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양 구첩(峨洋九疊)
by 송화은율
서곡
거문고를 들고 나라 형편을 소재로 노래를 하려 하니
자연은 맑고 우아한데, 세상사는 그렇지 않아 마음이 심히 불편하도다.
제이곡
나라를 일본에 팔아 먹은 일곱 대신이여,
그저 평생을 즐거움을 누리며 살려 하였더니 홀연히 풍파가 이니
되지도 않을 일을 해서 장차 닥쳐올 위험을 어찌할 것인가?
제사곡
철도를 놓는다. 광산을 개발한다 하여 논밭을 다 거두어 가니
농부가 농사를 지을 수 없어 방황을 한다.
제오곡
지팡이 하나, 표주박 하나 찬 초라한 행색으로 우리 땅을 돌아보니
곳곳에서 열강들이 다투는 총소리로 가득 차고 불길이 치솟는다.
난리를 피해 사방으로 흩어지니 그저 가련할 따름이다.
제팔곡
저기 가는 포수가 조총을 들고
사람이 살지 않는 깊은 곳에 들어가서 거기 있는 표독한 범을 쏘니
이것이 천지 진동이 아닌가(총을 든 사람들이 조용히 살고 있는 우리를 천지를 진동시키며 건드리니 우리가 무서운 범이라는 것을 정녕 모른단 말인가)
제구곡
청산아, 네가 어찌 세상사를 알겠느냐먀는 답답해서 물어 본다.
우리 역사 오백 년이요. 국토는 삼천 리인데
어느 세월에 이 험한 일들이 없는 태평한 때가 오겠는가?
요점 정리
지은이 : 미상
갈래 : 개화가사
성격 : 계몽적
구성 : 총 10연
제재 : 경술(1910년) 국치(國恥) 직전의 세태
주제 : 개화 사상의 확립과 민족의식 고취
출전 : 대한 매일 신보
내용 연구
구성
서곡 작자의 심경 토로
1곡 시국에 대한 염려
2곡 매국노 칠대신
3곡 달에 비유한 개화 사상
4곡 근대화로 인한 농촌의 수탈
5곡 열강의 틈바구니 속에서 유린당하는 국토의 백성
6곡 현실의 열악함 속에서 착취당하는 백성
7곡 봉건적 벽을 넘어 개화사상 고취
8곡 열강들의 모습에서 분노하는 민중
9곡 태평성대를 갈망하는 민족의 소망
나라를 진정으로 생각하는 인물들이 없음을 한탄하고 있다.
잠을 깬다는 의미가 바로 '각성 계몽'에 해당한다.
이해와 감상
이 노래는 문호개방이 우리 사회의 발전을 가져오기보다는 외세에 의해 주권이 흔들리고 결국은 나라를 잃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 이르렀음을 한탄하고 경계하고 있다. 당시의 사회상과 정치상을 읊은 개화기 시가를 '우국경세가'라 부르는 이유도 여기 있다. 이 작품은 서곡을 포함하여 총 10연으로 이루어진 개화 가사이다. 서곡에서는 작자 자신의 심경을 표현하고, 1곡에서는 시국에 대한 염려가, 2곡은 매국노 칠대신들을, 3곡은 달에 비유한 개화 사상, 4곡은 근대화로 인한 농촌의 수탈을, 5곡은 열강의 틈바구니 속에서 유린당하는 국토와 백성들을 6곡은 현실의 열악함 속에서 착취당한는 백성을, 7곡은 봉건적 벽을 넘어 개화 사상의 고취, 8곡에서는 열강들의 모습에서 분노하는 민중을 노래하고 9곡은 태평성대를 갈망하는 민족의 소망을 노래하고 있다.
개화 가사는 형식면에서는 조선시대의 운문성을 유지하며 내용적으로 관념적이고 구습적인 부분을 벗어나 현실적이고 계몽적인 요소를 함께 담고 있는 것이 그 특징이다. 특히 '대한 매일 신보'의 '사회등'란에 실린 가사는 대부분 당대의 정치, 경제 및 사회 현실의 부조리를 고발하고 비판하고 있다. 특히 이 작품은 4·4조의 형식으로 그 큰 맥락은 같이 하고 있지만 각 연이 분절되어 각기 다른 내용을 담고 있는 것과 분절마다 후렴구가 붙어 있는 것은 고려 속요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는 점에서 독특한 특징을 알 수 있다.
'대한매일신보'에 실린 이 유형의 작품들은 그 내용으로 보아 사회의 지도적 위치에 있는 지식인들의 창작일 것으로 추정되는데, 신문사의 논설 내용으로 쓰여진 것이라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이 작품 역시 지은이가 누구인지 모르며 혼란스러운 사회와 궁핍한 삶의 모습을 그려 내고 있다. 작품의 마지막 부분에서 '태평성대'가 언제쯤이나 가능할지 모르겠다는 자조섞인 목소리를 통해 우려와 비판으로 가득했던 당시 지식인의 내면 세계를 엿볼 수 있다.
심화 자료
개화기문학(開化期文學)
1900년을 전후한 개화기의 시대적 사조를 배경으로 하여 나타난 문학. 창가(唱歌)·신소설(新小說)·신체시(新體詩)·신파극(新派劇) 등으로 대표되는 문학예술 활동으로서 고전문학과 신문학 사이의 과도기적 구실을 하였다. 창가는 1896년 《독립신문》에 발표된 이용우의 <애국가>와 이중원의 <동심가> 등이 있고, 신소설로는 이인직(李人稙)의 《혈(血)의 누(淚)》와 이해조(李海朝)의 《자유종(自由鐘)》 및 최찬식(崔瓚植)·안국선(安國善) 등의 작품이 있다. 또, 1908년 최남선(崔南善)이 신체시 <해(海)에게서 소년에게>를 잡지 《소년》에 발표하였고, 이인직이 세운 원각사(圓覺社)에서 개화 사조를 본격적으로 반영한 연극이 상연되기 시작하였다. 개화기문학의 주제는 ① 자주독립 ② 자유민권 ③ 신교육 ④ 미신타파와 과학지식의 보급 ⑤ 자유연애와 자유결혼 ⑥ 평등사상 등으로 집약되겠으나, 고전문학의 테두리를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신문학의 전단계적인 구실을 하는 데 머물렀다.
사회등 가사
개화 가사로 분류되는 양식은 '대한 매일 신보'의 '사회등'이라는 고정란에 발표된 작품들이 거의 전부이다. 작품의 내용은 당시의 시사적인 문제에 대한 비판과 폭로 또는 계몽이 주를 이루었으며, 글쓴이의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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