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씨효문청행록(嚴氏孝門淸行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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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씨효문청행록(嚴氏孝門淸行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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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자·연대 미상의 고전소설. 국문필사본. 낙선재본인 한국정신문화연구원 소장본은 30권 30책이고, 고려대학교 도서관 소장본은 16권 16책이다. 이 작품은 〈금환재합연 金環再合緣〉으로 연결되는 2부작 가운데 첫번째 작품으로, 가정소설의 유형을 띤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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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나라 때 엄씨가에 삼형제가 있었는데, 맏이는 태사 백진이요, 둘째는 추밀 백현이요, 막내는 오왕 백경이다. 엄태사는 부인 최씨가 늦도록 아들을 낳지 못하자, 아우 오왕의 둘째아들인 창을 양자로 삼는다. 태사는 도덕군자인 창의 효성과 덕행을 사랑하여 엄씨 문중의 가통을 잇게 하려고 마음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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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최부인이 얼마 후 아들 영을 낳는다. 최부인은 창을 없애고 영으로 엄씨 가문의 종사를 삼을 음모를 꾸민다. 최부인은 무당으로 하여금 후원에 창의 형상을 만들어놓고, 활로 눈을 쏘고 칼로 머리를 베게 한다. 그러자 창이 시름시름 앓기 시작한다. 태사가 우연히 후원에서 창의 인형을 발견하고 시녀들을 책하자, 무당이 천벌을 받아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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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이 다시 기운을 차리고 진왕 윤광천의 딸과 혼인하여 금실이 좋았다. 최부인은 윤부인도 죽이려고 하나 실패한다. 최부인의 소생 영은 어머니와는 달리 형 창을 따르며 잠시도 떨어지지 않는다. 최부인은 어미의 마음을 몰라주는 영을 꾸짖지만, 영은 어머니의 음모를 알아차리고 형의 곁을 떠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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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은 20세 되는 해에 과거에 장원급제한다. 윤부인이 아들을 낳자, 최부인은 윤부인이 남편과 동침한 일이 없는데 사내아이를 낳았다고 거짓으로 꾸며 정배(定配)를 보내는 데 성공한다. 최부인은 다시 자객을 보내어 윤부인을 죽이려 하지만 윤부인의 동생이 그들을 쫓아버린다. 최부인은 또 창이 어머니를 죽이려 했다고 거짓말을 해서 창을 정배하게 하고, 자객을 보내어 죽이려 한다. 그러나 자객은 창의 인물을 보고 창의 충복이 된다. 형을 지켜주기 위해 따라와 있던 영은 자객이 가진 서한에서 어머니의 필적을 확인하고는 어머니의 죄악을 몸시 한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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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사는 최부인의 흉계로 요약(妖藥)을 먹고 시비를 분간하지 못하다가 차차 기운과 정신을 차린다. 하루는 태사가 문 밖에서 최부인과 시녀가 주고받는 이야기를 듣고 가화(家禍)의 원인이 최부인에게 있음을 알게 된다. 태사는 창과 윤부인을 돌아오게 하고, 최부인과는 면대하려 하지 않는다. 창과 영이 어머니의 죄를 용서해 주기를 간청하자, 태사는 하는 수 없이 최부인을 용서한다. 최부인은 창과 영의 지극한 효성에 감동되어 비로소 과거의 잘못을 뉘우치고, 착한 어머니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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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 창은 이부상서에 임명되고, 영 또한 과거에 장원급제한다. 창과 영은 사촌간이면서 친형제 이상으로 우애를 돈독히 하고, 양어머니와 친어머니에 대한 효도를 다하였다. 황제는 창을 효문선생(孝門先生)이라 하고, 영을 청행공(淸行公)이라 하여 칭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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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후기의 장편소설 가운데에는 형제간의 우애를 앞세우는 경우가 많다. 이 작품도 그러한 유형에 속한다. 주인공 창과 영은 사촌간이지만, 창은 영을 더없이 사랑하고, 영 또한 어머니가 형을 없애고자 하는 것을 알고는 형을 지켜주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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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 작품은 형제간의 우애뿐만 아니라 이들의 지극한 효심을 주제로 내세우고 있다. 창은 자신을 없애고자 하는 최부인의 의도를 알면서도, 어머니의 실덕(失德)을 말하지 않고 두둔하며 늘 자신의 허물을 앞세운다. 창의 지극한 효심으로 최부인은 마침내 개과천선하게 된다. 따라서 이 작품은 형제간의 우애와 그들의 효심을 주제로 하여 사대부 계층의 가정윤리를 깨우치고자 하는 가정소설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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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서각도서에 있는 고전소설은 대부분 대하소설로, 가문소설의 성격을 띠고 있다. 예외적으로 이 작품과 〈효의정충예행록 孝義貞忠禮行錄〉만은 대하소설이면서도 가문소설이 아닌 가정소설이다. 이 두 작품은 구성과 주제에 있어서도 유사성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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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嚴氏孝門淸行錄(韓國古代小說大系 3권, 한국정신문화연구원, 1981), 韓國古典小說硏究(金起東, 敎學社, 1983), 嚴氏孝門淸行錄硏究(金鎭世, 백영정병욱선생환갑기념논총, 신구문화사, 1982). (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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