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문학창고

풍화(風化) / 요점정리 / 손영목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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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자소개

손영목(孫永穆: 1942- )

경남 거제 출생. 경남대 국어교육과 졸업. 1974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판님>이 당선되어 등단. 그의 작품에는 어둡고 힘들었던 우리의 지난 역사와 사회의 어두운 단면과 그가 살아온 삶에 대한 이야기가 주요 내용으로 나온다.

주요 작품으로는 <이항선>, <거리의 악사>, <오늘의 우화>, <신의 나라 사람>, <풍화> 등이 있다.


요점정리

시점 : (작품의 표면에 자신을 숨긴 작가가 등장 인물들의 객관적 관찰
       사실만을 서술한) 3인칭 작가 관찰자 시점.
배경 : 시대 - 8 15 해방에서 6 25 동란까지 / 공간 - 거제도
주제 : 역사적 격랑 속에서의 개인의 인간적 파멸을 통한 인간애의 추구.
인물 : 심윤식 - 농부. 한때 어장 주인. 지도력은 부족하나 사업 수완은
                비상함. 심지가 바르고 중후하고 원만한 인품. 이데올로기
                상으로 중립적 위치 고수한 죄로 고향을 등지게 됨.
       반영철 - 일본 유학 다녀온 박식한 인물. 이데올로기보다 개인의
                출세를 위해 노력하나 실패를 거듭함. 좌익 용공 세력으로
                몰려 비참하게 죽음.
       박중건 - 이해 타산적이며 기회주의자. 남이 아프고 힘든 때를
                역이용하여 이익을 얻는 인물.
 


이해와 감상

  손영목의 <풍화>는 작품의 무대가 화려한 도시나 육지가 아닌 남녘의 외딴섬 거제도로 되어 있고 우리 민족의 역사적 격랑이라 할 수 있는 8 15 해방과 6 25 동란을 시대적 배경으로 삼고서 지나간 어두운 시대의 역사적 과거에 놓여 있는 인물들이 어떠한 위치에서 그들의 삶을 개척하고 있으며, 또 어떤 운명을 겪는가를 묘사한, 뼈저린 과거의 기억에 대한 기록이다.

등장 인물들은 어떤 뚜렷한 개성을 지닌 매력적인 인물들이 아닌, 우리 이웃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지극히 평범한 인물들로서 그들이 평범치 않은 시대에 휩쓸려 자기들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평범치 않게 살아가는 이야기를 놀랍도록 냉정하고 정확하게 그려내고 있다.

설익은 이데오로기에 매혹되어 좌 우익으로 갈라져 피투성이가 되도록 싸운 그들, 사소한 감정과 원한 때문에 끝없이 이어져 간 참담한 복수극들. 결국 그 시대는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것조차 허용하지 않고 있다. 침묵이나 방관조차 용서되지 않았던 그 시대는 우리 현대사 중에 가장 난폭한 폭력의 시대로 기록되어 있다.

결국 시대를 살아가는 여러 인물들을 통해 시대가 고통스러울수록 개인의 희생이 더 크게 강요된다는 것을 아주 역력하게 표현하고 있는 이 <풍화>는 격정의 한 시대에 개인이 어떤 모습으로 저항하고 좌절하고 파멸해 가는가를 보여 주고 있다.

 
줄거리

  한반도 남녘의 섬 거제도에도 드디어 해방이 찾아왔다. 지금까지 섬을 지배해 온 일본인들이 하나 둘 쫓겨가고 섬은 잠시 주인 없는 공백 상태 속에 놓여진다. 그리고 이렇게 어지러운 때를 출세의 기회로 잡으려는 여러 세력들이 나타난다. 이들이 곧 필연적으로 섬을 지배할 새로운 권력인 반영철, 박중건, 윤기훈, 신덕철 등이다.

영철은 윤식을 찾아가, 이런 어수선한 때를 바로잡을 수 있는 건 다름 아닌 우리 젊은이들이라고 말하며 함께 일할 것을 권유한다. 그러나 윤식은 굳게 중용(中庸)의 도를 지키겠노라고 말한다. 이즈음 비교적 재빠르고 빈틈 없는 성격의 소유자인 중건은 어떤 조합의 이사로 있는 처삼촌을 찾아가 많은 사람들이 흑심을 품고 있는 일본인 어장을 가로채고자 도움을 청한다. 그러나 아직은 기회가 아니라는 처삼촌의 충고로 실패한다.

며칠이 지난 어느 날, 학교 운동장에는 '해방 자축 거제 인민 궐기 대회'가 열리고 여기서 백기효는 열변을 토한다. 그리고 자신들이 조직한 보안대가 일본 경찰로부터 모든 권한과 무기, 그리고 기물 장비를 접수해서 치안 업무를 수행하겠다면서 일본인 경찰서장 사까이에게 경찰권 인계를 요구한다. 이때 사고를 저지르고 가출했던 윤식의 동생 윤태가 뛰어나와 관중 앞에서 사까이에게 망신을 준다. 그러나 언제나 중용의 도를 추구했던 윤식은 윤태를 타이르며, 동생에게 중용의 도를 지킬 것을 당부한다.

어쨌던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단숨에 경찰을 무장 해제시키고 나자 보안대는 갑자기 기고 만장하여 날뛴다. 이로 인해 치안과 질서가 부재하는 혼란이 계속된다. 그런 사이에 문제의 어장은 김순태에게 넘어가고 어찌된 일인지 일본인 군대가 진입하여 일본 경찰이 복귀하게 된다.

이를 계기로 보안대는 해월루라는 일본 여인의 술집에 그들의 집회장을 마련하게 된다. 그리고 영철이가 경성에 다녀오는 등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지만, 애초부터 어떤 정치적 식견이나 철학도 없이 혈기와 야심, 그리고 개인적 출세욕으로 모인 집단이었기에 치안대는 필연적인 분열을 일으킨다. 즉, 공산당 계열로 단체를 이끌어 가려는 대장인 백기효 파와 좌익에 대한 단순한 반작용에서 우익으로 돌아선 부대장 신영철 파로 갈라져 충돌하기 시작한 것이다.

영철은 또다시 윤식에게 찾아가 군 인민 위원회가 다시 편성되니, 이번 기회에 한자리 잡자고 해 보지만 거절당한다. 대신에 윤식은 경기가 좋지 않던 김순창의 어장을 손에 넣게 된다. 그러나 어장에 늘 관심을 가지고 있던 중건은 윤식이 동업자와 문제가 있는 것을 계기로 윤식과 손을 잡는다. 중건은 언젠가는 그 어장을 혼자만의 소유로 만들겠다는 속셈을 갖고 있었다.

거제도엔 또다시 미군이 주둔하게 되고 신덕철은 미군 중위의 환심을 사서 임시 경찰 서장으로 박탁되더니 치안대에 보복 행위를 자행한다. 덕철은 기요꼬를 얼버무려 치안대의 집회장인 해월루를 미국인 장교인 포웰 중위의 숙소로 만든다.

어느 날, 미군이 상영하는 활동사진을 보러 갔던 윤식의 여동생 윤선은 함께 갔던 식구들을 놓치고 밤늦게 혼자 돌아오다가 윤식의 친구 기훈에게 봉변을 당한다. 그 뒤로 윤선과 기훈은 관계를 계속 가진다.

한편, 치안대 패거리들은 주위 정세를 둘러보면서 신덕철과 일심회 쪽에 대해 가능한 한 완강히 대항하면서 결정적인 때를 기다린다는 전략으로 일관해 왔으나 공산당의 말단 조직으로 서서히 흡수되어 간다.

반도의 땅덩이는 여전히 혼미와 수난을 거듭하고 있었다. 북위 38도선을 경계로 이 땅을 분할한 미국과 소련은 자신들도 그 죄악적 병록을 채 깨닫지 못하는 가운데 한민족을 서서히 파괴해 가기 시작했다. 이같은 병록을 곪게 한 것은 '모스크바 삼상 회의' 소식이었다. 신탁 통치 반대의 성난 외침은 요원의 불길처럼 타올라 금방 전국적인 운동으로 번져 갔고 민족 의식은 두 갈래로 갈라져 갔다.

마침 '도립 촉성 국민회'가 거제 지부 등 우익에서 열리고 탁치 반대 궐기 대회가 개최되자, 영철은 그것을 계기로 읍내 출입을 삼가고 당의 움직임을 관조적 입장에서 바라보게 된다. 영철은 지겹도록 풀리지 않는 자신의 운세에 짜증을 부리게 되고 아내와도 헤어지게 된다. 이즈음 윤태는 시끌시끌한 세상이 더럽다며 일본으로 밀항해 버린다. 그리고 윤선은 끊임없는 기훈과의 관계로 인하여 임신을 하게 된다. 그 동안 경찰과 일심회 등 우익 세력의 핍박을 소극적으로 대응하며 마찰을 피해 오던 거제의 좌익 분자들은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한계에까지 밀리게 되자 대대적인 반격을 획책한다. 그러나 음모는 거사 일보 직전에 배반자의 밀고로 실패하고 경찰의 대대적인 검색이 벌어진다. 거사 계획의 주동자격인 윤기훈은 쫓기는 몸이 된다.

어김없이 거제의 팔월은 태풍이 찾아왔다. 옥녀봉에 숨어 살던 기훈이 태풍처럼 마을에 나타나고 남로당은 유엔 임시 조선 위원단의 사업을 파괴하는 한편, 위축되어 가는 공산 세력을 만회하기 위해 전국적인 소요를 일으켰다. 소위 2 7 폭동이 그것이다.

유엔 조사 위원단이 소련의 방해와 반대로 인해 남쪽만의 선거를 강행하기로 하자, 한반도의 경향 각지에서는 테러와 파괴, 파업 행위가 자행된다. 그러나 이같은 혼란 속에서도 영철은 모처럼의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또다시 무너지고 만다.

드디어 민주 정부가 수립되고 정치 사회 체제가 안정으로 굳혀지자, 상대적으로 설 땅을 잃어버린 공산당은 지하로 잠적하여 결사적인 발악을 계속한다. 그러나 이를 저지하는 토벌대는 초토 작전을 개시하여 남에서 북으로 쓸어 올라가면서 살상전을 전개한 끝에 두목 윤기훈을 비롯한 전원을 사살하는 개가를 올린다. 그리고 섬 안의 용공분자를 색출하는 작업 때문에 영철과 기요꼬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억울한 죽음을 당한다.

그러나 오랫동안 앓아 온 흠집투성이의 욕된 역사는 또다시 처절한 음향으로 세계를 진동시킨다. 1950년 6월 25일 전쟁이 일어난 것이다. 일본에 갔던 윤태는 이 땅의 아픔이 곧 자기의 아픔이라며 조국을 위해 싸울 것을 결심하고 귀국, 군에 입대한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울 때일지라도 그 이면엔 늘 신나고 잘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전쟁의 와중에서 피난민 구호 물자를 빼내어 이익을 보고 있는 중건과 같은 인간들이 그들이다.

어느 날 윤식은, 신덕철에게 중건의 명의로 되어 있는 어선을 빌려줄 것을 부탁받는다. 미군 물자를 빼내기 위해 윤식은 이를 허락한다. 그러나 이익에 눈이 어두워 계속 그 일을 하다가 윤식은 총에 맞아 목발 신세가 되고 이 일 때문에 어장도 중건의 소유가 되고 만다. 그뿐 아니라 윤태가 전사하고 그 충격으로 어머니마저 세상을 뜨게 되자 하루 아침에 윤식은 아주 무기력한 가장(家長)으로 전락한다.

이런 윤식 앞에 윤선이 나타난 것은 휴전 조인으로 총성이 멈춘 무렵이었다. 이제 생계조차 힘든 윤식의 가족은 윤선의 도움으로 고향을 등지게 된다. 마을 사람들의 뜨거운 환송을 받으며 고향을 떠나지만, 그의 두 눈에는 뜨거운 눈물이 글썽인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땅인 것처럼 산과 갯마을, 그리고 물굽이를 둘러보며 차가운 그의 두 볼에 한줄기 눈물이 흐름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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