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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지바고/ 보리스 파스테르나크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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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지바고/ 보리스 파스테르나크


 

13

그들이 중부 러시아를 지나 동쪽으로 향하는 동안에 묘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그들은 최근에 반란이 진압된 마을들을 지나면서 무장한 도적떼들이 들끓는 불안한 지역을 통과했다.

어디인지도 모르는 곳의 한가운데서 기차는 자주 멈추었고, 치안 순찰대들은 승객의 서류와 짐을 검사했다.

한번은 밤중에 멈추었는데 들어오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유리이 안드레예비치는 혹시 사고가 일어나지나 않았는지 보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어두웠다. 확실치 않은 어떤 이유에서 기차는 철로 양쪽에 전나무들이 늘어선 정거장도 없는 들판에서 섰다. 먼저 밖으로 나와 눈 속에서 발을 구르고 있던 다른 승객들이 유리이 안드레예비치에게, 잘못된 일은 하나도 없지만 이 지역은 위험하니까 먼저 수동차로 검사를 하기 전에는 더 가지 못하겠다고 기관사가 거부를 했다고 얘기해 주었다. 그를 타이르고 필요하다면 담뱃값이라도 쥐어 주려고 승객들의 대표가 갔다. 수병들도 역시 끼여들었으니까 틀림없이 잘 되리라고 사람들이 말했다. 굴뚝들이 불을 뿜는 빛과 화실(火室)의 이글거리는 불빛으로 기차 앞의 눈은 모닥불을 피운 것처럼 이곳 저곳 환했다. 이 불빛에 기관차 앞으로 달려가는 어두운 그림자 몇이 모습을 드러냈다.

기관사로 보이는 첫번째 사람은 발판 끝에 이르자 완충기를 뛰어넘어서 땅이 삼켜 버리기라도 한 듯 사라져 버렸다. 그를 추적하는 수병들도 마찬가지로 잠깐 동안 모습을 드러냈다가는 사라졌다. 어떻게 일이 돌아가는지 궁금해진 유리이 안드레예비치를 포함한 승객 몇 사람이 살펴보려고 그 쪽으로 갔다.

완충기 너머 앞으로 뻗어 나간 철로에서 그들은 놀라운 광경을 보게 되었다. 기관사는 허리까지 눈 속에 파묻힌 채 서 있었다. 뒤쫓던 사람들은 잡으려는 짐승을 둘러싼 사냥꾼들처럼 그의 둘레에서 반원을 이루었는데 그들 역시 허리까지 눈속에 파묻혔다.

"고맙기도 하구나, 동지들, 멋진 바다 제비 나리들."

기관사가 소리를 질렀다.

"동지인 노동자를 수병들이 총을 들고 쫓아다니다니, 정말 볼만해. 기차를 세워야 한다는 말밖에는 한 짓도 없는데 말야. 승객 동지들, 내 증인이 되어서, 여기가 어떤 곳인지 보라구. 누가 배회를 하다가 죔쇠를 뽑아 갈지도 모르는 곳이지. 이 거지 같은 새끼들아, 내가 내 몸을 걱정을 해서 그러는 줄 알아? 마음대로 해. 내가 이러는 건 다 너희들을 위해서이고, 아무 사고도 없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야. 기껏 고생하니 이게 보답이로구나? 마음대로 해. 어서 날 쏘지 그래? 나 여기 있어. 승객 동지들, 난 도망치지 않을 테니까. 잘 보라구."

모여 선 사람들 사이에서 얘기들이 오갔다.

"진정해요, 영감님……. 진심에서 그러는 게 아니니까요……. 만약 그렇다면 아무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진심에서들 그러는 건 아녜요, 진심에서 그러는 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그의 편을 들었다.

"맞았어, 가브릴카. 떳떳하게 버티라구요! 호락호락 넘어가지 말고!"

눈에서 기어 나온 첫 번째 수병은 머리통이 어찌나 큰지 얼굴이 납작해 보이는 붉은 머리의 거인이었다. 그는 승객들에게 돌아서서, 보로니우크처럼 우크라이나 억양으로 굵고 조용하고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는데, 그의 침착함은 묘하게도 사태에 어울리지 않았다.

"미안합니다만, 왜들 이렇게 소동을 피웁니까? 이 추위에 감기라도 걸리지 않도록 조심해요, 시민 동지들, 바람이 심하군요. 어서 제자리로 돌아가서 몸을 녹이시는 게 어떨까요?"

모인 사람들은 서서히 흩어졌다. 거인은 아직도 흥분한 상태인 기관사에게 가서 말했다.

"발작은 그만하면 충분해, 기관사 동지. 눈에서 나와, 어서 가자구."

14

이튿날, 바람에 불린 눈가루에 그대로 덮인 철로에서 탈선을 하지 않으려고 거북이걸음으로 기어가던 기차는 사람이 보이지 않고 완전히 불타 버린 폐허 옆에 멈추었다. 니즈니 켈메스 역에서 남은 것이라고는 시커멓게 탄 건물 정면에서 아직 희미하게 읽어 낼 수 있었던 이름뿐이었다.

그 너머에는 눈에 뒤덮인 황폐한 마을이 하나 있었다. 이 곳 또한 화재로 피해를 입었다. 끝 집은 새까맣게 탔으며, 그 옆집은 구석의 목재가 무너진 곳이 푹 꺼졌으며, 길거리는 온통 부서진 썰매와 울타리와 녹슨 쇳조각들과 때려 부순 가구들로 뒤덮였고, 눈은 숯검정으로 지저분했으며, 반쯤 탄 나무토막들이 뻗쳐 나온 얼어붙은 물구덩이들에는 시커먼 흙이 드문드문 드러나서, 화재와 그 불을 끄려고 애쓰던 흔적들을 보여 주었다.

그 곳은 사실 눈에 보이는 것처럼 생명이 사라지지는 않아서, 아직도 사람들이 좀 있었다. 역장이 폐허 속에서 일어섰고, 경비원은 기차에서 뛰어내려 그에게 위로의 말을 했다.

"여긴 몽땅 다 타버렸나요?"

"무슨 소린지 모르겠군요."

"모르는 편이 좋겠지요."

"스트레니코프 얘기는 아니겠죠!"

"왜요? 당신들이 무슨 짓을 저질렀나요?"

"우린 아무 짓도 하지 않았고 옆 마을 때문인데, 버릇을 고쳐 준다고 우리까지 당하게 되었어요. 저기 저 마을 보입니까? 니즈니 켈메스는 우스트 넴딘스크 군 소속인데, 다 그 사람들 때문이었어요."

"그럼 그 사람들은 무슨 죄를 지었나요?"

"심한 죄는 다 지은 셈인데, 한 가지 꼽는다면 가난한 농민 위원회를 해체시켰고, 또 한 가지는 (그 사람들은 모두 타타르 인들이라, 아시다시피 말을 타는 사람들이니까) 적군에게 말을 조달하기를 거부했고, 동원령에 항거한 것이 셋째가 되겠죠. 그렇게 된 거랍니다."

"네, 알겠어요. 알 만합니다. 그래서 그들이 포격을 가했군요?"

"당연하죠."

"무장 열차에서요?"

"물론이죠."

"안 됐군요. 진심으로 동정합니다. 하지만 우리들은 어쩔 수가 없어요."

"그리고 다 지나간 얘기이기도 하구요. 한데 내가 들은 소식도 뭐 별로 좋지 않습니다. 당신들은 여기서 이틀쯤 묵어 가야 될 겁니다."

"농담 마세요! 나는 보충 병력을 전방으로 데리고 가는 길입니다. 이건 긴급한 일이오."

"절대로 농담이 아닙니다. 이 곳에서는 한 주일 내내 눈보라가 쳤는데 철로에는 어디에나 눈이 쌓였을 것이고, 그것을 치울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마을 사람들은 반이나 도망을 쳤죠. 나머지 사람들을 동원하겠지만, 그걸로는 모자라요."

"제기랄, 어쩌면 좋담?"

"어떻게 해서든지 치우도록 해 보겠어요."

"눈은 얼마나 깊이 쌓였나요?"

"그렇게 심하지는 않습니다. 가장 심한 곳은 중간 부분인데. 길이가 2마일쯤 되니까 틀림없이 고생을 해야 될 거예요. 더 멀리 나가면 숲 때문에 철로는 심한 눈을 피할 수가 있었죠. 그리고 이 쪽은 터진 곳이라 눈이 바람에 좀 날아갔습니다."

"제기랄, 이게 무슨 꼴인가! 내가 승객을 모두 동원하겠습니다."

"나도 그런 생각을 해 봤죠."

"수병과 적군 장병은 동원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노동 징용자들이 잔뜩 있고 다른 승객들도 있으니까, 전부하면 7백 명은 될 겁니다."

"그 정도면 충분하고도 남아요. 삽을 가져오면 당장 시작하죠. 삽이 좀 모자라서 옆 마을로 구하러 사람을 보냈어요. 어떻게 될 겁니다."

"맙소사, 이게 무슨 꼴이람! 우리 힘으로 될 수 있을까요?"

"되고말고요. 군인만 많으면 도시도 빼앗을 수 있다고들 하던데, 기껏해야 철로 아녜요? 걱정 마세요."

15

철도를 치우는 데는 사흘이 걸렸고, 지바고 일가는 물론 니우샤도 일을 거들었다. 그 때가 여행 도중 가장 좋았던 사흘이었다.

풍경은 은밀하고 물러나 앉은 듯한 분위기를 지녔다. 그것은 아크사코프가 묘사한 곳들이나 푸가초프의 봉기에 대한 푸슈킨의 소설을 연상시켰다. 폐허가 신비감을 더욱 북돋웠지만, 밀고자들이 두려워서 승객들을 피하고 자기들끼리도 얘기를 하지 않던 나머지 마을 사람들의 긴장은 마찬가지였다.

일꾼들은 셋으로 패를 갈라서 노동 징용자들과 민간인들이 섞이지 않게 했다. 무장한 군인들이 일하는 사람들의 패거리를 따로따로 감시했다. 분리된 패거리들이 동시에 여러 곳에서 철로를 치웠다. 그들 사이의 눈더미들이 서로 시야를 가렸으며, 그 눈더미들은 마지막까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일꾼들은 하루 종일 바깥에서 지내고 잠을 잘 때만 돌아갔다. 날마다 날씨가 맑고 추웠으며, 삽이 모자라서 교대가 빨랐다. 즐겁기만 했다.

지바고가 일하던 주위는 경치가 훌륭했다. 동쪽은 계곡으로 뻗어내렸고 지평선까지 펼쳐진 평탄한 언덕들로 다시 솟았다.

언덕 꼭대기에는 바람에 그대로 노출된 집이 한 채 있었는데, 그 곳의 대정원은 여름이라면 울창했겠지만 서리가 레이스처럼 수놓은 지금은 피신처가 하나도 없었다.

눈은 부드러운 온갖 형태를 빚어 냈다. 그것은 봄이면 철둑밑 구름 다리로 쏟아져 내려갈 굽이치는 개울 바닥을 그대로 드러냈지만, 지금은 물오리 솜털 속에 머리를 파묻고 요람 속에 누운 아기처럼 눈 속에 잠겨 있었다.

언덕 위의 저 집에는 누가 살고 있는지, 아니면 어느 토지 위원회가 차지해서 빈 채로 그냥 폐허가 되어 가고 있는지 지바고는 궁금하게 생각했다. 한때 저 곳에서 살던 사람들은 지금 어떻게 되었을까? 그들은 해외로 도피를 했을까? 아니면 농민들에게 죽음을 당했으려나? 아니면 호감을 사서 기술자로 어느 지역에 정착하도록 허락을 받았을까? 만일 그냥 남아 있었다면, 스트레니코프가 그들을 살려 두었을까, 아니면 그들은 부농들과 같은 운명을 맞았을까?

그 집은 그의 호기심을 자극했지만 구슬픈 침묵을 지키기만 했다. 요즈음에는 질문을 하면 안 되었고, 대답을 해 주는 사람도 없었다. 그러나 거의 눈을 멀게 할 정도로 밝은 태양이 순수한 흰 빛깔 위에서 반짝였다. 매끄러운 표면을 삽이 정말로 산뜻하게 자르고 들어갔다. 삽질을 할 때마다 파삭파삭하고 찬란한 다이아몬드처럼 눈이 담겨 나왔다. 그는 어렸을 적에 집에서 누빈 고깔모자를 쓰고 고리로 잡아 맨 검은 양가죽 옷을 입고 곱슬곱슬한 양털로 눈 가를 가린 채 눈부신 눈을 잘라 육면체와 삼각추, 파삭 과자, 성벽, 혈거인들의 도시를 만들던 시절이 머리에 떠올랐다. 그 먼 옛날의 삶은 풍취가 있었고, 보고 먹는 모든 것이 축제 같았었다.

그리고 지금의 이 사흘도 축제 같은 인상을 주었다. 그럴만도 했다! 밤이면 일꾼들은 누구의 명령으로 어디에서 가져왔는지는 몰라도 따뜻하고 신선한 빵덩어리들을 받았다. 꼭대기는 매끈거리고, 옆이 갈라지고, 바닥에는 숯 조각들이 박혀 있는 그 빵은 파삭파삭하고 맛이 좋았다.


요점 정리

 지은이 : 보리스 파스테르나크(Boris Pasternak)

 갈래 : 장편 소설

 성격 : 서정적. 낭만적. 현실 비판적

 표현 : 혁명에 대한 냉소적이고 비판적인 묘사. 사랑에 대한 서정적 접근

 제재 : 러시아 볼셰비키 혁명

 주제 : 혁명의 실상과 남녀 간의 사랑

 의의 : 혁명의 실상을 비판적으로 묘사한 작품으로 노벨상 수상작임. 영화화하여 큰 인기를 모았음

 줄거리 : 제정 러시아에서 의과 대학을 졸업하고 의사가 된 지바고(유리이 안드레예비치)는 아내 토냐와 행복한 생활을 하던 중 제1차 세계 대전이 한참 진행되던 상황에서 군의관으로 입대한다. 전장에서 지바고는, 남편이 자원 입대한 후 소식이 끊기자 혹시 하는 마음에서 간호원으로 자원한 라라와 운명적으로 만나게 된다. 전쟁이 끝나가면서 다시 모스크바로 돌아온 지바고는 옛날의 생활로 돌아가고자 했으나 러시아 전역을 서서히 휩쓰는 혁명의 대열에 적극 동참하지 못하고 시련의 나날을 보내게 된다. 혁명에 회의를 품은 지바고는 결국 가족들을 데리고 우랄 지방으로 이사를 가기로 결심한다. 우여곡절 끝에 기나긴 기차 여행을 마친 지바고는 바리키노라는 조그만 시골에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한다. 어느 날 도서관에 들렀던 지바고는 우연히 라라를 만나게 되고, 두 사람 사이에는 사랑이 싹트게 된다. 라라의 집에서 두 달 정도를 보내던 중 문득 아내에 대한 죄책감을 느끼고 일단 집으로 돌아가던 지바고는 도중에 군의관을 구하던 파르티잔에 붙잡혀 포로 생활을 시작한다. 파르티잔이 패주하는 과정에서 기적적으로 살아 남은 지바고는 옛날 그 집에서 그 때 껏 살고 있던 라라와 감격의 재회를 한다. 아내와 식구들이 떠나고 없다는 말을 들은 지바고는 그 곳에서 라라와 함께 살면서 아이까지 두었지만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라라와 함께 바리키노로 옮겨가서 잠시나마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적막과 생활고에 시달리던 그들은 라라의 제안으로 다시 도시로 돌아가기로 했다. 그들이 떠나기로 한 그 날 아침 지바고는 혁명군의 부름으로 그 지역 인민 위원회에 출두를 했고, 거기에서 라라의 옛 남편이자 혁명군의 군사 지도자였던 스트레니코프가 총살을 당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그리고 다시 돌아와 보니 소식을 들은 라라는 이미 떠나고 없었다. 라라에 대한 그리움으로 며칠을 그 곳에서 보내던 중 뜻밖에도 총살을 당했다던 스트레니코프가 찾아오고 그와 함께 혁명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다. 그리고 며칠 후 스트레니코프도 떠나간다. 지바고는 혁명이 성공하고 소련정부가 새로운 경제 계획을 진행시키던 때에 모스크바로 돌아와 그 옛날 피난을 가던 시절에 만났던 젊은이를 다시 만나 우정을 나누며 살다가 생을 마치게 된다.

 내용 연구

 앞부분 내용 : 주인공은 혁명의 과정에서 거기에 동조할 수 없어 다른 곳으로 피해가는 중이다.

 그를 타이르고 필요하다면 담뱃값이라도 쥐어 주려고 승객들의 대표가 갔다. : 부패가 만연된 사회상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승객들은 으레 기관사가 웃돈을 요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최근에 - 지역을 통과했다 : 당시 러시아에서는 혁명에 반대하는 난리가 곳곳에서 일어났으며, 혁명군에 의해 진압이 되고 난 후에는 폐허가 되다시피해 도적 떼가 들끓는 등 혼란한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어디인지도 모르는 곳의 - 서류와 짐을 검사했다 : 주인공이 타고 가는 기차에는 주로 피난을 가는 사람들과 혁명군을 지원하기 위한 보충 병력 및 포로들이 타고 있었는데, 혁명군들은 아무데서나 기차를 세워 혹시 반혁명 세력은 아닌가 해서 검문을 하고 있다.

 동지 : 러시아 혁명은 발트 함대 수병들의 봉기와 더불어 일어났으므로 혁명의 동지라는 뜻으로 쓴 말이다. 또, 고리키가 쓴, 같은 제목의 소설을 비유하기도 한다.

 동지인 노동자를 - 정말 볼만해 : 수병들은 혁명의 주된 세력이고 노동자는 사회주의 사회에서 중심이 될 계급이기에 동지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누가 배회를 하다가 - 모르는 곳이지 : 허허벌판에 놓여 있는 철로이기 때문에 굶주린 사람들이 팔아 먹기 위해 레일을 고정해 주는 쇠를 뽑아다가 팔아 먹을지 모른다는 뜻으로 당시 러시아 사회의 궁핍한 상황을 말해 주고 있다.

 완전히 불타 버린 폐허 : 황폐한 마을은 혁명의 와중에서 불에 탄 것이다. 혁명의 한 단면을 보여 준다.

 발작은 그만하면 - 어서 가자구 : 사람들이 편드는 바람에 기관사의 말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지만 수병은 아직 기관사를 미심쩍어 하고 있음이 그 어투를 통해 드러나고 있다.

 무슨 소린지 모르겠군요 : 역장은 기차에서 내린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모르기 때문에 잔뜩 경계심을 품고 있다. 불에 타 버렸다는 사실을 인정하면 누가, 왜 그랬느냐는 질문이 이어질 것이고 그에 대답하다 보면 자칫 혁명군에 대해 부정적인 말이 튀어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스트레니코프 : 혁명군의 군사 지도자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인물. 뒤에 라라의 남편임이 드러남

 우스트 넴딘스크군 : 반혁명 세력에 가담했던 지방 군대로 니즈니 켈메스를 본거지로 삼고 있다.

 적군에게 말을 조달하기를 - 그렇게 된 거랍니다. :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말을 조달하기를 거부하고 동원령에 응하지 않았지만, 그것을 죄로 몰아 마을을 모두 불질렀다는 사실에서 혁명이 진정 무엇을 위한 것이었나 하는 회의를 품게 된다. 주인공이 왜 도피를 하게 되었는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게 해주는 장면이라는 점을 알고 감상하도록

 스트레니코프 얘기는 아니겠죠 : 역장은 '모르는 편이 좋다'는 경비원의 말에서 자기 마을을 폐허로 만든 사람이 혹시 반혁명 세력을 제거한다는 명목으로 닥치는 대로 마을을 불태우고 사람들을 살상한 것으로 알려진, 혁명군 지도자 스트레니코프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떠올리고 있다. 그러면서도 그가 혁명군 지도자이기 때문에 함부로 단정지을 수 없어 이런 식으로 표현하고 있다. 역장이나 경비원 모두 혁명군의 지나친 행위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음이 드러난다.

 수병과 적군 장병은 동원할 수 없습니다 : 수병은 혁명군의 일원으로 포로들을 압송해 가는 중이므로 그들을 감시하기 위해 내려서 일을 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 때가 여행 ∼ 사흘이었다 : 반혁명 분자를 색출하려는 혁명군을 피해 가야만 하는 사실 자체가 생사의 긴박감을 수반한다. 눈을 치웠던 사흘 동안은 혁명군에게 체포될 위험성에 대한 걱정에서 벗어나 일에만 몰두할 수 있었으므로, 역설적으로 보면 홀가분했다는 뜻이다.

 아크사코프 : 러시아의 시인

 푸슈킨 : 1773년의 러시아 농민 반란 지도자인 푸카초프의 삶을 다룬 '푸카초프의 반란사'를 말함

 폐허가 신비감을 ∼ 마찬가지였다 : 혁명의 와중에 폐허로 변해 버린 마을이 겉으로 보기에는 신비로울 정도였다. 그러나 밀고자들이 반혁명군을 색출하고 있기 때문에, 타지 사람들은 물론 예전에는 친밀했던 마을 사람들끼리도 서로 마음을 터놓고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삽이 모자라서 교대가 빨랐다. : 삽이 모자랄 정도라면 경제 상황이 여의치 않거나 아니면 필요 이상으로 많은 노동력이 동원되었다고 추측해 볼 수 있다. 하여튼 노동 자체가 힘든 것이 아니라 강제된 주변의 분위기가 힘들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눈 : 인물이 처한 급박한 상황을 선명히 부각시킨다.

 그 곳의 ∼ 하나도 없었다 : 대정원이 딸린 것으로 보아 그 곳에 살았던 사람이 귀족이나 지주, 부농이었을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지바고는 그 곳에 들어가 살고 싶지만 너무 눈에 띠어 피신처로서는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

 한때 저 곳에서 살던 사람들은 지금 어떻게 되었을까 : 부농이나 혁명에 미온적이었던 사람들은 모두 죽음을 당하였다. 이런 사실을 회고하고 마을 사람들의 운명에 대해 추리·상상함으로써 혁명의 무자비성과 비인간성이 드러나고, 그에 대한 반감이 간접적으로 드러난다. 급변하는 혁명의 분위기로 인해 사람들의 운명이 시시각각 바뀌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요즈음에는 질문을 - 사람도 없었다 : 반혁명 세력이나 불평 불만자들을 색출해 내기 위한 감시의 눈초리가 번득이고 있기 때문에 함부로 질문을 하거나 대답을 할 수 없는 숨막히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음을 말해 준다.

 그는 어렸을 적에 - 머리에 떠올랐다 : 기차를 타고 여러 곳을 거쳐 오는 동안 혁명이 휩쓸고 간 폐허들을 바라보면서 혁명에 대한 회의가 더욱 깊어진 주인공이 옛날을 회상하고 있다. 주인공의 이러한 회고적인 태도는 작품 전체를 통해 계속되면서 작품의 분위기를 이끌어 가고 있다.

 이해와 감상

 20세기 러시아 문학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는 이 소설은 혁명의 와중에서 드러나게 되는 인간의 참된 모습을 보여 준다. 그리고 사랑과 고난을 통해 혁명에 대한 비판적인 입장을 상징적으로 그려 낸다. 세련된 문체와 상징적이며 철학적인 내용과 대화, 서정적인 아름다움과 서사시적인 사건 전개는 문학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하다. 흔히 상징적 리얼리즘 소설로 분류되는 이 소설은 그 제목 자체부터 상징적이다. 제목에 쓰인 '지바고'는 '살아 있는, 생생한' 등의 뜻을 가진 형용사인 '쥐보이'의 소유격 형태로, 1917년 러시아 혁명 이전의 사회 체제가 아직 '살아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작가 자신이 혁명 후의 체제에 반대하는 뜻을 함축하고 있다.

 

 이 소설은 사랑과 혁명의 두 가지 주제를 다루고 있는 작품이지만, 이 작품을 지바고와 라라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에만 주목하면 그 의미는 반감된다. 이 작품이 전세계 많은 독자들의 감동을 불러일으킨 것은, 사랑이라는 인류 보편의 주제와 함께 1917년의 혁명을 전후한 러시아 사회의 특수한 역사를 적절하게 조화시켜 형상화했기 때문이다. 이 소설이 우리 나라에서도 많은 독자들로부터 사랑을 받았던 일차적인 이유도 거기에 있다. 남과 북으로 나뉘어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는 조국의 현실이 러시아의 역사와 깊은 관련을 가진다는 점, 혁명으로 겪게 되는 삶의 고통과 사랑은 우리도 익히 체험한 바 있다는 점 등이 이 작품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킨 바 있다. (출처 : 김대행·김동환 공저 교학사 문학)

 

 

이해와 감상2

 러시아의 볼세비키 혁명 전후를 무대로 하여 시인이며 지식인인 의사 지바고가 혁명 전야에서부터 모스크바 거리에서 심장마비로 쓰러지기까지의 그의 사랑과 삶을 그린 장편 소설이다. 의사 지바고는 전형적인 지식인으로 혁명을 맞이해서도 자신은 진리를 탐구하는 고독한 사람들의 하나로만 알고 자신의 평범한 삶을 살아가려고 한다. 그러나 혁명은 그의 운명에 변화를 가져오며 이에 대해 그는 소외감을 가지며, 점차 혁명 그 자체에 반감을 가지게 된다. 완고하게 자신을 방어하면서 자아의 가치를 절대적으로 신봉하는 지바고는 틀에 박힌 삶을 벗어나 자유롭고자 하며, 이 때문에 작품에는 무언가 미래에 대한 밝은 전망이 나타난다. 1945년에 완성되었으나 발표되지 못하다가 이탈리아에서 출판되어 이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작가의 사퇴로 정치와 문학의 관계에 대한 논쟁을 야기했다.의사 지바고는 아내 토냐의 행복하게 살아가던 중 제 1 차 세계 대전이 발발하여 군의관으로 입대한다. 지바고는 전쟁이 끝나 다시 모스크바로 돌아오지만, 러시아 전역에 열풍처럼 퍼져 가는 혁명의 분위기에 당혹감을 느끼고 회의와 불안의 나날을 보내게 된다. 혁명을 회의한 지바고는 가족들을 데리고 우랄 지방으로 도피적인 이사를 감행한다.

 

 여기에 실린 대목은 혁명군의 감시를 피해 우랄 지방을 찾아가는 지바고 가족의 급박한 상황을 담고 있다. 혁명군들은 박혁명 분자를 색출하려고 자주 기차를 세우고는 승객들을 조사한다. 여기에서 적발되면 강제 유형을 당할 수도 있고 곧 죽을 수도 있었다. 목숨이 경각에 달린 상황에서 지바고 가족이 겪는 심리적 불안이 잘 표현된 부분이다. 눈 내린 주위의 정경은 너무나도 평화로워 급박한 시대 상황이나 지바고의 고통스러운 탈출 노력과 선명하게 대조되어 있다.

 

 전체적으로 반혁명의 이미지가 부각되어 있다고는 하나 무언가 미래에 대한 빛을 느끼게 하는 것은 작자의 인간의 생명에 대한 한없는 신앙과, '자유에 대한 예감은 전후 시대의 전체에 감돌고, 그 유일한 역사적인 내용을 이루고 있었다.'고 하는 인식 때문일 것이다.

 

 이 소설은 시와 산문이 교차하는 지점에 새로운 표현의 가능성을 모색해 온 작자의 숙원이 실현된 작품이라 하겠다. 소설의 주인공은 의사 유리 지바고로, 러시아혁명이 정치적·사회적인 선택을 용납하지 않는 절박한 시대상황 속에서도 개인적인 자유의 세계로 성실하게 살아가려는 지식인의 모습들이 그려져 있으며, 자연과의 교감, 영원한 러시아를 상징하는 여성 라라에 대한 그의 사랑, 시대의 편승자와 낙오자로 구분되는 수많은 작중인물의 운명을 통해 혁명과 사회주의의 현실에 대한 심각한 환멸, 종교적인 새로운 통일적 원리에 대한 동경을 표현하고 있다.

 심화 자료

 기차 여행의 상징성

 이 작품에 나타나는 기차 여행은, 혁명이라는 역사적 현실로부터 벗어나려는 작자나 주인공의 의식과 그러한 개인의 의식과는 관계 없이 진행되는 역사의 흐름을 동시에 보여주는 요소이다. 기차는 앞으로 나아간다는 데서 미래 지향의 의미를 지닌다. 러시아의 대표적인 작가 톨스토이가 흔히 애용하였던 이 기차 여행 모티브는 러시아 문학의 영향을 받은 우리 근대 초기 문학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이광수의 '무정', 염상섭의 '표본실의 청개구리', '만세전' 등에 나타나는 기차 여행이 그 예이다. 문학의 상호 관계는 이처럼 기법이나 구성과 관련되어 나타나기도 한다.

 파스테르나크 Boris (Leonidovich) Pasternak

1890. 2. 10(구력 1. 29) 모스크바~1960. 5. 30 모스크바 근처 페레델키노. 러시아의 시인.

 장편소설 〈의사 지바고 Doctor Zhivago〉로 1958년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결정되자 소련 내에서 커다란 반대가 야기되어 수상을 거부했다. 러시아 혁명의 잔혹함과 그 여파 속에서 펼쳐지는 방황, 정신적 고독, 사랑을 서사적으로 기술한 이 소설은 국제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나 소련에서는 비밀리에 번역본으로만 유포되었다.

 

 그는 교양 있는 유대인 가정에서 성장했다. 아버지 레오니드는 미술교수였으며 소설가 레프 톨스토이,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 작곡가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이들은 모두 이 집안을 자주 찾은 손님이었음), 그리고 레닌의 초상화를 그렸다. 어머니는 피아니스트 로자 카우프만이었다. 어린시절 파스테르나크는 조숙한 시인이었으나 음악가가 될 작정이었다. 6년간 음악이론과 작곡을 공부했으나 갑자기 철학으로 방향을 바꾸어 모스크바대학교와 독일 마르부르크대학교에서 철학 강좌를 수강했다. 제1차 세계대전중에는 신체상의 이유로 병역이 면제되는 대신 우랄 지방의 화학공장에서 근무했고 혁명 후에는 소비에트 교육부 도서관에서 일했다.

 

 첫번째 시집은 1913년에 출간되었다. 1917년에는 놀랄 만한 2번째 시집인 〈장벽을 넘어서 Poverkh baryerov〉를 펴냈으며, 〈누이, 나의 삶 Sestra moya zhizn〉(1922)을 출간하면서 역량 있는 신인 서정시인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 시기의 시는 상징주의의 영향을 반영한다. 러시아의 기준으로 볼 때는 비록 전위적이고 비교적(敎的)이었으나 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나 1933~43년의 작품은 공식적인 작품양식(사회주의 리얼리즘)과 너무 동떨어져 출판이 불가능했으며 1930년대말의 대숙청 기간에 그는 자신의 안전을 위해 전전긍긍해야 했다. 그가 스탈린의 고향 그루지야 시인들의 작품을 번역했기 때문에 숙청에서 제외되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셰익스피어, 괴테, 영국의 낭만주의 시인들, 베를렌, 릴케 등을 번역하면서 간신히 생계를 유지했다. 1956년 파스테르나크는 큰 기대에 부풀어 모스크바의 유력한 월간지에 소설 〈의사 지바고〉를 기고했으나 "10월혁명과 혁명의 주역인 인민, 소련의 사회건설을 중상했다"는 비방과 함께 거부당했다. 1957년 이 소설은 이탈리아의 출판사를 통해 서유럽에 알려지게 되었는데, 파스테르나크에게서 저작권을 사들인 그 출판사는 '수정을 위해' 원고를 되돌려달라는 요청을 거절했다. 영역본이 출간된 1958년에는 이미 18개 국어로 번역되어 있었다.

 

 노벨상 수상 소식이 알려지자 소련에서는 파스테르나크 탄핵운동이 일어났다. 그는 작가동맹에서 제명되었으며 생계유지의 수단마저 빼앗겼다. 공공 모임에서는 그를 국외로 추방하자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는 제1서기장 흐루시초프에게 "조국을 떠난다는 것은 내게 죽음을 의미한다"라는 취지의 탄원서를 써보냈다. 그는 페레델키노의 집에서 암과 심장병에 시달리며 여생을 보냈다. 영어로 번역된 작품으로는 단편소설과 자전적 작품 〈안전 통행권 Okhrannaya gramota〉(1931), 그리고 엄숙함과 고요한 내적 관조로 끝나는 그의 시작품 전체가 있다. 1987년에야 소비에트 작가동맹에서 파스테르나크의 사후 복권을 허락함으로써, 1958년 작가동맹에서 추방된 이후 불법으로 되어 있던 작품들의 적법성이 인정되었고, 드디어 〈의사 지바고〉가 소련 내에서 출판될 수 있었다. 시인 안드레이 보즈네센스키가 주도한 평가위원회는 복권에 덧붙여 페레델키노에 있는 그의 집에 기념관을 세울 것을 건의했다. (출처 : 브리태니커백과사전)

 주인공 하이라이트

 

 『의사 지바고』는 역사의 거친 소용돌이 속에서, 희롱되는 지바고와 라라의 비극적인 사랑을 주제로 한 것이지만, 주인공 지바고와 라라의 위에는 역사의 검은 그림자가 내려지고 있다. 지바고는 고아가 되었지만 모스크바의 지식인의 가정에서 자라, 상류 계급과 그 문화의 전형적인 체현자(體現者)가 된다. 그러면서도 감수성이 섬세하고, 뛰어난 의사이면서도 철학이나 문학을 연구하여, 이 장편의 마지막 부분에서 24편의 시를 발표하고 있는 시인이기도 하다. 그리고, 시인으로서, 자녕과 역사를 보는 시점(視鮎)이, 이 작품을 이해하는 중요한 열쇠가 되고 있다.


  지바고를 휘감아 버린 정잰과 혁명을 하나의 운명으로서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정신의 독립을 유지하고자 한다. 전쟁이나 혁명도, 그의 정신의 내부까지는 파고 들지 못한다. 처음에는 그것들에 대하여 강한 이화감(異和感)을 느끼지 못하고, 생활을 사랑 하면서 진실하게 살아간다. 그러나 혁명이 정신에게 지령을 내리려고 할 때, 자신의 할 수 있는 장소는 라라와의 사랑 그 자체속이다. 이것에서는, 파스테르나크 자신의 인생관, 아내 이외의 여성과의 사랑이라는 경험도 반영되고 있다


 파스테르나크는 정치를 일시적인 외적 요인으로 보고, 인간의 정신, 감정, 창조성을 곡하고 파괴하는 정치의 힘에 대하여서는, 항상 의의를 제기하고 있다. 혁명의 폭력에 반대하여, 「부드러움을 동하여서만 우리들은 최고의 선(善)에 도달할 수 있다」고 말하고, 마르크스주의를 「사실에서 멀리 떨어지고, 그 기반이 불확실한 자기 중심적인 운동」이라고 말하고, 권려자는 「자기의 무오류성(無誤謬性)의 신화」를 주장하기 위하여, 「진실을 무시하는데 저력을 다한다고 주장하는 지바고의 말은, 바로 파스테르나크의 견해이기도 하다.


  불행한 소녀 시절, 결혼 후에도 불행하였던 라라, 지바고에게는「무엇이라고 이름을 붙이거나, 이러니 저러니하고 심사할 수 있는 따위의」미(美)를 초월한 존재인 라라와 지바고의 우연한 회우 (會遇)는, 아름답고 비극적인 사랑 그 자체, 개인의 영혼과 자유의 존엄을 역사의 법칙에 대비시킨 것으로서 그려지고 있다. 그리고, 라라의 존재는, 푸시킨 이후의 전통이 되어 있는 근대 러시아 문학의 여성상에 이어지는, 극히 시적인 여성상의 하나가 되어 길이 길이 남을 것이다.

 명문구 낙수

 

 「유명해지는 것은 추악하고/세평은 인간을 높이지 않는다/문장의 산더미를 만드는 것보다는/원고를 아껴라/창작이 노리는 것은 돌아이고/센세이션이나 성공은 아니다/무지한 배들의 구설수에/오르는 억울함이여/살아라/거짓을 버리고, 언젠가는 우주의사랑을 내편으로 끌어들이고/미래의 외침을 듣는/그날을 위하여 살아라/사람들은 생소한 발자국을 더듬으며/한발 한발 너의 길을 따를 것이다/그러나, 패배냐승리냐를/스스로 판단하지 말아라/그리고 스스로도 후퇴하여서는 안된다/자신의 개성을 계속 간직하고/오로지 살아라./마지막그때까지」


*파스테르나크의 만년의 시의 한 구절이다. 『의사 지바고』의 주인공처럼, 불행하고 역겨운 한 시대를 살면서, 시를 써 온 시인이 마지막에 다다른 심경을 이 시는 그 무엇보다도 잘 말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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