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문학창고

자유 / 엘뤼아르(Paul Eluard)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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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 엘뤼아르(Paul Eluard) / 오생근 옮김

 

초등학교 시절 노트 위에

나의 책상과 나무 위에

모래 위에 눈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내가 읽은 모든 페이지 위에

모든 백지 위에

돌과 피와 종이와 재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황금빛 조상(彫像) 위에

병사들의 총칼 위에

제왕들의 왕관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밀림과 사막 위에

새 둥우리 위에 금작화 나무 위에

내 어린 시절 메아리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밤의 경이로움 위에

일상의 흰빵 위에

결합된 계절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누더기가 된 하늘의 옷자락 위에

태양이 곰팡 슬은 연못 위에

달빛이 싱싱한 호수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들판 위에 지평선 위에

새들의 날개 위에

그리고 그늘진 방앗간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새벽의 입김 위에

바다 위에 배 위에

미친 듯한 산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구름의 거품 위에

폭풍의 땀방울 위에

굵고 무미한 빗방울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반짝이는 모든 것 위에

여러 빛깔의 종들 위에

구체적인 진실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깨어난 오솔길 위에

뻗어나간 큰 길 위에

넘치는 광장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불 켜진 램프 위에

불 꺼진 램프 위에

모여 있는 내 가족들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둘로 쪼갠 과일 위에

거울과 내 방 위에

빈 조개껍질 내 침대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게걸스럽고 귀여운 우리 집 강아지 위에

그 곤두선 양쪽 귀 위에

그 뒤뚱거리는 발걸음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내 문의 발판 위에

낯익은 물건 위에

축복받은 불의 흐름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화합한 모든 육체 위에

내 친구들의 이마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놀라운 소식이 담긴 창가에

긴장된 입술 위에

침묵을 넘어선 곳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파괴된 내 안식처 위에

무너진 내 등댓불 위에

내 권태의 벽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욕망 없는 부재 위에

벌거벗은 고독 위에

죽음의 계단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되찾은 건강 위에

사라진 위험 위에

회상 없는 희망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그 한 마디 말의 힘으로

나는 내 삶을 다시 시작한다.

나는 태어났다 너를 알기 위해서

너의 이름을 부르기 위해서


요점 정리

작자 : 엘뤼아르(Paul Eluard) / 오생근 옮김

갈래 : 자유시. 서정시

율격 : 내재율

성격 : 서정적. 저항적. 의지적

어조 : 세상 만물의 자유를 갈구하는 의지의 목소리

심상 : 묘사적. 상징적 심상

제재 : 자유

주제 : 자유를 향한 열망

구성 : 작품 전체가 극적 구성 요소인 도입 - 전개 - 절정 - 대단원

1-3연 : 유년 시대의 모든 바람이나 소망보다 귀중한 '너'

4-7연 : 추상적인 것과 과거의 모든 추억보다도 귀중한 '너'

18-21연 : '나'는 현재 어떤 상황에서도 '너'를 귀중하게 생각한다.

22연 : '자유'인 '너'를 부름

작품 개관 : 이시는 엘뤼아르가 제 2차 세계 대전 당시 독일의 프랑스 점령에 저항하는 레지스탕스 운동을 전개하면서 발표한 저항시로, 자유에 대한 시인의 갈망을 강렬하게 표현한 작품이다. 이 시는 수많은 단편적 이미지들을 연결하여 감정과 호흡을 고조시킨다.

시의 특징 : 시인은 시간적으로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현재까지, 공간적으로는 지상의 미세한 사물에서부터 하늘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에 ‘자유’라고 쓰고 있다. 이처럼 ‘자유’라는 이름을 쓰는 행위가 무려 20연에 걸쳐 행해지고 있다. 게다가 매 연의 마지막 행은 동일하게 반복되고 있다. 그러나 동일한 반복에도 불구하고 자유라는 이름을 쓰는 구체적인 사물들이 끊임없이 새롭게 등장하고 있어 오히려 상승적 분위기가 조성된다.

반복적 효과 : 이 시는 “나는 00위에 너의 이름을 쓴다.”라는 문장이 다양하게 변화되어 쓰여진다.00부분은 상식적인 논리와 연상을 넘어선 다양한 이미지들로 채워진다. 그러나 그러한 이미지들은 서로 연상이 가능한 것, 그 중에도 비약과 과감한 생략이 가능한 것들로 이루어진다. 전체적으로 동일한 문장이 끊임없이 변화되면서 반복되기 때문에 경쾌한 리듬감이 있으며, 점차 감정을 고조해 가는 효과도 있다.

시적 의인화 : 이 시는‘자유’라는 말을 의인화하여 사용하고 있다. 이를 통해 자유에 대해 갈증을 느끼고 그리워하며 감정을 불태우는 자신의 의지를 표현하고 있다.

출전 : <이 곳에 살기 위하여>

내용 연구

초등학교 시절 노트 위에

나의 책상과 나무 위에

모래 위에 눈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이름을 쓴다는 행위를 통해 작가 스스로에게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간절함에 대한 표현]('자유'라는 거대한 이름을 가장 먼저 아로새겨 놓고 싶은 곳은 노트, 책상, 모래, 눈 등으로 성장되는 동심의 세계이다. 자유의 본질을 '순수'에서 찾으려는 시인의 마음을 읽을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내가 읽은 모든 페이지 위에

모든 백지(흰 종이) 위에

돌과 피와 종이와 재 위에[흰 종이 - 재 위에 : 지금까지 읽은 책들과 달리 아무것도 적히지 않은 백지란 새로운 창조를 위한 텅 빈 공간을 암시한다. 돌과 피와 종이와 재는 그러한 텅빈 창조적 공간 속에는 격렬한 투쟁과 갈등, 그로 인한 폐허(재) 등이 가로놓여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이미지이다. '종이'는 이러한 과정에서 언제나 양면적(쓰인 것, 쓰이지 않은 것)이다.]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내가 쌓아 온 모든 지식과 경험 위에, 앞으로 펼쳐질 모든 역사의 장면 위에, 무생물과 이미 사멸한 것에 이르기까지 '자유'라는 이름을 세례를 퍼붓고 싶다는 시적 자아의 간절한 열망이 드러나 있다.)

 

황금빛 조상(彫像) 위에(부의 허상 위에)

병사들의 총칼 위에(무인의 무기 위에)

제왕들의 왕관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경제적인 부와 군인들의 무력, 왕의 권력보다 나는 너를 간절히 원한다](시인이 자유로워지기를 기원하는 대상은 연약하고 억압받기 쉬운 대상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심지어 황금의 조상, 병사의 총칼, 제왕들의 왕관 위에까지 자유의 이름을 씀으로 해서 자유를 억압하는 대상에까지 연민을 느끼며 그들 역시 자유로워지기를 바라고 있다.)

 

밀림과 사막 위에

새 둥우리 위에(새 집 위에) 금작화 나무 위에

내 어린 시절(유년기) 메아리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밤의 경이로움 위에

일상의(낮에 먹는) 흰빵 위에

결합된 계절(약혼 시절)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누더기가 된 하늘의 옷자락 위에(남빛 헌 누더기 위에)

태양이 곰팡 슬은 연못 위에(태양이 지루하게 머무는 연못 위에)

달빛이 싱싱한 호수 위에(달빛이 환히 비추는 호수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들판 위에 지평선 위에(지평선 위에, 수평선 위에)

새들의 날개 위에

그리고 그늘진(외진 곳의) 방앗간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새벽의(여명의) 입김 위에

바다 위에 배 위에

미친 듯한(가파른) 산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구름의 거품 위에

폭풍의 땀방울(소나기의 방울) 위에

굵고 무미한 빗방울(굵고 맥빠진 빗줄기)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반짝이는 모든 것 위에

여러 빛깔의 종들 위에

구체적인 진실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깨어난 오솔길 위에

뻗어나간 큰 길 위에

넘치는 광장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불 켜진 램프 위에

불 꺼진 램프 위에

모여 있는 내 가족들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둘로 쪼갠 과일 위에

거울과 내 방 위에

빈 조개껍질 내 침대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게걸스럽고 귀여운 우리 집 강아지 위에

그 곤두선 양쪽 귀 위에

그 뒤뚱거리는 발걸음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내 문의 발판 위에

낯익은 물건 위에

축복받은 불의 흐름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화합한 모든 육체 위에

내 친구들의 이마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놀라운 소식이 담긴 창가에(뜻밖의 기쁜 소식을 안긴 창 유리 위에)

긴장된 입술 위에

침묵을 넘어선 곳에(침묵 저 너머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파괴된 내 안식처 위에(파괴된 방공호 위에)

무너진 내 등댓불 위에(무너진 등대 위에)

내 권태의 벽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안식처가 파괴되어 불안감을 느낄 때, 희망이 자취를 감출 때, 지루함이 나의 의지를 가로막을 때, 그러한 때 나는 '자유'를 생각하며 마음을 가다듬는다.)

 

욕망 없는 부재 위에(소망 없는 부재 위에)

벌거벗은 고독 위에

죽음의 계단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되찾은 건강 위에(회복된 건강 위에)

사라진 위험 위에

회상 없는 희망 위에(추억하기 싫은 희망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그 한 마디 말의 힘으로(이 한마디 말의 힘으로)

나는 내 삶을 다시 시작한다.(나는 내 삶을 다시 시작하고,)

나는 태어났다 너를 알기 위해서(너를 알기 위해서)

너의 이름을 부르기 위해서(너의 이름을 불러 주기 위해서 나는 태어났다)

 

오, 자유여.(마지막 연은 전체를 압축함으로써 의미를 통일시킴과 동시에 견고하게 고정시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도 방법 :

이 시가 쓰여질 당시의 시대적 배경을 이해한다. 이 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제 2차 세계 대전 당시 프랑스의 정치적 상황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제 2차 세계 대전뿐만 아니라 우리의 역사 속에서도 일제 식민지 시대나 1990년대 이전까지의 군사 독재시기처럼 자유가 억압당한 시기는 있었다. 학생들에게 자유가 없는 상황을 상상해 보도록 한다. 그리고 학생들이 느낀 자유의 소중함을 글로써 직접 표현해 볼 수 있도록 한다. 이 시가 여러 각도에서 읽힐 수 있음을 이해한다. 이시는 대체로 ‘자유’에 대한 갈망으로 읽히지만, 연인에 대한 사랑의 고백으로 읽힐 수도 있다. 마지막 연의 “오 ,자유여”를 생략한다면 , 이 시는 다양한 각도에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학생들에게 마지막 구절 대신 다른 것을 써넣어 보게 한다. 그리고 자신이 써넣은 구절에 맞게 시의 각 부분을 고쳐 보도록 한다.

학습 활동 풀이

1. 이 시의 1연의 나오는‘노트’,‘책상’,‘나무' , ‘모래',‘눈'의 이미지는 서로 어떻게 연관되고 있는지 생각해 보자.

이끌어주기 : 학생들에게 심상이나 이미지가 무엇이냐고 물어 보면 시각, 청각, 미각 등 이미지의 종류만 나열하는 경우가 많다. 이미지란 ‘대상에게 전달되는 어떤 느낌’이라는 주지시킨다. 단어 하나 하나가 이미지를 가지며, 그 이미지들은 여러 가지 성격이 복합적으 로 이루어진 것임을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 먼저 학생들에게 ‘노트' ,‘책상’,‘나무’, ‘모래’,‘눈’하면 떠오르는 것들을 말하게 한다. 그리고 이 시에서는 그것이 가질 수 있는 여러 가지 이미지들 중 어떤 이미지로 쓰였는지를 생각해 보게 한다. 그 과정을 통해 각각의 단어들이 여러 이미지를 지니고 있으면서 한 작품 안에서 조화를 이루고 있음을 알게 한다.

예시답안 :

교실 안의 책상과 노트는 자연스럽게 연관된다. 책상은 나무로 된 것이며 , 모래는 나무 가 뿌리 박고 사는 땅의 재료이다. 때때로 그 땅은 눈에 덮이기도 한다.

2. 이와 같은 시를 쓴다고 할 때 자신에게 소중한 이름을 한가지씩 들고 , 자신은 그 이름을 어디에 쓰고 싶은지 각자 열 가지 정도 들어보자.

이끌어주기 : 문학은 자유로운 상상을 통해 가능한 것임을 알게 한다. 시란 어려운 것이 아니고, 멀리 있는 것도 아님을 알게 하기 위하여 자기 자신에게 소중한 사람을 위해 시를 쓰도록 한다. 그 사람의 이미지를 말해 보거나, 그 이미지에 맞는 시적 대상을 찾는 연습을 해 봄으로써 시가 우리에게 친숙한 것임을 알게 한다.

예시답안 :

갈매기 : 바다의 파도 위에

파랑새 : 나의 낡은 일기장 위에 ’

모란꽃 : 뭉게구름 위에

초등학교 시절 친구 : 푸른 들판 위에

흰색물감 : 나의 옷자락 위에

장미꽃 : 그녀의 눈 속에

상수리나무 : 금빛 새의 날개 위에

3. 엘뤼아르의 시 '자유'의 틀을 빌려서 신문이나 잡지 등 주위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자료들이 여러 부분을 자유롭게 오려 붙여 한 편의 시를 만들어 보자. (글 외에 그림이나 도형, 기호 등도 자료 속에 포함시킨다.

이끌어주기 : 창작 또한 '자유'로운 행위임을 알도록 한다. 패러디나 콜라주 등을 통하여 새로운 작품이 탄생할 수 있음을 알도록 한다. 또한 시라는 것이 무조건 언어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님을 알도록 한다. 물론 표절과 패러디의 경계에 대해서도 분명하게 설명해 준다. 더 나아가 완전한 창작이란 불가능한 일이며, 모든 작품은 결국 어떤 식으로든 이전 작품이나 작품 외의 영역으로부터 영향을 받게 됨을 이해시킨다.

예시답안 :

사상 최악의 황사가 강타한 땅에서 황사 섞인 안개와 강풍으로 항공기 운항에 차질을 빚은 비행장에서 시정거리가 1km 이하인 고속도로에서 먼지 농도가 30배로 올라간 도시의 하늘에서 마스크, 손수건으로 무장한 시민들이 지나는 거리에서 황사 먼지가 뿌옇게 쌓인 집 안에서 황사로 인한 구제역의 전염을 두려워하여 방역에 분주한 축산 농가에서 학생들의 건강이 염려되어 휴교령에 내려진 학교에서 카드뮴, 알루미늄, 납이 섞인 황사에 눈이 아파 찾아간 병원에서 미세 먼지가 들어와 생산 공정에 문제가 생긴 공장에서 얼마나 더 황사가 계속될지 알지 못하는 기상청에서 나는 너를 기다린다. 오, 맑은 공기여!

이해와 감상

이 시는 엘뤼아르가 제 2차 세계 대전 당시 독일의 프랑스 점령에 저항하는 레지스탕스 운동을 전개하면서 발표한 저항시로, 자유에 대한 시인의 갈망을 매우 강렬하게 표현한 작품이다. 시인은 시간적으로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현재까지, 공간적으로는 지상의 미세한 사물에서 저 하늘에까지 모든 것에 자유를 쓰고 있다. 그러한 '자유'라는 이름을 쓰는 행위가 무려 20연에 걸쳐 행해지고 있다. 게다가 매연의 마지막 행은 동일하게 반복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반복에도 불구하고 자유라는 이름을 쓰는 그 구체적 사물들이 끊임없이 새롭게 등장하고 있어서 오히려 상승적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시인이 모든 사물 위에 '자유'라는 이름을 쓴다는 것은 곧 모든 사물을 '자유'라는 이름으로 명명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이 세계의 모든 존재가 기본적으로 자유로운 존재이기를 갈망하고, 아울러 자유라는 깃발을 들고 자유를 요구하게 되는 것이다.

이 시의 원래 제목은 "단 하나의 생각"으로, 주제는 사랑하는 여인을 그리워하는 것이었다고 하는데, '님'에 대한 절실한 사랑은 인류의 공동 가치에 대한 절실한 애정과 일맥 상통하는 법이다. (출처 : 김윤식 김종철 저 한샘문학교과서)

감상2

이 시는 성인이 되어서 깨달은 지고의 가치가 '자유'라는 사실을 알고서 시인이 가장 먼저 그 이름을 새긴 곳은 '초등 학교 시절 노트와 책상, 나무' 따위이다. 어려서부터 꿈꾸어 왔던 막연한 무지개가 바로 '자유'라는 실체임이 드러났을 때, 목마르게 궁금하게 여겨 왔던 것의 실상이 자유임을 알게 되었을 때, 시인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린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개인적 차원에 머물지 않는다. 막연하게 혹은 분명하게 느껴 왔던 부자유가 현실의 세상 도처에 드리워져 있음을 알게 된 시인은 눈에 보이는 모든 사물 위에, 눈에 보이지 않는 모든 실체 위에 그 이름을 아로새기면서 자유가 실현되기를 갈망하고, 자신 역시 자유로워지기를 갈망하고 있다. 한편, 시인은 연약하고 억압받기 쉬운 대상만 자유로워지기를 기원하는 것이 아니라 자유를 억압하는 대상까지 연민을 느끼며 그들 역시 자유로워지기를 바라고 있다.

감상3

이 시는 제 2차 세계 대전 중 독일군 점령하의 부자유한 상황에서 쓴 시로, 자유와 사랑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하였다. 원제목은 '단 하나의 생각'이며, 이 시로 엘뤼아르는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이 시는 총 22연으로 되어 있다. 그리고 마지막 연의 한 구절 '자유여'를 부르기 위해, 4행이 1연으로 된 21연의 장시를 쓰고 있으며, 20연까지는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를 반복하고 있다. 그만큼 자유에 대한 열망이 간절함을 보여 주고 있다.

프랑스어의 '자유(liberte)'는 여성 명사이다. 이 점은 이 시가 사랑하는 여인을 노래한 것이라는 해설과도 관련이 있다. 엘뤼아르에게 자유는 사랑하는 여인이자, 추상 명사인 '자유' 그 자체이다. 사랑하는 여인을 노래한 것이라는 해설은 이 시 속에서 독일군 점령하의 당시 시대 현실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점에서 추측이 가능하다.

여러 대상의 반복과 나열을 통하여 정치·사회적인 상황에 대한 자유뿐만 아니라 사랑에 대한 간절한 욕망을 표현하고 있는 이 시는, 엘뤼아르의 '상황의 시'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그의 시에서는 개별적인 언어의 중요성보다는 언어들이 모여서 암시해 주는 이미지의 효과를 꾀하는데, 반복과 나열은 이러한 효과를 위한 시적 장치의 하나이다.

일제 강점기하의 우리 시인들이 쓴 저항시들을 함께 연상하면서, 제국주의의 폭력과 그 폭력으로 인해 심음했던 개인의 고통을 생각해 보자. (출처 : 한계전 외 2인 저 대한교과서문학교과서)

심화 자료

엘뤼아르(Paul Eluard)

 

본명은 Eugene Grindel.

1895. 12. 14 파리 생드니~1952. 11. 18 샤랑통르퐁.

 

프랑스의 시인으로 초현실주의 운동의 창시자 가운데 한 사람이며 20세기의 대표적 서정시인이다. 제1·2차 세계대전, 스페인 내란, 독일군 점령, 레지스탕스, 공산당 투쟁, 연애, 시사 동향, 만남, 우정, 꿈 등 자신의 인생 경험을 소재로 작품을 썼다.

 

1919년 앙드레 브르통, 필리프 수포, 루이 아라공 등 초현실주의 시인들과 알게 되어 1938년까지 매우 가깝게 지냈다. 첫번째 주요작품인 〈고통의 수도 Capitale de la douleur〉(1926)에서는 새로운 언어기법을 실험했고, 꿈과 현실의 관계에 대한 이론을 적용했으며, 의식의 흐름을 자유롭게 표현했다. 뒤이어 〈대중의 장미 La Rose Publique〉(1934)·〈풍요로운 눈 Les Yeux fertiles〉(1936) 등을 발표했는데, 일반적으로 이 3권의 책에 실린 시들은 초현실주의 운동이 낳은 가장 탁월한 작품으로 평가된다. 또한 이 시기에 앙드레 브르통과 함께 〈무염시태(無染始胎) L'Immaculee Conception〉(1930)에서 정신불안증세의 진행과정을 연구했다.

 

스페인 내란 뒤에는 초현실주의 실험을 그만두었다. 후기 작품에는 정치적 투쟁 성향이 잘 나타나 있으며, 독재를 반대하고 행복을 추구하는 기본 입장이 더 확고해졌다. 1942년 공산당에 들어갔으며, 인간의 고통과 동지애를 다룬 작품 〈시와 진실 Poesie et verite〉(1942)·〈독일군의 집합소에서 Au rendez-vous allemand〉(1944)·〈살 만한 가치 Dignes de vivre〉(1944) 등은 제2차 세계대전중 비밀리에 유포되어 레지스탕스의 사기를 높였다. 특히 〈시와 진실〉에 수록되어 있는 그 유명한 시 〈자유 La Liberte〉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저항시로 알려져 있다. 전쟁이 끝난 뒤 발표한 〈모든 것을 말하라 Tout dire〉(1951)·〈불사조 Le Phenix〉(1951) 등은 시어가 간결하고 표현이 생생하여 프랑스의 대표적 서정시로 꼽히고 있다. (출처 : 브리태니커백과사전)

 

'자유'의 시상 전개 구조

 

이 작품은 우리 나라의 시인 김지하가 '타는 목마름으로'에서 외쳤던 '민주주의'와 같은 의미의 간절함이 담겨 있다. 자유는 민주주의이고, 민주주의는 자유라는 말이다. 그래서 이 작품의 형식적 구조는 너무도 단순하다. 왜냐하면 자유를 추구하는 것은 당연한 본능적인 것이다. 그래서 그러한 자유를 요구함에는 다른 형식과 이유가 필요 없다. 단지 인간이 존재하는 한 자유는 존재해야 하기 때문이다. 인간을 살리는 것은 밥이고, 인간을 동물과 구분짓는 것은 자유다. 이 작품에서 쓰이고 있는 단순성이 오히려 이 작품에서 자유의 간절함을 말하고 있다. 이 작품이 무려 22연으로 되어 있지만 1연부터 20연까지는 이 세상 모든 것 위에 '자유'라는 이름을 쓴다는 한 덩어리로 묶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20차례나 반복되는 형식이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을 간절한 소망의 자세로 보면 20연에 걸쳐 제시된 대상들은 지루하게 많은 것이 아니라, 대상들을 다 나열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기에 대표적인 것만을 간추려 본 그러한 것이리라. 이렇게 1연부터 20연까지의 내용을 음미해 보면 21연과 22연은 장중함과 엄숙함의 절정을 느끼게 한다. 21연의 내용은 자신의 삶의 유일한 이유가 '자유'하는 것이다. 이는 더 이상의 어떠한 논리도 무색해지는 신념을 표출이다. 20연까지 응축시켜 온 무게와 21연의 장중한 신념 독백의 힘을 실어서 표현하나 마지막 연은 바로 '화룡점정(畵龍點睛)'이 된다. 한 행보다도 짧은 연, 그러나 전체시보다도 큰 연이라 할 수 있는 '자유여'가 바로 용을 날아가게 한 눈동자에 해당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그것은 영화 '빠삐용'에서 주인공이 그렇게 갈망했던 '자유'이고, '소생크 탈출'이라는 영화에서 주인공이 하늘을 향해 팔을 뻗고 자유를 만끽하는 바로 그것이다.

 

엘뤼아르 시의 이미지

 

엘뤼아르의 시에서는 개별적인 언어의 중요성보다는 언어가 집합해서 암시해 주는 이미지의 효과가 더욱 중요하다. 그의 시는 대상을 명명하는 것이 아니라 대상의 분위기를 암시해 주는 것이며, 그 암시는 불투명하거나 모호한 것이 아니다. 그러한 암시의 작용을 하는 이미지는 눈으로 볼 수 있고 손으로 만져서 감촉될 수 있는 시어로 구성되어 있다. '자유'의 이미지들은 바로 그러한 구체적인 진실을 일깨워 준다. '자유'에서 구체적인 이미지들은 유동적 흐름 속에서 끊임없이 변모하고 발전한다. 그러므로 언어를 통해서 표현된 현실의 모습은 차갑고 죽어 있는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현실이 된다. 그리고 서로 다른 이미지들은 부드럽게 부딪치며 새로운 의미를 지향해 가는 것이다. (출처 : 오생근의 ''엘뤼아르 시 해설'에서)

 

엘뤼아르의 '상황의 시'

 

엘뤼아르의 초기시는 그의 연인(戀人)이나 아내에게 바치는 순수한 사랑의 시였다. 동양적인 자연 동화(同和)의 감각이나 사랑하는 사람의 세계에 대한 동경(憧憬)이 이 시기의 주제였다. 그러나 1937년 스페인의 독재자 프랑코에 대한 인민들의 저항에 의해 촉발된 스페인 내전을 계기로 소위 '상황의 시'를 쓰게 된다. 즉, 프랑코에 손을 뻗친 독일 나치가 '게르니카' 마을을 완전히 파괴한 비극(피카소의 그림 '게르니카'로도 유명한 전쟁임)을 계기로 분노와 자유를 구하는 저항을 노래하게 된다. 그의 '상황의 시'는 현실 상황의 묘사에만 머물지 않고, 보편적이고 영원한 평화에의 사랑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서 저항시의 모범이 된다.

 

전쟁과 시인

1940년 제 2차 세계 대전이 일어나자 한때 사랑과 꿈의 시인이었던 엘뤼아르는 자유와 조국을 위한 투사가 된다. 제 2차 세계 대전을 전후하여 엘뤼아르의 시는 커다란 변모를 보여 준다. 그의 시는‘ 한 인간의 지평에서 모든 사람들의 지평을 향한’전환을 꾀하고, 집단적인 감동을 표현하려고 애쓴다. 그는 인간이라는 이름으로 저지르는 모든 죄악과 억압에 대해 분노와 혐오를 표현하며 그때부터 시는 저항을 위한 투쟁의 수단과 무기가 된다. “시인은 자신의 사상을 추구하는 것이지만, 그 사상은 진보를 향한 인간의 궤적 속에서 함께 이루어지는 것이다. ” 이로부터 1944년 전쟁이 끝날 때까지 항독 비밀 저항 운동에 가담하여 싸웠고, 작가 국민 위원회의 북부 책임자가 되어 비밀 출판물인 ‘심야 총서’를 간행했으며, 시를 통해 자유와 조국 해방을 위하여 투쟁하였다. 그 동안 그는 시집으로 ‘시와 진실( 이 시집의 첫머리에 ’자유‘ 가 실려 있다)’“전쟁 중의 일곱 편의 사랑의 시” “독일인의 집합지에서” 등을 펴냈다. 1942년에는 영국의 항공 편대가 “시의 진실” 수천 부를 독일군 점령 아래 싸우는 프랑스의 항독 투사 위에 뿌렸다. 시가 무기가 된 것이다. 제2차 세계 대전이 끝나자 그는 세계 각국을 여행하며 인간에 대한 신뢰와 연대감을 고취하였고 꾸준히 시집을 펴냄으로써 자유와 인간애를 노래하였다. 이때 나온 시집으로는 “그치지 않는 시” “정치 시편” “도덕의 한 교훈” “모든 것을 말한다” 등이 있다. 그가 세계와 인류와의 연계를 주장하는 소위 참여 문학에 가담했다고 하나 , 그의 시는 여전히 개성적이고 서정적이며 주제는 언제나 영원한 사랑과 죽음, 평화, 자유 등이다. (출처 : 이가림, '미술과 문학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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