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실수하면 처벌을 받는데, 판사가 실수하면 왜 처벌을 받지 않는가? (서울대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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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가 실수하면 처벌을 받는데, 판사가 실수하면 왜 처벌을 받지 않는가? (서울대 2000)

 

▶답 : 판사는 삼권분립의 원칙에 보호받고 있는 극히 공적인 일을 담당하는 사람입니다. 판사의 의무는 사회의 구성원들이 좀더 안정적으로 더불어 살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판사도 사람이기 때문에 오판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인정합니다.

 

그러나 판사에 대해 처벌이 가해진다면 이것은 사회적 안정의 핵심이 되는 법 집행자의 권위가 보장될 수 없는 결과를 낳을 것입니다. 따라서 판사의 오판에 대한 채찍질은 그것의 사회적 파급 효과와 그 외에 다른 면들을 생각할 때 책임․의무라고 하는 극히 도덕적인 범주에 적용될 것이지 처벌이라는 사법적 범주에서 행해지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반면, 의사의 의료 행위는 전문 지식을 가진 의사가 환자와의 사적 계약 관계를 통해 자신의 영리를 추구하는 행위입니다. 또한, 의료 행위의 특성상 전문 지식의 오용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고 이를 방지하는 것도 대단히 힘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법적 장치를 통해 의사의 의도적, 혹은 암묵적 의료 사고에 대해 엄중히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나 판사의 경우도 인간의 일인 이상, 오판의 가능성이 분명 존재하고 때로 개인적인 혹은 정치적인 압력들이 판결을 공정하지 못하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경우 나타날 수 있는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적 장치가 상소심 제도일 것입니다. 또, 그 이외에도 헌법재판소와 같이 잘못된 법 자체에까지도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민주 사회의 사법 제도는 판사의 자율성을 보장하여 양심적 판결을 유도하고, 그래도 나타날 수 있는 오판에 대해서는 제도적으로 공정성을 확인할 수 있는 장치를 갖추고 있으므로 판사의 실수는 법적으로 처벌받지 않습니다. 그러나 의사의 실수란 곧바로 생명과 직결되는 것이고 제도적 장치를 통해 그 피해를 돌릴 수 없는 사적 작업 행위이므로 법적으로 처벌을 받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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