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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청전(沈淸傳)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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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청전(沈淸傳)

요점 정리

작자 : 미상

연대 : 미상

종류 : 고대소설, 도덕소설, 판소리계 소설

성격 : 교훈적. 비현실적, 우연적, 환상적

문체 : 가사체, 운문체

구성 : 단순 구성

① 발단(發端) : 심청의 출생과 성장 과정.

② 전개(展開) : 심청이 아버지를 봉양하면서 하는 고생과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해 몸을 팔게 됨

③ 위기(危機) : 심청이 인당수에 몸을 던짐.

④ 절정(絶頂) : 다시 살아나 왕후가 됨.

⑤ 결말(結末) : 아버지를 만나고, 심 봉사는 눈을 뜨게 됨.

주제 : ① 부모에 대한 지극한 효성, ② 인과응보(因果應報), 권선징악

형성 : 설화('효녀 지은')→ 판소리 사설(수궁가, 심청가)→ 고대 소설(심청전) → 신소설(강상련(江上蓮)

배경 사상 :

유교의 효사상

아버지를 위해 공양미 삼백 석을 받고 인당수 제물로 팔려감

도교의 신선 사상

천상의 선녀였던 심청이 인간 사회로 적강함, 물에 빠진 심청을 용왕이 구출하여 인간 세계로 나아가게 함.

불교의 인과응보

효성이 지극하여 후에 복을 받음

민간 신앙

심 봉사가 제의적 행위를 통해 눈을 뜰 수 있다고 믿음, 인간을 제물로 바쳐 제사를 지냄.

특징 : '심청가'가 소설로 정착된 판소리계 소설이다. 이 작품의 심청의 희생과 환생 및 심 봉사의 개인이라는 전개를 통해 효의 관념을 형상화한 작품으로 우리 고전 소설의 백미로 평가받음.

기타 : 인신공회설화(人身供懷說話), 효자불공구친설화(孝子佛供救親說話), 맹인득안설화(盲人得眼說話)를 근원 설화로 보과 '삼국사기'의 '효녀 지은(孝女知恩)' 일명 ‘연권녀(連權女) 설화', ' 삼국유사'의‘빈녀양모(貧女良母)'와 '거타지 설화', 전남 성덕산 관음사 연기문(觀音寺緣起文)에 나오는 홍장(洪莊)처녀 이야기 등을 문헌상의 근원설화로 본다. 또한 여러 사람들의 참여에 의해 첨삭(添削)된 적층 문학(積層文學)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출전 : 완판본‘'심청전'

내용 연구

심청이 아버지께 여쭙기를,

“공양미 삼백 석을 이미 실어다 주었으니, 이제는 근심치 마옵소서.”

심 봉사가 깜짝 놀라,

“너, 그 말이 웬 말이야?”

심청 같이 타고난 효녀가 어찌 아버지를 속일까마는, 어찌할 수 없는 형편이라 잠깐 거짓말로 속여 대답하되[서술자의 개입 - 편집자적 논평],

“장 승상 댁 노부인께서 한 달 전에 저를 수양[양녀]딸로 삼으려 하였는데, 차마 허락지 아니하였습니다. 그러나 지금 형편으로는 공양미 삼백 석을 장만할 길이 없기로 이 사연을 노부인께 여쭈온즉, 백미 삼백 석을 내어 주시기에 수양딸로 팔렸나이다.”

하니, 심 봉사가 물색(物色 : 형편이나 까닭)도 모르면서 이 말만 반겨 듣고,

“그러하면 거룩하다. 그 부인은 한 나라 재상(宰相 : 왕을 도와 모든 관원을 지휘 감독하는 지위에 있던 이품 이상의 벼슬의 총칭. 또는 그 자리에 있던 사람.)의 부인이라 아마도 다르리라. 복을 많이 받겠구나. 저러하기에 그 자제 삼 형제가 벼슬길에 이름을 날렸나 보구나. 그러하나 양반의 자식으로 몸을 팔린단 말이 듣기에 괴이하다마는 장 승상 댁 수양딸로 팔린 거야 관계하랴. 언제 가느냐?”

“다음 달 보름날에 데려간다 하더이다.”

“어허, 그 일 매우 잘 되었다.” - 심 봉사를 안심시키기 위해 장 승상 댁에 수양딸로 간다고 거짓말을 함

밤은 깊어 삼경[밤 11시부터 오전 1시까지 / 속담 알아두기 - 삼경에 만난 액이라 : 뜻밖에 맞이하는 액(厄)이라는 뜻.]인데 은하수가 기울어졌다. 촛불을 대하여 두 무릎을 마주 꿇고 머리를 숙이고 한숨을 길게 쉬니, 아무리 효녀라도 마음이 온전할 소냐.

‘아버지 버선이나 마지막으로 지으리라.’

하고 바늘에 실을 꿰어 드니, 가슴이 답답하고 두 눈이 침침, 정신이 아득하여 하염없는 울음이 가슴 속에서 솟아난다. 아버지가 깰까 하여 크게 울지는 못하고 흐느끼며 얼굴도 대어 보고 손발도 만져 보며,

“날 볼 날이 몇 밤인가? 내가 한번 죽어지면 누굴 믿고 살으실까? 애닯도다, 우리 아버지. 내가 철을 알고 나서 밥 빌기를 놓으시더니, 내일부터라도 동네 거지 되겠으니 눈치인들 오죽하며 멸시인들 오죽할까. 무슨 험한 팔자로서 초칠일 안에 어머니 죽고 아버지조차 이별하니, 이런 일도 또 있을까?[자신의 처지에 대한 한탄] 저문 날에 구름 일 때 소통천의 모자 이별, 수유꽃 꽃놀이에 근심하던 용산의 형제 이별, 타향살이 설워하던 위성의 친구 이별, 전쟁터에 임을 보낸 오희 월녀 부부 이별, 이런 이별 많건마는 살아 당한 이별이야 소식 들을 날이 있고 만날 날이 있건마는, 우리 부녀 이별이야 어느 날에 소식 알며 어느 때에 또 만날까?[심청의 심리 - 절망감] 돌아가신 어머니는 황천(黃泉)으로 가 계시고, 나는 이제 죽게 되면 수궁으로 갈 것이니, 수궁에서 황천 가기 몇만 리 몇천 리나 되는고? 모녀 상면(上面)하려 한들 어머니가 나를 어찌 알며, 내가 어찌 어머니를 알리. 만일 묻고 물어 찾아가서 모녀 상면하는 날에 응당 아버지 소식을 물을 것이니, 무슨 말씀으로 대답하리[불교의 윤회사상]. 오늘 밤 새벽 때를 함지(咸池 : 해가 진다고 하는 서쪽의 큰 못)에다 머물게 하고, 내일 아침 돋는 해를 부상지[옛 중국에서, 해가 뜨는 동쪽 바다 속에 있다고 한 상상(想像)의 신성한 나무. 또는 그 나무가 있다는 곳]에다 맬 양이면 가련하신 우리 아버지 좀더 모셔 보련마는, 날이 가고 달이 가는 것을 뉘라서 막을소냐. 애고 애고, 설운지고.” - 자신이 죽고 난 뒤에 아버지의 처지를 생각하고 슬퍼함

이렇듯 구별을 다 짓고 나서 심 소저를 가자 할 때, 무릉촌 장 승상 댁 부인이 그제야 이 말[심청이 뱃사람들에게 팔려 가게 되었다는 말]을 듣고 급히 시비를 보내어 심 소저를 부른다. 소저가 시비를 따라가니, 승상 부인이 문 밖에 내달아 소저의 손을 잡고 울며 말하기를,

“네 이 무상한 사람아. 나는 너를 자식으로 알았는데, 너는 나를 어미같이 알지를 않는구나. 백미 삼백 석에 몸이 팔려 죽으러 간다 하니 효성이 지극하다마는, 네가 살아 세상에 있어 하는 것만 같겠느냐? 나와 의논했더라면 진작 주선해 주었으리라. 백미 삼백 석을 이제라도 내어 줄 것이니, 뱃사람들에게 도로 주고 당치 않은 말 다시 말라.” - 장 승상 댁 부인이 심청의 소식을 듣고 백미 삼백 석을 내어 주려 함.

하시니, 심 소저가 여쭈오되,

“당초에 말씀 못 드린 것을 이제야 후회한들 무엇하오리까? 또한 부모를 위해 공을 드릴 양이면 어찌 남의 명분 없는 재물[장 승상이 주려고 한 백미를 말함]을 바라며, 백미 삼백 석을 도로 내어 주면 뱃사람들 일이 낭패이니 그도 또한 어렵삽고, 남에게 몸을 허락하여 약속을 정한 뒤에 다시금 약속을 어기면 못난 사람들 하는 짓이라. 그 말씀을 따르지 못하려니와 하물며 값을 받고 몇 달이 지난 뒤에 차마 어찌 낯을 들어 무슨 말을 하오리까? 부인의 하늘 같은 은혜와 착하신 말씀은 저승으로 돌아가서 결초보은(結草報恩 : 죽어 혼령이 되어도 은혜를 잊지 않고 갚음.) 하오리다.”

하고 눈물이 옷깃을 적시는구나. 부인이 다시 보니 엄숙한지라, 하릴없이 더는 말리지 못하고 놓지도 못하시거늘, 심 소저가 울며 여쭙기를,

“부인은 전생(前生)에 나의 부모라. 어느 날에 다시 모시리까? 글 한 수를 지어 정(情)을 표하오니 보시면 아실 것이리다.”

부인이 반기어 종이와 붓을 내어 주니 붓을 들고 글을 쓸 제, 눈물이 비가 되어 점점이 떨어지니 송이송이 꽃이 되어 그림 족자(簇子 : 글씨나 그림 등을 꾸며서 벽에 걸게 만든 두루마리)로다. 안방에 걸고 보니, 그 글에 하였으되,

사람의 죽고 사는 게 한 꿈 속이니,

정에 끌려 어찌 굳이 눈물을 흘리랴마는,

세간에 가장 애끊는 곳이 있으니,

풀 돋는 강남에 사람이 돌아오지 못하는 일이라[심청의 죽음을 의미함].’

 

이해와 감상

작자 · 연대 미상의 고전소설. 1책. 국문 목판본 · 필사본 · 활자본. 활자본 〈 강상련 江上蓮 〉 (1912)은 이해조 ( 李海朝 )가 신소설로 개작한 것이다. 수십 종의 이본이 있는데, 이들 중 성격이 뚜렷이 구별되는 것이 경판본 ( 京板本 )계열과 완판본 ( 完板本 )계열이다.

경판본은 판소리와 관계가 없이 설화가 소설화된 작품이며, 완판본은 판소리로 불리다가 소설로 정착된 작품이다. 경판본으로는 한남서림(翰南書林)본, 대영박물관 소장본, 송동(宋洞)본, 안성본 등이 있고 완판본은 6종이 있는데 이들은 내용은 물론 판형 · 장 · 행 · 자수(字數) · 자위(字位)까지 동일하나 부분적인 차이를 보인다.

이들 판본의 선후관계는 한남서림본 → 송동본 → 안성본 → 완판본으로 추정된다. 또한 활자본인 이해조의 〈 강상련 〉 은 완판본의 내용을 바탕으로 첨삭을 가하여 신소설로 개작한 것이다.

다른 활자본의 모본이 되어 그후 1915년 광동서국(光東書局), 1921년 대창서원(大昌書院) 등에서 〈 강상련 〉 에 약간의 첨삭을 가하여 출판하였다. 이본들 중 공통 줄거리에 가장 가까운 것이 경판본계열이고, 완판본계열로 가면 더 많은 내용이 첨가된다. 경판 24장본의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내용〕

명나라 성화연간에 남군땅의 명유(名儒) 심현이 부인 정씨와 살았다. 혈육이 없어 걱정하였는데 신기한 꿈을 꾸고 딸 심청을 낳는다. 청이 3세가 되는 해에 정씨가 병이 들어 세상을 떠나고, 심현도 질병에 걸려 안질을 앓아 맹인이 된다.

맹인 심현의 사랑을 받고 자란 심청은 7, 8세부터 효성으로 아버지를 봉양한다. 13세 된 심청이 장자집의 방아를 찧어주고 늦어지자 심공이 혼자 나가다가 구렁에 빠진다. 이때 명월산 운심동 개법당의 화주승이 그를 구해주고 공양미 300석을 시주하면 장래에 부녀 영화를 보리라 한다.

이 말을 들은 심공은 전후사를 생각하지 않고 신심을 발하여 시주를 서약한다. 남몰래 고민하는 아버지의 사정을 들은 심청은 천지신명께 지성으로 빈다.

그날 밤 꿈에 나타난 노승으로부터 이야기를 들은 청은 날이 밝기를 기다린다. 과연 남경상고가 유리국 인단소에 산 사람으로 제사하려고 티없는 처녀를 사러 다닌다. 심청은 수중고혼(水中孤魂 : 물에 빠져 죽은 사람의 외로운 넋)이 되기로 결심하고 기꺼이 몸을 팔아 백미 300석을 부처님께 바친다.

행선날에 아버지에게 사실을 알리고 떠나려 하자 심공은 통곡하며 만류한다. 이 광경을 본 상고들은 수일을 연기하여주고 백미 50석을 더 주고 떠난다.

인단소에 빠진 심청은 동해용왕의 시녀들에게 구조되어 용궁으로 인도된다. 심청은 회생약을 먹고 깨어나 자신이 전생에 초간왕의 귀녀 규성(동해용녀)이었고, 아버지는 노군성이었음을 알게 된다. 또 그동안 모든 괴로움이 석가세존의 시험이었음도 알게 된다.

뿐만 아니라 자비로운 세존의 덕으로 부녀가 유리국에 나아가 지체가 높고 귀하게 되리라는 것도 듣게 된다. 큰 꽃송이 속에 들어 인단소에 떠 있던 심청은 남경상고들에 의하여 유리국 왕궁으로 가게 된다. 꽃 속에서 나온 심청은 마침내 왕후가 되어 자비와 선정을 베풀도록 왕을 돕고 아버지를 찾기 위하여 맹인잔치를 열게 한다.

맹인잔치 마지막날 말석에 앉았던 심공은 죽었던 딸을 만나고 그 딸이 왕후가 되었다는 말에 눈을 뜬다. 심공은 좌승상 임한의 딸을 맞아 재혼하니 신부의 현숙함과 심공의 희열이 비할 데 없었다.

〔경판본과 완판본의 비교〕

경판본에서는 출천대효(出天大孝) 심청과 그의 아버지 심학규가 주요 인물로 등장한다. 심청은 오직 눈먼 아버지에게 지극한 효성을 다하다가 인단소에 투신한다.

투신 이후에도 아버지를 만나기 위한 일념만을 보인다. 심봉사 역시 딸만을 위하여 살 뿐이며, 심청의 투신 이후에도 심청만을 생각하며 초라하게 살아간다.

경판본의 작자는 작품 전체에 지극한 효성의 분위기를 자아내는 데 전력하고 있으며, 심청의 죽음은 피할 수 없는 숙명으로 제시된다. 따라서 경판본은 유교적 엄숙성과 숙명론적 운명관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

한편 완판본은 경판본보다 훨씬 더 많은 등장인물과 사건을 담고 있다. 완판본에는 무릉촌 장승상 부인, 뺑덕어미, 귀덕어미, 무릉촌 태수, 방아찧는 아낙네들, 황봉사, 안씨 맹인 등의 인물들이 더 등장한다.

이들 중 대부분은 작품의 후반부에 등장하여 심봉사를 희화화시키는 기능을 담당한다. 장승상 부인은 심청에게 양녀 되기를 제안하고 또 심청의 죽음을 통한 효의 실현에 반대한다. 즉, 장승상 부인은 심청이 추구하는 유교적 관념에 이의를 제기하고 현실적 해결방법을 내놓는 인물로서 기능한다.

 

뺑덕어미는 심청과는 정반대로 현실적이고 물질지향적인 인물로서 심봉사를 현실적이고 비속한 인물로 만드는 데 가장 큰 역할을 담당한다. 심청은 경판본이나 완판본이나 성격이 크게 다르게 나타나지 않으나, 심봉사는 두 본에서 성격이 아주 다른 인물로 나타난다.

경판본의 심봉사는 한결같이 유교적 이념에 충실한 인물인 데 반하여, 완판본의 심봉사는 훨씬 세속적이고 현실주의적인 인물로 나타난다.

완판본의 심봉사는 “ 누세 잠영지족으로 문명이 자자 ” 한 양반집 후예였으나 화주승에게 공양미를 시주하겠다고 할 때는 “ 여보시오. 어느 쇠아들놈이 부처님께 적어놓고 빈말 하겠소. 눈 뜰라다가 안진백이 되게요, 사람만 업수이 여기난고 염려말고 적으시오. ” 하고 말하는 위인이다.

그는 또 천하의 잡녀(雜女)인 뺑덕어미와 놀아나다가 “ 여러 해 주린 판이라 그 중의 실낙은 있어 아모란 줄을 모르고 가산이 점점 퇴패 ” 하는 치졸한 인물이다.

심청의 투신 이후의 심봉사에게는 투신 이전에 지녔던 위엄은 사라지고, 태수 앞에서 허풍과 억지를 부리는 못난이며, 방아찧는 여인네와 음담(淫談)을 즐기는 비속한 인물이다. 이러한 인물들로 인하여 완판본은 유교적 엄숙성이나 숙명론적 운명관에 지배되지 않는다.

완판본은 유교적 효를 지켜야 할 규범으로 받아들이고는 있으나, 한편으로 당대 현실에 대해서 회의적이며 비판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완판본에는 관념적 가치와 현실적 가치가 서로 갈등하며 대립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데, 이것은 다른 판소리계 소설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공통된 특성이다.

경판본과 완판본의 구성 양식을 비교해 보면, 전자는 내용에 따라 단순, 소박하고 차분하게 짜여진 양식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후자는 풍성한 내용에 따라 복잡, 장황하고 들떠 있는 양식이다. 문체에 있어서는, 경판본의 것이 과거의 전아한 멋을 지닌 간결, 소박한 산문체인 데 비하여, 완판본의 것은 풍부한 형용사나 감탄사는 물론, 삽입가요 · 잔사설 · 고사성어 · 한시 등을 끌어들여 부연하고 윤색된 율문체이다.

〔근원설화〕

〈 심청전 〉 은 그 형성적 측면에서 설화소설이기에 일찍부터 근원설화에 대한 논의가 다양하게 전개되어 왔다. 〈 심청전 〉 의 근원설화에 대하여 최초로 거론한 이는 김태준(金台俊)이다.

그는 인도의 〈 전동자 專童子 〉 · 〈 묘법동자전설 妙法童子傳說 〉 , 일본의 〈 소야희 小夜姬 〉 를 말하고, 우리나라의 ≪ 삼국사기 ≫ · ≪ 삼국유사 ≫ 소재 〈 효녀지은설화 孝女知恩說話 〉 , 전라남도의 〈 관음사연기설화 觀音寺緣起說話 〉 등을 들었다.

그는 또 ≪ 삼국유사 ≫ 의 〈 거타지설화 居陀知說話 〉 와 〈 적성의전 翟成義傳 〉 · 〈 양풍운전 楊豊雲傳 〉 의 개안설화 ( 開眼說話 )를 그 관계설화로 들었다.

그 뒤 장덕순 ( 張德順 )은 근원설화로 인신공희설화 ( 人身供犧說話 )와 효행설화 ( 孝行說話 )를 들고 이 중 전자가 주류를 이룬다고 말하였다.

이 밖에 오구굿계 〈 황천무가 黃泉巫歌 〉 와 강릉 단오제, 동해안지방의 별신굿에서 불려지는 〈 심청굿무가 〉 와 관련지어 무가기원설(巫歌起源說)을 제기하는 학자들도 있다.

한편, 사재동(史在東)은 불전설화(佛典說話)에 입각하여 목련구모담(目連救母譚) · 성녀구모담(聖女救母譚) · 인욕태자구부담(忍辱太子救父譚) · 자동녀양모담(慈童女養母譚) 등을 효자불공구친설화(孝子佛供救親說話)라 명명하여 〈 심청전 〉 의 근원설화로 보았다.

〔심청전의 주제〕

〈 심청전 〉 의 주제는 효라는 것이 통설이다. 여기서 효가 유교적 효인가 불교적 효인가 하는 것은 문제가 된다.

한편, 효보다는 심청의 자기희생에 초점을 맞추어 ‘ 살신성효(殺身成孝)를 통한 무상의 행복에의 추구 ’ , ‘ 아버지의 신체적 불구를 회복시키기 위한 딸의 대속적 자기희생(代贖的自己犧牲)의 앙양 ’ 을 주제로 내세우기도 하였다.

그리고 불교적 측면에서 효보다는 더 근원적인 희생적 참회, 비원에 의한 무상(無上)의 제도(濟度), 즉 절대적 불공에 따른 ‘ 왕생극락(往生極樂) ’ 이 주제로 제시되기도 하였다.

또 〈 심청전 〉 을 성년식 소설로 보고, 심청이 무지(無知) · 무명 ( 無明 )으로부터 깨어나 인식과 각성에 이름으로써 잃어버린 자아를 발견, 회복시켜 나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으로 해석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주제 논의는 주로 경판 24장본을 대상으로 하여 행하여진 것이다. 판소리계 소설인 완판본의 주제는 두개로 이야기된다.

즉, ‘ 영웅의 일생 ’ 이라는 전승적 유형을 충실히 따르는 부분에서는 유교이념을 긍정하는 부수적 관념론의 입장이 제시되고, 판소리로 불리면서 새로이 첨가된 부분에서는 유교이념을 부정하는 진보적 현실주의의 입장이 제시되어 있다.

이렇게 서로 상반되는 두개의 주제가 상호 갈등하면서 공존해 있는 것이 완판본 〈 심청전 〉 의 한계이자 특성인 것으로 지적된다.

〔심청전의 배경 사상〕

〈 심청전 〉 의 배경사상으로는 불교와 도교사상으로 지적되고 있다. 불교를 배경사상으로 보는 이들은 불교의 인과사상과 지은보은사상(知恩報恩思想)을 든다. 이에 대하여 설화적 구성에 있어서는 불교적 요소가 보이나 그 창작의식에 있어서는 철저히 반불교적이라는 지적이 있다.

 

공양미 300석은 어떠한 효험도 나타내주지 않았고, 몽운사의 화주승은 혹세무민의 비방의 대상이라는 것이다. 또 작품의 전반은 유교의 효와 불교의 영험사상이 혼합되어 인과사상으로 귀결되어 있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 심청전 〉 은 향유층의 세계관과 서술시각에 따라 심청과 심봉사의 비극적 처지를 부각시키는 경향, 심청의 효행에 대한 환상적인 보상을 강조하는 경향, 상대적으로 골계미와 낭만성을 강화시켜 나아간 경향으로 나눌 수 있다.

결국 〈 심청전 〉 은 개인 창작적 주제의식에서부터 판소리 향유층의 확대과정에 따른 다층적 미학을 구현하는 과정으로 변모되었다고 할 수 있다.

≪ 참고문헌 ≫ 沈淸傳硏究序說(史在東, 語文硏究 7, 語文硏究會, 1971), 沈淸傳에 나타난 悲壯과 滑稽(趙東一, 啓明論叢 7, 1971), 完板심청전의 주인공에 관하여(申東一, 陸士論文集 11, 1973), 沈淸傳硏究史와 그 問題點(印權煥, 韓國學報 9, 일지사, 1977), 沈淸傳의 題材的根源에 관한 연구(鄭夏英, 서울大學校博士學位論文, 1983), 沈淸傳의 系統과 主題(劉永大, 高麗大學校博士學位論文, 1989), 심청전의 가사적 향유양식과 그 판소리사적 의미(박일용, 판소리연구 5, 1994). (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심화 자료

'심청전(沈淸傳)'의 주제

심청의 행동을 중심으로 보면, 우선 이 작품의 주제는 '효(孝)'이다. 이 효는 유교적 덕목만이 아니라 인간의 보편적 심성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그러나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해 자기 목숨을 버리는 것이 정말 효인가 라는 반문(反問)도 제기된다. 자식의 희생으로 눈을 뜬다는 것이 심 봉사로서는 더 큰 아픔이자 슬픔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심청이 인당수에 빠지고 난 뒤 심봉사가 뺑덕 어미와 벌이는 행각은 도덕적 덕목과는 거리가 먼 비속한 세태를 반영한 것이다. 그런가 하면 심청은 물에 빠졌다가 거듭나기 때문에 그 제의적(祭衣的) 의미 역시 중요하게 해석되기도 한다. 이처럼 이 작품의 주제는 논란거리인 만큼 다양하게 해석되고 있고, 그 현대적 의미도 거듭 평가되고 있다.

'심청전(沈淸傳)'의 희극성

'심청전'에서 희극성이 가장 잘 드러나는 부분은 심 봉사와 뺑덕 어미의 행위와 갈등이라 할 수 있다. 심 봉사는 딸을 사지(死地)에 보내 놓고는 돈으로 인해 공연히 마음이 헤퍼지는 범속하기 짝이 없는 인물로 전화하고 만다. 심청이 보인 비극적 행위에 비하면 심 봉사의 행위는 희극적인데, 사실은 이것이 화폐가 위력을 발휘하기 시작한 당대 서민의 모습이기도 한 것이다. 이는, 화폐 경제로부터 겪는 여러 가지 괴로움을 '웃음'으로 극복해 보려는 당대 민중의 진솔한 자기 표현 이기도 하다. 판소리계 소설에서 잘 드러나는 '웃음'의 의미는 삶의 포기가 아니라 삶에 대한 더욱 더 구체적인 문제 제기이다

판소리 '심청가'

판소리는 구비 서사이고, 판소리계 소설은 판소리 사설이 문자로 정착되어 소설로 읽히는 것을 말한다. 조선 고종 때 신재효가 정리한 판소리 여섯 마당 중의 하나이다. 전래 설화에서 판소리로 가창되던 것으로 고대 소설로 정착되기 이전의 구전 문학이다.

'심청전'의 문체

이 소설의 문체는 3(4)·4의 가사체이다. '심청전'은 전통적인 운율을 지닌 운문체로서 국악 창극의 대본이 되었으며, 문장에 있어 첫머리부터 심청이 인당수에 빠지는 대목까지는 문장이 매우 아름다워 예술적 가치가 높다고 보겠으나 용궁에 들어간 뒤로 왕후가 되기까지는 구상이 저속하고 문장이 치졸하여 용두사미(龍頭蛇尾)의 아쉬움이 없지 않다. 재미있는 것은, 이 작품이 특히 여성들에게 가장 많이 애독되었다는 점이다. 이것은 천인(賤人)이 귀인(貴人)이 되고, 평민이 왕후가 되었다는 여성들의 가장 큰 이상(理想)때문이라 할 수 있다. 전 여성의 동경과 야망을 심청이를 통하여 실현시킨 것이다.

심청전의 기원

1971년 '월간문학'에 발표한 김상일의 평론으로 먼저 심청을 기호학적으로 해부.'홍수, 맑다'라는 개념을 소개한 뒤, 그 문체를 분석한다. 그 결과 물이라는 이미저리를 물리학적으로 접근시켜, '심청전'의 구조가 자연의 순환원리를 반영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다시 부계의 기원을 정리하되 식물계라는 것이다. 또 '심청전'에 등장하는 신들이 우주적 모성을 가리킨다는 것이며, 끝으로 레비 스트로스의 구조인류학을 원용, '심청전'의 시스템과 위계를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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