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논술45 - 우리 사회의 부패
by 송화은율
논제6
아래의 제시문을 읽고 지시 사항에 따라 논술하라.
<제시문>
우리 사회가 만성적인 부패와 불신의 구조를 껴안고 신음하는 사회임을 모르는 사람은 없으나, 누구도 자기 자신이 그 부패와 불신의 한 부분임을 인정하지는 않는다는 지적도 많다. 카톨릭 교회에서 '내 탓이오' 운동을 전개한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 사회의 병리 구조는 그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가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되기도 한다. 이제는 '그래서 어쩌란 말인가'라는 식의 도덕적 자포자기의 상황에까지 다다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여겨지는 것이다. 우리 국민이 도덕적으로나 개인 윤리적으로 아직 덜 성숙해서 그렇다고 볼 것인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우리 사회는 그나마 개인적․공동체적 도덕과 윤리에 의해 이 정도라도 지탱되는 사회라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오늘날 우리가 겪고 있는 문제는 개인적 도덕이나 윤리의 문제로 더 이상 환원할 수 없는 집단적․사회적 도덕과 윤리의 파괴에서 기인한다. 일찍이 라인홀트 니버는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의 역리를 지적한 바 있지만, 이 역리를 교정하는 데에 별다른 방법이 있을 수 없다. 그것은 철저하게 '불신에 기초한 제도'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최고 권력자의 선의를 믿을 수 없기 때문에 그것을 통제할 여러 장치를 제도화하는 것, 정치인들을 신뢰할 수 없기 때문에 단 한 푼의 검은 돈으로도 감옥에 갈 수 있음을 경고하는 정치 자금 규제법을 만드는 것, 정부와 공직자들을 믿을 수 없기 때문에 그들에게 위임된 권한에 상응하는 감독과 책임 규명, 처벌의 장치를 만들어 나가는 것, 기업의 도덕성을 신뢰할 수 없기 때문에 그들이 거두어 가는 이윤에 상응하는 규제와 감시의 틀을 강화하는 것, 군대와 경찰, 정보 기구의 공복 의식을 믿을 수 없기 때문에 그들이 장악하는 '폭력'의 행사 범위와 한계를 철저하게 규율하는 것, 학교와 교사를 신뢰할 수 없기 때문에 그들이 '스승의 권위'의 이면에서 벌일 수 있는 비리를 봉쇄할 제도를 만들어 나가는 것, 이런 것들이 곧 불신의 제도화의 내용이 될 것이다.
<문제> 이 글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부정 부패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서 '불신에 기초한 제도'를 만들 것을 주장하고 있다.
첫째, 이 글에 나타난 주장이 기초하고 있는 논리적 근거를 제시하고,
둘째, 이 주장의 타당성과 문제점을 논술하라.
<유의 사항 >
1. 분량은 원고지 1,600자 안팎(띄어쓰기 포함)으로 할 것.
2. 원고지 사용법과 어문 규정을 준수할 것. 3. 한 편의 자기 완결적인 글이 되게 할 것.
<모범 예문>
**** 제시문의 견해에 찬성하는 입장
우리 사회 곳곳에 부정 부패가 만연해 있다는 사실은 이제 새로울 것도 놀라울 것도 없다. 전직 대통령의 뇌물 수수와 구속, 국회의원 및 공직자의 뇌물 수수와 구속('한보 사건'등),대통령 아들의 이권 개입 등 최근 세인의 입에 오르내리는 굵직굵직한 사건만 해도 서너 가지가 넘는다. 이 때문에 어떤 사람들은 우리 사회의 부정 부패를 없애기 위해 '불신에 기초한 제도'를 만들자고 주장한다.
이 주장의 논리적 근거는 간단하다.
첫째, 이 주장은 인간은 믿을 수 없다는 전제에 입각하고 있다. 물론 이 주장을 보여 주는 제시문에서는 개인적․공동체적 도덕에 대한 믿음이 엿보인다. 그러나 '불신에 기초한 제도'를 주장하는 제시문의 입장은 기본적으로 인간에 대한 불신을 전제로 한다. 이 전제의 근원을 파고들면 이 주장에는 인간을 기본적으로 '이기적 존재'로 보는 관점이 깔려 있다. 즉 인간은 이기적 존재이기 때문에 자기 이익을 위해 사회적 이익을 희생시키며, 그 결과 사회적 불신과 부정 부패가 생긴다는 것이다. 이러한 논리적 근거에 입각하여 이 주장은 인간이 아닌 다른 것, 즉 '법'과 '제도'에 입각하여 부정 부패 문제를 해결할 것을 주장한다.
둘째, 이 주장은 우리 사회의 부정 부패 문제를 개인의 차원이 아니라 사회적 차원에서 바라보고 있다. 이런 관점은 첫째의 논리적 전체와 연결된다. 즉 인간은 궁극적으로 개인적 존재이고 또 그런 인간이 이기적 존재라면 개인적 차원에서는 부정 부패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따라서 논리적으로 사회적 차원에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주장에 근거하여 부정 부패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그렇다'이다. 왜 그런가? 홉스나 순자의 논리를 빌릴 것도 없이, 인간이 이기적인 존재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사람들은 자기 그리고 자기 가족의 이익을 위해 인생의 대부분을 보낸다. 우리 사회의 부정 부패는 기본적으로 이러한 인간의 이기적인 본성에서 나온 것이다. 따라서 부정 부패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은 인간의 이익적 본성이 사회에 해를 끼치지 않도록 '법'과 '제도'를 통해 막는 것이다. 또 이 때문에 개인적 차원이 아니라 사회적 차원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방법의 정당성은 다른 나라의 사례가 입증한다. 서구 민주주의는 일찍부터 홉스의 이론에 입각하여 법과 제도를 통한 해결, 즉 법치(法治)를 실현하고자 노력했다. 예를 들면 입헌주의, 권력 분립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같은 노력을 통해 서구 사회에서는 부정 부패 문제가 우리보다 심각하지 않게 되었다. 또 우리보다 부정 부패 문제가 훨씬 심각했던 싱가포르도 강력한 법과 제도를 마련하여 집행함으로써 그 문제를 해결했다. 이에 반해 법치 대신 인치(人治)의 전통이 강했던 한국․중국․일본 등의 아시아 국가는 공통적으로 부정 부패 문제로 심각한 몸살을 앓고 있다. 이처럼 여러 가지 예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우리 사회의 부정 부패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길은 '불신에 기초한 제도'를 만드는 것뿐이다.
물론 여기에도 한계가 있다. 이 주장의 최대 한계는, 이 주장을 따랐을 때 우리 사회에는 서로에 대한 불신과 개인주의, 팽팽한 긴장감이 계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부정 부패 해결에 법과 제도가 효과적이어도 그것이 인간에 대한 신뢰를 회복시킬 수는 없다. 이 때문에 우리는 공권력을 통해 계속 서로를 감시하고 통제해야 하며, 따라서 사회적 긴장은 해소될 수 없다. 또 이 결과 인간에 대한 믿음을 근거로 한 '공동체 정신'은 사라지고 대신 개인주의만이 더욱 심화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우리 사회에서 부정 부패를 해결하는 유일한 길은 법과 제도를 통해 해결하는 것, 즉 '불신에 기초한 제도'밖에는 없다.
[모범예문B]
*** 제시문의 견해에 반대하는 입장
우리 사회의 부정 부패와 불신 문제는 이제 도를 넘어섰다고 생각된다.
전직 대통령 두 명의 구속과 현직 대통령 아들의 구속부터 일선 학교 교사의 촌지 수수 행위까지, 사회의 모든 영역에 걸쳐 부정 부패가 만연해 있고, 이 때문에 국민 사이에서는 불신의 벽이 높아 가고 있다. 따라서 현재 이 문제의 해결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
일부 사람들은 제시문의 견해처럼 '불신에 기초한 제도'를 만들어 해결하자고 주장한다. 이 주장은 기본적으로 인간을 불신하는 관점에 기초하고 있다. 그래서 제시문에서는 최고 권력자도, 정치인도, 경찰과 군인도, 사장도, 교사도 믿을 수 없다고 한다.
이처럼 인간을 믿을 수 없다고 하는 주장의 근저에는 '인간은 이기적 존재'라는, 또는 최소한 인간은 '이타적인 존재는 아니다'라는 논리적 근거가 깔려 있다. 왜냐하면 인간이 이타적이고, 그래서 인간이 사익보다는 공익을 더 추구하는 존재라고 한다면 인간을 믿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사회 곳곳에서 나타나는 인간의 이기적 본성은 이런 관점의 정당성을 뒷받침해 준다. 또 이 주장은 이런 관점에 입각하여 사회적인 차원에서 문제를 해결할 것을 주장한다. 즉 '불신에 기초한 제도'를 만들어 인간의 이기성과 그에 따르는 부정 부패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이 주장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먼저 이 주장은 인간을 일면적으로 이해하고 있다. 인간은 분명 이기적인 존재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를 믿을 수 없다. 그러나 다른 한편 인간이 이기적인 존재인 것만은 아니다. 즉 사람들은 때때로 자기의 이익을 희생하면서 사회와 국가, 민족의 이익을 도모한다.--이하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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