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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자 양주편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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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자 양주편

양주가 말했다.

"천하의 아름다움은 순(舜)임금, 우(禹)임금, 주공(周公), 공자에게로 돌리고, 천하의 악한 것은 걸왕과 주왕에게로 돌린다. 그러나 순임금은 하양(河陽) 땅에서 밭을 갈았고 뇌택(雷澤)에서 질그릇을 구웠다. 그의 온 몸은 편할 날이 없었고 입과 배는 맛있는 음식으로 채울 수가 없었다. 부모들로부터 사랑을 받지 못했고 아우나 누이들과 가깝게 지내지도 못했으며 나이 삼십에 부모의 허락도 없이 장가를 들었다. 요(堯)임금으로부터 천하를 물려받았을 때에 그는 이미 나이는 많고 지혜는 쇠하였으며, 그의 아들 상균은 잘 나지 못해서 그 자리를 우(禹)에게 물려준 뒤에 근심 속에 죽어 갔다. 그는 천하의 사람들 중에서도 곤궁함과 고통을 가장 많이 겪은 사람이었다.

곤( )은 물과 땅을 다스렸으나 그 일을 성취하지 못하여 우산(羽山)에서 처형당했다. 우는 그 업을 이어받아 자기 아버지의 원수를 위해 일을 하느라 토목공사를 크게 일으켰다. 그는 아들을 낳았지만 그를 사랑해 주지 못하고 자기 집 문 앞을 지나면서도 들어가지 못했다. 그의 몸은 바짝 마르고 손과 발에는 못이 박혔다. 제복(祭服)은 아름답게 만들었다. 그러다가 근심 속에 죽음을 맞이하였으니, 그는 천하의 사람들 가운데서도 근심과 괴로움을 가장 많이 겪은 사람이었다.

무왕(武王)이 죽고 나서 그의 아들인 성왕(成王)이 아직 어리고 약하자 주공이 대신 천자의 정사를 돌보았다. 소공(邵公)은 이것을 기뻐하지 않고 사방에 네 나라에 헛소문을 떠뜨려 동쪽에 3년 동안 머물렀다. 그 형을 죽이고 아우를 쫓아내고서야 그 자신의 화를 면했다. 그러다가 그는 근심 속에 죽음을 맞이했다. 그는 천하의 사람들 가운데서도 가장 위태로움과 두려움을 많이 겪으면서 사람이었다.

공자의 제왕의 도에 밝아서 당시 임금들의 초빙에 의하였으나, 송나라에서는 나무가 베어졌고 위나라에서는 도망다니느라 자신의 발자국조차 지워야 했다. 그리고 송나라와 주나라에서는 궁지에 몰렸고, 진나라와 채나라에서는 포위를 당했다. 계씨(季氏)에게는 굴욕을 당했고, 양호에게는 욕을 보았다. 그러다가 근심속에 죽어갔다. 그는 천하의 사람들 가운데에서도 가장 핍박을 많이 겪은 사람이었다.

무릇 이 네 명의 성인들은 살아서는 하루도 즐겁게 살지 못하였으나 죽어서는 만세에 이름을 남기었다. 이름이란 실제로 취할 바가 못되는 것이니, 죽은 뒤에야 그를 칭송한들 알 수 없고, 그에게 상을 내린다 해도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나무 토막이나 흙덩이와 다를 것이 없다.

걸왕(桀王)은 누대에 걸쳐 내려온 재물을 지니고서 임금의 자리에 앉아 그의 지혜는 신하들의 충성된 말을 멀리했고 위세는 이 세상을 떨치기에 충분했다. 귀와 눈은 멋대로 즐기고, 그의 의지와 마음이 하고 싶어하는 일을 다 하다가 즐거움 속에서 죽음을 맞이하였다. 그는 천하의 백성들 가운데에서 안일과 방탕함을 가장 많이 누린 이였다.

주왕(紂王) 역시 누대의 재산을 이어받고 임금의 자리에 앉아 그의 지혜는 신하들의 충성된 말을 멀리했고 위세는 이 세상을 떨치기에 충분했다. 귀와 눈은 멋대로 즐기고, 그의 의지와 마음이 하고 싶어하는 일을 다 하다가 즐거움 속에서 죽음을 맞이하였다. 그는 천하의 백성들 가운데에서 안일과 방탕함을 가장 많이 누린 이였다.

주왕(紂王) 역시 누대의 재산을 이어받고 임금의 자리에 앉아 그의 위세가 행하여지지 않는 것이 없었고 뜻대로 하지 않는 것이 없었다. 넓은 궁전에서 자신의 감정대로 행동하고 기나긴 밤을 마음껏 즐겼으며, 예의로 인해 자기의 마음을 괴롭히지 않고 희희낙락 즐겁게 살다가 죽임을 당하였다. 그는 천하의 백성들 가운데에서도 가장 방종한 사람이었다.

이들 두 흉악한 임금들은 살아서는 즐거움을 마음껏 누리고, 죽어서는 어리석고 포악하다는 이름을 얻었다. 사실이란 본래부터 이름이 관여할 바가 아니다. 그들을 비난한들 알지 못하고, 그들을 칭찬한들 알지 못하니 나무토막이나 흙덩이와 다를 게 있겠는가?

그들 네 성인들에게는 비록 아름다움이 돌려졌으나, 끝까지 괴로움을 받다가 똑같이 죽음으로 돌아갔다. 그들 두 흉악한 임금들에게는 악하다는 평이 돌려졌으나, 끝까지 즐겁게 살다가 역시 똑같이 죽음으로 돌아갔다.

- 열자, '양주편'

순임금이나 공자와 같이 후세에 칭송을 듣는 성인들은 현실을 곤궁하게 산 반면, 걸·주와 같은 폭군들은 현실을 마음껏 누리며 즐겁게 산 사실을 대조하고 있다. 이를 통해 과연 하늘의 도가 있는 것인지에 의문을 가지며, 결국 악인이든 성인이든 죽으면 똑같다는 논리를 들어 글쓴이는 현실의 도가 더 중요하다고 결론을 내리고 있고, 이 글의 논리 전개에는 상반된 사례를 분석하여 일반적인 원리를 이끌어내는 방식이 쓰이고 있다. 그러나 삶은 자신의 즐거움만을 추구하는 삶보다 다른 사람들도 함께 즐거울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삶이 더 가치 있는 삶이라고 볼 수 있으며, 인간이란 현실도 중요하지만 미래에 대한 비젼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사람마다 행복감을 느끼는 기준은 다양하므로 한 가지의 잣대로만 재단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래야만 인간의 미래가 있고, 발전이 있을 수 있다.

8권 8편. 열어구(列禦寇:列子)가 서술한 것을 문인 ·후생들이 보완하여 천서(天瑞) ·황제(黃帝) ·주목왕(周穆王) ·중니(仲尼) ·탕문(湯問) ·역명(力命) ·양주(楊朱) ·설부(說符)의 8편으로 나누어 기술하였다. 전한(前漢) 말기에 유향(劉向)이 교정하여 8권으로 만들고, 동진(東晉)의 장담(張湛)이 주(注)를 달았다. 당대(唐代)에는 충허진경(沖虛眞經), 송대에는 충허지덕진경(沖虛至德眞經)이라는 존칭을 받았으나 그 소론(所論)은 노자(老子)의 청허무위(淸虛無爲)의 사상을 따른 것으로 독창성이 적다. 우공이산(愚公移山) ·조삼모사(朝三暮四) ·기우(杞憂) 등의 기사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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