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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 본문 일부 및 해설 / 안병욱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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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 안병욱

 

 

사람은 저마다 정다운 얼굴을 가지고 있다. 착하고 품위 있는 얼굴의 소유자도 있고, 흉하고 험상궂은 얼굴을 가진 이도 있다.

 

 우리는 자기의 얼굴을 선택하는 자유는 없다. 이 세상에 태어날 때 부모님한테서 선물로 받은 얼굴이다. 재주나 체질과 마찬가지로 운명적으로 결정된 것이다. 누구나 맑고 아름다운 얼굴을 가지기를 원한다. 추하고 못생긴 얼굴을 바라는 사람은 아마 이 세상에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톨스토이의 자서전적 작품을 읽어보면, 젊었을 때 자기의 코가 넓적하고 보기 흉한 것을 무척 비관하고 염세적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젊었을 때에는 특히 자기 얼굴의 미추에 대해서 유별한 관심을 갖는다. 이것은 젊은 여자일수록 더하다. 얼굴의 근본 바탕은 이 세상에 태어날 때 운명적으로 결정되지만, 우리는 자기의 성실한 노력에 따라서 제 얼굴을 어느 정도 고칠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좋은 얼굴을 가져 보려고 정성껏 애를 쓰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얼굴이 달라지는 법이다. 물론 한두 달의 노력으로 될 일은 결코 아니다. 적어도 10년쯤 성의껏 애쓴다면 얼굴은 분명히 달라진다. 한 가지의 높은 이상의 실현을 위해서 오랫동안 애써 온 사람의 얼굴에는 어딘지 범할 수 없는 위엄과 기품이 감돈다. 그것은 안에서 스스로 우러나오는 빛이다. 위대한 예술가나 탁월한 학자나 고매한 종교인의 얼굴에는 분명히 환한 빛이 있고 사람을 누르는 힘이 있다. 그것은 좋은 꽃에서 발하는 그윽한 향기와 같다. 감출래야 감출 수가 없는 일이다.

 

 링컨은 이런 말을 하였다.

 "사람은 나이 40이 되면 자기 얼굴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 한다."

 

 <하략>


 작자 : 안병욱
 형식 : 경수필
 성격 : 사색적, 철학적
 제재 : 얼굴
 문체 : 간결체
 주제 : 각자 좋은 얼굴을 만들도록 노력하고, 좋은 얼굴을 만들기 위해 성실하고 진실한 삶을 살자.
 출전 : (행복의 미학)(1966)   

 

 

 운명(運命) : 인간을 포함한 우주의 일체를 지배한다고 생각되는 필연적이고도 초인간적인 힘
 흉(凶)하다 : 얼굴이나 태도가 보기에 나쁘다.
 범(犯)할 : 남의 권리, 재산 등을 무시하거나 함부로 대할
 고매(高邁) : 인격, 학식이 높고 빼어남
 이지러지다 : 한 귀퉁이가 떨어지다. 한쪽이 차지 않다
 인과 법칙(因果法則) : 원인에 따르는 필연적인 결과
 단아(端雅) : 단정하고 아담함
 개조(開祖) : 처음 시작하여 그 일과의 원조가 됨
 범부(凡夫) : 평범한 사람


 이 세상에 - 얼굴이다. : 인간의 얼굴이란 부모님에게서 운명적으로 물려받은 고귀한 것임을 강조한 말
 그것은 - 우러나오는 빛이다. : 오랜 수련과 노력을 통하면 내면적인 결과가 얼굴을 통해 기품, 인격 등으로 드러나게 된다. 사람은 마음가짐에 따라 얼굴을 바꿀 수 있다. 자신의 얼굴은 자발적 마음가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인생은 자신의 마음가짐이 결정하는 것이다.


 좋은 얼굴은 - 예술품에 속한다. : 자신의 삶의 자세는 그대로 얼굴에 드러난다. 올바른 삶의 자세는 인생의 최고 가치라는 사실을 얼굴에 빗대어 표현했다.


 날마다 자기의 - 생활을 하자. : 날마다 참된 마음을 가지고 성실히 사는 삶의 자세를 유지함으로써, 자기 자신의 내면을 가다듬는다면 누구나 스스로 밝고 깨끗한 얼굴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윤동주의 시 "자화상"에서처럼, 자기의 내면을 맑게 다스리기 위하여 기도한다면 아름다운 영혼을 만들 수 있다.


 이 글은 수필이다. 수필은 말뜻 그대로 붓을 따라 쓰는 '무형식의 형식'이지만 세밀히 살피면 결코 형식이 없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다루는 주제에 따라 자유롭게 형식을 창안하는 가장 독창적인 형식일 수 있다.

 

 수필을 쓰기 위해서는 다루려는 주제에 대해 충분한 지식을 쌓고 성찰(省察)을 수행하는 일이 필요하다. 그처럼 주제가 음미된 뒤에라야 진정으로 주제에 걸맞은 형식이 창조될 수 있으며, 그와 같이 내용과 형식이 조화된 작품이라야 독자들에게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은은한 향기처럼 배어 나는 인생의 지혜를 전달할 수 있는 것이다.

 

 수필을 붓 가는 대로 쓰는 무형식의 글이라고 하지만, 내용과 형식이 조화된 작품이라야만 독자들에게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은은한 향기처럼 배어나는 인생의 지혜를 전달할 수 있다.

 

 작자는 이 작품에서 우리가 흔히 지나치기 쉬운 얼굴이라는 소재를 사색적이고 철학적인 사고를 통해 새롭게 구상하기 시작한다. 작자는 위대한 예술가, 학자, 종교인의 얼굴에는 환한 빛과 그윽한 향기가 담겨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타고난 천성이나 얼굴은 어쩔 수 없는 것이지만, 성실한 삶 여하에 따라 그 내면적인 모습은 얼마든지 가꿀 수 있다고 본다. 작자는 어렵지 않은 소재로 볼수록 정감이 가고 영원히 기억될 교훈을 수필에 담아내었다. 인생을 성실하게 좋은 마음으로 살자는 것이 그것이다.

 

 이 작품은 화려하거나 강렬한 힘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얼굴은 인생의 최고 예술품이라는 작자의 말이 은은한 향기가 되어 수필의 진한 여운의 의미를 되새겨 보게 한다.


 

 '얼굴' 전문의 내용 요약

 사람은 누구나 운명적으로 타고난 얼굴을 가지고 있다. 젊은 여성일수록 잘 생기고 못 생긴 데에 관심을 갖는데 우리는 오랜 인생의 노력을 통해 다른 얼굴을 만들 수 있다. 링컨은 "사람은 나이 40이 되면 자기 얼굴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 한다." 라는 말을 했는데 우리들 모두가 음미해 볼 만한 말이다. 마음가짐을 어떻게 갖느냐에 따라 얼굴 표정도 달라진다. 도산 선생은 훈훈한 마음으로 빙그레 웃는 얼굴을 강조했는데, 한국인의 표정이 훈훈해져서 한국 사회가 화목하게 되기를 바랬던 마음이다.

 

 "인간의 얼굴은 그가 가지고 있는 덕의 일부" 라고 한 미국의 여류 작가 올코트의 말처럼 얼굴 속에선 그 사람의 정신사가 드러난다. 또한 불교에 '유심소작'이라는 말이 있듯이 얼굴을 만드는 것은 자신의 마음에 달려 있다. 저마다 좋은 얼굴의 주인공이 되자.

 

 안병욱(安秉煜 1920- )

 철학자. 수필가. 호는 이당(怡堂). 평남 용강 출생. 현대인의 타락하고 혼탁한 정신 생활을 예리하게 분석하고 현대 지성의 방향과 모랄을 제시하였으며, 그의 사상적 기조는 자기 회복과 각성의 휴머니즘, 자유, 그리고 민족주의에 입각하고 있다. 실존주의, 허무주의 등의 현대 철학 연구에 기여하였으며, 명상적이고 교훈적인 수필의 세계를 보여 준다. 수필집으로 <사색인의 향연>, <행복의 메타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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