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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문과 산문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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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문과 산문

산문

운문(韻文)에 대립되는 글의 양식으로 리듬이나 정형성(定型性)을 지니고 있지 않은 글. 대체로 일상적인 표현 방식이나 언어 용법으로 짜여져 있는 글, 이것이 바로 산문에 대한 통념이다.


산문의 기본 의미와 형태 그리고 여러 가지 특질들을 정확하게 알려면, 운문과 대비시켜보는 작업이 필요하다. 실제로 산문은 운문과는 차별성을 내보이는 가운데서도 동질성 또한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서사시·자유시·산문시(prose-poem)·이야기시(story-poem), 그리고 중국의 한 표현 양식인 부(賦) 등과 같은 표현 양식들은 산문적 특질과 운문적 성격의 상호침투 가능성을 잘 입증해주고 있다.


조선조의 한 표현 양식인 가사歌辭)도 운문과 산문이 자연스럽게 합성될 수 있는 것임을 잘 일러준다. 머조리 불톤(Boulton, M.)의 이론을 중심으로 하여 산문과 운문의 차이점을 밝혀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운문이 그 핵심적 특질인 리듬을 주로 반복성(repetition)의 원리에서 짜나가는 것인 데 반해 산문은 변용(variation)의 논리에 선 표현 양식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변용이라 함은 구체적으로는 서론·본론·결론이나 발단·전개·대단원 등과 같은 구성 방법을 가리키는 것으로, 이러한 구성 방법도 리듬의 한 형태가 될 수 있다.

둘째, 운문은 대체로 ‘비범한’ 언표형식(言表形式)을 지향하는 데 반해 산문은 평범하거나 일상적인 언술(言述)로 나타난다. 또한, 운문이 ‘최적의 질서 속에 놓여 있는 최적의 단어의 모임’인 데 비해 산문은 ‘최적의 질서 속에 있는 단어들’로 설명된다.

이 처럼 언어의 선택 과정에서 운문의 경우가 산문의 경우보다 더욱 큰 노력을 해야 되는 것이기는 하나, 그렇다고 언어의 사용 과정에서 산문을 쓰는 사람이 덜 기술적이어도 좋다는 말은 아니다.


정확한 언어를 선택하기 위한 노력은 사실상 운문의 경우에서나 산문의 경우에서나 똑같이 있어왔다. 셋째, 운문이 모호성(模糊性, ambiguity)의 가능성을 살리는 중에 고도의 환기(喚起)를 꾀하고 매혹감을 안겨주려고 하는 양식이라면, 산문은 언어의 기능적 측면, 다시 말해서 일정한 의미의 표현과 지시의 힘에 의존하여 ‘명료성(clarity)’을 살려내고자 하는 양식이다.

운문의 궁극의 목표가 ‘환기력’과 ‘매혹감’에 있다면, 산문의 성패는 ‘명료성’의 성취도에 좌우되는 것이라 하겠다. 넷째, 예로부터 운문은 ‘호수’나 ‘무용’으로 비유되어왔고 산문은 ‘숲’이나 ‘도보’로 비유되어왔다.

그 만큼 운문은 최소의 단어로써 최대의 의미를 드러내고자 하는 압축미를 생명으로 삼는다. 이처럼 산문은 운문과의 차별성을 통해서 저절로 그 기본성격과 특질을 드러내게 된다.


그러나 이상에서 밝힌 산문과 운문 사이의 차이점은 이따금 동질성으로 뒤집어질 가능성 앞에 놓여 있다. 최소한 산문적 특질과 운문적 성격의 상호 침투성은 엄연한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산문이 종래에 운문의 고유한 특질로 알려져 왔던 것들을 흡수하여 자체의 양식 변화를 꾀한 예는 적지 않다. 시적 표현을 구사하거나 서정적 분위기를 살려낸 소설과 수필은 운문을 흡수한 산문 양식의 좋은 예가 된다.

산문에 있어서 단문주의, 미문주의. 비약과 생략의 기법, 완벽한 구성 등은 산문과 운문의 조화로운 합성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효석(李孝石)의 농촌 배경 소설, 이태준(李泰俊)의 서정소설, 이상(李箱)의 소설, 황순원(黃順元)의 단편소설 등은 운문의 성격을 받아들여 산문의 새로운 경지를 구축한 적절한 실례가 된다.

산문의 갈래를 나누는 방법은 실로 다양하다. 흔히, 교과서 부류의 책에서는 글을 쓴 의도가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산문을 묘사문·서사문·설명문·논설문 등으로 유별한다.


여러 가지 있을 수 있는 산문 유형론들 중에서도 소설이나 에세이가 모델이 되고 있는 ‘수사적 산문(rhetorical prose)’과 평론이나 각 분야의 논문 또는 사설이 대표적인 예가 되고 있는 ‘논리적 산문(rational prose)’으로 대별하는 것은 가장 흔한 방법이다.


또, 연설·설교·강의·논평 등으로 구체화되는 ‘구두산문’과 ‘글로 씌어진 산문’으로 대별하는 것도 낯익은 방법이다.

불턴은 ≪산문의 분석 Anatomy of Prose≫이라는 책에서 산문을 다음과 같이 다섯 가지 유형으로 나누었다. 첫째,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 목적을 둔 서사적 산문(narrative prose)이다. 둘째, 지적인 논증과 감정에 대한 호소를 동시에 꾀한 논술적 산문(argument prose)으로 문학비평·철학논문·선거연설문·정치평론 등이 그 좋은 예이다.

셋째, 연극에서 대사 부분과 같은 극적 산문(dramatic prose)으로 이 유형의 산문은 기본적으로 ‘구두산문’에 속한다. 넷째, 일정한 지식이나 정보를 알려주는 데 목적을 둔 정보전달적 산문(informative prose)으로 이런 유형의 산문은 교과서·사전·개론서·보고서 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


다섯째, 종교적 에세이나 정치문제를 다룬 논설과 같은 사색적인 산문(contemplative prose) 등이다. 대체로 산문은 단어·문장·단락·장(章)이나 절(節) 등의 층승적(層昇的)인 단위로 구성된다.


실제로 한 편의 산문을 분석할 때는 단어나 문장이나 단락이나 그 어느 한 가지를 중심으로 해서 볼 수가 있다. 작은 단위를 집중적으로 살펴본 다음, 보다 큰 단위로 옮겨가는 것이 산문 분석의 자연스러운 순서가 될 것이다.

 

≪참고문헌≫ 小說原論(曺南鉉, 고려원, 1982), Anatomy of Prose(Boulton, M., Routledge & Kegan Paul, 1968), Dictionary of World Literature(Shipley, J., Littlefield, Adams & Co., 1972), A Glossary of Literary Terms(Abrams, M.H., Holt, Rinehart and Winston Inc., 1971).


운문

산문J61072(散文J61072)에 대립되는 글의 양식으로 운율을 지닌 글(metrical writing), 단어·행·연과 같은 단위로 짜여진 글. 시가의 대명사 등과 같은 것이 운문에 얽힌 통념이다.


실제로 시와 운문은 같은 뜻을 가지는 것으로 혼용되고 있고, 또 운문은 시에 있어서 필수적 요소라는 의식이 널리 퍼져 있기는 하지만, 시와 운문 사이에 분명한 차이점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는 ≪시학≫에서 ‘시’에 대하여 명확하게 규정하지는 않았지만 시와 운문이 완전히 같은 것이 아님은 인식하고 있었다. 시와 운문 사이의 차별성을 처음으로 명료하게 드러내놓은 이는 로마 때의 호라티우스(Horatius)였다. 호라티우스는 시인(poeta)과 운율가(rymer)는 분명히 다른 존재라고 하였다.

현대의 의미로 보면, 이때의 시인은 문인을, 운율가는 시인을 가리키는 것이 된다. 이미 아리스토텔레스는 시를 ‘모방’의 양식으로 파악하여 시를 오히려 서사적 양식에 가까운 것으로 암시한 바 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생각을 발전시키면 시는 ‘모방’의 양식인데 반해 운문은 ‘음악성’에서 비롯된 양식이라는 차이점이 나오게 된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시에는 서정시뿐만 아니라 서사시도 포함되어 있다. 한마디로, 고대희랍에서는 시가 문학의 대명사로 사용되었었다. 고대중국에서도 문학이 학문을, 시가 문학을 대치하는 현상이 빚어졌었다. 이처럼 시가 문학을 대치하는 일은 지금까지도 계속해서 나타나고 있다. 원시시대의 서정시, 서사시, 극시가 각각 시, 소설, 드라마로 발전된 것이라고 설명하는 것이 그 좋은 예다.


또한 시학(poetics)란 말은 시 연구를 가리킬 뿐만 아니라 문예학의 대명사로 사용되고 있다. 시는 곧 운문이라든가 운문은 시의 대명사라든가 하는 고정관념은 좀처럼 깨어지지 않고 있다. 시와 운문의 차이점을 강조하는 사람들보다는 시와 운문을 동일시하는 사람들이 많다. 운문의 본질이나 특성에 대한 논의는 시의 본질이나 특성에 대한 논의로 대치할 수 있다.

가령, 시를 ‘무용’에, 산문을 ‘도보’에 비유하는 견해는 이제 상식이 되었거니와 콜리지(Coleridge, S. T.)의 설명처럼 산문은 ‘최적의 언어질서’로, 시는 ‘최적의 질서 속에 놓여 있는 최고의 단어들’로 구분하는 방법도 있다.

좀더 구체적으로 보면, 시와 산문은 언어사용의 방법, 음악성의 활용, 길이 등의 측면에서 서로 넘을 수 없는 경계선을 지니게 된다.


흔히 시는 비유적인 언어, 운율, 이미지, 압축미와 생략미 등을 혼합하여놓은 표현 양식으로 설명되어왔다. 시의 구성요소로는 박자·리듬·운(韻)·이미지·상징·패러독스·아이러니·모호성·톤 등이 제시되기도 한다. 이러한 설명은 동서고금을 초월하여 모든 시가 공통적으로 지니고 있는 형태와 구조를 지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시야말로 내용·형식·효과 등의 면에서 다양성의 극을 달리는 표현 양식이라는 일종의 불가지론(不可知論)도 공감을 사고 있다. 시는 형식에 있어서는 정형성/비정형성, 해체성/응축성, 개방성/폐쇄성 등의 양극을 보여주고 있으며, 내용에 있어서도 지극히 개인적인 몽상의 세계에서 역사서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면을 보여주고 있다.

효과면에 있어서는 철학적 효과, 사회학적 효과, 음악적 효과 등 여러 갈래로 퍼져 나가고 있다. 시의 유형으로는 경험시·경조시·전쟁시·역사시·계절시·애정시·사회시·사상시·전원시·교훈시·자연시·선전시·금언시·즉흥시·모국시·산문시·도시시·경향시·세계고시·자유시·정형시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운문을 ‘운율을 지닌 글’이라고 정의하였을 때의 운율의 성격과 유형에 대하여는 여러 각도에서 접근하여볼 수 있다. 기본적으로 운율법은 어족(語族)에 따라 달리 나타나고 있다. 가령, 그리스·로마 계통의 시는 모음의 장단을 리듬의 기초로 삼은 데 반하여 게르만 계통의 시는 음의 강약을 기초로 삼고 있다.

영시도 초창기에는 음의 장단에다 기초를 두었으나 16세기 후반 이후부터는 고전적 운율법을 버리고 음의 강약에 근거를 두는 운율법을 채택하게 되었다. 영시의 운율은 음보(foot)의 구조에 따라 약강조(iambus)·강약조(trochee)·약약강조(anapaest)·강약약조(dactyl) 등으로 나뉘기도 하며, 한 행의 시를 구성하는 음보의 수에 따라 1음보격에서 8음보격까지로 나뉘기도 한다.

이밖에 운문적 요소로는 반복구·연의 조절 등을 추가할 수 있다. 운율은 크게 외형율과 내재율로 나뉘며, 외형율은 다시 음성률·음위율·음수율·음보율 등으로 분화된다. 음성률은 장단·강약·고조·음수율 등으로 분류되고, 음위율은 두운·요운·각운·자운·모운 등으로 나뉜다.

우리 나라에서는 전통적인 운율에 대한 논의가 4·4조와 같은 음수율 중심으로 이루어져왔으나, 현재는 3음보와 같은 음보율로 논의의 중심이 옮겨가고 말았다.

 ≪참고문헌≫ 한국현대시의 운율론적 연구(조창한, 일지사, 1986), 현대시론(김영철, 건국대학교출판부, 1993), Dictionary of World Literature(Shipley, J., Littlefield, Adams & Co., 1972).
(출처 : 민족문화대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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