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문학창고

아테네 가는 배 / 요점정리 / 정소성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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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자소개

  정소성(鄭昭盛: 1944- )

경북 봉화 출생. 서울대 불문과 졸업. 1977년 {질주(疾走)}가 <현대문학>에 추천되어 등단. 그는 소설을 통한 삶의 체험을 형상화하고자 했으며 작품 속의 인물을 통해 역사적 삶의 의미에 접근하려는 태도를 보였다.

주요 작품으로는 {천년을 내리는 눈}, {혼혈의 땅}, {뜨거운 강}, {암야의 집}, {겨울 강} 등이 있다.

 

요점정리

인물 : 종석 - 역사학도. 모든 일에 자신감이 없어 자포자기하는 인물.
       주하 - 심한 불구자. 불란서 유학생. 불구에 대한 열등감은 없고
              이북에 있는 아버지와의 상봉에 실패함.
       엘리자베스 - 불가리아계 그리스인. 주하의 애인. 따뜻하고 여린
                    성격.
       이굉석 - 중국인. 주하에게 희망을 안겨 주는 인물.
주제 : 현실 속에서 고통의 신화적 인식과 운명 의식.

 

이해와 감상

  {아테네 가는 배}는 1985년에 발표된 중편소설로서, 제17회 동인 문학상 수상작이다. 이 작품은 여느 소설들과는 달리 이색적인 색조를 띠고 있으며, 우리의 분단의 역사적 현실을 소재로 삼고 남북 분단의 상태와 그리스 신화를 대비시키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 작품은 결국 두 가지의 의미를 드러내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나는, '종식'의 여행과 관련되는 것으로 신화의 세계 속에서 발견되는 현실의 의미이다. 그것은 트로이의 전설 중의 하나인 시모이 강의 이야기를 통해 암시되는, 분단의 고통이 신화의 세계에서 현실적인 것으로 바뀌는 장면을 '종식'은 가슴 깊이 새겨 두고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하나는, '주하'의 여로가 갖는 의미이다. 이것은 현실 속에서 반복되는 운명적인 신화의 반복을 뜻한다. '주하'는 아버지와의 상봉이라는 꿈을 이루지 못하며, 고통의 현실이 신화의 그것으로 뒤바뀌는 괴로움을 맛보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 작품의 결말은 신화 속에서 고통의 현실을 발견하고 현실 속에서 고통의 신화의 반복을 발견하는 이중적인 효과를 보여 주고 있다. 따라서 소설 {아테네 가는 배}는 신화의 세계를 통과하면서 그 신화 속의 고통스런 이야기를 바로 현실의 이야기로 바꿔 놓는다. 또, 이와 반대로 현실의 고통을 보여 주면서 그것이 신화 속의 고통에 이어지는 것임을 보여 주기도 한다. 그러므로 {아테네 가는 배}의 '배'는 신화 속으로 가는 배이며, 동시에 현실 속으로 가는 배이기도 한 것이다. 그리고 그 '길' 또한 신화와 현실에 함께 통한다고 할 수 있다. <권영민, 작품해설 참조>

 
줄거리

  아드리아해(海)로 향한 이탈리아의 항구 도시 브린디지.

외국 유학 생활이란 으레 외롭기 마련이지만 너무나도 오래 끌어 온 학구(學究) 생활은 종식의 마음과 몸을 피폐케 했다. 서른이 훨씬 넘었으나 여태껏 혼자인 그는 누구를 거느릴 만한 처지가 못 되었다.

서양사가 전공인 그가 그리스 여행이 처음이라는 것을 남들이 들으면 놀랄 만한 일이지만 그 동안 그에게 삶의 여유란 주어지지 않았었다. 학업을 따라가기 위한 밤낮없는 책과의 씨름에다 살아가기 위해 노동까지 해야 했다. 그가 있던 L시를 기점으로 한 여행은 토리노, 로마, 나폴리를 거쳐 일주일째 접으들고 있었다. 종식은 이탈리아를 훑고 그리스로 가 볼 참이었다.

L시의 한국인 사회에서 따돌림을 받고 있는 주하는 유난히 종식을 따랐다. 사실 주하는 조금 역겨움을 주는 인물이다. 뭐니 뭐니 해도 맥없이 흔들리는 그의 두 다리가 그랬다. 복도를 걸을 때면, 두 개의 지팡이가 시멘트 바닥과 부딪쳐 끔찍한 음향을 내었다. 주하의 불어 실력은 유창했다. 그러나 그는 어느 누구를 위해서도 그것을 써 먹지 않았다. 그러기에 더욱 따돌림당했다.

언젠가 주하가 종식에게 맥주를 낸 적이 있었다. 여자 친구 엘리자베스와 그녀의 어머니가 결혼을 독촉하러 다녀갔다는 것이다. 그때 종식은 믿을 수가 없었다. 반신불수에 경제력도 없고, 더구나 일본인도 아닌 유색인이었기 때문이었다.

24시간 꼬박 걸리는 아테네 가는 배.

종식은 24시간 동안 많은 의문과 놀라움에 접하게 되었다. 학위를 마친 지 오래된 주하가 귀향하는 점에 대해서는 비용 탓으로 알았으나, 그 외에 그가 추진하는 무언가가 있기 때문인 듯했다. 더구나 중국인 이굉석씨로부터 듣게 된 주하 아버지의 생존 사실은 충격적이었따. 그 사실을 확인한 장본인이 바로 이굉석 자신이란 것이다. 이굉석씨는 주하가 너무나 진실되고 딱하다면서, 왜 동포 학생들에게는 그런 말을 비추지도 않았는지 알 수가 없다고 했다.

드디어 테살로니키 도착.

뜻밖에도 그 곳에선 엄청난 계획이 추진되고 있었다. 퇴역 외교관인 엘리자베스의 할아버지를 통해 주하 아버지의 2년간 동안 유효한 여권을 마련했으나 노령인 탓으로 이곳 테살로니키에 올 수 없었다는 것이다.

졸도했던 주하는 품에서 포장된 뭉치와 천 조각을 꺼냈다. 포장된 뭉치는 주하의 어머니와 아버지가 함께 살던 황해도 북단 청천강 하류를 수놓은 것과 백발의 머리채였다. 엘리자베스에게 자기 아버지가 죽기 전에 그것들이 전달되기를 원한다고 말하는 주하의 불어 발음은 유창했고 비통한 음조까지 띠고 있었다.

그 순간 주하에게 다가서는 사람이 있었다. 이굉석씨였다. 핼쓱한 주하의 얼굴에서 유난히 총기 있게 반짝이는 두 눈이 빛을 발했다. 그는 지팡이를 찾아 짚고 서서 이굉석씨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 곁에선 금발의 엘리자베스가 끊임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종식은 목구멍을 쥐어뜯는 갈증을 느끼고 뛰쳐나왔다. 가슴이 마구 뛰었다.

에게해(海)의 밤.

부두에서 먼 기적 소리가 들려 왔다. 지팡이에 몸을 실은 주하가 전설과 신화의 숲으로 뒤덮인, 낯선 땅에 서 있는 모습이 저 멀리 떠올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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