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문학창고

이여도 / 요점정리 / 정한숙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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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자소개

    정한숙(鄭漢淑: 1922 - 1997)

평북 영변 출생. 1950년 고려대학 국문과를 졸업하였다. 1957~1988년 고려대 국문과 교수로 재직하였으며, 1982년 고려대학에서 명예문학박사학위를 받았다. 1988년 이후 고려대 명예교수로 활동하였으며, 펜클럽 한국본부 이사, 대한민국예술원 회원, 예술원 회장, 문예진흥원장 등을 지내면서 학계와 예술행정에 두루 업적을 남겼다.

1948년 《예술조선》지에 단편 《흉가》가 입선하여 문단에 데뷔한 이래 《배신(背信)》 《광녀(狂女)》 《내일에의 번민》 《준령(峻嶺)》 《닭》 《그늘진 계곡》 《바위》 《눈 내린 날》 등 다양한 소재를 도입한 단편소설을 발표하였으며, 특히 《전황당인보기(田黃堂印譜記)》 《고가》 《금당벽화》 등 전통문화를 소재로 한 주옥 같은 작품은 현대문학사에 한 줄기를 차지하는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대체적인 작품경향은 작품의 주제나 구성보다 다양한 언어구사에 치중한 편이다. 내성문학상, 3·1문화상, 예술원상, 대한민국예술문학상 등을 수상하였다.

 

이해와 감상

  <이여도>는 1960년에 발표된 정한숙의 작품으로서, 제목 '이여도'에서 알 수 있듯이 인간의 이상향이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마음 속에 있다는 주제 의식을 서정적으로 그려낸 소설이다.

'이여도'란, 지도상에 존재하지 않는 섬이지만 제주도 어부들의 마음 속으로 그리는 이상적인 섬이다. 즉, 어부들의 마음 속에 심층적으로 자리잡고 있는 유토피아를 의미한다. 이러한 '이여도'에 관한 전설적인 소재는 이청준의 <이여도>에서도 다루어진 바 있다.

<이여도>는 제주도 근처를 배경으로 하면서 주인공인 '나'의 회상과 추억을 그려낸 1인칭 주인공 시점의 작품이다. 이여도를 지키는 외로운 등대지기인 내가 노를 저으면서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내용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또, 이 작품의 배경이 되는 '바다'는 주인공 '나'의 삶과 어부들의 운명적 삶의 터전을 상징한다.

제주도 어부들이 이상적으로 그리고 있는 섬에 얽힌 이야기를 전아한 숨결이 느껴지게 다듬은 <이여도>를 통해서 정한숙은 인간의 숙명적인 삶의 세계, 혹은 과거와 추억 속에 잠겨 있는 인물을 통해서 전통적인 삶의 정한을 깊이 있게 탐구하고 있다.

이 같이 정한숙의 작품 세계는 전통적인 삶의 세계에 대한 현대적 해석을 하고 있는 것이 한 특징이다. 그는 어느 한 편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소재와 그에 합당한 필치를 사용하여 우리의 현실 속에서 사라져 가는 전통미에 대한 그의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따라서, 그의 작품 속에는 고유의 삶의 숨결을 지닌 소박한 인물들이 등장하여 자신들의 삶의 숨결을 통하여 고전적인 삶의 세계에 대한 현대적 의미를 깨닫게 해 준다. 그리고 정한숙의 문체는 이러한 주제 의식을 뒷받침하는 고아한 흐름을 지니고 있다. 그의 문장 속에는 서정적인 호흡을 느낄 수 있다.

<금당 벽화>, <황진이>, <처용랑> 등의 역사적 소재를 다룬 소설에서부터 <묘안 묘심(猫眼猫心)>, <닭>, <닭장 관리> 등의 현대적 삶과 현실을 다룬 소설에 이르기까지 그의 이러한 문학적 특징은 도처에 드러나고 있다. 특히, <전황당 인보기>, <백자 도공 최술> 등에서는 잊혀져 가는 전통적 삶의 감각을 심도 있게 그려내고 있다.

 

줄거리

  나의 추억은 불과 삼사십 호 정도의 마을 뒤에 있는 보리밭과 그 보리밭을 지나 올라가는 오솔길, 그리고 언덕에서 내려도 보이는 바다에 잔잔하게 어려 있었다. 바다가 모든 것을 간직하고 있듯이 내 가슴 속에 잔잔하게 넘쳐흐르는 것도 바다뿐이라 할 수 있다. 나의 추억은 바다 속에 그대로 살아 남아 있다.

유년 시절, 순복이와 상운, 그리고 나는 마을 사람들로부터 전해 듣던 '이여도'를 찾아가기로 했다. 노를 저어 가다가 바람에 휘말려 그만 표류하게 되었다. 결국 우리는 '이여도'를 찾지 못하고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나와 같은 반이었고 동갑내기였지만 나보다 조숙해 보였던 순복이는.

"이여도가 바다에 있다고 전 생각하고 싶지 않아요."

라고 말하였다. 그녀는 열기를 띤 목소리로 단정적으로 말했다.

"그러면?"

하고 내가 그녀의 빛나는 시선을 피하며 묻자, 그녀는,

"바로 여기가 이여도가 아닐까요? 우리가 지금 앉아 있는 디딤 바위가 서 있는 언덕 말이예요."

라고 말했다.

그녀의 말을 듣고 난 후 나는 '이여도'에 얽힌 전설에 대한 새로운 깨달음이 마음 속에 자리잡았다. 그것은 '이여도'란 이상적인 섬은 마을 사람들의 꿈속이나 바다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이여도'란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디딤 바위의 언덕라는 사실을, 우리 마을과 우리 마을 사람들의 마음 속에 존재한다는 사실이었다.

어느 날 '이여도'를 찾던 시절의 내 나이와 같은 나이의 길남이가 나에게 물었다.
"아저씨, 이여도가 어디 있지요?"
"이여도는 저 수평선 끝에 있단다."
"아저씨, 오늘 이여도란 섬에 가 봐요."
"못 간다, 오늘은. 길남이가 어서 자라지 않으면 못 가."

나는 팔뚝에 힘을 주며 다시 노를 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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