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부사시사(漁父四時詞) / 겨울
by 송화은율어부사시사(漁父四時詞) - 겨울 -
윤선도(尹善道)
동사(冬飼)
구룸 거둔 후의 핻빋치 두텁거다
배떠라 배떠라
텬디폐색(天地閉塞) 호대 바다흔 의구(依舊)하다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가업슨 믉결이 깁편 닷 하여잇다
주대 다사리고 뱃밥을 박앋나냐
닫드러라 닫드러라
쇼샹(瀟湘) 동뎡(洞 )은 그믈이 언다 하다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이때예 어됴(漁 )하기 이만한 듸 업도다
여튼 갣 고기들히 먼 소해 다 갇나니
돋다라라 돋다라라
져근덛 날 됴흔 제 바탕의 나가보쟈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밋기 곧다오면 굴근 고기 믄다 한다
간밤의 눈갠 후(後)에 경물(景物)이 달랃고야
이어라 이어라
압희는 만경유리(萬頃琉璃) 뒤희는 천텹옥산(天疊玉山)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션계(仙界)ㄴ가 불계(佛界)ㄴ가 인간(人間)이 아니로다
그믈 낙시 니저 두고 뱃젼을 두드린다
이어라 이어라
압개를 건너고쟈 멷 번이나 혜여본고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무단(無端)한 된바람이 행혀 아니 부러올까
돋디여라 돋디여라
압길히 어두우니 모셜(暮雪)이 자자뎓다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아압디(鵝鴨池)를 뉘텨서 초목참(草木斬)을 싣돋던고
단애취벽(丹崖翠壁)이 화병(畵屛) 갇티 둘럿는듸
배셰여라 배셰여라
거구셰린(巨口細鱗)을 낟그나 몬 낟그나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고주사립(孤舟蓑笠)에 흥(興)계워 안잣노라
믉가의 외로운 솔 혼자 어이 싁싁한고
배매여라 배매여라
머흔 구룸 한(恨)티 마라 셰샹(世上)을 가리온다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파랑셩(波浪聲)을 염(厭)티 마라 딘훤( 暄)을 막는또다
챵쥬오도(滄州吾道)를 녜브터 닐런더라
닫디여라 닫디여라
칠리(七里) 여흘 양피(羊皮) 옷슨 긔 얻더 하니런고
직구총 지국총 어사와
삼쳔뉵백(三千六白) 낙시질은 손 고븐 제 엇더턴고
이와 져므러간다 연식(宴息)이 맏당토다
배븟텨라 배븟텨라
가는 눈 쁘린 길 블근 곳 흣터딘 듸 흥치며 거러가셔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셜월(雪月)이 셔봉(西峰)의 넘도록 숑창(松窓)을 비겨 잇쟈
동 |
은유를 써서 정계에 대한 작자의 근심하는 마음 冬詞(동사) 구름 걷은 후에 햇볕이 두텁도다[두텁게 내리쬔다] 배 띄워라 배 띄워라 천지가 막혔으니[천지가 얼고 막히어 생기를 잃어버림] 바다만은 여전하다[변함없다] 삐그덕 삐그덕 어기여차 끝없는 물결이 비단을 편 듯[펼쳐 놓은 듯 / 직유법] 고요하다 - 겨울 바다의 아름다운 풍경
낚싯줄대 다스리고 뱃밥을 박았느냐 닻 들어라 닻 들어라 소상강(瀟湘江) 동정호(洞庭湖)는 그물이 언다 한다 삐그덕 삐그덕 어기여차 이때에 고기 낚기 이만한 데 없도다
날씨가 추워지니 물이 얕은 포구의 고기들이 깊은 못으로 다 갔느냐 돛 달아라 돛 달아라 잠깐 날 좋은 때 바다에 나가 보자 삐그덕 삐그덕 어기여차 미끼가 아름다우면 굵은 고기 문다고 한다
지난(간) 밤에 눈 갠 후에 사방의 경물(景物) 혹은 경치가 달라졌구나.[설경이 펼쳐짐 / 계절마다 달라지는 경치] 배 저어라 배 저어라 앞에는 넓고 넓은 유리바다 뒤에는 첩첩옥산[눈 덮인 바다와 산, 즉 아름다운 겨울 경치를 말하는 '옥해은산'가 그 뜻이 유사함 / 대구법, 은유법, 색채 대비(푸른 바다 - 눈 덮인 산)] 삐그덕 삐그덕 어기여차 선계(仙界)인가 불계(佛界)인가[이상 세계 - 세속을 초월한 설경으로 아름다운 겨울 정경에 대한 예찬] 인간계(人間界)[속세]가 아니로다 - 눈 덮인 강촌의 아름다움
그물 낚시 잊어두고 뱃전을 두드린다 배 저어라 배 저어라 앞개를 건너고자 몇 번이나 생각하고 삐그덕 삐그덕 어기여차 공연한 된바람이 혹시 아니 불어올까
자러 가는 까마귀가 몇 마리나 지나갔느냐 돛 내려라 돛 내려라 앞길이 어두운데 저녁눈이 꽉 차 있다 삐그덕 삐그덕 어기여차 거위떼를 누가 쳐서 (자취)를 씻었던가
붉은 낭떠러지 푸른 벽이 병풍같이 둘렀는데 배 세워라 배 세워라 크고 좋은 물고기를 낚으나 못 났으나 삐그덕 삐그덕 어기여차 고주(孤舟)에 도롱 삿갓만으로 흥에 넘쳐 않았노라
물가에 외롭게 선 소나무[겨울에도 변함 없이 푸르른 존재] 혼자 어이 씩씩한고 배 매어라 배 매어라 험한 구름 원망마라 인간세상[속세]을 가려준다 삐그덕 삐그덕 어기여차 파도 소리 싫어 마라 속세 소리[진훤은 티끌과 시끄러움] 막는도다[홍진 같은 세상과 동떨어져 사는 시인의 삶이 드러나 있고, 세파에 물들지 않고자 하는 시인의 모습을 '물가에 외롭게 선 솔'에 자신의 모습을 투영시키고 있다] - 자신의 삶에 대한 자부심
창주(滄洲)가 우리 도(道)라 옛부터 일렀더라 닻 내려라 닻 내려라 칠리탄(七里灘)에 낚시질하던 엄자릉(嚴子陵)은 어떻던고 삐그덕 삐그덕 어기여차 십년 동안 낚시질하던 강태공은 어떻던고
아 날이 저물어 간다 쉬는 것이 마땅하다[날이 저물 때 쉬는 것은 순리라는 농경 사회의 사회적인 인식이 반영되어 있음] 배 붙여라 배 붙여라 가는 눈 뿌린 길에 붉은 꽃이 흩어진 데[색채 대비( 흰 눈 - 붉은 꽃)] 흥겨워하며 걸어가서[6음보의 파격 - 빠른 속도감을 통한 흥취의 고조] 삐그덕 삐그덕 어기여차 눈달[눈 위에 비치는 달빛]이 서산(西山)에 넘도록 송창(松窓 : 소나무 그림자가 비치는 창)을 기대어 있자 - 자연의 순리에 따르는 삶 |
이해와 감상
구름이 걷히고 날씨가 개자 햇볕이 따사롭다. 온 세상이 눈에 덮이고 꽁꽁 얼어붙어서 생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겨울철이지만, 바다는 사계절에 걸쳐 변함이 없고, 끝없이 맑은 물이 마치 비단을 펼쳐 놓은 듯 아름답다. 삭막한 물의 경치에 비하여 언제나 변함없는 바다의 아름다움을 찬양한 노래다.
겨울이 되어 기온이 내려가면 고기는 깊은 소로 갔다가 날씨가 따뜻한 날이면 수면 가까이 올라온다. 이 때에 어부들은 고기를 낚기 위하여 어장으로 나가는데 미끼만 좋으면 살지고 큰 고기를 잡을 수 있다. 이러한 겨울 낚시의 요도(要道)가 잘 나타나 있는 시조다.
'어부사시사'의 흥겨움에 대하여
'어부사시사' 40수 가운데 '興'은 무려 9회나 등장한다. 이것은 예사로이 넘길 일이 아니다. 물론 '興'의 시적 의의는 동아시아 문화권에서 오래 전부터 중시되어 왔다. 의미 실질이 반드시 일치하는 것만은 아니지만, 詩經의 육의(六義)에 '興'이 들어 왔고, 공자는 "興於詩의, 立於禮, 成於樂"과 "詩可以興"을 말했다. 한시에 관한 담론에서 "因物起興"이라든가 "興趣"를 거론하는 것도 드물지 않은 현상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부사시사'에서의 '흥'이라는 어휘에 각별히 주목하게 되는 이유는 우선 그 출현 빈도가 비상하게 높을 뿐 아니라, 이를 산출한 모종의 시적 태도를 해명하는 지렛점이 될 만하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어부사시사' 전체를 장악하는 정서적 기축으로서의 흥은 그러면 어떤 성격 내지 심적 지향을 지닌 것인가?
이미 지적한 것처럼 농암 이현보의 '어부가'의 작품의 主旨는 '세속으로부터의 초월, 강호에서의 평정과 自樂'이지만, 그 내면에는 수기치인의 완성이라는 유가적 이상의 한 부분을 포기 또는 유보할 수밖에 없는 데 대한 탄식이 지워지지 않는 심적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이 때문에 '농암 어부가'의 어부는 마음을 다 터놓고 강호의 즐거움에 몰입하지 못한 채, 근심의 빛깔이 서린 자기 억제에의 풍모를 간직했던 것이다.
'어부사시사'의 드높은 흥은 바로 이 정치적 이상주의의 견인력이 약화되는 한편, 강호 자연의 아름다움과 그 안에서의 古雅한 즐거움의 향유라는 측면이 강화·확대된 결과라고 이해된다. 다시 말해서, '혼탁한 정치 현실-淸淨한 강호'라는 양분법적 의식을 공유하면서도, 윤선도의 경우는 강호 저편의 세계에 대한 근원적 책무라는 '뒤에서 잡아당기는 심리적 구속'보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강호에서의 '미적 감흥과 기쁨의 직접성'이 더 강하게 작용했던 것이다.이 점은 '어부사시사'의 자연 묘사 및 행위 표현이 매우 구체적이며 생생하다는 사실과도 연관이 있지 않은가 한다. '어부사시사'에는 자연 경관 및 사물의 묘사가 예사로운 慣用性을 훨씬 뛰어 넘어 卽物的인 참신함을 보여 주는 것들이 많다. 색채 배합 및 대비의 선명함이 종종 구사되는 점도 유의할 만하다. 漁翁의 거동과 심리를 보여 주는 다채로운 표현들도 이 전의 어부가에서 보아 온 전경, 원경 위주의 시적 인식과는 구체성의 정도에서 현격한 차이가 있다.
이러한 표현상의 특질이 그 지역의 실제 경관이나 작자의 남다른 시적 형상력에 기인한 것이라고만 보아 넘긴다면 불충분하다. 역사적 이해의 평면에서 볼 때 그것은 강호 시가의 시대적 변모라는 커다란 흐름과 유관한 것이 아닌가 하는 성찰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어부사시사'에서 시적 자아의 고양된 감흥이 중추적 비중을 차지하고, 자연 景物 인식의 즉물적 구체성 또한 강화되고 있다는 사실은 무엇을 시사하는 것일까?
본고의 논의 범위에서 충분히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기는 하나, 필자는 일단 16세기와 17세기의 정치사적 차이 및 그와 관련된 사대부층의 의식 변화를 포괄적 설명 근거로 상정해 보고자 한다. 정치사적으로 볼 때 이 두 시대는 宣祖年間(1567∼1608)을 사이에 두고 士林 대 勳舊 세력의 대립기(16세기)와, 중앙 정계를 장악한 사림 출신 세력의 분화·갈등 시기(16세기말∼17세기)로 대조된다. 윤선도 자신이 南人 정파의 주요 인물 중 하나로서 여러 차례의 정치적 파란을 겪은 사실은 새삼 거론할 필요도 없다. 요컨대 '농암 어부가'와 '어부사시사'는 각기 앞뒤 시대의 산물로서 그 시대의 역사적 刻印을 지녔을 터이며, 이 점은 위에서 거론한 변별적 양상과도 관련이 있으리라고 보는 것이다.
16세게 전·중반의 상황에서 강호는 天人, 性命의 이치를 탐구하고 至治의 이상을 키우는 '이념적 닦음(修)의 공간'이라는 의미를 주축으로 詩化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16세기 말 이후에는 현실 정치의 혼탁함으로부터 떠나 자연의 아름다움과 넉넉한 삶을 누릴 수 있는 '심미적 충족·해방과 드높은 흥취의 공간'이라는 의미가 좀더 중요한 몫을 차지하게 된 것으로 믿어진다. '어부사시사'에 9회나 나타나는 '흥'이라는 어휘 및 이와 관련하여 위에 거론한 시적 특징들은 우발적인 현상이 아니라 그러한 역사적 추이의 시적 相關物로서의 의미를 지닌다.[출처 : 김흥규, '어부사시사에서의 興의 성격', "한국고전시가작품론2"(집문당, 1995)]
이현보의 '어부가'와 윤선도의 '어부사시사'의 차이점
(1) 이현보의 '어부가' : 은일적, 도피적 태도로 어부의 생활을 동경하고, 한문에 토를 단 듯 딱딱하나, 지나친 자연미에 대한 탄상이나 감흥은 스스로 억제하고 있다.
(2) 윤선도의 '어부사시사' : 어부의 생활이 사실적으로 그려져 있어 현실감이 뛰어나고, 우리말의 아름다움 잘 나타나 있으며 자연의 아름다움과 넉넉한 삶을 누릴 수 있는 심미적 공간과 흥취의 공간을 노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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