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 논술 38 - 논제
by 송화은율
<논제 5>
다음 제시문에는 방식에 대한 서로 다른 두 가지 입장이 함께 드러나고 있다. 이 두 가지 입장은 현대를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도 끊임없이 부딪치는 문제이다. 이 가운데 한 가지를 골라 현대 사회의 맥락에서 정당화하시오.
<유의 사항>
1. 제목은 쓰지 말고 본문부터 시작할 것.
2. 글의 길이는 1,500자 내외(±100자 허용)로 할 것.
3. 띄어쓰기 포함한 어문 규정과 원고지 작성법에 따를 것.
<제시문>
진(陳)나라의 영공(靈公)이 신하의 아내와 통정을 하고 그녀의 속옷을 입고 조정에 나아가 이를 모두에게 자랑해 보이자, 신하인 설야(雪冶)가 간언을 했다가 죽임을 당했다. 100여 년이 지난 후 이 사건에 대하여 한 제자가 공자에게 질문하였다.
설야가 바른 말을 하여 죽임을 당한 것은 옛날 주왕(紂王)의 숙부로서 그의 폭정을 비판한 비간(比干)의 죽음과 전혀 다를 바가 없습니다. 이를 인(仁)이라 칭하여 옳은 것인지요.
그러자 공자는 대답하였다.
아니지, 비간(比干)과 주왕(紂王)과의 관계는 혈연이기도 하고, 또 관직으로는 소사(小師)의 자리에 있었지. 그러므로 자신의 몸을 버리면서까지 세찬 간언을 한 것은 자신이 죽은 후에라도 주왕이 후회하기를 기다렸던 때문이야. 이는 마땅히 인(仁)이라고 해야 하지. 그러나 설야는 영공과 혈육의 관계도 아니고, 또 지위도 일개의 대부(大夫)에 불과하지 않은가? 군주가 올바르지 않고 나라가 올바르지 않으면 깨끗하게 관직에서 물러나야 하는데 자신의 분수도 모르고 구구한 몸으로서 일국의 어지러움을 바르게 하려고 하다니 이는 스스로 자신의 생명을 함부로 버린 게야. 인(仁)은커녕 한 소동에 불과한 것이라네.
그 제자는 공자의 그 말을 듣고 납득하여 그 자리를 물러났으나 옆에서 듣고 있던 다른 제자 자로(子路)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는 그 자리에서 물었다.
인(仁)?불인(不仁)은 둘째치고, 어쨌든 자신의 위험을 무릅쓰고 일국의 문란함을 바르게 하고자 한 것에는 지(智) ?부지(不智)를 넘어선 훌륭함이 있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일까요? 결과야 어떻든 생명을 헛되이 한 것이라고 잘라 말할 수는 없는 것이 아닐까요?
그대는 그러한 소의(小義) 속에 있는 훌륭함만을 볼 수 있고 그 이상의 것은 보지 못하는 가? 옛 사대부는 나라에 질서가 있으면 충성을 다함으로써 이를 도왔으나 나라에 도가 없으면 물러남으로써 이를 피하였다네. 자네는 아직 이러한 출처진퇴(出處進退)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이는군. 시경(詩經)에 백성에게 부정한 생각이 횡행하면 스스로 법령을 지키기가 어렵게 된다고 말하고 있다네. 생각컨데 설야의 경우에 해당이 되는 듯하구나.
그러면... 하고 자로가 상당히 오랜 시간 생각한 끝에 말했다.
결국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일신의 안전을 꾀하는 것에 있습니까? 몸을 버려 의를 세우는 것에는 없습니까? 한 인간의 출처진퇴가 적합한지 부적합한지의 문제가 천하창생의 안위보다도 더 소중한 것일까요? 왜냐 하면 지금의 설야가 만약 목전의 어지러운 윤리를 비난하며 지위에서 물러났다고 하면 그의 일신은 그것으로 좋을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진(陳)나라의 백성에게 그것이 도대체 무슨 도움이 될까요? 그래도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간언하여 죽는 쪽이 국민의 기풍에 주는 영향으로 말하면 훨씬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닐까요?
물론 일신의 보전만이 소중하다고는 말하지 않겠네. 그렇다면 비간의 죽음을 인이라고 칭찬하지도 않지. 단지 도(道)를 위하여 버리는 생명도 그 버릴 때와 장소가 있는 법. 그것을 지혜롭게 헤아리는 데는 개인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네. 서둘러 죽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거든.
블로그의 정보
국어문학창고
송화은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