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문학창고

유령 / 해설 / 입센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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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 / 입센  


알빙 집안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유령》은 《인형의 집》의 연작이라 할 수 있다.  이 작품의 주인공 알빙 부인은 가정에 계속 남아 있도록 설득당한 노라로 그녀는 거짓과 위선으로 가득 찬 가정과 사회의 관습으로 인해 희생을 당한다.

존경받는 시종무관 알빙의 미망인인 알빙 부인은 남편의 영지에서 홀로 살아가면서 남편의 뜻을 다라 자선사업을 추진해 왔다. 그녀의 아들 오스왈드는 어머니가 완성한 고아원의 개원을 축하하러 파리에서 돌아왔다. 극의 시작은 목수 엥스트란드와 그의 딸이라고 여겨지는 하녀 레지네 사이의 대화로 시작된다. 그는 그녀에게 딸로서의 도리를 다하라고 하면서, 선원들을 위한 '선원의 집'의 여종업원이 되라고 설득한다. 그는 이 일로 돈을 모으려 한다. 그러나 레지네는 이를 거절하고 보다 고상한 삶을 원한다. 이 집안의 오랜 친구인 만데르스 목사가 도착하여 고아원의 봉헌식을 올린다. 목사와 새로운 도덕률에 대해 토론을 벌이던 오스왈드가 식당으로 간 후 거기서 레지네를 유혹하는 말소리가 들려오자, 알빙 부인은 과거의 유령이 나타나서 자신을 괴롭히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2막에서 알빙 부인은 레지네가 자기 남편이 하녀와의 관계에서 낳은 딸이라는 사실과 남편이 훌륭하다는 평판은 그녀의 선행 때문에 덤으로 얻어진 것이라는 사실을 설명한다. 2막의 마지막에 목수 엥스트란드의 부주의로 불이 나서 고아원이 타버리고 만다.

3막에서 아들 오스왈드는 또 다른 유령인 그의 아버지로부터 성병을 물려받았음을 고백한다. 알빙 부인은 그의 병이 심해져 광기가 나타난다면 그에게 독약을 주겠다고 약속한다. 극의 마지막에서 오스왈드의 마음은 마지막 발작에 의해 붕괴되고, 알빙 부인은 약속한 대로 약을 주어 죽게 할 것인가 아니면 희망이 없는 불치병자로 그냥 살게 해야 할 것인가를 고심한다. 그녀가 결심을 하려는 순간 막이 내린다.

이 작품의 주제는 개인의 가정과 사회와 관습에 대한 의무와 그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자유에 대한 갈망간의 갈등이다. 이와 함께 이 작품에는 당시로서는 사회적 금기였던 성병과 간통, 자유로운 남녀관계, 근친상간 및 안락사 등의 주제들이 언급되어 있다. 《인형의 집》과 마찬가지로 입센의 사회적 관습에 대한 도전은 동료 극작가 비외른손이나 브란데스 같은 비평가를 제외하고는 도처에서 강한 반발을 일으킨다. 따라서 이 작품 역시 한동안은 노르웨이에서 상연이 금지되었고, 극의 초연은 1882년 미국에서 이루어졌다.

《유령》은 입센이 환경과 유전이 인간의 운명을 결정짓는 두 가지 요소라고 한 졸라의 영향을 받아 당대의 과학적 지식을 동원해서 쓴 대표적인 자연주의 작품이다. 제목에서 시사하듯이 《유령》에서 다루어지는 것은 과거로부터의 각종 유령들에 의해 현재의 삶을 통제하게 만드는 사회적 관습, 관행, 도덕관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다. 극이 시작되기 전부터 존재하고 있었던 감춰진 남녀간의 관계들, 사회적 관습에 의한 금가사항들, 은밀한 두려움과 공포가 작품의 전체적 분위기를 압도한다. 우연적인 사건이 많이 나오기는 하지만, 《유령》에서 보여준 입센의 극작기교는 사회관습이 만들어 놓은 도덕적 허구성과 위선을 공격하는 데 있어 매우 뛰어나다. 특히 입센의 산문적 대사와 평범한 일상 뒤에 담겨져 있는 현실에 대한 비판과 아이러니는 시적인 배경과 어우러져 이 작품에 명작으로서의 생명력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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