트뤼드는 그 청각이며 촉각으로서 느끼는 자연의 조화가 인간 내부에도 있다고 하는 것을 상상하는 것이다. 그래서 목사 쪽에서도 또한 제르트뤼드에 대한 스스로의 선의(善意)와 무사(無私)의 사랑에 의혹을 품고 있지 않다.
제1의 수첩에는 <하얀 세계>,<전혀 순수한 것, 색이 전혀 없는 것, 다만 빛뿐인 것>이라고 하는 세계이다. 그러나 제2의 수첩에 이르면 미와 선과 사랑이 조화된 세계에 어두운 현실이 사정없이 밀어닥쳐 급한 템포로 잔혹한 각성의 과정이 기록되는 것이다.
제르트뤼드는 목사의 얼굴에서 중로(中老)를 맞은 남성의 색욕의 오뇌를, 그리고 그 아내인 아멜리의 얼굴에서 가사의 처리에 대한 심로와 남편의 광태에 대한 노기와 질투와 모멸을 목격하기에 이른다. 제르트뤼드의 앞길에는 자살밖에는 남아 있지 않게 된다.
자유로운 사랑으로서 눈먼 소녀 제르트뤼드를 길러 준 목사의 무사(無私)의 사랑 속에는 무의식 가운데 남성의 색욕이 섞여 있고, 제르트뤼드는 이제 개안과 동시에 스스로의 죄를 자각하여 죽음의 길을 기도하는 것이다. 자유로운 사랑의 종교, 그것도 하나의 미신에 불과한 것이었다.
이렇듯 제2의 수첩에는 <사막보다도 메마른 마음>이 연주되는 죄와 악과 죽음의, <목사의 교향악>이 되는 것이다. 아무튼 그것은 낡아빠진 레코드가 얽은 소리를 내는 것처럼 불결한 음색을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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