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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고집전(雍固執傳)​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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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고집전(雍固執傳)

옹달 우물과 옹연못이 있는 옹진골 옹당촌에 한 사람이 살았으니, 성은 옹가요, 이름은 고집이었다. 성미가 매우 괴팍하여 풍년이 드는 것을 싫어하고, 심술 또한 맹랑하여 매사를 고집으로 버티었다. 살림 형편을 살펴보건대, 석숭(石崇)의 재물이나 도주공의 드날린 이름이나 위세를 부러워하지 않을 만하였다.

앞뜰에는 노적이 쌓여 있고 뒤뜰에는 담장이 높직한데, 울 밑으로는 석가산을 무어 놓으니 우뚝하다. 석가산 위에 아담한 초당을 지었는데, 네 귀에 풍경이 달렸으매 바람 따라 경경(耿耿)이 쟁그랑 맑은 소리 들려오며, 연못 속의 금붕어는 물결 따라 뛰놀았다. 동편 뜰 모란꽃은 봉오리가 반만 벌어지고, 왜철쭉과 진달래는 활짝 피었더니 춘삼월 모진 바람에 모두 떨어졌으되, 서편 뜰 앵두꽃은 담장 안에 곱게 피고, 영산홍 자산홍은 바야흐로 한창이요, 매화꽃도 복사꽃도 철을 따라 만발하니 사랑치레가 찬란하였다.

팔작집[八作家] 기와 지붕에 마루는 어간대청 삼층 난간이 둘려 있고, 세살창의 들장지와 영차에는 안팎걸쇠, 구리사복이 달려 있고, 쌍룡을 새긴 손잡이는 채색도 곱게 반공 중에 들떠 있다. 방안을 들여다보니 별앞닫이에 팔첩 병풍이요, 한 녘으로 놋요강, 놋대야를 밀쳐놓았다.

며늘아기는 명주 짜고 딸아기는 수놓으며, 곰배팔이 머슴놈은 삿자리 엮고 앉은뱅이 머슴놈은 방아찧기 바쁘거니와, 팔십당년 늙은 모친은 병들어 누워 있거늘 불효막심 옹고집은 닭 한 마리, 약 한 첩도 봉양을 아니 하고, 조반석죽 겨우 바쳐 남의 구설만 틀어막고 있었다.

 

불기 없는 냉돌방에 홀로 누운 늙은 어미 섧게 울며 탄식하기를,

"너를 낳아 길러 낼 제 애지중지(愛之重之) 보살피며, 보옥(寶玉)같이 귀히 여겨 어르면서 하는 말이 '은자동아, 금자동아, 고이 자란 백옥동아, 천지 만물 일월동아, 아국사랑 간간동아, 하늘같이 어질거라, 땅같이 넓거라! 금을 준들 너를 사며 은을 준들 너를 사랴? 천생 인간 무가보(無價寶)는 너 하나뿐이로다.' 이같이 사랑하며 너 하나를 키웠거늘, 천지간에 이러한 어미 공을 네 어찌 모르느냐? 옛날에 효자 왕상(王祥)이는 얼음 속의 잉어를 낚아다가 병든 모친 봉양하였거늘, 그렇지는 못할망정 불효(不孝)는 면하렷다.!"

 

불측한 고집이놈, 어미 말에 대꾸하되,

"진시황 같은 이도 만리장성 쌓아놓고, 아방궁을 이룩하여 삼천 궁녀 두루 돌아 찾아들며 천년만년 살고지고 하였으되, 그도 또한 이산에 한 분총 무덤 속에 죽어 있고, 백전백승 초패왕도 오강에서 자결하였고, 안연 같은 현학사도 불과 삼십 세에 요절하였거늘 오래 살아 무엇하리? 옛글에 이렀으되 '인간 칠십 고래희라' 하였으니, 팔십이 된 우리 모친 오래 산들 쓸데없데, '오래 살면 욕심이 많아진다.' 하니, 우리 모친 그 뉘라서 단명하랴? 도척같이 몹쓸 놈도 천추에 유명하거늘, 어찌 나를 시비하리요?"

 

이 놈의 심사 이러한 가운데에, 또한 불교를 업신여겨 허물 없는 중을 보면, 결박하고 귀 뚫기와 어깨 타고 뜸질하기가 일쑤였다. 이 놈의 심보가 이러하니, 옹가집 근처에는 동냥중이 얼씬도 못 하였다.

이 무렵, 저 멀리 월출봉 취암사에 도사 한 분이 있었으니, 그의 높은 술법은 귀신도 감탄할 경지에 이르러 있었다. 하루는 도사가 학대사를 불러 이르기를,

"내 듣건대, 옹당촌에 옹좌수라 하는 놈이 불도를 업신여겨 중을 보면 원수같이 군다 하니, 네 그 놈을 찾아가서 책망하고 돌아 오라."

 

분부 받고 학대사는 나섰것다. 헌 굴과 눌러쓰고 마의장삼 걸쳐 입고, 백팔염주 목에 걸고 육환장을 거머짚고 허위적허위적 내려오니, 계화는 활짝 피고 산새는 슬피 울며 가는 길을 재촉한다.

 

노을진 석양녘에 옹가집에 다다르니, 어간대청 너른 집에 네 귀에 풍경 달고, 안팎 중문 솟을대문이 좌우로 활짝 열어젖혔기에, 목탁을 딱딱 치며 권선문을 펼쳐 놓고 염불로 배례할 새,

"천수천안 관자재보살, 주상 전하 만만세, 왕비전하 수만세, 시주 많이 하옵시면 극락 세계로 가오리다. 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중문에 기대어서 이 광경을 보던 할미종이 넌지시 이르는 말이,

"노장(老長) 노장, 여보 노장, 소문도 못 들었소? 우리 댁 좌수님이 춘곤(春困)을 못 이기사 초당에서 낮잠이 드셨으매, 만일 잠을 깰라치면 동냥은 고사하고 귀 뚫리고 갈 것이니 어서 바삐 돌아가소."

 

학대사가 대답하되,

'고루거각 큰 집에서 중의 대접이 어찌하여 이러할까? '적악지가에 필유여앙이요, 적선지가에 필유여경이라' 이르나이다. 소승은 영암 월출봉 취암사에 사옵는데, 법당이 퇴락하여 천릿길 멀다 않고 귀댁에 왔사오니 황금으로 일천 냥만 시주를 하옵소서."

 

합장배례하고 다시 목탁을 두드리니, 옹좌수 벌떡 일어나 밀창문을 드르르 밀치면서,

"어찌 그리 요란하냐?"

 

종놈이 조심조심 여쭈기를,

"문밖에 중이 와서 동냥 달라 하나이다."

 

옹좌수 발칵 화를 내어 성난 눈알 부라리며, 소리질러 꾸짖기를,

"괘씸하다 이 중놈아! 시주하면 어쩐다냐?'

 

학대사는 이 말 듣고 육환장을 눈 위로 높이 들어 합장 배례로 대답하기를,

"황금으로 일천 냥만 시주하옵시면, 소승이 절에 가서 수륙제를 올릴 적에 , 아무 면 아무 촌 아무개라 외우면서 축원을 드리오면 소원대로 되나이다."

 

옹좌수가 쏘아붙이되,

"허허, 네놈 말이 가소롭다! 하늘이 만백성을 마련할 제, 부귀빈천, 자손유무, 복불복을 분별하여 내셨거늘, 네 말대로 한다면 가난할 이 뉘 있으며, 무자(無子)할 이 뉘 있으리? 속세에서 일러오는 인중(人中) 마른 중이렷다! 네놈 마음 고약하여 부모 은혜 배반하고, 머리 깎고 중이 되어 부처님의 제자인 양, 아미타불 거짓 공부하는 듯이 어른 보면 동냥 달라, 아이 보면 가자 하니, 불충불효 태심하며, 불측한 네 행실을 내 이미 알았으니 동냥 주어 무엇하리?"

 

학대사는 다시금 합장배례하며 공손히 하는 말이,

"청룡사에 축원 올려 만고영웅 소대성을 낳아 갈충보국하였으며 천수경(千手經) 공부 고집하여 주상 전하 만수무강하옵기를 조석으로 발원하니, 이 어찌 갈충보국 아니오며, 부모 보은 아니리까? 그런 말씀 아예 마옵소서."

 

옹좌수 하는 말이,

"네 무엇을 배웠기로 그렇듯 말하느냐? 지식이 있을진대 나의 관상 보아다고."

 

학대사가 일러 주되,

"좌수님의 상을 살피건대, 눈썹이 길고 미간이 넓으시니 성세(聲勢)는 드날리되, 누당이 곤하시니 자손이 부족하고, 면상이 좁으시니 남의 말을 아니 듣고, 수족이 작으시니 횡사도 할 듯하고, 말년에 상한병을 얻어 고생하다 죽사오리다."

 

이 말을 듣고 성난 옹좌수가 종놈들을 소리쳐 불렀다,

"돌쇠, 뭉치, 깡쇠야! 저 중놈을 잡아내라!"

 

종놈들이 일시에 달려들어 굴갓을 벗겨던지고 학대사를 휘휘 휘둘러 돌위에 내동댕이치니 옹좌수가 호령하되,

"미련한 중놈아! 들어 보라. 진도남 같은 이도 중을 불가하다 하고서 운림(雲林)처사(處士) 되었거늘, 너 같은 완승(頑僧)놈이 거짓 불도 핑계하여 남의 전곡(錢穀) 턱없이 달라 하니, 너 같은 놈 그저 두지 못하렷다!"

 

종놈 시켜 중을 눌러 잡고, 꼬챙이로 귀를 뚫고 태장 사십 도를 호되게 내리쳐서 내쫓았다. 그러나 학대사는 술법이 높은지라, 까딱없이 돌아서서 사문에 들어서니 여러 중이 내달아 영접하여 연고를 캐물으니, 학대사는 태연자약(泰然自若) 대답하기를,

"이러저러하였노라."

 

중 하나가 썩 나서며,

"스승의 높은 술법으로 염라대왕께 전갈하여 강임도령 차사 놓아 옹고집을 잡아다가 지옥 속에 엄히 넣고, 세상에 영영 나지 못하게 하옵소서."

 

학대사는 대답하되,

"그는 불가하다."

 

다른 중이 나서면서,

'그러하오면 해동청 보라매 되어 청천운간 높이 떠서 서산에 머물다가 날쌔게 달려들어, 옹가놈 대갈통을 두 발로 덥석 쥐고 두 눈알을 꼭지 떨어진 수박 파듯 하사이다."

 

학대사는 움칠하며 대답하되,

"아서라 ,아서라! 그도 못 하겠다."

 

또 한 중이 썩 나서며,

'그러하오면 만첩(萬疊)청산(靑山) 맹호(猛虎) 되어 야심(夜深)경 깊은 밤에 담장을 넘어들어 옹가놈을 물어다가, 사람 없는 험한 산 외진 골에서 뼈까지 먹사이다."

 

학대사는 여전하게,

"그도 또한 못 하겠다."

 

다시 한 중이 여쭈기를,

"그러하오면 신미산 여우 되어 분단장 곱게 하고 비단옷 맵시 내어, 호색하는 옹고집 품에 누워 단순호치(丹脣皓齒) 빵긋 벌려 좋은 말로 옹고집을 속일 적에 '첩은 본디 월궁 선녀이옵는데, 옥황상제께 죄를 얻어 인간계로 내치시매 갈 바를 몰랐더니, 산신님이 불러들여 좌수님과 연분이 있다 하여 지시하옵기로 이에 찾아왔나이다.' 하며 온갖 교태(嬌態) 내보이면, 호색(好色)하는 그 놈이라 필경에는 대혹(大惑)하여, 등치며 배만지며 온갖 희롱 진탕하다 촉풍(觸風)상한(傷寒) 덧들려서 말라죽게 하옵소서."

 

학대사 벌떡 일어나며 하는 말이,

"아서라, 그도 못 하겠다."

 

술법 높은 학대사는 괴이한 꾀 나는지라, 동자 시켜 짚 한 단을 끌어 내어 허수아비 만들어 놓고 보니 영락 없는 옹고집의 불측한 상이렷다. 부적을 써 붙이니 이 놈의 화상, 말대가리 주걱턱에 어디로 보나 영락없는 옹가였다.

허수아비 거드럭거드럭 옹가집을 찾아가서 사랑문 드르륵 열며 분부할 제,

"늙은 종 돌쇠야, 젊은 종 몽치, 깡쇠야, 어찌 그리 게으르고 방자하냐? 말 콩 주고 여물 썰어라! 춘단이는 바삐 나와 발 쓸어라."

하며 태연히 앉았으니, 이리 보나 저리 보나 분명한 옹좌수였다.

 

이 때 실옹(實擁哥)가 들어서며 하는 말이,

"어떠한 손이 왔기로 이렇듯 사랑채가 소란하냐?"

 

허옹가(虛擁哥)가 이 말 듣고 나앉으며,

"그대 어쩐 사람이기로 예없이 남의 집에 들어와 주인인 체하느뇨?"

 

실옹가 버럭 성을 내며 호령하되,

"네가 나의 형세 유족함을 듣고 재물을 탈취코자 집안으로 당돌히 들었으니 내 어찌 그저 두랴! 깡쇠야, 이 놈을 잡아내라."

 

노복들이 얼이 빠져 이도 보고 저도 보고, 이리 보고 저리 보나 이옹 저옹이 같은지라, 두 옹이 아옹다옹 맞다투니 그 옹이 그 옹이요, 백운심처(白雲深處) 깊은 곳에 처사 찾기는 쉬울망정, 백주당상 이 방 안에 우리 댁 좌수님 찾을 가망 전혀 없어, 입 다물고 말 없더니, 안채로 들어가서 마님께 아뢰기를,

"일이 났소, 일이 났소! 아씨님 일이 났소! 우리 댁 좌수님이 둘이 되었으니 보던 중 처음입니다. 집안에 이런 변이 세상에 또 있겠습니까?"

 

마님이 이 말 듣고 대경실색하는 말이,

"애고 애고, 이게 웬말이냐? 좌수님이 중만 보면 당장에 묶어 놓고 악한 형벌 마구 하여 불도를 업신여기며, 팔십당년 늙은 모친 박대한 죄 어찌 없을까보냐? 땅 신령이 발동하고 부처님이 도술부려 하늘이 내리신 죄, 인력으로 어찌하리?"

 

마나님은 춘단 어미를 불러들여 분부하되,

"바삐 나가 네가 진위(眞僞)를 가려 보라."

 

춘단 어미가 사랑채로 바삐 나가, 문 틈을 열고 기웃기웃 엿보는데, '네가 옹가냐? 내가 옹가다!' 하고 서로 고집하여 호령 호령하니 말투와 몸놀림이 똑같은데, 이목구비(耳目口鼻)도 두 좌수가 흡사하니, 춘단 어미 기가 막혀 하는 말이,

"'뉘라서 까마귀 암수를 알아보리요?' 하더니, 뉘라서 어찌 두 좌수의 진위를 가리리요?"

 

춘단 어미 허겁지겁 안으로 들어서며,

"마님 마님! 두 좌수님 모두가 흡사하와, 소비는 전혀 알아볼 수 없사옵니다."

 

마나님이 생각난 듯 하는 말이,

"우리집 좌수님은 새로이 좌수 되어 도포를 성급히 다루다가 불똥이 떨어져서 안자락이 탔으므로, 구멍이 나 있으니, 그것을 찾아보면 진위를 가릴지라, 다시 나가 알아 오라."

춘단 어미 다시 나와 사랑문을 열어제치면서,

"알아볼 일 있사오니 도포를 보사이다. 안자락에 불똥 구멍 있나이다."

 

실옹가가 나앉으며 도포 자락 펼쳐 뵈니, 구멍이 또렷하니 우리댁 좌수님이 분명하것다. 허옹가도 뒤따라 나 앉으며,

"예라 이 년! 요망하다, 가소롭다! 남산 위에 봉화 들 때 종각 인경 뗑뗑 치고, 사대문을 활짝 열 때 순라군이 제격이라, 그만 표는 나도 있다."

 

허옹가가 앞자락을 펼쳐 뵈니 그도 또한 뚜렷하것다. 알 길이 전혀 없는지라, 답답한 춘단 어미 안으로 들어서며 마님 불러 아뢰기를,

"애고 이게 웬 변일꼬 ? 불구멍이 두 좌수께 다 있으니 소비는 전혀 알 수 없소이다. 마님께서 몸소 나가 보옵소서."

 

마나님 이 말 듣고 낯빛이 흐려지며 탄식하되,

"우리 둘이 만났을 제 '여필종부 본을 받아 서사에 지는 해를 긴 노를 잡아매고 길이 영화 누리면서 살아서 이별말고 죽어도 한날 죽자.' 이렇듯이 천지에 맹세하고 일월도 보았거늘, 뜻밖에 변이 나니 꿈인가 생시인가? 이 일이 웬일일꼬? 도덕 높은 공부자도 양호의 화액을 입었다가 도로 놓여 성인 되셨으매, 자고로 성인들도 한때 곤액 있거니와, 이런 괴변 또 있을꼬? 내 행실 가지기를 송백같이 굳었거늘, 두 낭군을 어찌 새삼 섬기리요?"

이렇듯 탄식할 제 며늘아기 여쭈기를,

"집안에 변을 보매 체모가 아니 서니 이 몸이 밝히오리다."

 

사랑방문 퍼뜩 열고 들어가니, 허옹가 나앉으며 이르기를,

"아가 아가, 게 앉아 자세히 들어 보라. 창원 땅 마산포서 너의 신행하여 올 제, 십여 필마 바리로 온갖 기물 실어 두고 내가 후행(後行)으로 따라올 제. 상사마 한 놈이 암말 보고 날뛰다가 뒤뚱거려 실은 것을 파삭파삭 결딴내어, 놋동이는 한복판이 뚫어져서 못 쓰게 되었기로 벽장에 넣었거늘, 이도 또한 헛말이냐? 너의 시아비는 바로 내로다!"

 

기가 막힌 실옹가도 앞으로 나앉더니,

"애고 저놈 보게. 내가 할말 제가 하니, 애고 애고 이 일을 어찌하리? 새아기야, 내 얼굴을 자세히 보라! 네 시아비는 내 아니냐?"

 

며느리가 공손히 여쭈기를,

"우리 아버님은 머리 위로 금이 있고, 금 가운데 흰머리가 있사오니 이 표를 보사이다."

 

실옹가가 얼른 나앉으며 머리 풀고 표를 뵈니, 골통이 차돌 같아 송곳으로 찔러 본들 물 한점 피 한방울 아니나겠더라. 허옹가도 나앉으며 요술부려 그 흰털 뽑아 내어 제 머리에 붙인지라, 실옹가의 표적은 없어지고 허옹가의 표적이 분명하것다.

 

 

"며느리야! 내 머리를 자세히 보라." 하니, 며늘아기 살펴보고,

"틀림없는 우리 시아버님이오."

 

실옹가는 복통할 노릇이라, 주먹으로 가슴치고 머리를 지끈지끈 두드리며,

"애고 애고, 허옹가는 아비삼고 실옹가를 구박하니, 기막혀 나 죽겠네! 내 마음에 맺힌 설움 누구보고 하소연하랴?"

 

종놈들 거동 보니, 남문 밖 사정으로 걸음을 재촉하여 서방님을 찾아간다.

"가사이다, 가사이다. 서방님 어서 바삐 가사이다! 일이 났소, 변이 났소. 우리 댁 좌수님이 두 분이 되어 있소."

 

서방님이 이 말 듣고, 화살전통 걸어 멘 채 천방지축 집에 와서 사랑으로 들어가니, 허옹가가 태연자약(泰然自若) 나앉으며 탄식하되,

"애고 애고, 저 놈 보게, 내가 할 말 제가 하네."

 

아들놈의 거동 보니, 맥맥상간 살펴보나 이도 같고 저도 같아 알 길이 전혀 없어 어리둥절 서 있것다. 허옹가가 나앉으며 실옹가의 아들 불러 재촉하여 이르기를,

"너의 모께 알아보게 좀 나오라 하여다고! 이렇듯이 가변(家變) 중에 내외(內外)할 것 전혀 없다!"

하니, 실옹가 아들놈이 안으로 들어가서,

"어머님 어머님, 사랑방에 괴변 나서 아버님이 둘이오니, 어서 나가 자세히 살펴보소서."

 

내외도 불구하고 마나님이 사랑에 썩 나서니, 허옹가가 실옹가의 아내보고 앞질러 하는 말이,

"여보 임자! 내 말을 자세히 들어 봐요. 우리 둘이 첫날밤 신방으로 들었을 때, 내가 먼저 옹품하자 하였더니 언짢은 기색으로 임자가 돌아앉기로, 내 다시 타이르며 좋은 말로 임자를 호릴 적에 '이같이 좋은 밤은 백년에 한번 있을 뿐인지라 어찌 서로 허송하랴?'하지 그제서야 임자가 순응하여 서로 동품하였으니, 그런 일을 더듬어서 진위(眞僞)를 분별하소."

 

실옹가의 아내가 굽이굽이 생각하니, 과연 그 말이 맞은지라, 허옹가를 지아비라 일컬으니, 실옹가는 복장을 쾅쾅 치나 눈에서 불이 날 뿐 어찌할 수 없으렷다.

 

실옹가 아내 측은하여 하는 말이,

"두 분이 똑같으니, 소첩인들 어이 아오? 애통하오, 애통하오!"

 

안으로 들어가도 마음이 아니 놓여 팔자 한탄 소란하다.

"애고 애고 내 팔자야! 여필종부(女必從夫) 옛말대로 한 낭군 모셨거늘, 이제 와 이도 같고 저도 같은 두 낭군이 웬 변인고? 전생에 무슨 득죄(得罪)하였기로 이년의 드센 팔자 이렇듯 애통할꼬? 애고 애고 내 팔자야!"

 

이럴 즈음 구불촌 김별감이 문 밖에 찾아와서,

"옹좌수 게 있는가?"

하니, 허옹가가 썩 나서며,

"그게 뉘신가? 허허 이거 김별감 아닌가. 달포를 못 보았는데, 그 새 댁내 무고한가? 나는 요새 집안에 변괴 있어 편치도 못하다네. 어디서 온 누구인지 말투와 몸놀림에 형용도 흡사하여, 나와 같은 자 들어와서 옹좌수라 일컬으며, 나의 재물 빼앗고자 몹쓸 비계 부리면서 낸 체하고 가산을 분별하니 이런 변이 어디 또 있을는고? '그의 아내는 알지 못하되 그의 벗은 알지로다'하였으니, 자네 나를 모를까보냐? 나와 자네는 지기(志氣)상통(相通)하는 터수, 우리 뜻을 명명백백(明明白白) 분별하여 저 놈을 쫓아 주게."

 

실옹가는 이 말 듣고 가슴을 꽝꽝 치며 호령하기를,

"애고 애고 저놈 보게! 제가 낸 체 천연히 들어앉아 좋은 말로 저렇듯 늘어놓네! 이 놈 죽일 놈아, 네가 옹가냐 내가 옹가제!"

 

이렇듯이 두 옹가 아옹다옹 다툴 적에, 김별감은 이리 보고 저리 보고 어이없어 하는 말이,

"양옹이 옹옹하니 이옹이 저옹 같고 저옹이 이옹 같아 양옹이 흡사하니 분별치 못하겠네! 사실이 이럴진대 관가에 바삐 가서 송사(訟事)나 하여 보게."

 

양옹이 이 말을 옳게 여겨, 서로 잡고 관정에 달려가서 송사를 아뢰었다. 사또가 나앉으며 양옹을 살피건대, 얼굴도 흡사하고 의복도 같은 고로 형방에게 분부하되,

"저 두 놈 옷을 벗겨 가려 보라."

하니, 형방이 썩 나서며 양옹을 발가벗기었다.

 

차돌 같은 대갈통이 같거니와, 가슴, 팔뚝, 다리, 발이 모두 같고 불알마저 흡사하니, 그 진위를 뉘라서 가리리요.

 

실옹가가 먼저 아뢰기를,

"민이 조상 대대로 옹당촌에 사옵는데, 천만의외로 생면부지 모를 자가 민과 행색 같이하고 태연히 들어와서, 민의 집을 제 집이라, 민의 가솔을 제 가솔이라 이르오니 세상에 이런 변괴 어디 또 있나이까? 명명하신 성주께서 저 놈을 엄문하와 변백(辨白)하여 주옵소서."

 

허옹가도 또한 아뢰기를,

"민이 사뢰고자 하던 것을 저 놈이 다 아뢰매 민은 다시 사뢸 말씀 없사오니, 명철하신 성주께서 샅샅이 살피시와 허실을 밝혀 가려 주옵소서. 이제는 죽사와도 여한이 없겠나이다."

 

사또가 엄히 꾸짖어 양옹을 함구케 한 연후에 육방의 아전과 내빈 행객 불러 내어 두 옹가를 살펴보게 하였으나, 실옹이 허옹 같고 허옹이 실옹 같아 전혀 알 수 없는지라, 형방이 아뢰기를,

"두 백성의 호적을 상고하여 보사이다."

 

사또는,

"허허 그 말이 옳도다." 하고 호적색을 부러 놓고, 양옹의 호적을 강(講)받을 때, 실옹가가 나 앉으며 아뢰기를,

"민의 아비 이름은 옹송이옵고 조는 만송이옵나이다."

 

사또가 이 말 듣고 하는 말이,

"허허 그 놈의 호적은 옹송망송하여 전혀 알 수 없으니, 다음 백성 아뢰라."

 

이 때 허옹가 나앉으며 아뢰기를,

"자하골 김등네 좌정하였을 적에, 민의 아비 좌수로 거행하며 백성을 애휼하온 공으로 말미암아 온갖 부역을 삭감하였기로 관내에 유명하오니, 옹돌면 제일호 유생 옹고집이요, 고집의 나이 삼십칠 세요, 부학생은 옹송이온데 절충장군이옵고, 조는 상이오나 오위장 지내옵고, 고조는 맹송이요, 본은 해주이오며, 처는 진주 최씨요, 아들놈은 골이온데 나이는 십구 세 무인생이요, 하인으로 천비 소생 돌쇠가 있소이다.

 

다시 민의 세간을 아뢰리다. 논밭 곡식 합하여 이천 백석이요, 마굿간에 기마가 여섯 필이요, 암수퇘지 합하여 스물 두 마리요, 암탉 장닭 합 육십 수요, 기물 등속으로 안성 방자유기 열 벌이요, 앞닫이 반닫이에, 이층장, 화류문갑, 용장, 봉장, 가께수리, 산수병풍, 연병풍 다 있사옵고, 모란 그린 병풍 한 벌은 민의 자식 신혼시에 매화 그린 폭이 없어져 고치고자 다락에 따로 얹어 두었사오니 그것으로도 아옵시고, 책자로 말하오면 천자·당음·당률·사략·통감·소학·대학·논어·맹자·시전·서전·주역·춘추·예기·주벽·총목까지 쌓아 두었소이다. 또 은가락지가 이십 걸이, 금반지는 한 죽이요, 비단으로 말하오면 청·홍·자색 합쳐서 열세 필이요, 모시가 서른 통이요, 명주가 마흔 통이온 중, 한 필은 민의 큰 딸아이가 첫몸을 보았기로 개짐을 명주통에 끼웠더니, 피가 조금 묻었으매, 이것을 보아도 명명백백 알 것이오. 진신·마른신이 석 죽이요, 쌍코 줄변자가 여섯 컬레 중에 한 컬레는 이달 초사흘 밤에 쥐가 코를 갉아먹어 신지 못하옵고 안 벽장에 넣었으니, 이것도 염문하와 하나라도 틀리오면 곤장 맞고 죽사와도 할 말이 없사오나, 저 놈이 민의 세간 이렇듯이 넉넉함을 얻어 듣고, 욕심 내어 송정 요란케 하오니, 저렇듯 무도한 놈을 처치하사 타인을 경계하옵소서."

 

관가에서 듣기를 다 하더니 이르기를,

"그 백성이 참 옹좌수라."

하고 당상으로 올려 앉히며 기생을 불러들이더니,

"이 양반께 술 권하라."

하였다. 일색 기생이 술을 들고 권주가를 부르는데,

"잡으시오, 잡으시오, 이 술 한잔 잡으시오. 이 술 한잔 잡으시면 천년 만년 사시리라. 이는 술이 아니오라 한무제가 승로반에 이슬받은 것이오니 쓰나 다나 잡수시오."

 

흥이 나는 옹좌수가 술잔을 받아 들고 화답하여 하는 말이,

"하마터면 아까운 가장집물 저 놈한테 빼앗기고, 이러한 일등 미색의 이렇듯 맛난 술을 못 먹을 뻔하였구나! 그러나 성주께서 흑백을 가려 주시니, 그 은혜는 백골난망이옵니다. 겨를을 내시어서 한 차례 민의 집에 나오시오. 막걸리로 한잔 술 대접하오리다."

"그는 염려 말게. 처치하여 줌세."

 

뜰 아래 꿇어앉은 실옹가를 불러 분부하되,

"네놈은 흉칙한 인간으로서, 음흉한 뜻을 두고 남의 세간 탈취코자 하였으니, 죄상인즉 마땅히 의율정배(依律定配)할 것이로되, 가벼이 처벌하니 바삐 끌어내어 물리쳐라."

 

대곤 삼십 도를 매우 치고, 죄목을 엄히 문초하되,

"네 이 놈! 차후에도 옹가라 하겠느냐?"

 

실옹가는 곰곰이 생각건대, 만일 다시 옹가라 우길진대 필시 곤장 밑에 죽겠기에,

"예, 옹가가 아니오니, 처분대로 하옵소서."

 

아전이 호령하기를,

"장채 안동하여 저 놈을 월경시키라."

하니, 군노사령 벌떼같이 일시에 달려들어 옹가놈의 상투를 움켜잡고 휘휘 둘러 내쫓으니, 실옹가는 할 수 없이 걸인 신세가 되고 말았다.

 

고항 산천 멀리하고 남북으로 빌어먹을 새, 가슴을 탕탕 치며 대성통곡(大聲痛哭)하며 하는 말이,

"답답하다 내 신세야! 이 일이 꿈이냐 생시냐? 어찌하면 좋을는고? 이른바 낙미지액(落眉之厄)이로다."

무지하던 고집이 놈 어느덧 허물을 뉘우치고 애통하여 하는 소리가, "나는 죽어 싼 놈이로되, 당상(堂上)학발(鶴髮) 우리 모친 다시 봉양하고 싶고, 어여쁜 우리 아내 월하의 인연 맺어 일월로 다짐하고 천지로 맹세하여 백년(百年)종사(從事)하렸더니, 독수공방(獨守空房) 적막한데, 임도 없이 홀로 누워 전전반측(輾轉反側) 잠 못 들어 수심으로 지내는가? 슬하(膝下)에 어린 새끼 금옥같이 사랑하여 어를 적에 '섬마둥둥 내 사랑아! 후두둑후두둑, 엄마 아빠 눈에 암만' 나 죽겠네, 나 죽겠어! 이 일이 생시는 아니로다. 아마도 꿈이니, 꿈이거든 어서 바삐 깨어나라!"

 

이럴 즈음 허옹가의 거동 보세. 송사에 이기고서 돌아올 때 의기양양(意氣揚揚)하는 거동, 진소위 제법이것다. 얼씨구나 좋을시고! 손춤을 휘저으며 노래가락 좋을시고! 이러저리 다니면서 조롱하여 하는 말이,

"허허 흉악한 놈 다 보것다! 하마터면 고운 우리 마누라를 빼앗길 뻔하였구나."

하고 집으로 들어서며 회색이 만면하니, 온 집안 식솔들이 송사에 이겼다는 말을 듣고 반가이 영접할 새, 실옹가의 마누라가 왈칵 뛰쳐 내달으며 허옹가의 손을 잡고 다시금 묻는 말이,

"그래 참말 송사에 이겼소이까?"

"허허 그리하였다네. 그사이 편안히 있었는가? 세간은 고사하고 자칫하면 자네마저 놓칠 뻔하였다네! 원님이 명찰하여 주시기로, 자네 얼굴 다시 보니 이런 경사 또 있는가? 불행 중 행이로세!"

그럭저럭 날 저물매, 허옹가는 실옹가의 아내와 더불어, 긴긴 밤을 수작타가 원앙금침 펼쳐놓고 한자리에 누웠으니, 양인 심사 깊은 정을 새삼 일러 무엇하랴!

 

이같이 즐기다가 잠시 잠이 들어 실옹가의 아내가 한 꿈을 얻으매 하늘에서 허수아비가 무수히 떨어져 보이기에 문득 깨달으니 남가일몽(南柯一夢)이라. 허옹가한테 몽사(夢事)를 말하니, 허옹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 일이 분명하면 아마도 태기가 있을 듯하나, 꿈과 같을진대 허수아비를 낳을 듯하네마는, 장차 내 두고 보리라."

 

이러구러 십 삭이 차매 실옹가의 아내 몸이 고단하여 자리에 누워 몸을 풀 새 진양 성중 가가조에 개구리 해산하듯, 돼지가 새끼 낳듯 무수히 퍼낳는데 하나 둘 셋 넷 부지기수로다. 이렇듯이 해산하니 보던 바 처음이며 듣던 바 처음이다.

실옹가의 마누라는 자식 많아 좋아라고 괴로움도 다 잊으며 주렁주렁 길러 내었다.

 

이렇듯이 즐거이 지낼 무렵, 실옹가는 할 수 없이 세간 처자 모조리 빼앗기고 팔자에 없는 곤장 맞고 쫓겨나니 세상에 살아본들 무엇하리? '애고 애고 내 팔자야. 죽장망혜 단표자(單瓢子)로 만첩청산(萬疊靑山) 들어가니 산은 높아 천봉이요, 골은 깊어 만학이라. 인적은 고요하고 수목은 빽빽한데 때는 마침 봄철이라. 출림비조 산새들은 쌍거쌍래 날아들 새, 슬피 우는 두견새는 이내 설움 자아내어 꽃떨기에 눈물 뿌려 점점이 맺어두고, 불여귀는 이로 삼으니 슬프다, 이런 공산 속에서는 아무리 철석같은 간장이라도 아니 울지는 못하리라.'

 

자살을 결심하고 슬피 울 새 한 곳을 쳐다보니 층암절벽 벼랑 위에 백발도사 높이 앉아 청려장을 옆에 끼고 반송 가지를 휘어 잡고 노래 불러 하는 말이,

"뉘우쳐도 미치지 못하느니라. 하늘이 주신 벌이거늘, 누구를 원망하며 누구를 탓하고자 하는가?"

 

실옹가는 이말을 다 들으매 어찌할 줄 모르는 듯, 도사 앞에 급히 나아가 합장(合掌)배례(拜禮) 급히 하며 애원하되,

"이 몸의 죄 돌이켜 생각하면 천만 번 죽사와도 아깝지 아니하오나, 밝으신 도덕하에 제발 덕분 살려 주사이다. 당상의 늙은 모친, 규중의 어린 처자, 다시 보게 하옵소서. 이 소원 풀고 나면 지하로 돌아가도 여한이 없을 줄로 아나이다. 제발 덕분 살려 주옵소서."

 

온갖 정성 다 기울여 애걸하니, 도사가 소리 높여 꾸짖기를,

"천지간에 몹쓸 놈아! 이제도 팔십당년 병든 모친 구박하여 냉돌방에 두려는가? 불도를 업신여겨 못된 짓 하려는가? 너 같은 몹쓸 놈은 응당 죽여 마땅하되, 정상이 가긍하고 너의 처자 불쌍하기로 풀어 주겠으니 돌아가 개과천선(改過遷善)하여라."

 

도사는 부적 한 장을 써 주면서 일러두길,

"이 부적 간직하고 네 집에 돌아가면 괴이한 일이 있으리라."

하고 슬며시 사라지니, 도사는 간데온데없었다.

 

즐거운 마음으로 고향에 돌아와서 제 집 문전 다다르니, 고루거각(高樓巨閣) 높은 집에 청풍명월(淸風明月) 맑은 경개는 이미 눈에 익은 풍취로다. 담장 안의 홍련화는 주인을 반기는 듯, 영산홍아 잘 있었느냐? 자산홍아 무사하냐? 옛일을 생각하매 오늘이 옳으며 어제는 잘못임을 깨닫고 옛집을 다시 찾아오니 죽을 마음 전혀 없다.

"가소롭다, 허옹가야! 이제도 네가 옹가라고 장담을 할 것이냐?"

 

늙은 하인 내달으며,

"애고 애고 좌수님, 저 놈이 또 왔소이다. 천살맞았는지 또 와서 지랄하니 이 일을 어찌하오리까?"

이럴 즈음에, 방에 있던 옹가는 간데없고, 난데없는 짚 한 뭇이 놓여 있을 따름이요, 허옹가와 수다한 자식들도 홀연히 허수아비되므로, 온 집안이 그제서야 깨달은 듯 박장대소(拍掌大笑)하였다.

 

좌수가 부인에게 하는 말이,

"마누라, 그 사이 허수아비 자식을 저렇듯이 무수히 낳았으니, 그 놈과 한가지로 얼마나 좋아하였을꼬? 한상에서 밥도 먹었는가?"

 

얼이 빠진 부인은 아무 말 못 하고서, 방안을 돌아가며 허옹가의 자식들 살펴보니, 이를 보아도 허수하비요, 저를 보아도 허수하비라, 아무리 다시 보아도 허수아비 무더기가 분명하였다. 부인은 실옹가를 맞이하여 반갑기 그지없되 일변 지난 일을 생각하고 매우 부끄러워하였다.

 

도승의 술법에 탄복하여, 옹좌수 그로부터 모친께 효성하며 불도를 공경하여 잘못을 뉘우치고 착한 일 많이 하니, 모두들 그 어짊을 칭송하여 마지 아니하였다.

 

요점 정리

 

 

작자 : 미상

연대 : 미상

형식 : 고전 소설, 풍자소설, 판소리계 소설, 설화 소설

성격 : 해학적, 풍자적

구성 :

발단

고약하고 인색한 옹고집이 어머님께 불효하고 스님을 능멸함

전개

도사가 옹고집을 벌주려고 가짜 옹고집을 만듦

위기

진짜 옹고집과 가짜 옹고집이 진위를 다툼

절정

진짜 옹고집이 송사에서 쫓겨나 거지가 되어 떠돎

결말

도사의 용서로 진짜 옹고집이 가정을 되찾고 개과천선하여 행복하게 삶

관련 설화 : 장자못 설화

장자못 설화

옹고집전

인색한 부자

인색한 옹고집

시주승을 모욕함 - 도승이 선행을 베푼 며느리에게 재앙을 피할 방도를 알려줌

부모에게 불효하고 도승을 모욕함

큰 비가 쏟아지는 재앙이 내림 - 며느리가 금기를 어겨 화석이 됨

허옹가가 나타나 옹고집이 쫓겨남

부자의 집이 못에 잠김

허옹가가 사라지고 옹고집이 개과천선함

주제 : 인간의 참된 도리에 대한 교훈, 권선징악(勸善懲惡), 적악지가(積惡之家)에 필유여앙이요, 적선지가(積善之家)에 필유여경(악을 쌓은 집안은 반드시 재양이 있고, 선을 쌓은 집안은 반드시 경사로운 일이 있다)

줄거리 : 옹진 고을에 사는 옹고집은 심술 사납고 인색하며 불효한 인간으로서, 거지나 중이 오면 때려서 쫓기 일쑤였다. 이에 도술이 능통한 도사가 학대사(鶴大師)를 시켜 옹고집을 징계하고 오라 했으나 오히려 매만 맞고 돌아왔다. 화가 난 도사가 초인(草人)으로 가짜 옹고집을 만들어 옹고집의 집에 가서 진가(眞假)를 다투게 하였다. 진짜와 가짜를 가리고자 관가에 송사까지 하였으나 진짜 옹고집이 도리어 져서 집을 쫓겨나고 걸식 끝에 비관 자살하려 하는데 도사에게 구출된다. 도사에게서 받은 부적으로 가짜 옹고집을 다시 초인으로 만든 그는 크게 참회하고 독실한 불교신자가 된다는 이야기이다.

인물 :

옹고집 : 옹진골의 부자로, 부유하지만 인색하며, 부모에게 불효하고 불도를 능멸한 죄로 수난을 겪음

도사 : 월출봉 취암사의 스님으로 옹고집의 악행을 듣고 그를 징계하여 개과천선시킴

특징 : 장자못 설화를 바탕으로 권선징악의 주제를 나타냈고, 인물의 교화 과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흥부전이 우애를 주제로 했으나 웃음의 문학인 것과 같은 효과를 이 작품은 지니고 있다. 그뿐 아니라 '흥부전'의 놀부와 '옹고집전'의 그 인간형이 비슷하고 그 실마리도 비슷하다. 그러나 놀부보다는 옹고집이 훨씬 개성적이다. 옹고집은 끝에 가서 자살을 결심할 만큼 용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의의 : 금전적 이해 관계를 추구하는 사회의 변화 과정에서 새롭게 나타난 인간형을 등장시켜, 새로운 소설적 인물을 창조함

 

내용 연구

전체 줄거리 : 황해도 옹진이라는 고을에 욕심이 많고 고집이 센 옹고집이 살았다. 그는 자기 욕심과 고집 때문에 노모뿐 아니라 머슴이나 일꾼까지도 심하게 학대하였다. 취앙사라는 절의 학대사도 옹고집의 집에 동냥하러 왔다가 매를 맞게 된다. 이에 학대사는 볏짚으로 가짜 옹고집을 만들어 진짜 옹고집을 골탕먹인다. 못되기로 소문난 진짜 옹고집은 관가의 판결에 따라 고을에서 쫓겨나게 된다. 거지가 된 옹고집은 갖은 고생을 하며 지난 일을 후회한다. 잘못을 뉘우친 옹고집은 산 속에 들어가 죽으려 하는데 학대사가 나타나 부적을 주어 집으로 돌아가게 한다. 집으로 돌아오니 가짜 옹고집은 볏짚으로 변한다. 옹고집은 개과천선하여 새로운 삶을 산다.

(전략)

종놈 시켜 중을 눌러 잡고, 꼬챙이로 귀를 뚫고 태장 사십 도를 호되게 내리쳐서 내쫓았다. 그러나 학대사는 술법[음양과 복술(卜術)에 관한 이치 및 그 실현 방법. 술수(術數).]이 높은지라, 까닭없이 돌아서서 사문에 들어서니 여러 중이 내달아 영접하여 연고를 캐물으니, 학대사는 태연자약(泰然自若 : 마음에 무슨 충동을 받아도 움직임이 없이 천연스러움.) 대답하기를,

“이러저러 하였노라[옹고집의 집에서 있었던 일을 말함].” - 옹고집에게 박대 당하는 학대사

중 하나가 썩 나서며,

“스승의 높은 술법으로 염라대왕께 전갈[사람을 시켜 말을 전하거나 안부를 물음]하여 강임도령[강림도령 : 죽을 때가 된 사람을 데리러 오는 세 명의 저승 차사 중 하나] 차사 놓아 옹고집을 잡아다가 지옥 속에 엄히 넣고, 세상에 영영 나지 못하게 하옵소서.”

학대사는 대답하되,

“그는 불가능하다.”

다른 중이 나서면서,

“그러하오면 해동청 보라매[매의 일종] 되어 청천운간[맑은 하늘 구름 사이] 높이 떠서 서산에 머물다가 날쌔게 달려들어, 옹가놈 대갈통을 두 발로 덥석 쥐고 두 눈알을 꼭지 떨어진 수박 파듯 하사이다.”

학대사는 움칠하며[깜짝 놀라 갑자기 몸을 움추리며] 대답하되,

“아서라, 아서라! 그도 못 하겠다.”

또 한 중이 썩 나서며,

“그러하오면 만첩(萬疊 : 썩 많은 여러 겹. 만중) 청산(靑山) 맹호(猛虎)되어 야심(夜深)경 깊은 밤에 담장을 넘어들 어 옹가놈을 물어다가, 사람 없는 험한 산 외진 골에서 뼈까지 먹사이다.”

학대사는 여전하게,

“그도 또한 못하겠다.”

다시 한 중이 여쭈기를,

“그러하오면 신미산 여우되어 분단장 곱게 하고 비단옷 맵시 내어, 호색(好色)하는 옹고 집 품에 누워 단순호치(丹脣皓齒 : 붉은 입술과 흰 이의 뜻으로, 아름다운 여자의 비유) 빵긋 벌려 좋은 말로 옹고집을 속일 적에 ‘첩은 본지 월궁 선녀이옵는데, 옥황상제께 죄를 얻어 인간계로 내치시매 갈 바를 몰랐더니, 산신님 이 불러들여 좌수님과 연분이 있다 하여 지시하옵기로 이에 찾아왔나이다.’ 하며 온갖 교태(嬌態) 내보이면, 호색하는 그 놈이라 필경에는 대혹(大惑 : 몹시 반하여)하여, 등치며 배만지며 온갖 희롱 진탕하다가 촉풍(觸風) 상한(傷寒 : 지나친 성행위나 성욕 억제로 생기는 병) 덧들려서 말라 죽게 하옵소서.”

학대사 벌떡 일어나며 하는 말이,

“아서라, 그도 못 하겠다.” - 옹고집을 혼내주기 위한 방안을 제시하는 중들

술법 높은 학대사는 괴이한 꾀 나는지라, 동자 시켜, 짚 한 단을 끌어내어 허수아비 만들어 놓고 보니 영락없는 옹고집의 불측한[마음이 음흉함] 상이렸다. 부적을 써 붙이니 이놈의 화상[얼굴의 속된 말], 말대가리 주걱턱에 어디로 보나 영락없는 옹가였다. - 가짜 옹고집의 등장

허수아비 거드럭거드럭[거만스럽게 잘난 체하며 버릇없이 굴다] 옹가집을 찾아가서 사랑문 드르륵 열며 분주할 제,

“늙은 종 돌쇠야, 젊은 종 몽치, 깡쇠야, 어찌 그리 게으르고 방자하냐? 말 콩 주고 여물 썰어라! 춘단이는 바삐 나와 방 쓸어라!”

하며 태연히 앉았으니, 이리 보나 저리 보나 분명한 옹 좌수였다.

이때 실옹가가 들어서며 하는 말이,

“어떤 손이 왔기로 이렇듯 사랑채가 소란하냐?”

허옹가가 이 말을 듣고 나앉으며,

“그댄 어쩐 사람이기로 예 없이 남의 집에 들어와 주인인 체하느뇨?”

실옹가 버럭 성을 내며 호령하되,

“네가 나의 형세 유족함을 듣고 재물을 탈취코자 집안으로 당돌히 들었으니 내 어찌 그저 두랴! 깡쇠야, 이놈을 잡아내라.”

노복들이 얼이 빠져 이도 보고 저도 보고, 이리 보고 저리 보나 이옹이 저옹[옹을 이용한 언어유희] 같은지라, 두 옹이 아옹다옹 맞다투니 그 옹이 그 옹이요, 백운심처(白雲深處) 깊은 곳에 처사 찾기는 쉬울 망정, 백주당상[대낮 대청] 이 방 안에 우리 댁 좌수님 찾을 가망 전혀 없어[환한 곳에서 옹좌수를 찾는 일이 세상 밖에 나서지 않고 깊은 곳에 조용히 묻혀 있는 선비를 찾기 어려움 ], 입 다물고 말 없더니, 안채로 들어가는 마님께 아뢰기를,

“일이 났소, 일이 났소! 아씨님 일이 났소! 우리 댁 좌수님이 둘이 되었으니 보던 중 처음 입니다. 집안에 이런 변이 세상에 또 있겠습니까?” - 가짜 옹고집으로 인해 발칵 뒤집힌 옹가네

마님이 이 말을 듣고 대경실색[크게 놀라 얼굴빛이 하얗게 변함]하는 말이,

“애고 애고, 이게 웬말이냐? 좌수님이 중만 보면 당장에 묶어 놓고 악한 형벌 마구 하여 불도를 업신여기며, 팔십당년[그해, 그 나이] 늙은 모친 박대한 죄 어찌 없을까 보냐? 땅 신령이 발동하고 부처님이 도술부려 하늘이 내리신 죄, 인력으로 어찌하리?”[옹고집 둘이 된 이유는 진짜 옹고집의 부도덕한 행동을 벌하기 위한 하늘의 뜻이라는 것]

마나님은 춘단 어미를 불러들여 분부하되,

“바삐 나가 네가 진위(眞僞)를 가려 보라.”

춘단 어미가 사랑채로 바삐 나가, 문 틈을 열고 기웃기웃 엿보는데,

“네가 옹가냐? 내가 옹가다!”

하고 서로 고집하여 호령 호령하니 말투와 몸놀림이 똑같은데, 이목구비(耳目口鼻)도 두 좌수가 흡사하니, 춘단 어미 기가 막혀 하는 말이,

“‘뉘라서 까마귀 암수를 알아보리요?[誰知鳥之雌雄 수지오지자웅 : 까마귀는 암수가 비슷하여 구별하기 어려움과 같이 시비를 분별하기 어려움]’ 하더니, 뉘라서 어찌 두 좌수의 진위를 가리리요?”

춘단 어미 허겁지겁 안으로 들어서며,

“마님 마님! 두 좌수님 모두가 흡사하와, 소비[여종이 상전을 상대하여 자기를 낮추어 이르던 일인칭 대명사]는 전혀 알아볼 수 없사옵니다.”

마나님 생각난 듯 하는 말이,

“우리 집 좌수님은 새로이 좌수 되어 도포를 성급히 다루다가 불똥이 떨어져서 안자락이 탔으므로, 구멍이 나 있으니, 그것을 찾아보면 진위를 가릴지라, 다시 나가 알아 오라.”

춘단 어미 다시 나와 사랑문을 열어제치면서,

“알아볼 일 있사오니 도포를 보사이다. 안자락에 불똥 구멍 있나이다.”

실옹가가 나앉으며 도포 자락 펼쳐 뵈니, 구멍이 또렷하니 우리 댁 좌수님이 분명하것다. 허옹가도 뒤따라 나 앉으며,

“예라 이년! 요망하다, 가소롭다! 남산 위에 봉화 들 때 종각 인경 뗑뗑 치고, 사대문을 활짝 열 때 순라군이 제격이라[비상사태를 알리는 봉화가 남산에 오를 때 인경을 치는 것이나 새벽 통행 금지 시간이 끝나면 사대문을 열 때 통행사를 단속하는 수라군이 나타나는 것은 다 격에 맞는 일이라는 뜻으로, 두 가지가 서로 잘 어울림을 비유적으로 이름], 그만 표는 나도 있다.”

허옹가가 앞자락을 펼쳐 뵈니 그도 또한 뚜렷하것다. - 구별이 안 되는 실옹가와 허옹가

(중략 ) 허옹가와 실옹가는 서로 진짜라고 다투고 집안 사람들은 진위 판별을 못하고 관가에 송사한다.

“두 백성의 호적을 상고[꼼꼼하게 따져서 검토하거나 참고함]하여 보사이다.”[진짜 옹고집을 가려내기 위해 호적을 조사하기를 청함]

사또는, “허허 그 말이 옳도다.” 하고 호적색을 부러 놓고, 양옹의 호적을 강받을 때,

실옹가가 나앉으며 아뢰기를, “민의 아비 이름은 옹송이옵고 조는 만송이옵나이다.”[호적을 간단하게 말하여 사또에게 판결을 받을 때 불리한 지경에 놓이게 됨.]

사또가 이 말 듣고 하는 말이,

“허허 그 놈의 호적은 옹송망송[옹송옹송 : 정신이 흐려 무슨 생각이 나다가 말다가하다]하여 전혀 알 수 없으니[실옹가가 말한 내력을 신뢰하기 어려움], 다음 백성 아뢰라.”

이때 허옹가 나앉으며 아뢰기를,

“자하골 김등네 좌정[자리 잡아 앉음]하였을 적에, 민의 아비 좌수로 거행하며 백성을 애휼[불쌍히 여겨 은혜(恩惠)를 베풂]하온 공으로 말미암아 온갖 부역[국가나 공공 단체가 국민에게 의무적으로 지우는 노역]을 삭감하였기로 관내에 유명하오니, 옹돌면 제일호 유생 옹고집이요, 고집의 나이 삼십칠 세요, 부학생은 옹송이온데 절충장군[정삼품의 무관]이옵고, 조는 상이오나 오위장[종이품의 무관] 지내옵고, 고조는 맹송이요, 본은 해주이오며, 처는 진주 최씨요, 아들놈은 골이온데 나이는 십구 세 무인생이요, 하인으로 천비 소생 돌쇠가 있소이다.[집안의 가계를 상세히 밝힘] 다시 민의 세간을 아뢰리다. 논밭 곡식 합하여 이천백 석이요, 마굿간에 기마가 여섯 필이요, 암수퇘지 합하여 스물두 마리요, 암탉 장닭 합 육십 수요, 기물 등속으로 안성 방자유기 열 벌이요, 앞닫이 반닫이에, 이층장, 화류문갑, 용장, 봉장, 가께수리[궤의 일종], 산수병풍, 연병풍 다 있사옵고, 모란 그린 병풍 한 벌은 민의 자식 신혼시에 매화 그린 폭이 없어져 고치고자 다락에 따로 얹어 두었사오니 그것으로도 아옵시고, 책자로 말하오면 천자·당음·당률·사략·통감·소학·대학·논어·맹자·시전·서전·주역·춘추·예기·주벽·총목까지 쌓아 두었소이다[집안의 세간을 상세히 밝힘]. 이것도 염문[사정이나 형편 따위를 몰래 물어봄]하와 하나라도 틀리오면 곤장 맞고 죽사와도 할 말이 없사오나, 저 놈이 민의 세간 이렇듯이 넉넉함을 얻어듣고, 욕심내어 송정 요란케 하오니[실옹에게 나쁜 의도가 있는 듯이 말함], 저렇듯 무도한 놈을 처치하사 타인을 경계하옵소서.”[일벌백계(一罰百戒) : 한 사람이나 한 가지 죄과를 엄하게 벌줌으로써 여러 사람을 경계함.][허옹가가 사또 앞에서 각종 세간의 종류를 일일이 나열하는 장면에서 판소리와 같은 장면의 극대화 현상을 볼 수 있음. 판소 문체의 특징]

관가에서 듣기를 다 하더니 이르기를, “그 백성이 참 옹 좌수라.” <중략>

실옹가는 이 말을 다 들으매 어찌할 줄 모르는 듯, 도사 앞에 급히 나아가 합장 배례 급히 하며 애원하되,

“이 몸의 죄 돌이켜 생각하면 천만 번 죽사와도 아깝지 아니하오나, 밝으신 도덕하에 제발 덕분 살려 주사이다. 당상의 늙은 모친, 규중의 어린 처자, 다시 보게 하옵소서. 이 소원 풀고 나면 지하로 돌아가도 여한이 없을 줄로 아나이다. 제발 덕분 살려 주옵소서.”

온갖 정성 다 기울여 애걸하니, 도사가 소리 높여 꾸짖기를,

“천지간에 몹쓸 놈아! 이제도 팔십 당년 병든 모친 구박하여 냉돌방에 두려는가? 불도를 업신여겨 못된 짓 하려는가? [옹고집의 인물됨이 '놀부형'임을 알 수 있음]너 같은 몹쓸 놈은 응당 죽여 마땅하되, 정상이 가긍하고[불쌍하고 가엾다] 너의 처자 불쌍하기로 풀어 주겠으니 돌아가 개과천선[(改過遷善) : 지나간 허물을 고치고 착하게 됨]하여라.”

도사는 부적 한 장을 써 주면서 일러두길,

“이 부적[실옹가의 소원을 들어주고 그의 처지를 원래대로 돌려놓게 하는 주술적 표지] 간직하고 네 집에 돌아가면 괴이한 일이 있으리라.”

하고 슬며시 사라지니, 도사는 간데온데없었다.

즐거운 마음으로 고향에 돌아와서 제 집 문전 다다르니, 고루거각[높고 크게 지은 집] 높은 집에 청풍명월 맑은 경개는 이미 눈에 익은 풍취로다. 담장 안의 홍련화는 주인을 반기는 듯, 영산홍아 잘 있었느냐? 자산홍아 무사하냐?[자신의 집에 돌아온 반가움과 기쁨을 표현] 옛일을 생각하매 오늘이 옳으며 어제는 잘못임을 깨닫고[과거의 잘못을 반성하고 개과천선한 옹고집] 옛집을 다시 찾아오니 죽을 마음 전혀 없다.[현재형으로 제시되어 있는데, 이는 현장성이 중요시되는 공연 예술의 특징인 판소리 문체의 특징이 소설에도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가소롭다, 허옹가야! 이제도 네가 옹가라고 장담을 할 것이냐?”

늙은 하인 내달으며, “애고 애고 좌수님, 저 놈이 또 왔소이다. 천살[무속에서 불길한 별을 이르는 말]맞았는지 또 와서 지랄하니 이 일을 어찌하오리까?”

이럴 즈음에, 방에 있던 옹가는 간 데 없고, 난데없는 짚 한 뭇이 놓여 있을 따름이요[비현실적이고 전기적 요소], 허옹가와 수다한 자식들도 홀연히 허수아비 되므로, 온 집안이 그제서야 깨달은 듯 박장대소[손뼉을 치며 크게 웃음]하였다.

좌수가 부인에게 하는 말이,

“마누라, 그 사이 허수아비 자식을 저렇듯이 무수히 낳았으니, 그 놈과 한가지로 얼마나 좋아하였을꼬? 한 상에서 밥도 먹었는가?”

얼이 빠진 부인은 아무 말 못 하고서, 방안을 돌아가며 허옹가의 자식들 살펴보니, 이를 보아도 허수아비요, 저를 보아도 허수아비라, 아무리 다시 보아도 허수아비 무더기가 분명하였다. 부인은 실옹가를 맞이하여 반갑기 그지없되 일변 지난 일을 생각하고 매우 부끄러워하였다[진짜 옹고집을 알아보지 못하고 가짜 옹고집과 살았던 것에 대한 부끄러움]. 도승의 술법에 탄복하여, 옹 좌수 그로부터 모친께 효성하며 불도를 공경하여 잘못을 뉘우치고[개과천선] 착한 일 많이 하니, 모두들 그 어짊을 칭송하여 마지아니하였다.

석숭(石崇) : 중국 진나라의 부호겸 문장가

도주공 : 범여. 자 소백(少伯). 초(楚)나라 사람. BC 494년 월(越)나라 왕 구천(句踐)이 오(吳)나라 왕 부차(夫差)에게 패하고 20여 년 뒤 오나라를 멸망시킬 때, 대부(大夫) 종(種)과 함께 부차를 자살하게 하였다. 그러나 구천을 더이상 섬길 수 없는 군주라고 생각하여, 월나라를 버리고 제(齊)나라로 갔다. 이름을 치이자피(隋夷子皮)라 고치고, 해변(海邊)을 일구어 거부가 되었다. 제나라에서 그의 현명함을 듣고, 재상(宰相)으로 삼았다. 얼마 뒤 재상자리를 버리고, 재물은 모두 친지 ·향당(鄕黨)에게 나누어주었다. 당시 교통 ·상업의 중심지 도(陶:山東省 定陶縣)로 가서 도주공(陶朱公)이라 칭하고 상업에 종사, 다시 거만(巨萬)의 재산을 모았다

노적 : 한데 쌓아 둔 곡식

담장 : 담

석가산 : 돌로 만든 가짜산

무어놓고 : 만들어 놓고

풍경 : 처마 끝에 다는 작은 종. 속에는 붕어 모양의 쇳조각을 달아 바람이 부는 대로 흔들리면서 소리가 난다.

경경이 : 끊어졌다 이어졌다 하는 모양

영산홍, 자산홍 : 꽃나무 이름

치레 : 잘 손질하여 모양을 내는 일

팔작집 : 네 귀에 모두 추녀를 달아 지은 한식집

어간대청 : 방과 방사이에 있는 큰 마루

세살창 : 가느다란 살로 만든 창

들장지 : 들어 올려 매달아 놓게 된 문

사복 : 가위다리의 교차된 곳과 같은 자리에 박는 못

반공중 : 그리 높지 않은 공중

별앞닫이 : 빼닫이. '서랍'의 사투리

명주 짜고 : 명주실을 뽑고

곰배팔이 : 한쪽 팔이 없거나 쓰지 못하는 사람

삿자리 엮고 : 삿자리 꾀고(삿자리를 만들게 하고)

애지중지 : 매우 사랑하고 소중히 여기는 모양.

은자동아 금자동아 : 어린아이를 귀한 금은처럼 귀히 여기는 말

간간동아 : '간간'은 화평하고 즐겁다는 의미임.

무가보 : 값으로 따질 수 없는 보배

왕상 : 중국 진나라 사람으로 계모를 지성으로 섬긴 효도로 유명함.

도척 : 중국 춘추 시대의 유명한 도적

불측한 : 마음보가 음흉한

이산 : 외딴 산

분총 : 무덤

현학사 : 어진 선비

수즉다욕(壽卽多辱) : 오래 살면 그만큼 욕되는 일이 많음.

양호 : 공자와 얼굴이 닮았던 인물. 노나라의 정치가로 성질이 포악하였음

작전 : 소작료

백주당상 : 대낮의 대청 위

이해와 감상

작자 · 연대 미상의 고전소설. 1권 1책. 국문필사본. 원래 판소리 열두마당의 하나였다고 하지만 판소리로는 전해지지 않는다.

목판본이나 활자본은 발견되지 않고, 김삼불(金三不)이 1950년에 필사본을 대본으로 하여 주석본을 출간한 바 있다. 그 때 사용한 필사본은 전하지 않는다. 그 밖에 최내옥본(崔來沃本) · 강전섭본(姜銓 瓏 本) · 단국대학교 율곡기념도서관 나손문고본(舊 金東旭本)의 필사본이 있다.

 

옹정 옹연 옹진골 옹당촌이라는 묘한 이름을 가진 곳에 옹고집이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는데, 성질이 고약해서 풍년을 좋아하지 않고, 매사에 고집을 부렸다. 인색하기만 해서, 팔십노모가 냉방에 병들어 있어도 돌보지 않는다.

월출봉 비치암에 도통한 도승이 있어서, 학대사라는 중에게 옹고집을 질책하고 오라고 보낸다. 그런데 학대사는 하인에게 매만 맞고 돌아간다. 도승은 이 말을 듣고 옹고집을 징벌하기로 한다. 허수아비를 만들어 부적을 붙이니 옹고집이 하나 더 생겼다. 가짜 옹고집이 진짜 옹고집의 집에 가서, 둘이 서로 진짜라고 다투게 된다.

옹고집의 아내와 자식이 나섰으나 누가 진짜 옹고집인를 판별하지 못해서 마침내 관가에 고소를 하게 된다. 원님이 족보를 가져오라고 해서 물어보니, 가짜가 더 잘 안다. 진짜 옹고집은 패소(敗訴)하고 곤장을 맞고 내친 다음에 걸식을 하는 신세가 된다. 가짜 옹고집은 집으로 들어가서 아내와 자식을 거느리고 산다.

옹고집의 아내는 다시 아들을 몇 명이나 낳는다. 진짜 옹고집은 그 뒤에 온갖 고생을 하며 지난날의 잘못을 뉘우치나, 어쩔 도리가 없어 자살하려고 산중에 들어간다. 막 자살을 하려는데 도승이 나타나서 말린다. 바로 월출봉 비치암의 도승이다. 옹고집이 뉘우치고 있는 것을 알고 부적을 하나 주면서 집으로 돌아가라고 한다.

집에 돌아가서 그 부적을 던지니, 그동안 집을 차지하고 있던 가짜 옹고집은 허수아비로 변한다. 아내가 가짜 옹고집과 관계해서 낳은 자식들도 모두 허수아비였다. 그러자 진짜 옹고집은 비로소 그동안 도술에 속은 줄 알고서, 새사람이 되어서 착한 일을 하고, 또한 불교를 열심히 믿는다.

 

이 작품은 우선 설화소설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동냥 온 중을 괄시해서 화를 입게 되었다는 설정은 ‘ 장자못이야기 ’ 와 상통한다. 부자이면서 인색하기만 한 인물에게 벌을 주기 위해서 도승이 도술을 부렸다는 점에서 서로 일치한다. 그러면서 가짜가 와서 진짜를 몰아내게 되었다는 줄거리는 쥐를 기른 이야기와 같다.

쥐에게 밥을 주어서 길렀더니 그 쥐가 사람으로 변하여 주인과 진짜 싸움을 한 끝에 주인을 몰아냈다는 유형의 이야기는 널리 알려져 있는 것인데, 이 작품에 수용되었다. 이처럼 설화를 적극 수용한 것은 판소리계 소설의 일반적 특징과 연결된다. 옹고집이라는 인물은 놀부와 상통한다.

 

심술이 많고 인색한 점에서 이 둘은 공통적인데, 금전적 이해관계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새롭게 나타난 인간형으로 볼 수 있다. 조선 후기에 화폐경제가 발달하면서 오직 부를 추구하는 데만 몰두하여 윤리도덕이나 인정 같은 것은 온통 저버린 부류가 나타나자, 이에 대한 반감이 작품을 통해서 반영된 결과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반감이 새로운 사회윤리를 제시하는 데 이르지 못하고, 전래적인 가치관과 불교신앙을 다시 긍정하고 만 것은 작품의 한계라 할 수 있다. 〈 흥부전 〉 에 비한다면, 작품 설정도 단순하고, 수법도 수준이 낮다 할 수 있다.

판소리 열두마당의 하나로 불리다가 전승이 중단되고, 필사본마저도 널리 전파되지 않은 이유를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작품 전개에 도술을 개입시켜 현실감을 살리지 못한 편이고, 과장이나 말장난에서 흥미와 웃음을 찾으려고 하였다. 좀더 사실적인 소설이 나타나자, 이런 특징 때문에 독자의 관심을 끌지 못하였으리라고 추정된다.

≪ 참고문헌 ≫ 裵裨將傳 · 雍固執傳(金三不, 國際文化館, 1950), 李朝時代小說論(金起東, 精硏社, 1959), 裵裨將傳 · 雍固執傳(鄭炳昱, 新丘文化社, 1974), 雍固執傳의 根源小說硏究(金鉉龍, 국어국문학 62 · 63합집, 1973), 雍固執傳의 硏究(李石來, 冠嶽語文硏究 3, 서울大學校國語國文學科, 1978).

심화 자료

'옹고집'과 '놀부'의 인간형

흥부전의 '놀부'와 옹고집전의 '옹고집'은 심술이 많고 인색하다는 점에서 그 인간형이 비슷하다. '옹고집'과 '놀부' 모두 조선 후기 계층의 분화에 따라 등장한 신흥 서민 부자 계층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이들 중에는 극단의 이기적인 행동과 사회 윤리를 무시하는 부도덕한 행위를 자행하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옹고집전'은 '흥부전'과 함께 바로 이런 악덕 서민 부자에 대한 일반 서민들의 반감을 기반으로 한 풍자적이고 해학적인 소설로 볼 수 있다. 현대 소설에서도 이와 같은 놀부형 인물이 등장하는데, 채만식의 '태평천하'에서 윤직원은 일제가 조장한 상업자본주의에 기생하여 자신의 부를 늘린 대표적인 인물이다. 또한 '살아있는 이중생 각하'에서의 '이중성' 같은 인물을 옹고집과 놀부의 후예로 볼 수 있다.

'옹고집'과 '놀부'의 공통점

 

공통점

등장 배경

금전적 이해 관계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조선 후기에 새롭게 나타난 인간형

성격

심술 많고 인색한 성격, 극단적인 이기적인 행동을 하고 사회 윤리를 무시하는

결과

개과천선, 지난날의 잘못을 뉘우치며 새사람이 됨

옹고집과 관련된 인물 유형

고전 소설

조선 시대 신흥 부자 계층

 

 

옹고집, 놀부

이기적이고, 부도덕함

 

 

현대 소설

일제의 상업자본주의에 기생함

윤직원(태평천하)

 

 

장자못설화(―――說話 )

인색한 부자가 중에게 쇠똥을 주었다가 벌을 받았다는 내용의 설화. 증거물을 동반한 지명설화로 흔히 장자의 악행을 부끄럽게 생각하여 몰래 시주한 며느리가 중이 제시한 금기를 어겨 바위가 되었다는 이야기가 함께 붙어 있다. 이 설화는 전국적인 분포를 보이며 가장 널리 알려진 대표적인 지명전설의 하나이다.

현재 장자못이 있다고 확인된 곳만 하여도 강원도 태백시의 황지못을 비롯하여 백여 군데가 된다. 풍부한 구전설화에 비하여 문헌자료는 거의 없는 편으로 ≪ 조선읍지 ≫ 에 구전 자료를 기록한 두 편이 있을 뿐이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옛날에 아주 인색하고 포악한 부자가 살고 있었다. 하루는 중이 와서 동냥을 달라고 하자, 장자는 외양간을 치고 있다가 쌀 대신 쇠똥을 바랑에 넣어 주었는데 중은 그냥 받아갔다. 이 광경을 보고 있던 장자의 며느리가 몰래 쌀을 퍼다가 바랑에 담아 주었다. 그러자 중이 “ 당신이 살려면 지금 나를 따라오되 절대로 뒤돌아보지 말라. ” 는 금기를 주었다.

며느리는 집을 떠나(혹은 기르던 개를 데리고, 아기를 업고, 베틀을 이고) 산을 오르는데 뒤에서 이상한 소리가 났다. 참고 돌아보지 않았으나 갑자기 커다란 소리가 들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돌아보았다. 며느리는 자기가 살던 집이 못이 되었으므로 놀라 그 자리에서 돌이 되었다. 지금도 그 부자의 집터가 변한 못과 바위가 남아 있다.

이 설화에서 중은 도승, 또는 거지로 변이되어 나타나기도 하고, 며느리는 딸 · 아내 · 하녀로 변이되기도 한다. 결구에서 며느리바위는 미륵바위 · 벼락바위 등으로 표현되기도 하며, 장자의 집이 못이 될 때에 장자는 구렁이로 변해서 그 못에서 살고 있다는 변이형도 있다. 이 설화는 크게 부자가 중을 학대한 벌로 집이 함몰하였다는 장자못 부분과, 며느리가 금기를 어겨 돌이 되었다는 화석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증거물에 따라 때때로 어느 한 부분만이 따로 이야기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럴 경우 대체로 앞의 장자못에 관한 이야기가 더 많이 나타난다. 이 설화의 앞부분인 인색한 부자의 악행과 그에 대한 징벌로서의 패망은 몇 가지 유사한 설화 유형으로 변이되어 나타나기도 한다.

인색한 부자가 지나가는 중을 학대하였더니, 그 중이 부자에게 더 부자가 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준다고 속이고는 현재 발복(發福)의 근원인 명당의 혈(穴)을 자르게 하였다. 탐욕스러운 부자는 욕심이 나서 그대로 하였다가 망해 버렸다는 이야기는 징벌의 수단으로 풍수리지설을 이용한다. 유사한 설화로는 자기 집 종을 학대하자 종의 자식이 집을 나가 풍수지리를 공부하고 돌아와서 주인집의 명당혈(明堂穴)을 자르게 하여 망하게 하였다는 유형도 있다.

이러한 변이형은 악행을 저지른 부자의 탐욕을 역이용하여 스스로 패망하게 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한다는 공통점이 있어서, 악행에 대한 응징이라는 주제만을 나타내고 있다. 이에 반하여 장자못설화는 단순한 악행응징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등장하고 있는 세 명의 인물들은 각기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 중은 초자연적인 세계의 절대선적(絶對善的)인 질서를 대변하는 존재이고, 장자는 세속적인 본능적 욕망의 표상이며, 며느리는 초월적 질서와 본능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간의 모습을 대변하고 있다.

이러한 해석은 장자못설화가 권선징악적 교훈 이상의 인간의 존재 양상에 대한 철학적 인식을 담은 설화임을 말해 준다.

이 설화는 구약성서의 ‘ 소돔과 고모라 ’ 와도 비교된다. 두 이야기는 문화적 · 종교적 배경의 차이가 있지만 전체적으로 매우 유사하여 설화의 세계성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고 있다.

이 설화는 광범위하게 전승되므로 향유층의 의식을 밝히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될 뿐 아니라, 폭넓은 분포와 전승 과정에서 파생된 변이는 설화 변이의 연구에도 기여하는 바가 크다. 또한 고대소설 〈 옹고집전 〉 이 형성되게 한 근원설화이며, 현대소설 〈 인간문제 〉 와 〈 돌 〉 의 소재가 됨으로써 설화의 소설화를 연구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된다.

≪ 참고문헌 ≫ 朝鮮邑誌, 雍固執傳, 韓國說話文學硏究(張德順, 서울大學校出版部, 1970), 嶺南의 傳說(柳增善, 螢雪出版社, 1971), 口碑文學槪說(張德順 · 趙東一 · 徐大錫 · 曺喜雄, 一潮閣, 1971), 韓國口碑傳說의 硏究(崔來沃, 一潮閣, 1981), 韓國口碑文學大系(韓國精神文化硏究院, 1980 ∼ 1988), 人間問題(姜敬愛, 東亞日報, 1934.1.), 돌(韓戊淑, 文學藝術, 1955.12.), 說話와 그 小說化過程에 대한 構造的 分析(崔來沃, 國文學硏究 7, 서울大學校大學院國文學硏究會, 1968). (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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