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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 논술 11 - 2단계 읽고 토론하기 / 평등한 세상 열어갈 ‘변혁의 모태’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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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단계 : 자료를 읽고 토론하기

* 읽기 자료 배부-6개 모둠별로 읽고 토론 후

자신의 생각 정리하기- 모둠토의 과제지 배부


<읽기 자료>

 

< 자료1> 평등한 세상 열어갈 변혁의 모태

 

21세기의 여성 운동은 약육강식, 착취, 폭력, 차별 등을 악화시키는 자유 시장 경제 체제를 대신하는 다민족 공생과 남녀의 공정한 관계에 기초한 대안적인 사회를 어떻게 창조할 것이냐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그런 목표를 향한 일상의 과정이 중요하며 남녀 모두 일상생활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 21세기는 새로운 천년기의 시작

앞으로 5년이 지나면 새로운 천년기가 시작된다. 그 막이 올라가는 21세기는 아시아의 세기라고도 일컬어진다. 일본이 먼저 경제대국을 구축했고 이어 한국, 대만 등 신흥 공업국들이 경제 성장을 이뤘으며 나아가 타이,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여러 나라가 경제발전을 가속화하고 있다.

 

또한 인도 등 남아시아가 그 뒤를 쫓고 있으며 사회주의경제의 붕괴 결과 중국, 몽골, 인도차이나 3국이 개방경제로 이행해 급속한 경제발전을 시작했다. 세계가 아시아의 고도성장에 주목하고 이를 5백년간 세계를 지배해온 서구문명에 대한 도전이라고까지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아시아의 거대한 인구에 힘입은 경제발전의 도전만으로는, 달리 말하면 사상적으로 서구의 근대를 초월하고 새로운 가치관에 기초해 지구문명을 쌓아올리지 않는 한 인류의 위기를 극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지금의 경제발전이 약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의 인권을 희생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서구에 대한 저항의 또 다른 한 줄기는 이슬람권의 전통회귀, 근본주의다. 그러나 전통이나 종교가 여성차별을 정당화하는 것이어서는 곤란하며 문화라는 이름 아래 자행되는 폭력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여성들은 절규하고 있다.

결국 경제개발 우선주의에도, 근본주의에도 저항하면서 전혀 새로운 사회를 모색하고 있는 쪽은 여성들이며 새로운 사상, 운동으로서의 페미니즘이다.

 

. ‘빈곤의 여성화와 남북문제

95년 아시아에서 처음 열린 베이징 제4회 세계여성회의에 모인 4만 명이 넘는 정부 및 비정부기구(NGO)의 여성들이 가장 큰 문제로 삼은 것은 지구화한 세계경제가 가져오는 빈곤의 여성화였다.

 

정부회의가 채택한 행동강령은 12개의 중대관심분야를 열거하고 그 해결을 위해 각국 정부와 국제기관이 2000년까지 취해야 할 전략을 기술하고 있는데 빈곤이 맨 첫 순위다.

 

이는 57억의 지구인구 가운데 10억 이상이 절대빈곤­식료, 식수, 주거, 초등교육, 보건 등 인간의 기본적인 생존조건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 시달리고 있으며 유엔개발계획에 따르면 절대빈곤층의 7할 이상이 여성이기 때문이다.

 

여성이 차별받고 있기 때문에 여성이 받는 빈곤의 중압은 더욱 무겁다. 빈곤의 구조적 원인은 사회주의 계획경제가 파탄하고 지구화한 자유시장경제 아래서 북쪽 공업선진국의 남쪽 개도국에 대한 착취와 수탈이 한층 더 강화돼 신식민주의라고 불릴 정도로 남북격차가 확대되고 있는 데 있다.

 

여성들이 고발하고 있는 북쪽의 경제적 지배틀은 개도국의 늘어난 채무를 변제시키기 위해 세계은행 등이 강제하고 있는 구조조정정책(SAP), 빈곤층의 강제퇴거를 강요하는 정부개발원조(ODA), 여성노동자의 인권침해와 환경파괴를 초래하는 다국적기업의 해외진출, 개도국의 농민을 더욱 궁핍화시키는 무역자유화 등이다.

 

사실 개도국의 빈곤은 선진공업국의 대량생산대량소비 생활방식에 의해 야기되고 있다. 따라서 남쪽의 여성들이 빈곤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도록 여성의 자립과 위상강화를 지원할 필요가 있지만 우선은 선진공업국의 여성들이 자신들의 생활방식을 고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빈곤의 여성화는 이런 남북문제와 남녀평등, 말하자면 젠더의 문제 (사회적으로 만들어진 성차별로 가부장제 아래 남성우위여성열위의 관계)가 겹쳐져 있으므로 여성운동은 이 양면에서 대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

 

. 여성의 인권, 여성에 대한 폭력

베이징대회의 또 한 가지 초점은 여성의 인권, 특히 여성에 대한 폭력, 젠더 폭력의 문제였다. 이것도 여성해방에서 경제나 정치의 문제에 뒤지지 않는 결정적으로 중요한 문제이지만, 유엔 여성의 10’(76~85) 설정 이래 여성들이 스스로 목소리를 낼 때까지 경시돼왔다.

 

국제적인 여성 운동의 결과 93년의 빈 세계인권대회에서 여성의 인권이 처음으로 명기되고 여성에 대한 폭력이 여성 인권침해의 핵으로 간주됐다. 인권에 젠더의 시점을 도입한 국제문서가 처음으로 채택된 것이다. 베이징회의의 행동강령도 중대 분야의 4번째가 여성에 대한 폭력이며 그 방지를 위한 전략으로서 3개 핵심을 들고 있다.

 

하나는 인신 매매 대책인데 아시아의 경우 여성과 아동의 인신매매가 경제성장의 진전에 따라 축소되기는커녕 오히려 확대되고 있다. 경제 발전이 눈부신 타이는 인신매매가 가장 심각한 나라의 하나로 북부 국경지대 산악 민족의 소녀들과 빚에 시달리는 농민의 딸이 매춘업소에 팔려 연간 70%가 에이즈 바이러스에 감염된다고 한다. 더구나 주변의 미얀마에서 4, 5만 명이 넘는 소녀들이, 또한 라오스, 캄보디아, 중국 윈난성에서 다수의 소녀들이 타이로 인신매매돼 성착취를 당하고 있다.

 

인신 매매는 피해자가 연소화하고, 타이에서 다시 일본이나 대만 또는 서유럽으로까지 송출되는 등 국제화하고 있다. 남아시아에서는 네팔 소녀들 수만 명 이상이 인도의 매춘업소에 팔리고 방글라데시 여성들은 파키스탄으로 내쫓기고 있다. 지구화한 자유시장경제는 모든 것을 이윤추구를 위해 상품화하고 다국적 성산업은 여성의 성을 탐욕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또한 국제관광산업의 확대도 섹스 관광을 동반하고 있다.

 

이민의 여성화라고 일컬어지듯 여성의 국제이동이 급증하고 있다. 아시아에서 유수의 노동력수출국인 필리핀의 여성들은 중근동과 홍콩, 싱가포르, 한국 등에 가사노동자로, 일본과 서유럽 등에는 연예인으로서 수십만 명 이상이 고국을 떠나 돈벌이를 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여성들은 같은 이슬람인 중근동, 말레이시아 등지에 일하러 간다. 여성들은 이곳에서 성폭력과 경제적인 착취를 당하고 있다. 일본의 농촌에는 필리핀과 타이, 중국으로부터 신부가 와 농업후계자를 낳아 기르며 노인들을 돌보고 농업과 공장노동에서도 땀을 흘리고 있다.

 

생산은 남성, 재생산은 여성이라는 근대사회가 낳은 젠더 분업의 타파가 유엔 여성의 10이래의 과제이다. 인간의 생존에 불가결한 재생산노동이 무보수로 이뤄져온 데 대해 행동 강령은 무상 노동을 평가하고 있다. 그같이 낮게 평가된 재생산 노동을 남쪽의 여성들 은 해외에서까지 부담하고 있으므로 여성들은 모든 면에서 지구화한 체제 안에 편성돼 있는 것이다.

 

. 무력 분쟁과 평화

여성에 대한 폭력의 사례로서 무력 분쟁도 부각되고 있다. 동서 냉전의 종결로 초대국의 핵전쟁 위협은 줄었지만 그 대신 옛 유고슬라비아 등 세계 각지의 지역분쟁이나 내전이 여성들의 생활을 위협하고 성폭력을 야기하고 있다.

행동 강령은 무력 분쟁 때의 강간이 전쟁 범죄라고 엄격한 관점을 취했다. 그리고 위안부 문제에 대해 군대 성노예 제도의 사실 규명, 가해자 처벌, 피해자에 대한 보상을 명기하고 있다. 일본군의 위안부에 대한 보상을 일본 정부는 거부하고 있지만 아시아 각국의 피해 여성들에 대한 보상 문제는 예컨대 21세기로 미뤄진다고 해도 결코 책임회피가 용납될 수 없다.

 

(한겨레신문, 96. 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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