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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자 약전(劉子略傳) / 요점정리 / 이제하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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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자소개

    이제하(李祭夏: 1937- )

경남 밀양 출생. 홍익대 서양화과 중퇴. 1956년 <수정 구슬>(동화)이 <새벗>에 당선되고, 1959년 <현대문학>에 시 <설야>, <노을>이 추천되고, 단편 <황색의 개>가 <신태양>에 당선되어 등단함. 그는 회화적인 문체와 시적인 상징 수법을 통해 초현실적 암유를 활용하는 '환상적 리얼리즘' 작가로 알려져 있다.

주요 작품으로는 <초식(草食)>, <기차 기선 바다 하늘>, <임금님의 귀>, <용>, <밤의 창변> 등이 있다.

 

요점정리

시점 : 1인칭 관찰자 시점.
배경 : 우리 사회의 시대적 국면.
인물 : 남유자 - 위암에 걸린 여류 화가. 이혼녀. 28세의 나이로 죽음.
         나 - 관찰자. 유자의 삶을 이야기하는 화가.
주제 : 물신 사회 속에서의 예술적 가치의 타락.

 

이해와 감상

  이제하는 환상적 리얼리즘을 추구하는 작가이다. 그의 소설 속에는 환상과 현실이 분리 대립되는 것이 아니라, 함께 결합되어 역동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그의 소설 속에는 분단 이단 근대화의 현실 문제들이 그의 환상 속에서 어우러져 있으며, 우리 시대의 시대적 분위기가 여러 가지 이미지로 변모 굴절되어 있다.

<유전약전]에서 이제하는 주인공 남유자를 예술가로 설정했다. 그것은 예술가라는 것 자체가 하나의 위기 의식이며, 동시에 훼손된 세계를 막아내는 유일한 거점이기 때문이다. 이제하의 '예술가'는 바로 순교자의 모습을 상징한다. 그러면 무엇에 대한 순교인가. 그것은 자기 자신에 대한 순교적 자세를 의미한다.

<유자약전>에서는 이러한 예술가적 자존심이 현실의 몰이해로 인해 무참히 '죽음'으로 변화 마멸되어 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그것은 주인공 남유자가 "이 세상을 구원할 사람은 그 사람밖에 없어요."라고 논의한 그 '예술'이 타락한 현실로부터 추방될 수밖에 없다는 운명적 세계관을 담은 것이다.

 

줄거리

  유자가 내 아틀리에에 온 것은 1967년 7월이었다. 내 고교 동창이자 그녀의 사촌 오빠인 N이 보내서 온 것이다. 유자는 아틀리에에 처음 오자 몇 시간이고 꼼짝 않고 멍청한 눈길로 앉아 있었다. 특이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그녀의 독특한 졸음 증세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두어 주일 후였다. 그녀의 이런 기이한 잠버릇은 이틀이나 사흘 전부터 무엇인가를 골똘히 생각하다가 그 생각의 막바지에 다다르면 쌓인 피로를 감당하지 못하기 때문에 나오는 것이었다.

하지만, 석 달이 지난 지금 내를 더 이상 견딜 수 없도록 하는 것은 그녀의 기이한 졸음 증세가 아니라 그녀가 그림에 대해서 좀처럼 입을 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 동안 여러 독특한 화가의 화집(畵集)을 가지고 유도해 보기도 했지만 매번 그녀는 거의 반응이 없었다. 그러나, 그녀의 시큰둥한 말투에서 나는 그녀가 예상 외로 그림에 대해 많이 알고 있으며, 높은 눈을 갖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어느 날, 그녀는 처음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것은 창호지에다 손가락으로 파란 물감을 풀어 어떤 포름에 가두었다가 곧 없애 버리는 묘한 화법이었다. 이것은 그녀가 어렴풋이 자신의 죽음을 예감한 행위였다. 그러던 중 유자의 남편 유형이 왔다. 그들 두 사람은 서로를 극진히 아끼고 위하는 애정으로 단단히 묶여 있는 듯했다.

내가 이루지 못할 작품에 대해 허황한 꿈을 꾸고 있는 동안 그녀는 길을 떠났다. 유자는 주머니의 돈을 털어 어디든지 도착하면 그 곳에 있는 아무 목욕탕에나 들어가서 몇 시간씩 잤다. 어느 날 그녀는 쟌 포스의 화집을 들여다보며 고통에 절규하던 끝에 쓰러졌다. 지병인 위암(胃癌)이 도진 때문이었다. 그 후, 그녀는 정치 이야기를 입 밖에 내고 처음으로 눈물을 보였다. 그녀는 28세의 나이로 죽었다. 급속도로 악화되어 가던 그녀의 병에 대해, 나를 포함해서 주위를 둘러싸고 있던 모든 인간들에 대해 나는 기억조차 하기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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