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 해설
by 송화은율장자
세상살이가 힘들고 고단하면 잠시 세상 밖으로 벗어나보자.세상을 벗어나는 길에는 세가지가 있다.첫째는 일상의 공간에서 다른 공간으로 이동하여 생활의 변화를 주는 여행길이요,둘째는 아예 현실의 세계에서 영원의 세계로 들어가버리는 저승길이요,셋째는 몸은 그대로 있으되 마음을 비우는 무아(無我)로의 길이다.
자,그러면 이제부터 다른 길은 잠시 접어두고 무아로의 길로 떠나보자.마음을 비우는 일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못할 것도 없다.마음을 비우는 일도 일정한 장소를 찾아가 돈 주고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이미 그는 마음의 자세가 옳지 못한 사람이다.바로 이런 사람들을 위해 `장자(莊子)'가 필요하다.한 권의 책 속에 담긴 엄청난 힘은 그 힘을 느끼는 사람의 몫이다.특히 자신의 처지가 스스로 초라하다고 생각될 때 장자를 찾자.가장 편한 자세로 `장자'를 읽으면서 마음을 비우는 일은 어떻게 하는 것인지를 터득하고 진정한 참 나를 되찾아보자.자기를 괴롭힌 것도,자기를 사랑한 것도 바로 자기 자신이었다는 것을 터득할 때까지 무아속으로 들어가보자.장자는 자기를 버리고 자기를 어떻게 추스르며 살아가는 것이 바람직한 모습인가를 일깨워줄 것이다.
장자는 이렇게 말한다.『우물안 개구리와 더불어 바다에 대하여 말할 수 없는 것은 그가 살고 있는 장소에 국한되어 있기 때문이요,여름벌레와 더불어 얼음에 대하여 말할 수 없는 것은 그가 살고 있는 때에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요,고리타분한 사람과 더불어 도(道)에 대하여 말할 수 없는 것은 그가 받은 바의 교육에 속박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 장자는 지금에 처한 현실적 어려움이 결국 좁은 안목과 자기 집착,자기 편견의 작은 세계관 속에 스스로를 가두고 살았기 때문에 얻어진 결과임을 질책하고 있다.직장을 잃은 사람이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고 좌절하는 것은 그가 몸담고 있던 직장이 삶의 전부인 것처럼 생각했던 탓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주지하는 바와 같이 중국의 사상은 유가(儒家)사상과 노장(老莊)사상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유가사상이 지배층의 철학이라면 노장사상은 민중철학이요,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철학이다.전자가 전통과 권력을 존중하고 그것을 계승하는 긍정의 철학이라면 후자는 전통과 권력을 부정하고 새로운 반성을 모색하는 비판과 부정의 철학이다.장자는 중국의 사상가들 중에서 비교적 일반 백성의 고통을 잘 알고 있었고,당시 정치가들에 대하여 매우 부정적인 시각을 지니고 있었다.그래서 그의 철학은 항상 어려운 사람들쪽에서 사상적 접근을 시도한다.따라서 그는 시종일관 현실을 비판하고 현실을 부정하는데서 출발한다.장자가 현실을 냉소적으로 바라보면서 직관적으로 뱉어내는 우화와 경구들은 욕망에 얽매여 있는 일상적 삶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가하고 있다.장자의 글을 읽다보면 미(未) 불(不) 무(無) 등의 부정사가 많이 등장하고 있음도 바로 이 때문이다.그의 부지지지(不知之知),무용지용(無用之用),불언지언(不言之言)의 사상은 당시 현세의 허구성와 모순성을 변증법적으로 나타낸 것이다.그러나 장자는 이러한 현실에 대한 강한 비판과 부정에 머무르지 않고 무위자연 속에서 삶의 근거지를 모색한다.장자는 구조화되고 조직화된 인위적 삶을 거부하고 우주의 이치에 따라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무소유의 삶을 가장 아름다운 삶으로 보았다.장자는 한 톨의 쌀이 만들어지기까지 온 우주가 참여하고 있음을 체득하는 소박한 농부의 삶을 존경한다.장자의 이러한 사상은 궁극적으로 해방과 달관의 철학으로 이어진다.
도(道)란 우주 본유의 전체의 이치요,덕(德)은 모든 우주적 존재의 개별적 이치다.득도(得道)를 하기 위해서는 개별적인 욕망을 버리고 인간의 삶의 과정과 관점들을 버려야 한다.모든 것을 조지우천(照之于天:하늘의 관점에서 비추어 본다)에서 보고 거망(去忘:사사로움을 버림)과 복초(復初:원초적인 상태로 돌아감)의 자세를 가지면 심재(心齋,虛一而靜:마음속의 정기가 하나로 모임),조철(朝徹:마음이 아침 공기처럼 맑아짐),좌망(坐忘:자의식을 잃어버림)의 단계에 이르러 득도의 경지에 다다르게 된다.이러한 장자의 사상은 곧 인도의 불교와 결합하여 선불교(禪佛敎)를 낳게 되는 모티브가 되었으며,원효(元曉)의 불교사상에도 심대한 영향을 준다.
장자는 지리적으로 고온다습한 중국 동남지방의 기질을 타고난 사람이다.그는 감성적이고 낭만적인 성격의 소유자였다.장자의 거침없는 태도와 달변은 누대에 걸쳐 침울한 시대마다 민중들의 가슴을 시원하게 해주는 청량제 같은 역할을 해왔다.일반적으로 장자를 현실도피적인 인물로 아는 사람이 많지만 장자를 읽으면 「그렇지 않다」라는 말이 저절로 입에서 튀어나올 것이다.단시일에 장자를 이해할 수는 없다.무수한 동서양 철학자들이 이 책의 소중함을 이야기하고 시대를 초월하여 수많은 지식인들이 장자에게 감동을 받는 것만으로도 장자는 너무 크다.
이제 어려운 일을 당하여 허탈과 무소유의 시간을 보내는 분이 있다면 그 허탈과 무소유의 시간을 장자로 채워 넣었으면 한다.때를 놓치지 말고 장자를 통해 자기반성과 자기발견의 계기로 삼자.이 참에 다시 자신의 세계관을 점검해볼 일이다.잃은 직장을 다시 얻고 안정된 생활로 돌아왔을 때 사사로운 마음에 여유가 생기면 다시 자아를 읽자.그 때 또다른 장자가 그곳에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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