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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오월처럼 / 본문 일부 및 해설 / 안병욱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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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오월처럼 / 안병욱

 

 

<전략>

 

 

 5월은 씨를 뿌리는 때요 밭을 가는 때다. 김을 매고 비료를 주는 때다. 풍성한 수확을 거둘는지 또는 불행한 흉작(凶作)이 닥칠는지 아무도 모른다. 우리는 오직 풍성한 추수의 희망을 가지고 피땀의 노력을 다할 뿐이다. 뜻하지 않는 폭풍이 불고 가뭄이 들어 우리의 수고가 허사로 돌아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희망은 그러한 불행에 용감하게 도전한다.

 

 미래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선과 행복의 가능성도 있고 악과 불행의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희망은 전자를 믿고 용감하게 노력하는 것이다. 희망은 인생의 등불이다. 우리의 마음 속에 희망의 등불이 밝게 켜질 때 우리는 신념과 용기를 가지고 인생을 살아갈 수 있다. 어려운 시련도 이겨 내고 커다란 유혹도 물리칠 수 있다. 인생에 대해서 희망을 갖는다는 것은 생활의 방향이 확립되는 것이요, 정신의 중심이 굳게 잡히는 것이다. 희망은 인생의 활력소(活力素)요. 생활의 자극제(刺戟劑)다. 희망을 못 갖는다는 것은 우리의 마음 속에서 신념과 용기의 등불이 꺼지는 것이다.

 

 그런고로 희망을 잃은 자는 전진할 기력이 없고 고난과 싸울 용기가 없다. 시인 괴테는 이렇게 말했다. "태양이 비치면 먼지도 빛난다."

 

 어둠 속에서는 먼지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밝은 햇빛이 비칠 때, 먼지도 밝은 반사(反射)의 빛을 발한다. 희망의 태양이 솟을 때, 모든 존재는 생활의 활기를 띠고 삶의 기쁨과 보람을 느낀다.

 

 인간은 희망을 먹고 사는 동물이다. 절망은 죽음에 이르는 병이요, 희망은 생명에 이르는 힘이다. 우리는 희망에 사는 노력인(努力人)이 되어야 한다.

 

 <중략>

 

 한 그루의 나무를 보라. 뿌리는 땅 속에서 물줄기를 찾고, 잎사귀는 태양을 향해 뻗어 나가고, 줄기는 하늘을 향해서 성장한다. 우리의 생명도 줄기차게 성장해야 한다. 나의 정신적 우주가 확대되고 깊어져야 한다. 나의 마음의 그릇이 커지고 넓어져야 한다.

 

 생명의 성장을 지켜 보는 것은 가장 즐거운 일에 속한다. 한 포기의 풀이 나날이 자라고 내 자식의 생명이 싱싱하게 성장하는 것을 볼 때, 우리는 생의 신비(神秘)와 기쁨을 느낀다. 자기 자신의 정신적 성장을 스스로 느끼는 것처럼 인생의 보람 있는 일이 없다. 5월의 화초처럼 우리는 싱싱하게 성장해야 한다.

 

 무쇠도 내버려 두면 녹이 슬고 만다. 옥(玉)도 닦지 않으면 광채(光彩)를 발하지 않는다. 우리의 마음도 가꾸지 않으면 녹이 슬고 만다. 정신이 녹이 슬 때 생활의 타락이 시작된다.

 

 걷는 자만이 앞으로 갈 수 있다. 쉬지 않고 걷는 자만이 힘차게 성장할 수 있다. 우리의 정신과 생활과 인격이 성장해야 한다. 성장이 올바른 가치 판단(價値判斷)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 내 정신이 얼마만큼 성장했고, 내 인격과 생활은 얼마만큼 자랐는가, 우리는 성장을 생활의 지표(指標)로 삼아야 하다. '생활의 가장 행복한 때는 일에 몰두하고 있을 때'라고 스위스의 사상가 칼 힐티는 말했다. 높은 목표를 세우고 그 실현을 위해서 헌신 몰두할 때 우리의 생은 가장 알차고 우리의 정신은 크게 성장한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올바른 생의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를 향해서 전진하는 것이다. 일하는 것은 조금도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부끄러운 일이다. 올바른 목표의 추구에는 보람이라는 보수(報酬)가 반드시 따르고 행복이라는 향기가 언제나 수반된다.

 

 우리는 부단히 향상(向上)하는 창조인(創造人)이 되어야 한다. 행복은 나태의 딸이 아니고 근면의 딸이다. 무사안일의 생활로는 결코 행복의 월계관을 쓸 수 없다. 우리는 단순한 생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성장과 생을 간절히 원한다. 우리는 5월의 나무처럼 발랄하게 성장해야 한다.

 

 우리의 생을 어떻게 창조할까. 삶의 지표를 어디에 두고 살아갈까. 나는 건강의 생, 희망의 생, 성장의 생을 강조했다.

 인생은 5월처럼 건강하고, 희망이 부풀고, 싱싱하게 성장해야 한다.

 

 5월처럼 인생을 보람 있게 살아가자.


 작자 : 안병욱(安秉煜 1920- )
 형식 : 경수필
 성격 : 서정적. 비유적. 감각적. 교훈적
 제재 : 오월
 주제 : 인생의 보람

 

 청신한 녹색의 옷으로 단장한다 : 산의 모든 나무들이 푸른 잎으로 단장한 5월을 비유한 말이다. 의인법
 훈풍(薰風) : 5월에 부는 훈훈한 바람
 혜풍(惠風) : 동남풍의 화창한 봄바람
 훈풍 : 5월에 부는 훈훈한 바람
 청정 : 맑고 깨끗함
 악성 : 역사상 위대한 음악가를 높이어 일컫는 말.


 일체의 오염에서 ~ 회복해야 한다 : 모든 일상 생활이 현대 문명으로 인하여 더럽혀진 상태에서 벗어나 마음과 몸을 맑고 깨끗하게 하자.
 아름다운 꽃이 피고 ~ 거름을 제공한다 : 미래의 결실을 믿으면서 피와 땀의 노력을 다하자는 뜻을 비유한 것이다.
 희망은 인생의 ~ 생활의 자극제다 : 희망이 있음으로써 활력이 넘치고, 희망이 있음으로써 게으른 자신을 자극할 수 있다.
 태양이 비치면 먼지도 빛난다 : 희망이 있으면 비록 현실이 어둡다 하더라도 모두 그것을 물리칠 수 있는 것이다.
 가치판단 : 어떤 대상의 값어치를 판단하여 정하는 일
 월계관(月桂冠) : 명예를 비유하여 가리키는 말
 나의 마음의 그릇이 커지고 넓어져야 한다 : 희망과 이상을 더욱 크게 넓게 키워야 한다.
 무쇠도 내 버려 두면 - 발하지 않는다 : 마음도 가꾸지 않으면 앞으로 전진할 힘이 없다. 비유법
 발랄하게 : 표정이나 행동이 밝고 활기가 있음.

 

 이 수필은 자유로운 형식을 통하여 자신의 느낌을 개성 있게 표현한다는 수필의 성격이 잘 나타난 글이다.

 5월을 맞이한 자신의 감정을 나타낸 것으로서, 5월처럼 건강하고 힘차게 약동하며, 씨를 뿌리며 희망을 지니고 살자는 글이다. 오월의 느낌을 신선한 비유적 수법으로 나타내어, 시적 서정의 세계를 돋보이게 하고 있다.

 어떤 논리적 구성이 있는 것도 아니며, 일정한 형식이 있는 것도 아니다. 자유로운 형식으로써 마음에 느끼는 대로 썼으며, 독자들에게 인생을 살아가는 자세를 교훈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글이다.

 

 힐티 (Hilty, Carl) [1833.2.28~1909.10.12]

 르덴베르크 출생. 독일의 괴팅겐 ·하이델베르크 대학에서 법률학과 철학강의를 들었다. 1855년 고향인 쿨로 돌아가 18년간 변호사로 활약하였고, 1873년부터 베를린대학에서 헌법과 국제법을 강의하였으며, 1892년 이후는 육군재판장직을 맡았다. 한편 1890년에는 고향의 선거구에서 출마하여 국회의원이 되었고, 또 1909년에는 국제법의 대가로서 헤이그의 국제사법재판소의 스위스 위원으로 임명되었다.

 

 정치적 저서로는 1886년 이후에 그가 혼자 편집한 《스위스 연방 정치연감》 《민주정치의 이론가와 이상가》 등이 있으나, 이름이 세계적으로 알려진 것은 종교적 ·윤리적 저작에 의해서였다. 그 중에서도 유명한 것으로는 《행복론》(3권, 1891∼1999)과 《잠 못 이루는 밤을 위하여》(2권, 1901∼1919) 등이 있는데 세계 각국어로 번역되어 많은 독자를 가지고 있다. 그의 사상의 기조는 그리스도교 신앙을 기반으로 하는 이상주의적 사회개량주의라 할 수 있는데, 이는 그의 생활 자체와 일치되는 것이었다. (출처 : 동아대백과사전)

 

 잠 못 이루는 밤을 위하여

 이 저서는 2부로 되어 있는데, 제1부는 1901년에 출간되었고, 제2부는 그가 사망한 지 10년 뒤에 유고로서 간행되었다. 제1부의 서문에서는 불면(不眠)의 원인과 불면에 대한 대책 등을 설명했으며, 본문은 1년을 365일로 나누어, 그날 그날의 불면, 특히 침사(沈思)할 사항들이 서술되었다. 잠을 이룰 수 없는 밤은, 우리가 자신의 생활 방법에 반성을 시도해 보는 귀중한 시간이며, 이런 뜻에서는 오히려 하느님의 선물로 생각할 수도 있다. 또한 이 책에는 성서의 장절을 지시한 데도 많으며 성서를 문자 그대로 머리맡에 두는 책으로 삼음으로써 그리스도교의 신앙과 희망에 찬 생활의 충실화를 꾀할 수 있다고 했다(출처 : 동아대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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