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청준의 ‘눈길’ / 해설 / 줄거리
by 송화은율이청준의 ‘눈길’(해설)
이청준(李淸俊, 1939~ ) : 소설가. 〈사상계〉에 단편 「퇴원」이 당선되어 등단. 현실과 이상의 괴리, 인간의 심리적 내면적 고통을 형상화하는 데 탁월하다. 작품에 「병신과 머저리」, 「소문의 벽」 등 다수가 있고, 작품집으로 『매잡이』, 『조율사』, 『자유의 문』, 『당신들의 천국』 등이 있다.
이청준의 「눈길」은 모자간의 정이 그려진 작품이다. 그러나 이성보다 앞선 따뜻한 모자간의 정과 그리움이 앞서야 할 텐데 두 사람 사이에는 거리감이 놓여 있는 것이다.
시골에 남은 어머니와 오랫만에 내려온 아들. 한 가족이 몰락하고 어머니는 그 모든 불행이 자신 탓이라고 여기고, 아들은 어렵게 자수 성가하여 부모에게 손톱만큼도 받은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작가의 실화를 소설로 옮긴 이 작품을 읽어보며 고향과 어머니의 사랑에 대해 생각해 보자. 더불어 귀향형 소설이 무엇인지도 알아보자.
이 작품(「눈길」)은 고향에 대해 그리움과 함께 증오감을 갖고 있는 주인공이 어떤 일로 인해 고향을 방문하게 되고, 고향에서의 특수한 체험을 통해 인간적 화해에 도달하게 되는 귀향형 소설의 구조로 되어 있다.
「문학(하)(김태준 외)」 교과서 P. 48에서
< 해설 1 >
「눈길」은 1977년에 발표된 이청준의 단편 소설이다. 이 작품은 『남도사람』이라는 작품집에 실려 있는데, 연작 소설 「남도사람」 중 한 편인 「서편제」는 영화화되어 널리 알려진 작품이다. 1992년 다시 『서편제』라 제목을 바꾼 이 작품집에서, 작가는 후기에 「눈길」에 대해 적고 있다.
「눈길」의 이야기는 나와 노인에 관한 한 많은 부분이 사실 그대로였고, 그날 새벽 어둠 속에 어머니를 뒤에 남겨두고 버스에 올라타 버린 나는 긴 세월 그날 아침 당신이 날도 덜 밝은 그 추운 눈길을 혼자 어떻게 되돌아가셨는지를 차마 물어보지 못하고 지냈었다. … 「눈길」은 그 내용을 노모와 아내와 내가 함께 미리 실연을 한 것에다 내 기록을 보탰을 뿐….
「눈길」은 같은 작품집에 실려 있는 「살아 있는 늪」과 함께 귀향형 소설 구조를 이룬다. 귀향형 소설은 모처럼 고향에 내려간 인물이 특수한 사건을 통하여 인간적 화해나 갈등을 겪고 다시 생활의 터전인 도시로 돌아가는 구조로 되어 있는 소설을 말한다.
「눈길」에 등장하는 나는 어머니를 피한다. 어머니를 피하는 것에 대한 묘사는 먼저 어머니에 대한 칭호를 들 수 있다. 나는 어머니를 노인이라고 한다. 이 노인이라는 칭호에는 감정이라곤 전혀 들어 있지 않으며, 한 올의 연대감도 애써 책임지려 하지 않는 의도가 엿보인다. 또 나는 시골에 내려오기 무섭게 서울로 다시 올라가곤 한다. 서울에 특별한 일을 두고 온 것도 아니면서, 서둘러 시골을 떠나려는 그의 심리에는 늙은 어머니에 대한 회피가 있다.
그렇다면 나가 어머니를 피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고등 학교와 대학교와 군영 3년을 치러 내는 동안 노인은 내게 아무 것도 낳아 기르는 사람의 몫을 못 했고, 나는 또 나대로 그 고등 학교와 대학과 군영의 의무를 치르고 나와서도 자식놈의 도리는 엄두를 못 냈다. 노인이 내게 베푼 바가 없어서가 아니라 그럴 처지가 못 되었기 때문이다.
나의 형은 나가 고등 학교 1학년 때, 제법 되던 전재산을 술로 날려 버렸다. 뿐만 아니라 형은 조카 셋과 형수, 그리고 어머니 등 장남의 역할을 떠넘기고 죽었다. 나는 당연히 어머니로부터 아무 것도 받지 못하고 어렵사리 자수 성가하게 된 것이다. 곧 나가 어머니를 피하는 이유는 겉으로는 어머니에게 아무런 빚도 없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나가 그럴 처지가 못 된다는 것이다. 어머니를 가난으로부터 구제하기에 나 역시 무능력하기 때문이다.
이들 모자는, 아들은 이처럼 혼자서 어렵게 자신의 생활을 꾸려 왔다고 자부하고, 어머니는 모든 불행과 재앙을 자신의 부덕으로 돌리며 부끄러워한다.
어머니와 나의 갈등은 그러나 같이 걸었던 새벽의 눈길의 이야기를 통해 화해를 모색한다. 잊고 있었던, 굳이 잊으려 했던 어머니의 사랑을 나는 느끼고 눈물을 흘림으로써 갈등은 해소되고 화해로 발전한다. 여기에서 이 작품의 제목이 되는 눈길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눈길은 어머니가 묵묵히 자신의 불행을 숙명처럼 받아들이는 것을 상징하는 길이며, 어머니의 아들에 대한 무한한 사랑을 상징하는 길이다.
이처럼 이청준의 「눈길」은 과거의 한 체험의 이야기를 통한 모자간에 화해가 드러나는 귀향형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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