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의 정담(鼎談) / 요점정리 / 신상웅
by 송화은율 작자소개
신상웅(辛相雄: 1938- )
일본 경도 출생. 중앙 대학교 영문학과 및 동대학원 국문학과 졸업. 한국 P.E.N 본부 사무국장 역임. 현재 중앙 대학교 교수. 1968년 <세대>지 신인 문학상에 <히포크라테스의 흉상>이 당선되어 등단함. 그는 투철한 역사 의식을 가지고 현실을 개인의 눈이 아닌 사회적 눈으로 꿰뚫어 보는 작가이다.
주요 작품으로는 <심야의 정담>, <분노의 일기>, <이 어두운 날의 미아>, <돌아온 우리의 친구>, <바람난 도시>, <장군의 집>, <히포크라테스의 흉상> 등이 있다.
요점정리
시점 : 다양하게 이동하는 시점. (작가 관찰자 시점,
1인칭 주인공 시점, 1인칭 관찰자 시점)
배경 : 군대라는 특수한 집단.
주제 : 비극적 한국 현대사에 대응하는 인간의 처절한 모습
인물 : 서준학 - 호방하고 강렬한 성격의 인물. 보초 근무중 연대장을 쏜
사실로 표창받은 데 대한 갈등으로 월북하여 죽음.
윤경 - 현실을 파고드는 투철한 성격의 소유자. 자신의 위치에
안주하지 않는 인물. 월남전 에서 전사.
박민욱- 자신의 숙명적인 삶을 의식하며 사는 인물. 월남전에서
혼자 살아남음. 국립묘지에 갔다가 우연히 발견한 친구
윤경의 묘비 앞에서 통회(痛悔)함.
이해와 감상
<심야의 정담>은 1972년 <창작과 비평>에 발표된 장편소설로서, 휴전선으로 분단된 현실과 4 19, 그리고 월남전까지의 우리 현대사를 조명한 작품이다.
투철한 역사 의식을 가지고 개인의 눈이 아닌 사회적 눈으로 현실을 꿰뚫고 있는 작가 신상웅은 세 명의 인물을 등장시켜 현실이 내포한 파국적 윤리에 순응하지 못하고 뛰쳐나가 버리는 삶, 그리고 그 삶들을 위로하고 애처로워하며 마지막까지 버티는 삶의 형태들을 통해 무서울 정도의 집념을 보여 준다. 또한 언제 어떤 절박한 상황이라 하더라도 부정되지 못할 엄연한 현대사의 일면이 현대인에게 있어 조각(彫刻)으로 남지 않고 언제나 거대한 홍수처럼 덮처들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한다.
이 작품에서 토해낸 역사적 현실에 비친 삶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이 작품에서 느낄 수 있는 문체는 뛰어나다. 간간이 섞이는 편지 글의 배합이라든가 진행되는 사건마다 따라오는 회상적 사건들의 전개는 작품의 주제 반영에 이바지하고 있다.
줄거리
서준학, 윤경, 박민욱은 학보병(학적 보유병) 특혜로, 군복무 기간이 1년 반밖에 안되는 군대 생활을 하기 위해 전방의 춥고 살벌한 수색 중대로 간다.
전통적인 전입 신고를 마치고 그들의 신병 생활이 시작된다. 중대 부관 양 중위와 인사계 박 상사의 교육 내용은 고작 잠복 초소 근무 요령과 수칙을 외우라는 것 이외엔 자신들의 전공담 뿐이었다. 박 상사는 일본군 오장 출신임을 숨기려 하지만 그의 말투엔 그런 전력(前歷)이 여지없이 나타난다.
셋은 논산 제2 훈련소로 가는 군용 열차 안에서 만났는데, 그때 윤경은 자기 고향은 개성 근방 냇골이며, 아버지가 서울서 문안차 온 일가의 아들을 강물에서 건져 주었는데, 그 대가로 자신은 서울 유학을 하게 되었다는 말을 했었다. 그러나 그가 졸업할 무렵에 아버지의 욕심으로 선량한 사람을 뜯어먹게 된 기분이 들어 학교를 뛰쳐나와 군에 입대하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경이 전출갈 때까지 그를 감시하라며 자신들에게 잠복 초소 근무 면제 조치가 내려지자, 민욱과 준학은 큰 충격을 받게 된다. 어느 날, '특수 작전 임무 부대'라는 명목으로 휴가가 억제되고 있어서 고참들마저도 휴가를 못 가고 있는 판에 준학과 민욱이 휴가를 가게 되어 고참들의 눈총을 받는다. 그리하여 준학과 민욱은 면제된 잠복 초소 근무를 고참 대신 서게 된다. 폭우 속에 잠복 근무 중, 암호를 모르는 연대장이 수하에 불응한 채 다가오자, 그들은 보초 근무 수칙을 적용하여 발포했다. 연대장을 사살한 것이다. 두 사람은 사단 헌병 참모부 연대 분견대로 끌려가 심문을 받았지만 결국 경계 임무를 잘 완수했다고 하여 오히려 표창을 받게 된다.
그러나 평소 안전 장치만 오발을 두려워하며 소름 끼쳐 하던 민욱의 총구에선 발포 흔적이 없었다. 그래서 민욱은 마치 자신이 준학을 배반한 듯하여 미안한 감을 갖는다.
한편, 준학은 살인자에게 내린 표창에 대해 윤리적 파탄감을 견디지 못하고 야간 도주를 하게 된다. 민욱은 열심히 찾았으나, 그 이튿날 대남 방송을 통해 준학이 북으로 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준학의 월북으로 민욱과 전출갔던 윤경이 불려와 대질 심문을 받기도 했다.
며칠후 전출 특명지를 받게 된 민욱은 9연대 6종 보급품 취급반(사체 처리반)으로 배속된다. 민욱은 전출오기 전, 어느 상병으로부터 그동안 준학의 애인 주용점에게서 온 몇 통의 편지묶음을 받았는데, 민욱은 그 주용점 양에게 준학의 일을 어떻게 써 보낼까 근심을 하고 있던 중, 주용점 양이 물어 물어서 민욱을 찾아온다. 준학의 총기 발사 외의 월북 사실은 실리지 않은 신문을 보고, 준학이 감옥에 있을 거라는 판단 아래 찾아온 그녀는 민욱의 말을 듣는 순간 큰 충격에 시달리게 된다.
어느덧 1년 반이 지나 박민욱과 윤경은 제대를 하게 된다. 민욱은 윤경의 문제는 윤경에게 맡겨 버린 채, 남양에 있는 집으로 돌아온다. 그의 이번 귀가는 그가 제대하기 전에 논 서너 마지기를 정미소 주인한테 팔아넘기고 가출한 동생 민세 사건 이후 처음이었다.
실정법 상, 제대 후 6개월 내에 복학하지 않을 경우엔 재복무해야 하기 때문에 복학 수속을 마음대로 늦출 수도 없게 된 민욱은, 등록금 마련을 위해 가정교사 자리를 찾아나선다. 그러나 마땅한 자리가 없어 고민에 빠져 있던 중, 연탄 공장에 있는 동기생 영진을 만나 도움을 받게 된다. 영진은 돈 받아내기는 힘들테지만 그래도 한 번 해 보라면서 채권을 주었다. 민욱이 찾아간 채무자의 집은 허름했다. 그 집 아들은 학보병 혜택을 받기 위해 모아 둔 입학금을 내어주며 대학을 원망했다.
웬지 모를 아픈 심정을 쥐고 등록은 했지만, 장교로 재복무 하기로 했다는 윤경의 편지를 받아본 민욱은 수강을 포기하고 안양의 주용점 양에게 찾아가 윤경의 이야기를 들려 주고 청혼을 했다. 하지만 아직도 준학을 잊지 못하는 그녀로부터 이렇다 할 대답을 듣지 못한 채 돌아섰다.
얼마 후, 민중의 정직한 외침인 4 19가 일어난다. 민욱은 폭도로 몰려 유치장을 들락거리기도 했다. 계엄 해제 후, 청혼에 대해 사과할 겸 주용점 양을 찾아간다. 그러나 준학의 일로 고통을 겪고 있는 그녀에게 위로만 할 뿐, 사과는 못했다. 대신 그들은 4 19 때의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서로 동지애를 느낀다.
그 후, 주용점 양은 민욱의 시골집을 찾는다. 그리고 결혼을 받아들인다. 그녀는 민욱에게 준학의 집안 이야기를 들려 준다. 그것은 준학의 아버지가 독립군인 준학이 할아버지의 부탁으로 독립군의 연락책 노릇을 수행하기 위해 철도국에 일하게 된다. 그러나 준학의 일로 준학의 아버지가 연행되어 갔다가 사흘만에 죽고 그의 어머니도 남편의 뒤를 따라 목을 매었다는 것이었다.
휴가로 참석한 윤경의 축복 아래, 주용점이 근무하는 학교 강당에서 결혼식을 마친 그들은 속리산 법주사로 신혼 여행을 간다. 그 사이 5 16 쿠테타가 발생한다. 주용점 양의 직장 사정과 민욱의 농사일로 인하여 둘은 떨어져 지낸다. 격주제로 왔다갔다하며 주말 부부로 지내는 가운데 민욱은 결혼 생활에 회의를 느끼기도 하지만, 민욱이 서울에 있는 모 중학교에 취직이 되어 둘은 함께 지내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이 월남으로 파견되었다는 내용의 윤경의 편지가 왔다. 민욱은 비참한 기분에 사로잡힌다. 그후 2년이 지난 어느 날 윤경과 같이 있던 어떤 군인이 찾아와 윤경은 전쟁의 비정함을 개탄하다가 신경이 격해졌다는 말을 전한다.
그 후, 민욱은 교육 위원회의 지시로 아이들을 데리고 국립 묘지 근처로 송충이 잡이를 나간다. 거기서 그는 윤경의 묘비를 발견한다.
준학과 윤경에 비하면 민욱은 무슨 일을 했나. 심야에 둘러앉아 목소리 죽이고 얘기해야 한다고 우길 만큼 겁쟁이인가. 아니다. 결코 그런 것이 아니다. 그가 지금 살아 있는 것은 끝까지 지켜 서 있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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