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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준의 ‘달밤’ 해설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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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준의 달밤’ - 해설

 

󰡔달밤󰡕193311󰡔중앙󰡕에 발표된 단편소설이다. 이 작품은 󰡔가마귀󰡕와 함께 허무와 서정의 세계 속에서 시대정신에 강력한 호소력을 드러내는 그의 대표작이다.

 

󰡔달밤󰡕은 한적한 시골 풍경을 보이는 성북동에서 주인공 황수건이 시골의 인정을 체험하면서 오가는 삶을 형상화하고 있다. 주인공 자신이 시내에서 성북동으로 이사온 사실은 가정 형편이 옛날보다 곤궁해졌다는 것을 의미하면서도 사람다운 삶의 체험을 통해 보다 큰 보람을 느낀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주인공은 달밤이라는 배경에 운치를 더해 주는 조형물에 불과하며, 달밤이 풍기는 따사로운 분위기와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들의 모습이 한 폭의 수채화처럼 펼쳐져 있다. 1930년대 서울 성북동을 배경으로 우둔하고 천진한 품성을 지닌 황수건이 각박한 세상사에 부딪혀 아픔을 겪는 모습을 작중화자인 에 의해서 1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서술하였다.

 

주인공 황수건은 세태의 변천에 적응하지 못하는 바보스럽고 지능이 낮은 인물이다. 이런 인물의 주인공과 작중화자인 사이에서 벌어지는 몇 가지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아름답게 남아있는 인정미로 그려져 있다.

 

황수건은 원배달로부터 20부 떼어 주는 신문을 배달하고 월 삼 원 정도 보수를 받는다. 그의 유일한 희망은 월급 더 받고 방울 차고 다니는 원배달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성북동이 따로 한 구역이 되면서 그의 사람 됨됨이가 칠칠치 못해 그 일마저 떨어진다. 그는 전에 산삼학교 급사로 일한 적이 있었는데 천성이 착하고 인정이 후하지만 사회 생활에 사교도 눈치도 없이 지내다가 거기서도 일처리를 잘못해 쫓겨난 일이 있었다. ‘는 그의 처지가 하도 딱해서 돈을 주어 장사를 권면하였다. 그는 나의 호의로 참외장사를 시작한다. 그러나 이내 장마가 들어 밑천만 까먹고 여름 내내 소식이 끊긴다. 그 사이 황수건은 아내가 달아나 버린 수난까지 겹친다. 달포 만에 나타난 황수건은 웬 포도송이를 싸들고 찾아왔으나 뒤따라온 사내에 의해 멱살을 잡혀 끌려 나간다.

 

나는 수건이가 포도원에서 포도를 훔쳐온 것을 직감하였다. 쫓아나가 매를 말리고 포도값을 물어 주었다. 포도값을 물어주고 보니 수건이는 어느틈에 사라지고 보이지 않았다……

 

어느 늦은 밤에 그는 달을 쳐다보며 서툰 노래를 하면서 전에 없이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이 작품은 모자라지만 선량한 황수건이라는 인물의 건강한 삶의 모습을 통하여 따뜻한 인정이 교감을 부각시켜 주고 있다. 정상적인 사람들은 자기의 욕심과 의도 때문에 자신의 생각하는 바를 완전히 드러내지 않고 있는 반면에 주인공은 자신을 완전 노출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에게 이 세상에서 제일 큰 소원을 물었을 때 원배달원이라고 말한 것이 바로 이것을 증명해 준다. 그렇다고 그는 이 세상에서 유능한 인물도 아니고 유해한 인물도 아니다. 작가는 이 인물을 통해서 반편같은 모자라는 존재도 하나의 인격체로서 살아갈 권리가 있음에도 실제로는 생활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음을 보여 준다.

즉 이 세계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폭력과 모략을 꾸밀 수 있는 능력의 소유자가 유능 하다고 인정받는 반면, 모자라고 무능한 사람은 도태된다고 하는 사실을 보여준다. 󰡔달밤󰡕에서 주인공 황수건을 더 볼 수 없는데 대한 나의 그리움은 그런 사회의 무너짐에 대한 안타까운 표현이다. 그러므로 비록 보잘것 없는 인간이가 할지라도 이 세계에서 평등하게 살아 갈 수 있다고 하는 생명 사상이 이 작품에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가난하고 무식하고 선량한 사람들이 시대의 흐름을 따라잡지 못하고 삶의 터전을 잃은 채 현실에 투항하거나 좌절하는 모습이 이태준의 단편소설 인물의 전형이 되고 있다. 이를테면 󰡔달밤󰡕의 황수건이 남기고 간 다섯 송이의 은근한 순정의 열매󰡔손거부(孫巨富)󰡕의 손서방의 우직한 부성은 사회속의 인간이라기보다는 사회 속의 인간의 모습이다. 그러므로 참담한 현실의 제시나 묘사보다는 이러한 상황에 대응해 가는 인물의 모습 속에서 우리는 참다운 사회 속의 인간을 만나게 된다. 이와 같은 작가의 애정어린 눈길이 인간적인 정이 사라져가는 세태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또한 일제라는 시대적 압력과 현실이 빚어내는 고통을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작품 요약

 

주제 : 우둔하고 천진한 품성을 지닌 황수건이 겪는 아픔.

인물 : - 작중 화자이며 황수건을 동정어린 눈길로 바라보는 인물.

황수건 - 세태의 변천에 적응하지 못하는 바보스럽고 지능이 낮은 인물. 천성이 착하나 사회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여 학급 급사, 신문보조 배달원, 참외장가 등을 하나 모두 실패하고, 끝내 아내마저 도망감.

배경 : 1930년대 서울 성북동. (공간적 배경은 한적한 시골 풍경을 보이는 서울 성북동의 현실적 공간이며, 시간적 배경은 현재의 시간에서 과거의 회상이 교차하는 일상적 삶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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