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잠설(養蠶說) / 본문 일부 및 해설 / 윤오영
by 송화은율양잠설(養蠶說) / 윤오영
어느 촌 농가에서 하루 저녁 잔 적이 있었다. 달은 훤히 밝은데, 어디서 비오는 소리가 들린다. 주인더러 물었더니 옆 방에서 누에가 풀 먹는 소리였었다. 여러 누에가 어석어석 다투어서 뽕잎 먹는 소리가 마치 비오는 소리 같았다. 식욕이 왕성한 까닭이었다. 이때 뽕을 충분히 공급해 주어야 한다. 며칠을 먹고 나면 누에 체내에 지방질이 충만해서 피부가 긴장되고 윤택하며 엿빛을 띠게 된다. 그때부터 식욕이 감퇴된다. 이것을 최안기(催眼期)라고 한다. 그러다가 아주 단식을 해버린다. 그러고는 실을 토해서 제 몸을 고정시키고 고개만 들고 잔다. 이것을 누에가 한잠 잔다고 한다. 얼마 후에 탈피를 하고 고개를 든다. 이것을 기잠(起蠶)이라고 한다. 이때에 누에의 체질은 극도로 쇠약해서 보호에 특별히 주의를 해야 한다. 다시 뽕을 먹기 시작한다. 초잠 때와 같다. 똑같은 과정을 되풀이해서 최안, 탈피, 기잠이 된다. 이것을 일령 이령(一齡二齡) 혹은 한잠 두잠 잤다고 한다. 오령이 되면 집을 짓고 집 속에 들어 앉는다. 성가(成家)된 것을 고치라고 한다. 이것이 공판장(共販場)에 가서 특등, 일등, 이등, 삼등, 등외품으로 평가된다.
나는 이 말을 듣고서, 사람이 글을 쓰는 것과 꼭 같다고 생각했다.
<하략>
작자 : 윤오영
형식 : 경수필
성격 : 사색적, 비유적, 교훈적, 예시적
표현 ; 유추적 방법을 사용
제재 : 누에의 성장 과정, 양잠
주제 : 글쓰기의 방법, 문학 수업의 단계로 '절차탁마(切磋琢磨)'해야 함
기잠(起蠶) : 외피를 갓 벗은 누에 새끼.
청신(淸新) : 맑고 산뜻함.
구각(舊殼) : 낡은 껍질.
글 때를 벗다 : 자기가 쓰는 글에서 다른 사람의 영향으로 인해 완전치 못했던 글이 완전히 자기의 개성적인 느낌이나 생각을 담았음을 말함.
일가 : 학문, 기술, 예술 등의 분야에서 독자적인 경지나 체계를 이룬 상태
참된 글이라는 것은 평범하고, 구체적 사실로부터 추상적인 진실을 발견하는 예리한 관찰력과 직관적 사고의 과정을 의미하고 있으며, 양잠이라는 한 예를 통해서 문학이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 지를 말하고 있는 철학적인 글로, 좋은 글쓰기 방법을 양잠을 통해 유추하여 설명하고 있는 수필이다. 유추라는 것은 생각을 구체적으로 전개하기 위한 한 방법이며, 대상의 다양한 측면을 다른 상황 속에 응용하여 적용하는 한 방법이다.
문장론이란 생각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방법론이라는 점에서, 순수 문학창작뿐 아니라 학문하기와도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다. 작가의 생각을 한 마디로 간추린다면 독서와 사색이 잘 융합되어야 좋은 글이 써질 수 있다는 것이다. 마치 누에가 좋은 뽕잎을 많이 먹고, 충분히 자서 이전의 껍질을 벗겨냄으로써 훌륭한 실을 뽑아낼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남의 글만을 많이 읽고 생각하지 않으면 자신의 독창적인 세계를 세울 수 없고, 반대로 남의 글을 너무 읽지 않으면 고치가 뽕잎을 먹지 못해 윤택이 없는 실을 뽑아낸다. 이에 대해서는 맹자도 '배우되 생각하지 않으면 맹목적이 되고, 생각하면서도 배우지 않으면 위험하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좋은 글이 되는 과정은, 왕성한 창작욕이나 독서욕을 보이는 시기를 거쳐 이를 곱씹어 생각해 볼 수 있는 최안기, 나아가 기존의 지식체계를 자기 관점내에서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하는 단계로 되어 있다. 이에 누에가 많이 먹던 시기, 최안, 탈피, 기잠으로 이어지는 과정과도 동일하다. 이러한 과정을 여러 번 거쳐 고치라는 일가(一家)를 이룸으로써 독창적인 세계를 이룩하는 문장(학문)의 세계를 작가는 양잠법으로 쉽고도 재미있게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내용을 담고 있는 이 글의 가장 특징적인 점은 유추의 생생함에 놓여 있다. 그리고 유추의 생생함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비교하고자 하는 대상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필요로 한다. 이 글에서는 양잠에 대한 지식을 통해 글쓰기의 방법을 이끌어 내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사람들의 삶 전반으로 확장하여 결론을 맺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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