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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라산기(遊漢拏山記) / 면암 최익현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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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한라산기(遊漢拏山記) : 면암 최익현(崔益鉉) 기행수필

수단화(水團花)와 철쭉꽃이 좌우로 나란히 심어져 있는데, 바야흐로 꽃봉오리가 탐스럽게 피어나고 있어, 이 또한 비길데 없는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나는 이런 풍경에 취해 한참 동안 발걸음을 옮길 수가 없었다. (<상춘곡>의 '物我一體' 경지와 비슷함)

 

다시 언덕으로 올라와 동쪽으로 10리쯤 가니 죽성(竹城) 이라는 마을이 나오는데, 즐비(櫛比)한 인가가 대나무숲에 둘러싸여 있었다. 날이 저물어 어느 큰 집에 숙소를 정했다. 하늘이 컴컴하고 바람이 자는게 비가 올 것 같아 잠을 이루지 못하고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새벽에 일어나자마자 짐꾼에게 날씨를 물었더니,어제 초저녁보다 오히려 더 심하다는 대답이었다. 또, 바로 돌아갔다가 나중에 다시 오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그러나 나는 술 한잔과 국물 한 모금을 마신 다음,일행의 의사를 어기고 말을 채찍질하여 앞으로 나아갔다. 돌길은 험하고도 좁았다. 5리쯤 가니 큰 언덕이 나타나는데, 이름이 중산(中山)으로,대개 관원들이 산을 오를 적에 말에서 내려 가마로 바꾸어 타는 곳이었다.

 

바다와 산들이 차례로 자태를 드러내기에, 짐꾼을 시켜 말을 돌려 보내고, 가벼운 옷차림으로 짚신에 지팡이를고서 올라갔다.

 

(중략)

 

"이 산 구경을 중도에서 그만두자고 한 것이 모두 그대들이었는데, 어찌 조용히 삼가지 않는가 ?"

(안도감,반가움,기쁨이 내포-이랬다 저랬다 하는 데 대한 훈계로 정말 화를 낸 것은 아님)


* 감상 : 이 글은 최익현 선생이 제주도에서 유배 생활을 하고 풀려나던 해 봄에 한라산을 유람하 고 그 진면목을 적은 기행적인 글이다.

 

* 특징

1) 필자의 강인한 정신, 치밀한 관찰력, 비판적 안목이 담긴 글

2) 변화와 흥취를 대화(對話), 명시(名詩), 명구(名句)를 인용하여 효과적으로 표현

* 주제 : 한라산 탐승과 그 견문, 한라산 등반의 권유.

* 출전 : 면암집(勉庵集)(1931)

 

---  <한라산등척기>(이은상), <백두산등척기>(안재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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