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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회로(迂廻路) - 박목월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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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迂廻路) - 박목월


<감상의 길잡이>

이 시는 병원에서 수술을 받는 아내를 불안한 마음으로 찾아가, 가슴 졸이며 회복을 기다리는 남편의 애타는 심경을 함축된 시어와 심도(深度) 있는 이미지로써 표현한 작품이다. <자하산(紫霞山)>류의 전통적 시관(詩觀)에서 벗어나 언어와 의미가 형평(衡平)을 이룬 이 작품은 일종의 초현실주의적 수법을 사용하고 있다.

 

아내가 입원하여 수술을 받게 되었을 때, 병원으로 향하는 남편의 발걸음은 무겁기 짝이 없을 것이고, 병원까지 가는 도중, 수술 결과에 대한 불안과 초조감으로 벼라별 생각이 다 들었을 것이다. 따라서 이 작품의 제목인 <우회로>는 단순히 멀리 돌아서 가는 병원 길이 아니라 병원을 찾아가는 남편의 불안한 마음의 길인 것이다.

 

불안에 사로잡힌 시적 자아의 경험과 연상들이 과거, 현재, 미래의 질서 없이 동시적(同時的)으로 작품 속에 뒤엉켜 있는 내적 고백 형식의 이 작품은 전 19행으로 된 단연시로 내용상 2단락으로 나누어진다.

 

110행의 1단락은 달빛 내려 깔린 듯한 불안감으로 병원을 찾아가는 시적 화자의 모습과, 아내의 수술이 무사히 끝나 안도하는 모습을 마치 남의 이야기하듯 객관적으로 번갈아 교차시켜 보여 주고 있다. ‘메스를 가아제로 닦고 수술이 끝난 후, 화자인 남편은 병실 밖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다. 이윽고 달빛 깔린 불안감의 오랜 시간이 지나 피가 응결되고 서서히 마취가 풀리며 아내는 깨어나게 된다.

 

1119행의 2단락은 1단락의 내용이나 구성이 유사하다. 생사(生死)의 갈림길에서 흔들리던 아내가 마침내 혼수 상태에서 깨어나 화자에게 미소를 짓는다. 아내가 마취에서 풀리듯 긴장했던 화자의 마음이 풀릴 때, 밖에서도 점차 어둠이 풀리며 새벽이 가까이 오고 있다. 그러므로 하얀 나선 통로 우회로와 동일한 이미지로 그것의 한층 고조된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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