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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도화(山桃花) 1 - 박목월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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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도화(山桃花) 1 - 박목월

산은

구강산(九江山)

보랏빛 석산(石山) 

 

산도화

두어 송이

송이 버는데, 

 

봄눈 녹아 흐르는

옥 같은

물에 

 

<후략>


 

<핵심 정리>

 감상의 초점

이 시는 이상화(理想化)된 자연의 평화로운 모습을 그려낸 것으로서 보는 이들로 하여금 탈속의 경지를 느끼게 한다. 목월이 이상적인 미의 세계를 형상화한 까닭은 아마도 인간 세계의 고통스러운 삶으로부터 멀리 떠난 자연을 그려냄으로써 현실의 고통에서 벗어나 안위를 구하려 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방법은 <청록파> 시인들의 공통된 시적 태도라고 하겠다.

 성격 : 관조적, 회화적

 심상 : 시각적 심상

 어조 : 이상향을 그리는 평화로운 어조

 특징 : 간결한 형식미

 구성 : 시선의 이동에 따른 구성

 세속과 멀리 떨어져 있는 구강산(1)

 두어 송이 피어나는 산도화(2)

 봄눈 녹아 흐르는 맑은 시냇물(3)

 시냇물에 발을 씻는 암사슴(4)

 제재 : 산도화

 주제 : 이상적 세계의 평화와 아름다움

 

 

<연구 문제>

1. 이 시의 소재들이 지닌 공통점을 80자 정도로 쓰라.

<모범답> 이 시의 소재는 구강산, 산도화, 시냇물, 암사슴 등이다. 이러한 말들은 세속과 멀리 떨어져 있으면서 아름답고 순수하며, 맑고 순박한 속성을 지니고 있다.

 

2. 이 시에서 이 지닌 함축적인 의미를 15자 내외로 밝혀 쓰라.

<모범답> 화자의 관념 속에 있는 선경(仙境)

 

3. 이 시의 시상 전개 방식의 특징을 20자 내외로 쓰라.

<모범답> 시선의 이동에 따른 시상의 전개. (遠景에서 近景으로 시선 이동)

 

4. 화자가 작품 밖에 있음으로 해서 얻는 효과를 40자 내외로 설명하라.

<모범답> 대상과 객관적 거리를 유지함으로써 주관적 감정의 노출을 배제할 수 있다.

 

 

 

<감상의 길잡이>(1)

구강산은 우리 나라에 실재하는 구체적 지명(地名)이 아니다. 산도화가 동양적 이상향인 도화원(桃花園)을 떠올려 주는 것으로 미루어 구강산은 가공적인 선경(仙境)으로 보아도 좋을 것이다. 이백(李白) 복사꽃이 물에 떠 아득히 흘러가니 / 여기가 곧 별천지요, 인간 세계는 아니로세.(桃花有水杳然去 別有天地非人間)’라고 한 데서도 도화(桃花)’가 이상향의 의미를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청노루󰡕에서는 자하산이 등장하는데, 그 역시 꿈의 산이다. 이러한 배경과 조화를 이루는 것이 순수하고 고결한 모습의 사슴이거나 노루이다. 이는 한 폭의 정갈한 신선도(神仙圖)를 보는 듯하다. 그의 자연 속에는 인간이 등장하지 않으며, 인간이 등장한다 하더라도 조화로운 자연의 일부로서 기능할 뿐, 그 자신이 능동적인 역할을 수행하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목월은 일제 말기의 역사적 상황에서 이처럼 꿈과 같은 자연을 그려냄으로써 국토에 대한 사랑을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그의 이러한 자세는 단순한 현실 도피라기보다는 고향의 회복을 추구한 것으로 보아도 좋을 것이다.

 

 

<감상의 길잡이>(2)

박목월의 초기시 세계는 󰡔청록집󰡕의 세계와 󰡔산도화󰡕의 세계로 나누어진다. 󰡔산도화󰡕의 세계에 이르러 그 전대에 막연하게 드러난 임에 대한 슬픔의 정서가, ‘꿈꾸는 사람으로서의 화자가 대상으로서의 과 화해를 획득하는 구체적인 이미지로 제시된다.

 

이 시는 실재하는 자연이 아닌, 우리 한국인의 가슴 밑바닥에 내재해 있는 정신적 고향을 그린 작품으로, 동양적 이상향인 무릉 도원(武陵桃源)을 꿈꾸는 시인의 의식 세계를 엿볼 수 있다. 이상화(理想化)된 세계의 아름다운 자연과 풍경을 한 폭의 동양화로 그린 이 작품에서는 세상 이야기가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 13연은 모두 배경이 되며, 4연에서 비로소 암사슴이 등장한다. 물론 시적 자아는 그것을 엿보는 사람이다.

 

구강산이라 명명(命名)된 선경(仙景)은 시인의 가슴 속에 존재하는 이상향 속의 산으로 <청노루>에서 보여 준 자하산(紫霞山)’, ‘청운사(靑雲寺)’와 동일한 이미지다. 그 구강산, 보라빛 돌산에 백색, 담홍색 산도화가 두어 송이 피어나고 있는데, 이것은 충만이 아닌 여백을 중시하는 동양적 미학의 반영으로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이러한 이상향의 공간에는 세속의 인간은 존재하지 않고, 상서롭고 고결한 사슴 한 마리가 봄눈 녹은 옥 같은 물에 발을 씻고 있어 마치 신선도(神仙圖)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여기서 암사슴도 실재하는 동물의 의미라기보다는 인간의 삶으로부터 멀리 떠난 자연 존재의 상징이라는 시적 기능을 지닌다.

 

사람 이야기가 전혀 등장하지 않는 이 같은 가상 세계(假想世界)는 순결하고 아름다운 이상향임에 틀림없지만, 이 작품을 현실 도피성 문학으로 비판받게 하는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약점에도 불구하고 시인이 그리고 있는 도화원(桃花源)’은 곧 우리 한국인들의 시원(始原)의 고향이라는 점에서, 이 작품은 단순한 현실 도피가 아닌 자연 합일의 동양적 정신을 구현함으로써, 잃어버린 고향과 자연을 회복시키려 했다는 긍정적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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