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문학창고

일기 - 김시종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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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 김시종

 

 

작가 : 김시종(1942- )

경북 점촌 출생. 1987년 안동교대 및 한국방송통신대 법학과 졸업. 1967중앙일보신춘문예에 도약(跳躍)이 당선되어 문단에 등단. 1969년 중등교사 역사과 합격. 현재 문경공업고교 교사, 국제펜클럽 회원, 노산문학회 이사.

그의 시는 역사의식과 현실의식에 관심을 보이면서 세태를 풍자하고 또한 일상 삶의 고뇌를 쉬우면서도 절실하게 드러낸다는 정평을 듣고 있다.

 

시집으로는 오뉘(범학도서, 1967), 창맹의 입(시문학사, 1978), 흙의 소리(시문학사, 1984), 외팔이 춘희(椿姬)(문학예술사, 1985), 얼굴 없는 여인(시문학사, 1990) 등이 있다.

 

 

< 감상의 길잡이 >

반성적인 내면의 음성이 담겨있는 일기는 기초적이고 소중한 문학 자산의 일부이다. 반복되는 삶의 굴레에서 잠시 어나 자신을 겸허하게 돌아보는 시간 중의 하나가 일기를 쓰는 시간일 것이다. 일기는 자신에게 말 건네는 행위이며 자신을 객관화 시켜보는 시간이다. 그래서 수용소의 공포에서 스스로를 위로한 소녀 <안네 프랑크의 일기>나 새로운 문물과 사상에 대한 사유가 담긴 기행 일기인 <열하일기>는 개인의 삶과 사회에 대한 소박한 기록이면서 동시에 문학적 가치를 지니고 있기도 하다.

 

일기는 개인의 역사를 담고 있다. 사관이 역사를 적듯, 몸가짐을 삼가하며 일기를 적는 시적 화자의 행위에는 성찰의 시간을 마련하려는 경건함과 아울러 자신에 대한 존중이 어려있다. 개인의 기록이 사관의 역사기술 행위에 비견되기 때문이다. 하루의 삶을 반성하는 시간은 절실하게 자신을 되짚어보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 일기는 자잘한 일상사가 그대로 담기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은유로 변형된다. 삶이 은유로 표현되고 삶의 자잘한 세목(細目)이 은유로 변형되는 것은 다만 가장의 기술(技術)을 위해서만은 아니다. 원관념과 보조관념을 사용한 은유는 또다른 사유의 깊이와 폭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또한 일기 안에서 가식(假飾)과 위장(僞裝)을 거부한다. 지옥의 불세례를 받더라도 그는 알몸의 솔직함으로 견디려는 의지를 다진다. 일기를 쓰는 시간을 자신을 솔직하게 바라볼 수 있는 순수한 시간으로 만들려는 생각 때문이다. 그럼에도 시인은 일기에조차 참된 나는 없는 것이 아닐까하는 의심을 떨구어 버릴 수 없다. 완벽한 순수함과 진정성으로 세상을 살아가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어쩔 수 없이 `가식의 옷'을 입고 살아 가는 자신과 그러한 자신을 뼈아프게 응시하는 시인의 자의식을 통해 뜨겁고 진지한 반성이 가능해진다. 세상 어디에도 참된 나는 없다는 시인의 통렬한 반성은 일기쓰기라는 시간을 빌어 가능한 일이다. 자신의 분식(粉飾)된 모습을 바라볼 때 반성하는 자리를 거치지 않고 참된 나에게로 도달하기란 어렵다. 자신을 되돌아보는 고통이 수반된, 자성(自省)의 풍부한 반향이 담긴 일기는 자아의 진정성을 회복하기 위한 하나의 시도이다. 일기는 그러한 시인의 모색이 드러나는 시이다. [해설: 유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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