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문학창고

윤사월 / 해설 / 박목월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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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사월 / 박목월    


1.  작가


    박 목 월(朴木月, 1916-1978 ): 본명은 영종, 경북 경주 출생. 1936년에 「문장」지(誌)의 추천으로 문단에 등단. 그의 초기 시는 동시로 출발했던 만큼 동심의 세계와 민요풍의 영향이 짙은 목가적이고, 애상적인 감미로운 시정이 주목을 끌었다. 이것은 그의 시 세계의 주류를 이루었으며, 이 시풍은 그의 중기 시의 성숙하고 깊이 있는 자연 친화의 시에 있어서나, 후기 시의 소박하고 소담한 생활의 시에 이르기까지 일관되어 있다. 그의 초기 시는 민요적 정취의 추구로 말미암아 음악적 율조에 치중되고, 중기 시는 이미지의 오버랩을 짐짓 노려 회화적 감각이 눈에 뜨인다. 후기 시는 이 두 가지 수법을 아울러서 누그러지게 풀고 비근한 생활의 주변에서 시의 소재를 골라 사설조로 다루는 것이 현저한 경향이다. 세칭 ‘청록파’의 한 사람. 시집에『청록집』(1946)(공저),『산도화』(1955),『난 기타』(1959), 『청담』(1964) 등과 동시집에 『산새알 물새알』,『초록별』, 수필집에 『주름의 서정시』, 『토요일의 밤하늘』, 『여인의 서』, 『행복의 얼굴』 등이 있다. 1955년 제 3회 자유문학상 수상.  

 

 

2.  작품 감상 (1)


  이 시는 7.5조의 민요적 율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초여름의 깊은 산 속의 정경을 서경적으로 읊으면서도, ‘송화가루, 꾀꼬리, 산지기 외딴집, 문설주’ 등 향토적 색감이 짙은 간결한 시어의 선택으로 한국적인 정적미(靜寂美)와 그 애절함을 인상 깊게 표현하고 있다.


  이 시에서 ‘눈먼 처녀’는 가난한 산지기의 과년(過年)한 딸이며 맹인이다. 설움과 고뇌의 주인공일 수밖에 없는 이 처녀가 문설주에 귀를 대고 꾀꼬리의 울음소리를 엿듣고 있는 모습은 ‘윤사월’과 ‘눈먼 처녀’가 주는 묘한 뉘앙스와 함께 한국적인 자연에 동화된 한 폭의 그림이다.


  이 시가 뛰어난 것은 적막하고도 애절한 이미지의 극치를 낭만적이며 향토적 정감이 어린 표현으로 노래한 데 있다. 그러기에 이 시는 단순한 자연미의 예찬이나 서정적인 시적 감흥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자연미 속에 융합, 조화되는 한국적 토속 감정을 형상화함으로써 더욱 그 빛을 더하고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3.  작품 감상 (2)
이 작품은 세련된 시어를 사용하여 순수한 산수의 서경과 인간 본연의 근원적 애수를 노래한 목월의 초기시 세계를 대표하는 민요풍의 서정시이다. 7․5조를 바탕으로 기․승․전․결의 구성을 취하고 있는 이 시는 어느 산 속의 풍경을 한 폭의 그림을 그리듯 보여 주면서, 그 속에서 눈 먼 처녀의 애뜻한 그리움을 담고 있다.


이따금 꾀꼬리의 울음 소리가 들려 오는 어느 한가로운 윤사월의 대낮, 노란 송화 가루가 바람에 날리는 외딴 봉우리 한구석에는 산을 지키는 산지기의 집이 한 채 외롭게 서 있다. 그 집에는 산지기의 딸인 듯한 눈 먼 처녀가 살고 있는데, 모춘(暮春)의 아름다운 경치를 볼 수 없는 그녀는 문설주에 기대어 꾀꼬리의 울음 소리를 들으며 봄의 아름다운 풍경을 상상하고 있다.


이 작품의 모티프는 ‘송화 가루’와 ‘꾀꼬리’, 그리고 ‘눈 먼 처녀’이다. 그런데 ‘송화 가루’는 시각적인 것으로 ‘눈 먼 처녀’와 직접적인 상관 관계를 가지지 못하게 되는데, 이 양자 사이에 교량적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꾀꼬리’의 울음 소리이다. 꾀꼬리의 울음에 의해서만 ‘눈 먼 처녀’는 윤사월의 무르익은 정경 속에 용해될 수 있기에 꾀꼬리의 울음은 바로 그녀가 자신의 존재 의미를 확인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된다. ‘외딴 봉우리’․‘외딴 집’․‘눈 먼 처녀’라는 세 가지 비극적 소재로 배합된 이 작품에서 ‘눈 먼 처녀’는 내면적 설움과 고뇌의 소유자로서 작품의 중심을 형성하며 한국적 자연의 일부로 동화되어 있는데, 그녀의 가련함에서 더욱 깊은 고적감, 비애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송화 가루’는 후각과 시각을 함께 드러내는 시어로 그것의 주된 색조는 ‘노랑’이다. 이것이 이 작품의 고적한 배경과 어우러지면서 토속적, 향토적인 애수와 고독을 더해 주고 있으며, 또한 꾀꼬리의 노란색과 결합되어 식물을 매체로 한 상상력과 동물을 매체로 한 상상력이 한국적 자연을 배경으로 하여 선명한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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