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다 가다- 김 억
by 송화은율오다 가다 - 김 억
오다 가다 길에서
만난 이라고,
그저 보고 그대로
예고 말건가
산(山)에는 청청(靑靑)
풀 잎사귀 푸르고
해수(海水)는 중중(重重)
흰 거품 밀려 든다.
산새는 죄죄
제 흥(興)을 노래하고
바다엔 흰 돛
옛 길을 찾노란다.
자다 깨다 꿈에서
만난 이라고
그만 잊고 그대로
갈 줄 아는가.
십리 포구(十里浦口) 산(山) 너머
그대 사는 곳
송이송이 살구꽃
바람에 논다.
수로 천리(水路千里) 먼 길
왜 온 줄 아나?
옛날 놀던 그대를
못 잊어 왔네
- ‘조선 시단’ 창간호(1929. 11)
<핵심 정리>
▶ 감상의 초점
이 시는 3음보를 바탕으로 소박한 내용에 어울리는 민요풍의 독특한 스타일을 보여 준다. 여기서 노래하는 그리움의 대상을 떠올려 보자.
‘오다 가다 길에서 만난 이’나 ‘자다 깨다 꿈에서 만난 이’가 때때로 떠오르고 그대가 사는 ‘십 리 포구 산 너머’가 어른거리는 영상을 떠올려 보자.
‘청청’이나 ‘중중’ 같은 표현은 음악적인 리듬감을 살리며 산과 바다의 분위기에 어떤 맛을 더해 주는가도 생각해 보자.
이 시의 작중 화자의 그리움이 두드러지게 느껴지는 연을 찾아보고 거기에 펼쳐지는 봄날의 풍경을 그려 보자.
▶ 성격 : 민요적
▶ 운율 : 3음보, 7·5조
▶ 특징 : 그리움을 노래했으면서도 오히려 밝고 경쾌한 느낌을 준다.
▶ 구성 : ① 만남의 소중함(1연)
② 산과 바다의 풍경(2연)
③ 산새와 돛단배(3연)
④ 만남의 소중함(4연)
⑤ 선명한 그리움(5연)
⑥ 그대를 찾는 까닭(6연)
▶ 제재 : 만남의 의미
▶ 주제 : 잠시 인연을 가졌던 사람에 대한 그리움
<연구 문제>(1)
1. 시적인 함축성과 여운을 고려할 때, 생략되어도 좋은 연은?
<모범답> 제6연
2. 이 시는 민요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다. 형식과 내용으로 나누어 그 성격을 지적하라.
<모범답> 형식면에서 3음보를 취하고 있고, 내용면에서 향토적 서정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이 시는 민요적 성격을 지녔다 할 수 있다.
3. 이 시의 주제를 3음절의 고유어로 쓰라.
<모범답> 그리움
4. 이 시의 주제를 드러내고 있는 방법으로 옳은 것은?
<모범답> ④
① 비유 ② 반복 ③ 암시 ④ 직설 ⑤ 풍자
<연구 문제>(2)
♣ 이 시는 3음보를 바탕으로 소박한 내용에 어울리는 민요풍의 독특한 스타일을 보여 준다. 다음을 생각해 보자.
1. 여기서 노래하는 그리움의 대상을 떠올려 보자.
2. ‘오다 가다 길에서 만난 이’나, ‘자다 깨다 꿈에서 만난 이’가 때때로 떠오르고 그대가 사는 ‘십 리 포구 산 너머’가 어른거리는 영상을 떠올려 보자.
3. ‘청청’이나 ‘중중’ 같은 표현은 음악적인 리듬감을 살리며 산과 바다의 분위기에 어떤 맛을 더해 주는가 생각해 보자.
4. 이 시의 작중 화자의 그리움이 두드러지게 느껴지는 연을 찾아보고 거기에 펼쳐지는 봄날의 풍경을 그려 보자,
< 감상의 길잡이 1 >
대개 그리움을 노래한 시들은 슬프고 침울한 분위기를 띠게 마련이다. 그 그리움이 크면 클수록 슬픔과 괴로움도 커지기 때문이다. 그리움이 사무치면 한(恨)으로 응어리지기도 한다. 그러나 그리움을 노래하는 모든 시가 다 그렇지 않다는 것을 이 시는 보여 준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말이 있듯이, 이 작품에서 노래하는 그리움의 대상은 ‘오다 가다 길에서 만난 이’이지만, ‘자다 깨다 꿈에서’ 보일 만큼 정이 들었고, 그래서 그는 ‘십 리 포구 산 너머’, ‘수로 천리 먼 길’을 찾아간다. 가벼운 만남이고, 인연이 그리 깊지 않기에 가슴을 아프게 할 만큼 그리움이 절박하지는 않다. 그렇게 절박하지는 않은 그리움이기에 아름다운 자연과 조화를 이루어 밝은 분위기를 지니게 된다.
특히, 제2연과 제3연의 풍경은 그 산과 바다의 싱싱함으로 이 작품에 경쾌함마저 더해 준다. 이런 아름다운 풍경을 배경으로 그리움은 때때로 또렷이 마음 속에 솟아오른다. 바람에 하늘거리는 살구꽃처럼 가볍고 아름답고 향기로운 그리움이다.
< 감상의 길잡이 2 >
이 시는 산수(山水)와 조화된 한국인 특유의 인정미를 7․5조의 가락을 빌어 노래하고 있다. 그리움을 노래하는 시들이 대체로 애틋하고 침울한 분위기를 띠는 데 반해, 이 시는 경쾌한 3음보 리듬을 바탕으로 아름다운 자연과 시적 화자의 정감이 어우러져 오히려 밝고 정겨운 느낌을 주고 있다.
이 작품의 기본 정서는 다분히 한국적으로 자연과의 합일과 과거 속으로의 회귀 욕구가 담담한 독백체 어투로 잘 나타나 있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因緣)’이라는 말이 있듯이 인연을 중시하는 한국인의 심성 구조가 그대로 투영되어 있는 이 작품에서 시적 화자는 ‘오다 가다 길에서 / 만난 이’를 못 견디게 그리워한다. ‘자다 깨다 꿈에서’까지 만날 정도로 정든 그 사람이, ‘짙어가는 풀잎’처럼, ‘밀려오는 파도’처럼 그리워 시적 화자는 마침내 ‘십리 포구 산 너머’ 그를 찾아 나선다. 시적 화자는 그와의 인연을 ‘그만 잊고 그대로 / 갈’ 수 없는 소중한 것으로 생각하면서도 겉으로는 ‘청청’․‘중중’․‘죄죄’와 같은 음성 상징어와 청백(靑白)의 대비를 통한 선명한 이미지 제시 방법으로써 밝고 경쾌하게 표현하고 있다. 마치 ‘죄죄 / 제 흥을 노래하’는 ‘산새’처럼, ‘송이송이 / 바람과 노’는 ‘살구꽃’ 향기처럼, ‘십리 포구 산 너머’를 향하는 시적 화자의 발걸음은 하늘을 날아오를 듯 가벼워진다.
< 감상의 길잡이 3 >
그리움을 노래한 시들은 대개 침울한 분위기를 띠게 되는 것이 당연한 일이며, 그리움이 클수록 안타까움과 괴로움도 커지게 마련이다. 그러나 언제나 그리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이 작품은 그런 점에서 재미나는 본보기이다.
이 작품에서 노래하는 그리움의 대상은 그다지 길지 않은 동안 인연을 가졌던 어떤 사람이다. 그는 `오다 가다 길에서' 만난 이이며, `자다 깨다 꿈에서' 만난 이이다. 그런데도 작중 인물에게는 그의 기억이 또렷이 남아 있다. 그래서 때때로 그의 생각이 떠오르고, `십리 포구 산 너머' 그대가 사는 곳이 눈앞에 어린다. 그러나 그들 사이의 인연은 짧은 동안의 것이었기에 가슴을 아프게 할만큼 그리움이 절박하지는 않다. 이것이 이 작품으로 하여금 노래하듯 경쾌한 분위기를 띠게 하는 이유이다.
이 점은 우선 제2, 3연에서 잘 나타난다. 여기에 보이는 뒷산과 앞바다의 모습은 얼마나 싱싱하고 밝은가? 그 속에서 노래하는 산새와 흰 돛단배의 느낌은 또 얼마나 경쾌한가? 시각적 상상력을 동원하여 눈 앞에 그려보면 그것은 아주 깨끗한 풍경화처럼 느껴질 것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작중 인물의 그리움은 마치 아름다운 꽃 향기처럼, 혹은 하늘을 흐르는 가벼운 구름처럼 그의 마음 속에 여운을 남기며 때때로 살아날 따름이다. 마지막 연에서 이 점은 더욱 생생하게 느껴진다. `십리 포구(十里浦口) 산 너먼 / 그대 사는 곳, / 송이송이 살구꽃 / 바람과 논다'라는 구절에 담긴 그리움은 바람에 하늘거리는 살구꽃만큼 가볍고 아름답다. 그 속에는 심각함 대신 어떤 쾌활함까지도 담긴 듯이 여겨진다. 봄날의 아름다운 풍경을 배경으로 떠오른 작은 그리움을 가벼운 말씨로 엮은 소품이다. [해설: 김흥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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