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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날 - 요사이 어느 하루 /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께스(Gabriel Garcia Marques 1928- )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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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날 - 요사이 어느 하루 /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께스(Gabriel Garcia Marques 1928- )

 

월요일은 희미하게 밝아 왔다. 그러나 비는 오지 않았다. 아우렐리오 에스꼬바르 씨는 여섯 시에 치료실 문을 열었다. 그는 무면허 치과 의사였으나 매우 부지런한 사람이었다. 진열장에서 아직 석고틀이 붙어 있는 의치를 꺼냈고, 의료 기구 한 줌을 크기에 맞추어 무슨 전시회처럼 정리해 놓았다. 그는 금박단추로 목 언저리까지 채운 칼라 없는 줄무늬 셔츠를 입었고, 바지는 고무줄 멜빵으로 걸치고 있었다. 그는 무뚝뚝하고 말수가 적었으며 마치 귀머거리처럼 좀처럼 주위로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탁자 위의 물건을 정리한 후에 천공기(穿孔機)를 의자 쪽으로 밀어 놓고 의치를 다듬기 위해 자리에 앉았다.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전혀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 보였으나 천공기를 사용하지 않을 때에도 계속 페달을 밟으며 고집스럽게 작업해 나갔다.

 

여덟 시가 지나자 창문을 통해 하늘을 보기 위하여 잠시 작업을 멈추고 이웃집 용마루에서 햇빛을 쬐고 있는 두어 마리의 얼빠진 듯한 매를 바라보았다. 점심 전에 다시 비가 퍼부을 거라 생각하며 작업을 계속했다. 열한 살 먹은 아들의 고르지 못한 목소리가 일깨워 주었다.

 

"아빠!"

"뭐냐?"

"읍장님께서 어금니 하나를 뽑아 줄 수 있는지 물으시는데요."

"여기 없다고 하려무나."

 

아우렐리오 에스꼬바로 씨는 금니를 다듬고 있었다. 그는 그것을 들어 팔을 쭉 뻗은 채 눈을 반쯤 감고 살펴보았다. 대기실에서 아들이 다시 소리쳤다.

"있다는 것 아신대요. 말씀을 듣고 계시거든요."

 

치과 의사는 계속 금니를 살펴보았다. 작업을 다 마치고 금니를 탁자 위에 놓은 후에야 말했다.

"좋군."

 

다시 천공기를 작동시켰다. 일거리를 보관해 두는 마분지 상자로부터 여러 조각으로 된 받침대를 꺼내어금을 세공하기 시작했다.

"아빠!"

"뭐냐?"

아직도 말투가 바뀌지 않았다.

"만일 어금니를 뽑아 주지 않으면 한 방 쏴 버리겠다고 하시는데요."

 

서두르지 않고 극히 침착한 동작으로 천공기 페달 밟기를 멈추고, 의자에서 천공기를 밀어내고, 탁자의 아래 서랍을 완전히 열었다. 그 곳에 연발 권총 한 자루가 있었다.

"좋아, 한 방 쏴 보라고 하려무나."

 

의자를 돌려 문 바로 앞에 놓아 두고 한 손은 서랍 가장자리에 갖다 두었다. 읍장이 문지방에 나타났다. 왼쪽 뺨은 면도를 했으나 부어 올랐고, 통증이 있는 반대편은 지난 닷새 간의 수염을 고스란히 지니고 있었다. 치과 의사는 그의 시든 눈에서 수많은 절망의 밤을 볼 수 있었다. 그는 손가락 끝으로 서랍을 닫고 나서 부드럽게 말했다.

"앉으시오."

"안녕하쇼."

읍장이 말했다.

"안녕하시오."

 

치과 의사가 말했다.

기구를 끓이는 동안 읍장은 머리를 의자의 머리받이에 기대고 한결 나아짐을 느꼈다. 냉랭한 기운이 감돌았다. 초라한 치료실이었다. 낡은 나무 의자, 페달용 천공기, 자기(瓷器)로 된 향수병이 들어 있는 진열장이 전부였다. 의자 앞에는 사람 키 높이의 커튼이 달린 창문이 있었다. 치과 의사가 다가온다고 느꼈을 때 읍장은 발뒤꿈치를 단단히 붙이고 입을 벌렸다.

 

아우렐리오 에스꼬바르 씨는 읍장의 얼굴을 빛이 있는 쪽으로 돌렸다. 상한 어금니를 살펴본 후 손가락에 조심스럽게 힘을 주어 턱을 고정시켰다.

"마취 안하고 해야겠군."

 

치과 의사가 말했다.

"왜?"

"종양이 생겨서입니다."

읍장은 눈을 크게 뜨고 치과 의사를 바라보았다.

"좋아요."

 

읍장이 말했다. 그리고 웃어 보이려 했다. 치과 의사는 대꾸하지 않았다. 끓인 기구가 담긴 냄비를 작업 탁자로 옮겨와서 차가운 핀셋으로 기구를 건져냈다. 여전히 서두르지 않았다. 구두코로 타구(唾具)를 돌려놓고 세면기로 손을 씻으러 갔다. 읍장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 모든 일을 했다. 그러나 읍장은 그를 시선에서 놓치지 않았다.

 

아래쪽 사랑니였다. 치과 의사는 입을 벌리고 뜨거운 집게로 어금니를 짓눌렀다. 읍장은 의자 팔걸이를 움켜쥐고 다리에 모든 힘을 집중시켰다. 아주 깊숙한 곳에서 얼어붙은 듯한 공허를 느꼈으나 고통을 토해 내진 않았다. 치과 의사는 단지 손목만을 움직였다. 아무런 증오 없이, 오히려 씁쓸한 부드러움으로. 그리고 말했다.

 

"이것으로 스무 명의 죽음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오, 중위."

 

읍장은 턱에서 뼈마디가 삐걱거리는 것을 느꼈고, 그의 두 눈은 눈물로 가득 찼다. 그러나 어금니가 뽑혀져 나오는 것을 느끼지 않으려고 한숨도 쉬지 않았다. 그때 눈물 속에서 어금니를 보았다. 그의 고통에 비해 너무 어처구니 없게 보였다. 그래서 지난 닷새 간의 밤의 고문을 이해할 수 없었다. 땀을 뻘뻘 흘리고 헐떡거리며 타구로 몸을 기울이고 군복 상의 단추를 풀렀으며, 바지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더듬 더듬 찾았다. 치과 의사가 그에게 깨끗한 수건을 건네 주었다.

 

"눈물을 닦으시오."

 

읍장은 눈물을 닦았다. 떨고 있었다. 치과 의사가 손을 씻는 동안 읍장은 밑이 빠진 천장을 올려다보고 거미알과 죽은 곤충이 널려 있는 먼지 낀 거미줄을 바라보았다. 치과 의사가 손을 닦으며 돌아왔다.

 

"기대어 앉으시오. 그리고 소금물로 입을 헹구시오."

 

읍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군대식의 무뚝뚝한 인사로 작별을 고했으며, 다리를 끌며 문께로 나아갔다. 군복 상의 단추는 채우지 않고 있었다.

"계산서를 보내시오."

"당신에게, 아니면 읍사무소로?"

 

읍장은 그를 쳐다보지 않았다. 문을 닫고 철망 너머로 말했다.

"마찬가지요." (김현철 옮김)


요점 정리

지은이 :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께스(Gabriel Garcia Marques 1928- )/ 김현철 옮김

갈래 : 단편 소설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성격 : 비판적, 풍자적

배경 : 시간(군사 정권 시대). 공간(콜롬비아 어느 작은 마을의 치과 병원)

경향 : 사회 비판적. 사실주의

문체 : 간결체. 상징적 문체

제재 : 치과 의사와 환자와의 일화

주제 : 탐욕스럽고 무지한 권력자들에 대한 비판과 풍자

구성 : 일정한 공간을 중심으로 한 일화적 구성

발단 : 월요일 아침에 치료실의 물건 정리에 바쁜 에스꼬바르 씨

전개 : 어금니를 뽑으러 온 읍장의 치료를 거부하는 에스꼬바르 씨와 읍장의 협박

위기 : 읍장이 진료실에 들어옴. 마취 없이 이를 뽑겠다는 의사의 진단

절정 : 사랑니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날카롭게 한 마디 뱉는 치과의사

결말 : 다시 퉁명스러워지는 읍장의 태도

줄거리 :

아우렐리오, 에스꼬바르가 운영하는 치과에 어느 날 읍장이 어금니의 통증을 호소하며 찾아온다. 에스꼬바르 씨는 비록 무면허 치과 의사지만 매우 부지런하고 강직한 사람으로 권력과 타협하지 않는 성품의 소유자이다. 반면 치과를 찾아 온 읍장은 군인이며, 20여 명의 사람을 무고하게 죽인 권력자의 상징으로 등장한다. 이러한 읍장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마취를 하고 치료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에스꼬바르 씨는 읍장의 치아에 종양이 생겼다는 이유를 들어 마취 없이 시술하게 된다. 그렇게 함으로써 읍장에게 죄의 대가를 조금이라도 치르게 하려는 의도이다. 즉 이를 빼는 행위 자체가 하나의 상징성을 띠고 있는 것이다. 이를 뺀 읍장은 고통으로 인해 눈물을 흘리며 자신이나 읍사무소 아무 곳으로나 계산서를 보래라고 말하고 여전히 군대식의 무뚝뚝한 인사를 남기고 떠난다.

내용 연구

월요일은 희미하게 밝아 왔다. 그러나 비는 오지 않았다. : 시간적 배경을 제시하는 부분이다. 날씨가 흐른 어느 월요일 아침이 시간적 배경이 된다.

그는 무뚝뚝하고 말수가 적었으며 마치 귀머거리처럼 좀처럼 주위로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 주인공의 성격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대목, 자신이 하는 일에만 몰두하며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 모습을 나타낸다.

열 한 살 먹은 아들의 고르지 못한 목소리가 일깨워 주었다. : 무언가 다급한 일을 전하기 때문에 평소와 달라진 상태의 목소리가 된 아들의 말소리를 묘사하였다. 주인공은 창 밖의 풍경을 얼빠진 듯 바라보다가 아들의 목소리를 듣고 비로소 작업을 계속하게 된다.

"만일 어금니를~쏴 버리겠다고 하시는데요." : 어금니를 빼주지 않으면 죽이겠다고 하는 데서 읍장이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라는 것이 드러난다. 여기서 군인 신분의 읍장이 강압적인 태도로 윽박지르는 행동을 나타낸다. 읍장의 행동 곧 독재 권력이 자행하는 폭정의 상징이다.

"좋아, 한 방 쏴 보라고 하려무나." : 치과 의사의 저항적인 태도가 나타난 구절로 실제로는 치료를 받으려 들어오라는 말이 익살적으로 표현되었다.

의자를 돌려~가장자리에 갖다 두었다. : 읍장을 맞이할 준비를 하면서 동시에 읍장의 돌발적인 행동에 대해서도 대비하는 모습을 나타낸다. 독재 권력에 대한 민중들의 저항적인 모습을 함축한다.

그의 시든 눈에서 수많은 절망의 밤을 볼 수 있었다. : 통증으로 잠을 자지 못해서 충혈된 눈을 묘사한 것이다. 함축적인 의미로는 독재 권력의 무지막지한 행동들에 대한 독재자들의 도덕적 자책감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그는 손가락~부드럽게 말했다. : 읍장의 고통에 찬 모습에서 연민을 느끼고 적대감을 완화하는 모습을 묘사하였다.

읍장은 발뒤꿈치를 ~입을 벌렸다. : 다가올 고통을 걱정하여 몸을 움츠리는 모습이다. 독재 권력이 스스로 고통은 작은 것일지라도 담대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존재로, 내적인 취약성을 지닌 존재로 묘사되어 있다.

읍장을 쳐다보지도~놓치지 않았다. : 자신의 직무를 충실히 수행하는 사람의 아무것에도 구애받지 않는 행동과, 본분에 어긋난 행위를 하였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 대해서 의심을 품고 두려워하는 사람의 행동 거지를 대비적으로 묘사하였다.

아주 깊숙한 곳에서 얼어붙은 듯한 공허를 느꼈으나 고통을 토해 내진 않았다. : 내면적으로 타락하여 공허할 수밖에 없는 독재자들의 심리와 그것을 겉으로는 감추고 있는 양태를 나타낸다.

아무런 증오 없이, 오히려 씁쓸한 부드러움으로. : 독재자의 행위를 미워하지만 고통을 당하는 인간이라는 점에서 불쌍하다는 느낌을 갖는 상태를 나타낸다.

"이것으로 스무 명의~지불하는 것이오, 중위." : 독재 권력이 죄값을 지불해야 한다는 뜻이다. '중위'는 읍장이 군인임을 다시 확인하는 것이다.

그의 고통에 비해 너무 어처구니 없게 보였다. : 지난 며칠 동안의 고통의 원인이었던 어금니가 막상 그것을 뽑아 보니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뜻이다. 여기서 이빨은 독재 정권의 상징으로 볼 수 있다. 썩은 이빨 하나가 온 나라에 고통을 가져온다는 것을 보여 준다.

떨고 있었다. : 총을 쏴 버리겠다고 하면서 강한 존재인 듯이 위세를 부렸지만, 작은 고통에도 견디지 못하는 취약한 존재에 지나지 않음을 표현한 구절이다.

읍장은 밑이 빠진~거미줄을 바라보았다. : 지저분한 진료실 풍경을 통해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의 비극적인 현실을 보여 준다. 읍장의 의식이 현실로 돌아옴을 나타내는 묘사이기도 하다.

읍장은 자리에서 ~채우지 않고 있었다. : 고통을 견딜 때의 나약한 모습을 벗어난 원래의 위압적인 모습으로 돌아가는 양태를 묘사했다. 단추가 채워지지 않은 모습에서 헝클어진 기강을 엿볼 수 있다.

"당신에게, 아니면 읍사무소로?" : 읍장 개인이 치료비를 내겠느냐 아니면 읍사무소가 내겠느냐. 치통은 읍장 개인의 것이지만 그 치료비를 사적으로 처리할 것인가 아니면 공적인 경비로 처리할 것인가를 묻는 속에서 현실의 부패를 드러낸다.

"마찬가지요." : 국가 기구의 경비로 개인의 치료비를 내겠다는 읍장의 의사는 그가 현실의 부패에 대해서 아무런 자각이나 반성도 가지고 있지 못함을 드러낸다. 독재 권력의 곪을 대로 곪은 부패상이 드러난다. 그가 총을 쏴 버리겠다는 원래의 태도도 돌아갔음을 나타낸다.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의 공간적 배경은 콜롬비아의 어느 작은 마을이며, 시간적 배경은 연대를 정확히 말할 수는 없으나 군인들이 모든 행정을 장악한 군사 정권 시대이다. 여기서 치과 의사와 군인인 읍장 사이에 벌어지는 일화를 통해 탐욕스러운 자들의 무지를 경쾌하게 조롱하고 있다.

작품에 등장하는 에스꼬바르 씨는 비록 무면허 치과 의사지만 자신의 일을 묵묵히 수행하는 사람이다. 읍장의 위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치료를 거부하는 행위를 보건대, 그는 권력자들에게 비판적이며 강직한 성품의 소유자임을 알 수 있다. 이에 비해 환자인 읍장은 군인이며 많은 사람을 고문하고 죽이는 일에 이력이 난 인물이다. 그러면서 그는 아픈 이를 제때 치료하지 않고 닷새 동안이나 방치해 둔 어리석은 자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치과 의사는 읍장의 상처를 마취를 하지 않고 수술하겠다고 한다. 그 표면적인 이유는 종양이 생겼다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그가 고문하고 죽인 사람들의 고통에 대한 대가를 조금이나마 치르게 하려는 의도이다. 고통을 참고 있는 읍장을 향해 '이것으로 스무 명의 죽음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라고 내뱉은 치과 의사의 말이 이를 입증한다.

읍장의 태도 변화에 대한 세밀한 관찰도 흥미롭다. 치료받기 전의 읍장은 자못 위세가 당당했다. 그러나 이를 빼는 동안에는 고통으로 일그러진 모습으로 변했다가, 떠날 때는 다시 퉁명스러운 모습으로 되돌아간다. 아울러 그는 자기 돈과 읍사무소의 재정에 대한 구별도 없는 부패한 인물이다. 이처럼 사소한 일들에 대한 관찰을 통해서도 작가는 탐욕스럽고 무지한 권력자들에 대한 소설적 비판을 보여 준다.(출처 : 구인환 ·김흥규 공저 한샘 문학)

이해와 감상2

이 작품은 콜롬비아의 어느 작은 마을을 공간적 배경으로 하여 전개되다. 작가인 마르께스는 군사 정군이 들어서 독재를 자행하는 중남미의 현실을 이 작은 마을에서 벌어지는 일을 통해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중남미 군사정권의 무법적이고 탈법적인 행위가 군인인 읍장의 행동을 통해서 압축적으로 제시되고 것이다.

작품의 등장 인물인 에스꼬바르 씨는 무면허이기는 하지만 자신의 일에 충실하고 고집이 있으며 부당한 권력에 대해서는 저항 의식도 가지고 있는 인물로 설정되어 있다. 그는 무소불위의 힘을 휘두르는 읍장의 치료 거부하고자 하는데 읍장의 치료를 거부하면 죽이겠다는 협박을 해 온다. 의사는 읍장이 총을 휘두르면 자신도 그에 대항하겠다는 의지를 보이지만 진료실에 나타난 읍장의 고통받은 얼굴을 보고 마음이 누그러진다.

의사는 읍장의 치통을 없애기 위해서 어금니를 빼려고 한다. 그러면서 마취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치료를 하겠다고 한다. 종기가 생겼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대지만 실제로는 그것이 많은 사람을 고문하고 죽인 사람에 대한 응징으로서의 성격을 지니고 있음이 드러난다. 퇆에 대한 연민 때문에 치료를 하는 의사는 당당하게 행동하지만 읍장은 의사의 행위를 의심하고 두려워한다. 그의 내심에는 막연하나마 불안이 잠재하고, 어느 곳에서도 안심할 수 없는 모든 사람에 대한 의심이 도사리고 있다. 의사는 마취 없이 이빨을 뽑히는 고통이 스무 명의 죽음에 대한 대가라고 말한다.

뽑힌 어금니를 보면서 읍장은 자신에게 몇 날 밤의 고통을 준 것이 어이없이 초라한 존재라는 것을 알지만 그 썩은 이가 현실의 삶에서는 바로 자신과 같은 독재자들이라는 사실은 깨닫지 못한다. 치료를 받은 뒤 읍장은 진료실을 나가지만 그는 이미 고통을 받을 때의 환자가 아니다. 그는 종래의 위압적이고 무법적으로 권력을 휘두르는 독재자의 모습으로 되돌아간다. 자신이 치료비를 공공 기관인 읍사무소의 경비로 치르겠다는 말 속에서 권력을 사적인 탐욕을 위해 사용하는 독재자의 모습이 역력하게 드러난다.

이해와 감상3

콜롬비아 출신의 소설가 마르께스는 오랜 독재 권력의 폭정 실상을 다양한 문체를 사용하여 신화적인 우화로 그려내고 있다. 그의 조국 콜롬비아는 오랜 기간 동안 자유 세력과 독재 권력과의 분쟁이 있었고, 이로 인해 수많은 농민과 노동자들이 살해되는 비극적인 역사를 갖고 있다. 그는 소설을 통해 라틴 아메리카의 비극적인 정치 상황을 심층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이 소설에서 시장은 민간인이 아니라 군인이다. 그는 어금니를 빼기 위해 치과의사를 찾아 오지만 그 전에 이미 이를 뽑아 주지 않으면 총으로 쏴 죽이겠다는 협박을 한다. 이에 대해 치과 의사는 이를 뽑느라 고생한 그에게 '여기는 사람 20명 죽인 죄값을 다 갚는 곳입니다.'라고 은근히 시장을 조롱한다. '사람을 20명 죽인 죄값'은 바로 작가의 조국 콜롬비아의 비극적인 정치 상황을 암시해 준다. 시장은 그러한 정치 상황을 상징적으로 나타내 주는 존재로서 독재 권력과 폭정의 현실을 나타낸다. 독재 권력에 의해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은 남미의 비극적인 현실의 가해자인 이러한 권력을 은근히 비판하는 작가 의식이 돋보인다. 이 소설은 짧은 시간에 일어난 사건을 포착하여 작가의 비판과 저항 정신을 압축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출처 : 김태준 외 3인저 민문고 문학) - 단편집 '여섯 시에 온 여자'. 민용태 옮김)

심화 자료

라틴 아메리카 문학 참고 사이트 http://www.latin21.org/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Gabriel Garcia Marquez)

1928. 3. 6 콜롬비아 아라카타카~ .

콜롬비아 작가로 라틴아메리카 문학에서 환상적 사실주의 경향을 주도한 사람이다. 1982년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으나 보고타에 있는 콜롬비아국립대학과 카르타헤나대학에서 법학과 저널리즘을 공부했다. 1948년 저널리스트로서 첫 출발을 하여, 카르타헤나·바랑키야·보고타 등지에서 일했다. 1950년대말에는 보고타의 일간지 〈에스펙타도르 El Espectador〉의 로마·파리 주재 외신특파원으로 있다가 1958년 콜롬비아를 거쳐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에서 저널리스트로 활동했다. 1959~61년에는 콜롬비아, 아바나, 뉴욕 시에서 쿠바의 새로운 통신사 '프렌사' (La prensa)에서 일했으며, 1960년대에는 멕시코 시에 거주하면서 시나리오 작가, 저널리스트, 출판업자로서 지냈다. 1973년 바르셀로나로 건너갔다가 1970년대말 멕시코로 돌아왔다. 1980년대초에는 정치노선에서 좌익 견해를 주장했기 때문에 본국 콜롬비아와 미국에서 여러 번 여행 제한을 받았다.

1940년대말부터 단편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주요한 첫 작품 〈낙엽 La hojarasca〉(1955)에서는 이후 작품 배경으로 많이 등장한 가상의 콜롬비아 마을 '마콘도'가 선보이며, 그가 즐겨 쓰는 문체의 특징인 리얼리즘과 환상적 구상의 결합이 나타나 있다.

〈아무도 대령에게 편지하지 않았다 El coronel no tiene quien le escriba〉(1961)는 1958년 콜롬비아 잡지 〈미토 Mito〉에 처음 실렸는데, 국가를 위해 싸웠으나 잊혀져버린 늙은 퇴역군인의 이야기를 그렸다. 이 소설은 단편집 〈마마 그란데의 장례식 Los funerales de la Mama Grande〉(1962)과 함께 〈No One Writes to the Colonel and Other Stories〉(1968)로 영역되었다. 이즈음 마콘도에서의 정치적 억압을 묘사한 〈암흑의 시대 La mala hora〉(1962)도 내놓았다.

가장 유명한 소설 〈 백년 동안의 고독 Cien anos de soledad〉(1967)은 멕시코에 처음 체류했을 때 쓰기 시작했다. 이 작품에서는 마콘도의 역사와 이 마을을 세운 부엔디아 가족을 그리고 있는데, 이는 콜롬비아의 실제 역사인 동시에 궁극적으로는 인류가 체험하는 신화와 전설을 표현한 것이다. 이 소설뿐만 아니라 여러 작품에서 사용한 밀도있고 복잡한 문체는 마르케스 자신이 노벨 문학상 수상 연설에서 말했듯이 미국의 소설가 윌리엄 포크너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와 함께 문학비평서 〈라틴아메리카 문학 La novela en America Latina〉(1968)을 썼다. 〈백년 동안의 고독〉에 나오는 한 에피소드는 단편집 〈결백한 에렌디라 외(外) La increible y triste historia de la candida Erendira y de su abuela deselmada〉(1972)를 낳게 했다. 그밖에 연작소설 〈푸른 개의 눈 Ojos de perro azul〉(1972)도 출판했다. 그뒤 라틴아메리카 군부독재자를 풍자한 〈족장(族長)의 가을 El otono del patriaca〉(1975)과 라틴아메리카 소도시를 배경으로 명예를 위해 저지른 살인사건들을 다룬 〈예고된 죽음 이야기 Cronica de una muerte anunciada〉(1981)를 썼다. ( 출처 : 브리태니커백과사전)

라틴아메리카 文學(Latin-American literature)

주로 서반구의 스페인어 사용국들과 포르투갈어를 쓰는 브라질에서 창작된 문학작품들의 총체.

스페인 정복자들이 발견한 진보한 인디언 문명의 문학작품들(시, 극, 신화적·역사적 저술)도 여기에 속한다. 라틴아메리카 문학의 초기 작품들로는 신대륙을 발견해 정복하고 그곳에 정착한 사람들이 기록한 군사보고서와 역사적 문헌들이 있다. 대표적 예로 에르난 코르테스의 생동감 넘치는 현장기록들과 베르날 디아스 델 카스티요의 덜 세련되었으나 다채로운 멕시코 정복의 연대기가 있다. 후에 좀더 학식을 갖춘 스페인 군인들은 르네상스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영웅시 형식의 서술문학 취향을 반영해 자신들의 모험과 활약상을 연대기적으로 기록한 서사시를 썼다. 이 가운데 주목할 만한 것으로 알론소 데 에르시야 이 수니가의 〈아라우칸 여인 La Araucana〉(1569~89)을 들 수 있는데, 이 작품은 역사시로서 스페인 사람들과 칠레 아라우칸 인디언들 간의 전투를 묘사했다. 한편 브라질이 포르투갈의 식민지가 되면서 전혀 다른 종류의 문학이 생겨났다. 포르투갈 탐험가들과 선교사들은 주로 신대륙의 아름다움과 미덕을 묘사하고 찬미하는 작품을 썼다.

16, 17세기에 라틴아메리카의 식민지가 차츰 안정을 찾아감에 따라 고국인 유럽과의 긴밀한 유대는 유럽에서와 비슷한 문학적 경향들의 발전을 가져오게 되었다. 서사시에 이어 서정시와 풍자시가 크게 발전했으며, 스페인의 바로크 시인 루이스 데 공고라 이 아르고테를 모방한 작품들이 그 주종을 이루었다. 그러나 종교적·세속적 사랑을 그린 멕시코 크리올계 수녀 소르 후아나 이네스 데 라 크루스의 소박한 시들을 비롯한 몇몇 작품은 문학의 참된 가치를 보여주기도 했다. 1700년대에 들어와 프랑스의 관습과 문학 및 프랑스 혁명의 이념 등은 라틴아메리카 문학에 큰 영향을 주었다. 라틴아메리카 혁명전쟁(1808~24)의 불타는 기상은 호세 호아킨 올메도, 호세 마리아 에레디아 같은 시인들의 애국적인 송시(頌詩)와 영웅시를 통해 잘 반영되었다.

1800년대 중반까지 낭만주의 운동은 라틴아메리카의 모든 신생 공화국에 파급되었다. 낭만주의는 주로 토속적 배경과 지방색이 강한 주제를 사용했는데, 예를 들면 과거 및 현재의 원주민과 대평원 팜파스의 가우초(남부 평원의 목동), 브라질 북동부의 세르타네호(내륙지방 사람) 등이다. 이런 것들을 소재로 한 작품 활동이 활발히 전개됨으로써 라플라타 강 유역의 '가우초 문학'과 브라질의 '인디아니스타 소설' 같은 라틴아메리카의 독특한 문학 장르가 탄생했다. 그밖에도 19세기 중엽에 발달한 ' 풍속주의'(costumbrismo)는 당시 지방민의 다양한 생활모습을 그린 풍속과 관습의 시적·사실적인 묘사로서 또다른 토착문학의 양식이다. 풍속주의는 훗날 사실주의 풍속소설로 발전하여 삶에 대한 묘사보다 사회문제에 중점을 두었다.

1870년대 후반에는 라틴아메리카 대부분의 지역에서 삶과 문학에 대한 세계주의적 각성이 일어나 '모더니즘'이라는 문학운동으로 전개되었다. 이 운동은 니카라과의 시인 루벤 다리오의 지도 아래 그 절정에 달했으며, '예술을 위한 예술'이라는 이념을 표방하여 아름다움·이국풍(異國風)·세련미의 추구를 이상으로 삼으면서 유럽과 라틴아메리카의 다양한 문학 경향(상징주의·고답파·퇴폐주의 등)을 결합했다.

멕시코 혁명(1910~20)에 대한 공포는 라틴아메리카 작가들에게 강한 사회적 각성을 불러일으켰다. 그들은 모더니즘 문학이 예술적 도피에 불과하다고 반기를 들고 착취와 곤궁으로 허덕이는 민중, 즉 원주민, 흑인, 메스티소 농민, 도시빈민, 노동자 등에 초점을 맞춘 소설을 썼다. 이 가운데 대표작으로는 마리아노 아수엘라의 〈패배자들 Los de abajo〉(1915)과 호르헤 이카사의 〈우아시풍고 Huasipungo〉(1934)가 있다. 세사르 바예호, 파블로 네루다 같은 시인들과 그후의 전위시인들은 과감한 형식과 시상을 사용하여 사회적·정치적 관심을 표현했다. 극 분야에서도 중요한 실험과 혁신이 시도되었으며, 특히 멕시코와 브라질에서는 1920~30년대에 표현주의극에서부터 부조리극에 이르는 다양한 형태의 극이 등장했다.

20세기 후반의 라틴아메리카 문학은 주제와 상징면에서 더욱 보편적인 성격을 띠었으며, 서구문학의 주류에 완전히 합류했다. 또 현대인을 소외와 고독, 실존에 대한 절망감과 악의 희생자로서 묘사했으며 철학적 물음에 대한 관심이 점차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심리학적 분석과 현실과 환상(꿈)의 상호작용에 대한 관심이 점차 확산되었다. 이러한 움직임이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에두아르도 마예아, 훌리오 코르타사르,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등 현대의 많은 주요 작가의 소설들이 지닌 특성이다. ( 출처 : 브리태니커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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