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오의 ‘김강사와 T 교수’ - 해설 / 줄거리
by 송화은율유진오의 ‘김강사와 T 교수’ - 해설
< 해설 1 >
작가 : 유진오(兪鎭午, 1906 -1987)
서울 출생 . 호 현민(玄民) 경성 제국대학 법문학부 법과 졸업. 경성제대 재학 때부터 문우회를 조직 활동. 1927년 5월호 <조선지광>에 단편 스리를 발표하면서 문단에 등장. 이 무렵 그는 이효석과 함께 카프에 가입하지는 않은 채 프로 문학의 입장을 취하여 동반자 작가(同伴者 作家)로 불린다. 대표작에는 「김강사와 T교수」 (1935), 「창랑정기」(1938) 등 단편과 함께 장편 「화상보」 (1938)있다. 그의 작품은 모두 일제 치하에서 창작되어 무력한 지식인의 고뇌가 잘 드러나 있다. 이는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거의 모든 인물이 지식인이라는 것에서도 잘 알 수 있다.
등장 인물
김만필 : 문학사. 전문학교 시간 강사. 나약한 지식인.
T교수 : 김만필의 선임자. 교활한 성격의 소유자.
줄거리
문학사 김만필(金萬弼)은 동경 제국 대학 독일문학과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수재이며, 학생 시대에는 한때 문화비판회의 한 멤버로 적지 않은 단련의 경력을 가졌으며, 또 학교를 졸업한 후에는 일 년 반 동안이나 실업자의 쓰라린 고통을 맛보아 왔지만 아직도 “도련님” 또는 “책상물림”의 티가 뚝뚝 듣는 그러한 청년이었다.
김만필은 동경제국대학 독일문학과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수재다. 그러나 그는 취직난이 심한 때에 졸업을 한 탓으로 오랫동안 실업자 상태에 있었다. 그러다가 조선에 와 있는 관리 H과장의 주선으로 일본인 S전문학교에 시간강사로 나가게 된다. 그는 남에게 알려지면 별로 좋지 않은 학생 때의 전력이 있다. 학생 때 그는 좌익 학생운동 단체인 문화비판회에 관계한 적이 있다. 사상운동의 전력이 있는 자는 당시 사회에 잘 용납이 안 되었던 것이다.
그가 부임한 S전문학교는 분위기가 상당히 딱딱했다. 거기에다 새로 근무를 하게 되었기 때문에 김만필은 아주 서먹서먹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 그에게 친절하게 접근해 오면서 대하는 이가 있었는데 그가 바로 T교수였다. 그는 김만필에게 이 학교의 학생들은 매우 질이 좋지 않으니까 주의하라는 둥, 그 가운데서 스즈끼, 야마다, 가도란 자가 특히 문제라는 둥, 여러 가지 충고를 해준다. 김만필은 그가 매우 고마운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며칠 후 김만필은 취직에 힘을 써 준 H과장을 집으로 찿아간다. 그런데 그 대문 앞에서 T교수와 마주쳤다. 그는 보퉁이를 들고 먼저 부엌으로 들어가 하녀와 이야기하고 나왔고 김만필은 그런 그의 행동이 별로 좋게 보이지 않았다. H과장 집에서 나오게 되자 T교수는 김만필에게 차 한 잔 할 것을 권한다. 그리고 ‘세르팡’이라는 찻집에서 마주앉자 그는 김강사가 작년 어느 신문에 원고료를 탈 목적으로 쓴 ‘독일 신흥작가군상’이라는 논문을 아주 좋은 글이었다고 칭찬을 한다. 김만필은 그의 그런 말에 아주 기분이 나쁘다. 그 글의 내용은 독일의 좌익작가를 다룬 것이었다. 따라서 그로서는 학교가 그걸 알아서는 좋을 것이 없었다. 뿐만 아니라 T교수는 그의 집 주소까지 알고 있었다. 이래저래 김만필은 그를 싫어하게 된다. 그는 또한 같은 독일어 선생인 C를 주의하라고 일러준다. 김강사는 마음이 착잡해진다.
어느 일요일 스즈끼가 집으로 찾아왔다. 그는 학생들이 패기가 없고 안일주의에 빠져 있다고 분개한다. 뿐만 아니라 그가 문화비판회의 일원이었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고 말한다. 김강사는 적지 않게 그를 경계하면서 그런 말의 출처를 알아본다. 그러자 뜻밖에도 그것이 T교수의 입에서 나왔음을 알게 된다. 스즈끼는 김강사에게 독일문학연구회 모임을 조직하였으니 지도해 달라고 말한다. 그러나 김강사는 그에게 불안을 느낀다.
시간이 흘러가자 김강사는 차츰 학교 내의 사정을 짐작하게 된다. 학교는 교장과 T교수의 농간에 놀아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에 대항하여 물리학의 S교수, 독일어의 C강사 등이 한패를 이루고 있는 듯 보였다. 그런 가운데 ‘세모 대매출’의 깃발이 휘날리는 연말이 다가왔다. T교수가 과자 상자나 사 가지고 교장을 찾아가라고 김강사에게 일러준다. 그말에 김강사의 심경은 더욱 착잡해진다. 그는 일단 과자 상자를 사들기는 했다. 그러나 끝내 그럴 수는 없다는 생각에 그것을 어떤 일가 아주머니에게 주어 버린다.
겨울 방학이 지나고 학교에 나가게 되자 김강사는 더욱 피곤을 느낀다. 그에 반해서 T교수는 얼굴에 기름이 번지르하게 흐르고 아주 신수가 좋아진다. 겨울 이후로 그는 한국 민속을 연구한다고 ‘젊은 무당과 양금, 가야금 뜯는 기생‘ 들을 뻔질나게 물고 다닌다. 그 속은 아무도 집작하지 못한다. 어느 날 그가 H과장이 만나잔다고 전한다. 김강사는 무슨 이유일까를 생각하면서 그를 찾는다. 그런데 H과장은 평소의 온후하던 모양을 일변시키며 독살스러운 눈으로 자기를 속였다고 야단을 친다. 김강사가 사상적으로 불온하다는 것이다. 심지어 언성을 높이기까지 한다. 그때 이웃 방으로 통하는 문이 열리며 나타나는 사람이 있다. 언제 보아도 봄 물결이 넘실거리듯 얼굴에 미소를 띠고 있는 T교수였다.
“무엇! 그래도 자네는 나를 속이려나 ? ”
H 과장은 소리를 버럭지르며 찻종을 덜그럭하고 놓고 의자를 뒤로 떠밀며 몸을 벌떡 젖혔다.
그때 이웃 방으로 통하는 문이 열리며 언제나 일반으로 봄 물결이 늠실늠실하듯 온 얼굴에 벙글벙글 미소를 띤 T 교수가 응접실로 들어왔다.
해설
이 소설은 지식인 소설의 전형이다. 나약한 지식인이며 자아와 과거의 신분을 속이며 현실에 순응해야 하는 1930년대 지식인의 모습이 제시된다. 그 는 ‘책상물림’이며 창백한 지식인의 유형에 속하는 김만필이다. 그는 세속적인 요령을 피울 줄 모르며, 지난날에 대한 애착을 가지고 현재 생활에 대한 양심의 가책 속에서 살아가는 가녀린 양심의 소유자다. 그에 대해서 교활하고 비겁한 성격의 소유자인 T교수가 있다. 그는 자신을 위해서는 아첨이나 비겁한 짓을 서슴없이 한다. 이 소설에서는 이 두 사람의 행동을 대조시킴으로써 한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 생활의 한 단면을 제시하려 했다. 마치 전광용의 「꺼삐딴 리」의 주인공 이인국 박사와 흡사하다.
(주제) 지식인의 현실 부적응
(시점) 전지적 작가 시점
(갈래) 단편 소설
(표현) 사실주의를 추구한 심리적 경향의 소설.
< 해설 2 >
「김강사와 T 교수」는 1935년 「신동아」에 발표된 단편소설로서 1930년대에 접어들면서 일제의 탄압이 가속화되면서 스스로의 양심을 고수하기 어렵게된 나약한 지식인상을 다룬 작품으로 작가가 경성 제국 대학 강사 시절의 체험을 근거로 하여 지식인들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일을 소재로 당시 지식인들의 일면을 보여 주고 있다. 이를 통해서 지식인들이 가진 이상과 현실 사이의 갈등이라는 본질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있고, 당시 지식인들의 구직난과 그 위에 일제 강점하의 조선 지식인과 일본 지식인 사이의 대비로 우리 지식인에 대한 일제의 탄압 정책을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작가는 주인공 김만필을 동경 유학 중 사상 서클인 문화 비판회에서 활동했던 지식인으로 그림으로써 작가 자신의 동반자적 경향을 드러내기도 한다. 전체적인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동경 제국 대학 독일 문학과를 졸업한 수재 김만필은 학생시절에 문화 비판회 회원으로 활동한 사상 운동의 전력이나 독일 좌익계 작가를 논하는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던 전력을 숨기고 은사인 N교수의 추천으로 유력 인사인 H과장을 알게 되고, 그의 추천으로 S전문학교의 독일어 시간 강사로 취직한다.
한편 이 학교 교무일을 맡고있는 T교수는 김강사가 자기의 유력한 후원자인 H과장의 추천으로 들어온 것을 계기로 김강사에게 갖은 친절을 다 베풀면서 자기 파벌로 끌어들이려 한다.
S전문학교는 교장과 T교수가 주측이 되는 측과 물리학의 S교수와 또 다른 독일어 강사인 C강사가 주측이 되는 두 개 의 강력한 파벌로 이루어져 수시로 마찰을 빚고 있다.
어느날 김강사는 모처럼 H과장댁을 예방 했다가 우연히 T교수와 마주친다. 돌아오는 길에 T교수는 김강사에게 갖은 친절과 접대를 통해 접근하기도 하고 은근히 김강사의 전력(사상 운동)을 속속들이 알고 있다는 것을 내비치면서 협박하기도 하면서 자기들 파벌이 될 것을 강요하나 김강사는 모른 척 한다.
T교수는 김강사에게 교장이나 유력 인사에게는 때로는 선물을 하면서 인사 차리는 처래술을 충고한다. 김강사는 한편으로는 그의 충고를 따르려는 마음과 양심상 그렇게 행동 할 수 없다는 심한 갈등을 겪으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어정쩡한 생활로 일관 하다가 한번은 조그마한 선물을 준비하여 H과장 집까지 찾아 갔다가 그냥 돌아 오기도 한다.
T교수로 부터 H과장이 만났으면 한다는 말을 듣고서야 김강사는 H과장을 찾아간다. 그로부터 은혜를 모르는 배은망덕한 조선 사람이라는 심한 민족적 모멸감과 사상 운동의 전력을 숨겼다는 질책을 당하고 당황하여 변명하기도 하지만 H과장이 폴로의 당사자인 것을 확인하고는 좌절하고 만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서 당시 지식인들의 무기력함과 의지의 빈약함을 보여 줌으로 해서 일제 강점하에서 억압받는 우리 민족의 현실을 간접적으로 비판, 고발 하고있다. 그러나 이러한 현실을 비판, 고발하는 것을 뛰어넘어서 지식인의 억압에 대한 어떠한 저항적 해결책도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다. 즉 지식인의 본질적 책임에 대해서는 방기하고 있는 것이다. ‘김강사와 T교수’라는 등장인물 자체가 소지식인의 정형성을 보여 주고 있는데 이것은 작가의 현실적 행동과도 일치한다. 일찍이 동반자적 작가 시절부터 행동보다는 인식론적인 저항의 기질을 보인 작가는 현실의 모순을 뛰어넘어 해결하려는 적극적, 능동성 보다는 인식적 한계와 소지식인의 단계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결함을 지니고 있다. 「김강사와 T교수」는 이러한 결함이 그대로 반영 되어 있는 작품이라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작품 요약
주제 : 일제 강점하의 지식인들의 나약성(현실 타협)과 갈등.
인물 : 김강사-주인공. 부정한 현실에 대한 비판도 못하는 우유부단하고 나약한 소지식인의 대표
T교수-반동인물. 이중인격자로서 처세에 능한 기회주의자
H과장-청탁에 밝은 전형적인 공무원
교 장-강자에게는 약하고 약자에게는 매우 거만한 전형적인 일본인
배경 : 1930년대의 경성. 일제 강점하에서 억압받는 조선 지식인들의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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