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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이 엄마가 남편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 / 만사(輓詞)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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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이 엄마가 남편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 - 만사(輓詞)

 

원이 아버지에게, 병술년 (1586)유월 초하룻날 아내가

 

당신 언제나 나에게 둘이 머리 희어지도록 살다가 함께 죽자고 하셨지요. 그런데 어찌 나를 두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 나와 어린아이는 누구의 말을 듣고 어떻게 살라고 다 버리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

 

당신 나에게 마음을 어떻게 가져왔고 또 나는 당신에게 어떻게 마음을 가져 왔었나요? 함께 누우면 언제나 나는 당신에게 말하곤 했지요. 여보, 다른 사 람들도 우리처럼 서로 어여삐 여기고 사랑할까요? 남들도 정말 우리 같을까 요? 어찌 그런 일들 생각하지도 않고 나를 버리고 먼저 가시는가요?

 

당신을 여의고는 아무리해도 나는 살 수 없어요. 빨리 당신께 가고 싶어요.

 

나를 데려가 주세요.

 

당신을 향한 마음을 이승에서 잊을 수가 없고, 서러운 뜻 한이 없습니다. 내 마음 어디에 두고 자식 데리고 당신을 그리워하며 살 수 있을까 생각합니다.

 

이 내 편지 보시고 내 꿈에 와서 자세히 말해 주세요. 꿈 속에서 당신 말을 자세히 듣고 싶어서 이렇게 써서 넣어 드립니다. 자세히 보시고 나에게 말해 주세.

 

당신 내 뱃속의 자식 낳으면 보고 말할 것 있다 하고 그렇게 가시니 뱃속의 자식 낳으면 누구를 아버지라 하라시는 거지요? 아무리 한들 내 마음 같겠습니까? 이런 슬픈 일이 하늘 아래 또 있겠습니까?

 

당신은 한갓 그 곳에서 가 계실 뿐이지만 아무리 한들 내 마음 같이 서럽겠 습니까?

 

한도 없고 끝도 없어 다 못 쓰고 대강만 적습니다. 이 편지 자세히 보시고 내 꿈에 와서 당신 모습 자세히 보여주시고 또 말해 주세요.

 

나는 꿈에는 당신을 볼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몰래 와서 보여 주세요. 하고 싶은 말 끝이 없어 이만 적습니다.

 

(안동시 정상동 이응태 묘 발굴 조사에서 나온 아내의 편지)

현대어로 옮김 : 임세권(안동대학교 인문대학 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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