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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옥설(理屋說)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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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옥설(理屋說)

행랑채가 퇴락하여 지탱할 수 없게끔 된 것이 세 칸이었다. 나는 마지 못하여 이를 모두 수리하였다. 그런데 그 중의 두 칸은 앞서 장마에 비가 샌 지가 오래 되었으나, 나는 그것을 알면서도 이럴까 저럴까 망설이다가 손을 대지 못했던 것이고, 나머지 한 칸은 비를 한 번 맞고 샜던 것이라 서둘러 기와를 갈았던 것이다. 이번에 수리하려고 본즉 비가 샌지 오래 된 것은 그 서까래, 추녀, 기둥, 들보가 모두 썩어서 못 쓰게 되었던 까닭으로 수리비가 엄청나게 들었고, 한 번밖에 비를 맞지 않았던 한 칸의 재목들은 완전하여 다시 쓸 수 있었던 까닭으로 그 비용이 많지 않았다.

나는 이에 느낀 것이 있었다. 사람의 몸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잘못을 알고서도 바로 고치지 않으면 곧 그 자신이 나쁘게 되는 것이 마치 나무가 썩어서 못 쓰게 되는 것과 같으며, 잘못을 알고 고치기를 꺼리지 않으면 해(害)를 받지 않고 다시 착한 사람이 될 수 있으니, 저 집의 재목처럼 말끔하게 다시 쓸 수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나라의 정치도 이와 같다. 백성을 좀먹는 무리들을 내버려두었다가는 백성들이 도탄에 빠지고 나라가 위태롭게 된다. 그런 연후에 급히 바로잡으려 하면 이미 썩어 버린 재목처럼 때는 늦은 것이다. 어찌 삼가지 않겠는가.

요점 정리

작자 : 이규보

갈래 : 고대 수필, 한문 수필

연대 : 고려

성격 : 교훈적, 예시적, 경험적

구성 : 미괄식 구성, 2단 구성[퇴락한 행랑채를 수리한 경험 / 삶에의 적용, 나라의 정치에의 적용]

_ 첫째 문단 : 퇴락한 행랑채 수리의 과정 - 대상 자체의 분석

- 둘째 문단 : 사람의 몸과 마음의 경우 - 대상이 가진 의미 유추

- 셋째 문단 : 나라의 정치의 경우 - 대상의 의미 확장

제재 : 퇴락(頹落)한 행랑채

주제 : 잘못을 미리 알고 그것을 고쳐 나가는 자세의 중요성, 문제를 미리 알고 그것에 대해 대처해 나가는 자세의 중요성

특징 : 구체적인 경험에서 깨달은 바를 인간사 일반에 유추하여 이치를 밝힘

개관 :

(1) 구성취지 : '문학의 인지적, 정의적, 심미적 구조물임을 이해할 수 있다'는 학습 목표를 제대로 달성하지 못한 학생들을 위한 것으로, 고전 수필을 제재로 하여 문학의 구조, 문학과 언어의 관계에 대한 기초적인 학습을 할 수 있도록 하였다.

(2) 제재 개관 : 이규보의 '이옥설' 이 작품은 인간의 삶의 이치와 올바른 정치의 원리를 집을 고친 체험을 예로 들어 깨우쳐 주고 있는 한문 수필로, 작은 잘못이라도 그것을 알게 되면 바로 고쳐야 한다는 교훈을 담고 있다. 평범함 생활의 경험을 출발점으로 삶아 삶의 자세와 방법에까지 그 사상을 확대시켜 나가는 과정에서 작자가 강조하는 바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출전 :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

 

 

내용 연구

 

행랑채[행랑(行廊)채 : 행랑으로 된 집채]가 퇴락하여 지탱할 수 없게끔 된 것이 세 칸이었다. 나는 마지 못하여 이를 모두 수리하였다. 그런데 그 중의 두 칸은 앞서 장마에 비가 샌 지가 오래 되었으나(잘못된 곳을 찾았으나 고치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는 말), 나는 그것을 알면서도 이럴까 저럴까 망설이다가 손을 대지 못했던(고치지 못했던) 것이고, 나머지 한 칸은 비를 한 번 맞고 샜던 것이라 서둘러 기와를 갈았던 것이다. 이번에 수리하려고 본즉 비가 샌지 오래 된 것은 그 서까래(마룻대에서 보 또는 도리에 걸친 통나무), 추녀[한식 기와집에서, 처마 네 귀의 기둥 위에 끝이 위로 들린 큰 서까래, 또는 그 부분의 처마], 기둥, 들보(건물의 칸과 칸 사이의 두 기둥 위를 건너지른 나무)가 모두 썩어서 못 쓰게 되었던 까닭으로 수리비가 엄청나게 들었고, 한 번밖에 비를 맞지 않았던 한 칸의 재목들은 완전하여 다시 쓸 수 있었던 까닭으로 그 비용이 많지 않았다.[비가 샌지 오래된 것은 - 그 비용이 많지 않았다 : 알고도 고치지 않으면 더 큰 문제가 유발된다는 경계가 담겨 있음,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라는 속담이 있는데 작은 힘을 들여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을 기회를 놓쳐 큰 힘을 들이게 된다는 뜻] - (예시) 행락채의 퇴락과 수리 과정 - 여름 장마 후에 집을 고침

나는 이에 느낀 것이 있었다[작가의 깨달음 - 주제와 상통]. 사람의 몸(인간사의 의미)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라는 사실을[여기서'몸'은 굳이 '인체(人體)'에 한정되지 않고, 인간사(人間事)의 의미로 확대되어 쓰이고 있다. 유추적 적용], 잘못을 알고서도 바로 고치지 않으면 곧 그 자신이 나쁘게 되는 것이 마치 나무가 썩어서 못 쓰게 되는 것과 같으며, 잘못을 알고 고치기를 꺼리지 않으면 해(害)를 받지 않고 다시 착한 사람이 될 수 있으니, 저 집의 재목처럼 말끔하게 다시 쓸 수 있는 것이다. - 삶의 이치를 깨달음

뿐만 아니라 나라의 정치도 이와 같다(준비와 개선이 필요하다 / 유추적 적용). [유비무환(有備無患), 불우비(不虞備), 불우지비(不虞之備) : 미리 준비가 되어 있으면 걱정할 것이 없음. '서경'의 '열명편'에 나오는 말이다.] 백성을 좀먹는 무리[탐관오리]들을 내버려두었다가는 백성들이 도탄[(塗炭) : (진수령이나 숯불 등에 빠졌다는 뜻으로)생활이 몹시 곤궁하거나 비참한 경지를 이르는 말.]에 빠지고 나라가 위태롭게 된다. 그런 연후에 급히 바로잡으려 하면 이미 썩어 버린 재목처럼 때는 늦은 것이다. 어찌 삼가지 않겠는가[백성을 좀먹는∼어찌 삼가지 않겠는가 : 주제가 암시되어 있는 부분으로, 정치에서 백성을 좀먹는 무리들을 바로잡아야 정치가 바로 선다는 작자의 의도가 담긴 교훈적 설의법으로 주제가 암시되어 있는 부분이다.].- (주지) 인간 사회에서도 준비와 개선이 필요함 - 삶의 이지, 시의 적절한 개혁 정치의 필요성

1. 이 작품의 작가가 집을 수리하는 과정에서 새롭게 깨달은 가치는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

지도 방법 : 이 활동은 문학 작품의 내적인 형식 가운데 정의적 측면을 분석해 봄으로써 문학의 구조적 특성을 이해하기 위한 것이다. 작품 속에서 작가가 깨달은 가치를 언급하고 있는 부분을 찾아서 잘 간추려 보도록 지도한다.

풀이 : 잘못이 있으면 바로 고쳐야 한다.

2. '나라의 정치'에서 '기둥'이나 '들보'가 함축할 수 있는 의미를 말해 보자.

지도 방법

이 활동은 유추를 통해 언어의 함축적 의미를 추리해 보는 활동이다. 먼저 기둥과 들보의 사전적 의미를 바탕으로 기둥이나 들보가 집이라는 구조물에서 담당하고 있는 기능을 이해하게 한 다음, 나라의 정치에서 그와 같은 기능을 담당하는 요소가 무엇일까 생각해 보도록 지도한다.

풀이 : 나라를 떠받칠 만한 중요한 인재 / 동량지재[(棟梁之材) : 한 집안이나 한 나라를 맡아 다스릴 만한 인재) / 주석지신(柱石之臣) : 나라에 없어서는 아니 될 가장 중요한 신하]

3. '서까래'와 '추녀'의 사전적 의미를 알아보자.

지도 방법 : 이 활동은 특정한 어휘의 사전적 의미를 확인해 보도록 하는 활동이다. 가급적 그림을 곁들여 학생들이 서까래나 추녀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가능하다면 사전을 통해 직접 그 의미를 찾아보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풀이 :

서까래 : 마룻대에서 도리 또는 보에 걸쳐 지른 나무. 그 위에 산자를 얹는다.

추녀 : 네모지고 끝이 번쩍 들린. 처마의 네 귀에 있는 큰 서까래. 또는 그 부분의 처마.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인간의 삶의 이치와 나라를 다스리는 경륜을 실생활의 체험을 예로 들어 깨우쳐 주고 있는 한문 수필로, 짧은 내용 속에 함축적인 교훈을 내포하고 있는 작품인데, 작은 잘못이라도 그것을 알고 미리 고치지 않으면 큰 문제로 비화하고, 더 큰 낭패를 볼 수 있다는 교훈이 바로 그것이다. 이 작품에서 작자가 강조하는 바가 설득력을 갖게 되는 것은 평범한 생활의 문제를 놓고 삶의 자세와 방법에까지 그 사상을 확대시켜 나간 점이다. 다시 말해서 비 온 뒤에 퇴락한 행랑채를 수리하는 평범한 일상의 문제를 제시하여 그 과정에서 느낀 점을 인간의 삶의 이치와 나라를 다스리는 경륜으로 확대하여 해석하고 있다. 이 글은 예시의 효과를 최대한 발휘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심화 자료

이규보의 또 다른 한문 수필들

돌과의 문답

돌과의 문답을 통해 인간은 안으로는 실상(實相)을 온전하게 하고, 밖으로는 연경(緣境)에 얽매이지 않기 때문에 물(物)에게 얽매이기도 하고, 물에 무심하기 때문에 사람에게 끌리기도 하고, 사람에게 아무 거리낌이 없기 때문에 흔들면 움직이고, 부르면 가고, 행할 만하면 행하고, 그칠 만하면 그치니, 가(可)한 것도 가하지 않은 것도 없는 빈 배와 같아야 한다는 처세훈적(處世訓的) 의식을 드러내고 있다. 곧 사람은 항상 자신의 본성을 보전하고 곧은 성품을 온전하게 지녀야 한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이와 개(犬) 이야기(슬견설)

개의 죽음을 보고 가슴 아파하는 나그네와의 문답을 통해 개(犬)와 이( )는 비록 그 크기는 다르지만 다같이 생명을 지닌 존귀한 존재라서 함부로 다루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또 달팽이의 뿔을 쇠뿔과 같이 보고, 메추리를 대붕(大鵬)과 동일시해야 한다는 생명 존중의 도(道)를 제시했다. 하찮은 미물도 예사로 보아 넘기지 않고 애정 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작가의 예리한 관찰력과 생명에 대한 애착이 나타나 있어 읽는 이에게 깨달음을 주고 있다.

게으름뱅이의 역설

집 단장에서부터 독서, 질병 치료, 이웃과의 왕래, 말하고 보는 것까지 만사에 게으르지 않은 것이 없는 사람에게 벗이 찾아와 좋은 노래와 술이 있다고 청하자 선뜻 응했다. 이에 벗이 홀연히 게으른 자세로서 게으른 병이 자신에게 옮았음을 한탄하며 만사에 게으른 사람이 색과 술에 게으르지 않는 것은 그 본성을 훼손시키며 몸을 패망시키는 것일 뿐이라고 충고한다. 곧 주색잡기만 추구하고 매사를 게을리 하는 사람을 경계하고, 늘 본성을 지키며 중심을 잃지 않고 바르게 살아가라는 교훈이 담긴 글이다.

고대 수필의 형식

 

문(文) : 중국의 산문 형식 중 그 연원이 가장 오래고 대표적인 형식으로 의사 전달을 위주로 하며 절박한 표현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우리 나라에서는 서거정의 〈동문선〉에 실린 글들에 이 문(文)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많은 제문(祭文), 비문(碑文), 축문(祝文)등이 이 형식을 취한다.

기(記) : 기록(記錄)한다는 뜻을 가진 말로서 기사(記事),지(志), 술(術) 등을 의미하며, 사물을 객관적으로 서술한 글이다. 최치원(崔致遠)의 '신라 가야산 해인사결계장기'나 이규보의 '몽험기(夢驗記)'등이 이 형식을 취한 글이다.

서(序)와 발(跋) : 서는 책의 첫 머리에, 발은 책의 끝에 쓴 글이다. 책에 대한 소개나 집필 동기, 감회 등 책의 내용을 압축하여 쓰는 탄력 있는 형식이다. 가장 학술적인 수필이라고 할 수 있다.

잡저(雜著) : 분류 체계가 곤란한 형식의 글들이기 때문에 붙은 명칭으로 자유로운 형식의 글이다. 대개 문집들을 문체별로 정리한 후에 남은 글들을 수록하는 경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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