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가는 날 / 본문 일부 및 해설 / 오영진
by 송화은율
시집 가는 날 / 오영진
나오는 사람들
맹 진사(50세) 김미언(22세) : 김 판서 아들
맹 노인(80세) : 맹 진사의 아버지 김명정(35세) : 김미언의 숙부
맹효원(65세) : 맹 진사의 숙부 사자(使者)(40세) : 심부름꾼
한씨(45세) : 맹 진사의 처 옥남(20세), 보비(18세)
갑분이(19세) : 맹 진사의 딸 갑순19세), 복녀(19세)
유모(50세) 순희(16세)도라지 영감(70세)
박참봉(55세) 방앗간 주인(50세)
입분이(18세) : 하녀 삼돌(25세) : 하인
갑(70세), 을(50세), 병(45세) : 맹 진사의 친척
S#1. 산과 들[원경(遠景)]
화창한 봄 하늘 아래 완만한 호선(弧線)을 그리며 멀리 가까이 산과 언덕의 파라노마.
아늑한 골짜기와 언덕에서 구름처럼 피어 오르는 도라지 타령
(노래) "도라지 도라지 도라지 심심 산천에 백도라지."
나물 캐는 처녀들의 코러스이다.
카메라 다시 이동해서(PAN)해서 아래로 내려오면 조는 듯 평화스러운 마을.
질펀한 논과 밭. 바야흐로 춘수(春水) 만사택이다.
멀리 거울 같은 호수가 은빛으로 빛나고 - . (O.L.)
푸른 수양 버들 사이로 그림같이 정결하고 아담한 초가집과 기와집이 은연하다.
그 중에서도 눈에 띄게 웅장한 대방가 맹진사 태량의 저택.
S#2. 맹진사 저택 정문
하늘을 찌를 듯한 솟을대문 안에서 마침 젊은이 하나가 분주스럽이 뛰어나온다.
이 댁 머슴 삼돌이다. 잠시 머뭇거리다가 좌편으로, 카메라 그를 좇아 이동(PAN)하면,
S#3. 방앗간
눈을 감긴 채 좁은 방앙간을 빙빙 돌고 있는 당나귀가 멈칫 선다.
삼돌이가 온 것이다.
삼돌이 : 아저씨, 우리 댁 아가씨 못 봤어유?
텁석부리 주인이 가마니의 쌀을 비우며,
텁석부리 : 갑분 아가씨 바람난 게드라. 오늘두 입분일 거느리구 산으로 올라가든걸.
자루 잇을 입에 물고 되어 넣던 젊은이도 일손을 쉰다.
젊은이 : 삼돌아, 임마 너 조심해라. 일분이두 금년엔 제법 계집애 꼴이 나더라. 엉덩이가 짝 퍼진게.
텁석부리 : 그러어 벌써, 싹이 노래서!
삼돌이 : 아자씬 놀리긴…… 남 바빠 죽겠다는데.
얼굴이 발개서 삼돌이 그 곳을 떠난다. 텁석부리가 젊은이의 웃음을
남겨두고, 당나귀 다시 돌기 시작한다.
S#4. 산
치맛자락을 봄바람에 나부끼며 처녀들이 바구니와 호미를 옆에 끼고 지나간다.
카메라 좇아 바른편으로 이동(PAN)하면 꽃을 뜯어 뿌린 듯 나물 캐는 처녀로
수놓은 봄동산의 전경이다.
피리 부는 목동이 소 등에 올라앉아 거드럭거리며 지나간다.
(노래) "한두 뿌리만 캐어도 바구니가 철링 철철 넘누나".
피릿소리에 맞추어 들어오는 도라지 타령. 호소하는 듯 애끊는 멜로디.
(삼돌이의 소리) "아가씨이, 갑분이 아가씨".
화면 밖에서 작게 들려 온다.
카메라 그 소리를 따라 흐르면,
S#5. 어떤 언덕
호미로 지저분스러이 흑을 파헤치는 갑분 아가씨. 서툴고 위태롭기 짝이 없다.
갑분이 호미질에 아직 잎도 피지 않은 도라지가 뿌리째 캐어진다.
바구니를 끼고 뒤따라오는 입분이, 애처로운 듯 소리를 지른다.
그러나 입분이는 도라지를 고이고이 쓰다듬어 주며 혼자말.
입분이 : 불쌍한 도라지. 너두 남처럼 살이 찌구 꽃두 필 걸.우리 아가씬 매정두 하시지?
흙을 털어 사뿐 바구니에 담는다.
(삼돌이의 소리) "아가씨, 갑분이 아가씨이,"
다시 화면 밖에서 흘러온다.
두 처녀 소리 나는 편을 내려다본다. 그들의 시선을 좇아 PAN DOWN 하면,
S#6. 언덕 기슭
멀리서 삼돌이가 손을 저으며 부른다. 아마 갑분이를 발견한 모양이다.
입분이 소리 : 삼돌아, 우리 여기 있다아.
화면 밖에서 들린다.
삼돌이 : 빨리 오라신다아, 나라마님 돌아오셨다아.
S#7. 언덕
갑분이의 얼굴, 기쁨으로 피어 오른다.
갑분이 : 에그머니, 어느 새 아버지가 돌아오셨구나.
입분이 : 아가씨, 아마 성사가 됐나 봐요.
갑분이 호미를 내던지고 치맛자락을 펄럭이며 내려간다.
갑분이 : (뒤따르는 입분이에게) 따라올 것 없다. 넌 나물이나 더 캐려무나.
입분이 : 네
주춤하고 그 자리에 선다.
입분이, 뛰어가는 갑분이를 바라보며 혼잣말.
입분이 : 시집두 가기 전에 달라지셨네. 우리 아가씨,( 괜히 슬프다.)
(노래) 에헤야 에헤야 에헤야 에헤라난다. 지화자 좋다. 네가 내간장을 슬슬 다 녹인다."
산에서는 노랫소리가 한층 높아만 가는데,
<후략>
작자 : 오영진(吳泳鎭)
형식 : 각색 시나리오
성격 : 민속적. 해학적
배경 : 어느 봄날 맹진사의 집과 마을
소재 : 전래 민담 '뱀신랑'
주제 : 구식 결혼 제도의 모순 및 인간의 탐욕과 허세에 대한 풍자 및 비판
의의 : 전통적 민담의 희극적 형상화
줄거리 :
진사 맹태량은 무능하면서도 허욕이 많은 사람이다. 그는 혼기가 찬 딸 갑분이를 김판서의 아들 미언에게 출가시키도록 정혼해 놓고 돌아와 의기 양양해하지만 신랑이 될 당사자인 미언을 만나 보지 않은 결정적인 실수를 남겨 놓았다. 그러나 혼례를 하루 앞둔 날 도라지 골에 산다는 한 선비가 미언이 다리 병신이라는 소문을 퍼뜨리자 온 집 안은 발칵 뒤집혀 소동을 벌인다.
그렇다고 혼사를 치르지 않을 수도 없는 형편이다. 갑분이는 한사코 시집을 가지 않겠다고 버티고, 난감해진 맹 진사는 궁리 끝에 갑분이의 몸종인 입분이를 신부로 꾸며 혼례를 치르도록 계책을 꾸민다. 그리고 갑분이는 운산골 숙부(맹효원) 댁에 보낸다.
혼례 날, 정작 맹 진사 댁에 당도한 신랑 미언은 다리 병신은 고사하고 이목이 빼어난 장부이다. 이에, 대경한 맹 진사는 혼례 날짜를 미루고 갑분이를 데려오려 한다. 그러나 갑분이를 데리러 운산골로 머슴 삼돌이를 보낸 사이에, 아무 것도 모르는 맹 진사의 아버지 맹 노인의 재촉으로 결혼식은 이미 치러지고 만다.
많은 청혼자들의 위선을 뿌리치고 몸종 입분이를 신부로 맞이한 미언은 그녀의 착한 마음씨를 알고 택한 것이다. 미언과 입분이는 부부의 인연을 맺고 신랑집으로 신행을 간다.
특징 : 이 작품은 전래 설화인 '뱀신랑' 설화에서 그 소재를 따온 것으로 권선징악(勸善懲惡)을 주제로 하는 민담과 그 구조가 일치한다. 맹 진사와 갑분이의 모습을 통해 인간의 위선(僞善)을 비판하고, 입분이의 결혼을 통해 '착한 사람은 복을 받는다'는 건강한 마음가짐을 부각시킨 작품으로 전통적인 어법과 비유, 속담 등이 적절하게 구사되었다. 또한 인간의 미묘한 심리를 예리하게 파헤치고, 구습의 모순과 권력 지향적인 인간성의 모순 등을 골계적(滑稽的)으로 그리고 있다. 아울러 선량한 인간의 승리와 참된 사랑의 승화를 넌지시 강조하려는 의도도 드러낸다. 작가는 우리들이 가지고 있는 전통적인 것, 체험적인 것에 대한 깊은 반성과 예리한 통찰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였다. 이 때 전통적인 것에 대한 이해라는 표현은 곧 민주주의를 두고 이르는 말이다. 따라서 이 작품도 새 이념과 전통을 지향하는 그의 작가 정신 속에서 씌어진 것이라 할 수 있다.
바야흐로 춘수 만사택이다 : 바야흐로 봄의 물이 사방 못에 그득하게 넘쳐나고 있다. '춘수만사택'은 원래 봄의 넉넉한 경치를 묘사한 한시 구절이다. 시나리오는 영화의 설계도이지만 이러한 시적 표현을 통해 장면 연상의 효과를 높이기도 한다.
배경의 이해 : 산과 들의 자연 배경의 제시는 이 극이 전통적인 농촌 사회의 이야기임을 예고한다. 또, 이를 화면과 음향(노래)으로도 암시한다. 따라서, 이 극의 사건과 주제도 전통사회의 삶과 관련이 있을 것임을 예감하게 된다.
삼돌아, 임마 너 조심해라. - 엉덩이가 짝 퍼진 게 : 입분이가 여자 티를 낼 정도로 성숙했으니 조심하라는 뜻이다. 흔히 건넬 수 있는 말이지만 이런 말도 극의 전개 방향과 관계가 깊다. 즉, 남녀 문제가 이 극의 관심임을 예고하는 것이다.
호미로 지저분스러이 흙을 파헤치는 갑분 아가씨 : '지저분스러이'라는 말에 성격을 시사하는 뜻이 들어 있다. 신분은 높지만 이러한 행위로 보아 신분에 어울리지 않는 성격을 지녔음을 알 수 있다.
헛! 누가 나선 일이라고. 모든 게 수완 나름이거든, 수완! : 내가 나섰으니 이 일이 성사되었으며, 그것이 가능했던 것은 나의 수완이 뛰어났기 때문이다. 과시의 심리와 성취에 만족해 하는 심리가 담겨 있다.
마흔 칸을 착실할걸 : 마흔 칸은 충분히 될걸.
이왕이면 다홍치마가 아닙니까 : '다홍치마'는 빨강에 노랑이 약간 섞인 짙고도 산뜻한 붉은 색을 띤 치마를 말한다. 이런 치마를 처녀나 새색시들이 주로 입는다는 데서 나온 속담으로서, 이왕이면 젊은 사람, 좋은 사람, 예쁜 사람 등의 뜻을 지니게 된다.
누구 혼사던고 : 동문서답(東問西答)으로 화제가 무엇인지를 잊어버린 모습을 보여준다. 뒤에 이어지는 '갑분이가 누구던고?', '헌데 나이가 좀 어떨꼬?', 김 판서허군.' 등이 모두 맥락 이탈을 통해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수모 : 구식 혼례 때, 신부의 단장 및 여러 일을 도와주는 여자.
초례청 : 결혼식을 치르는 장소
예탁 : 신랑과 신부 사이에 놓는 탁자
서동부서 : 신랑은 동쪽에, 신부는 서쪽에 서는 것
섬섬옥수(纖纖玉手) : 가냘프고 고운 여자의 손
맹 노인의 만족한 웃음 : 일의 내막을 전혀 모르고 신부가 자기 손녀인 줄만 알고 만족해 하는 모습
녹의홍상(綠衣紅裳) : 푸른 저고리와 붉은 치마
송구하여 : 두려워서 마음이 몹시 거북하여
비 맞은 - 떨고 있다 : 자기가 저지른 일이 워낙 엄청난 일이라 떨고 있다. 입분이의 순수한 마음씨를 알고 있다.
서방님 : 상민이 벼슬이 없는 선비를 부르는 말.
아니에요 - 큰 욕을 당하세요 : 미언을 속이고 갑분 아가씨처럼 행동하는 지체 낮은 입분이와 짝을 맺는다면 그것은 양반에게 큰 욕이 되는 일이다.
미언 말없이 빙그레 웃는다 : 내막을 미리 알고 있는 미언은 진실을 고백하는 입분이의 마음씨와 태도가 예뻐서 웃는다.
저의 신랑은 - 어른이 아니에요 : 지체로 보자면, 입분이가 맞을 짝은 양반이 될 수 없다는 뜻.
화촉이 - 흔들린다 : 극적인 반전이 일어날 것임을 암시한다.
사람의 마음이오 - 입분이 알아 주겠소 : 순직하고 질박한 전통적인 한국인의 건강한 마음씨를 부각시키면서 해학과 풍자를 통해 인간 속에 내재된 위선을 매도하는 한편, 어쩔 수 없이 절뚝발이에게 시집 간 몸종의 승리를 그리려는 작가의 의도가 나타나 있다.
아가씨든 종이든 매한가지오 : 그대가 진정한 애정과 참된 마음을 가졌다면, 종의 신분인 입분이든 양반의 딸인 갑분이든 간에 상관없다.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 내뿜고 꺼져 버린다 : 미언과 입분의 결연 및 갈등의 해소가 드러난 부분
청사초롱 : 푸른 운문사로 바탕을 삼고, 위아래에 붉은 천으로 둘러 씌운 등롱
사인교 : 앞뒤에 각각 두 사람씩 모두 네 사람이 메는 가마.
일산 : 볕을 가리기 위해 세우는 우산같이 생긴 것.
후행 : 혼인 때, 가족으로서 신랑이나 신부를 데리고 가는 사람. 상객이라고도 한다.
참봉이라도 후행을 - 원체 바빠서 : 딸을 보내지 못한 섭섭함이 담겨 있다.
이 작품은 "맹 진사댁 경사"를 각색한 시나리오이다. 맹 진사댁 경사는 1943년, 국민 문학지에 처음 발표된 후 연극, 영화, 뮤지컬, 드라마 등으로 수차 제작되어 널리 알려졌다.
이 작품에서는 세 차례의 커다란 반전이 이루어진다. 첫 번째는 김명정의 등장으로 신랑이 절뚝발이라는 소문이 퍼지는 부분이다. 그리하여 맹 진사의 가문은 좌절에 부딪히게 된다. 두 번째는 신부의 교체이다. 여기에서 맹 진사의 파멸은 더욱 심화된다. 마지막으로 건장한 풍채의 신랑 미언의 등장이 세 번째 반전을 이룬다. 이 단계에서 미언과 입분이의 결합은 신분과 조건을 초월한 진정한 사랑으로 승화되고 상대적으로 맹 진사의 모순은 더욱 극단적으로 드러나게 된다.
이 작품은 1943년에 발표된 오리지널 시나리오로 1957년에 처음으로 영화화되었고, 후에 "맹 진사 댁 경사"라는 2막 5장의 희곡으로 각색되기도 했으며, 같은 이름의 뮤지컬 드라마, 그리고 여러 차례에 걸쳐 TV 드라마와 창극으로 고쳐지기도 했다.
양반 사회를 배경으로 인간의 거짓과 진실을 대비시켜 인간의 미묘한 심리 세계를 예리하게 파헤치는 한편, 가문 의식의 허위, 구습 결혼 제도의 모순, 전통적 계층 사회의 비인간성 등을 풍자함으로써 사랑의 참뜻과 인간성의 회복을 강조한다. 그러나 작품의 전체적인 기조는 해학으로서, 등장 인물의 성격과 동작의 과장, 대사의 희극적 사용 등으로 즐거움을 주면서 교훈을 제시하는 '유쾌한 권선 징악'형 작품이다.
이 작품이 단순한 구조이면서도 희곡적, 또는 연극적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인물의 성격을 뚜렷하게 내세우고 있는 데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즉, 양반의 허욕과 무능과 타성의 전형이랄 수 있는 맹 진사, 소박하고 헌신적인 희생의 화신이라 할 입분이, 저돌적이며 때로는 반항적인 삼돌이, 냉철한 이성의 소유자인 맹효원, 그리고 가는귀가 먹어 시종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맹 노인 등의 성격 묘사는 이 작품을 풍자와 해학이 넘치는 분위기로 끌어올리고 있다.
이 작품은 전통 혼례를 소재로 삼은 것이고 그런 점에서도 작가의 전통 문화에 대한 깊은 관심을 엿보게 한다. 더구나, 이것이 처음 쓰여졌던 1943년은 일제 시대 말기로서 작가가 굳이 이와 같은 전통적 소재에 관심을 두었다는 사실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또 하나, 이 작품을 대본으로 1965년 동아 영화사가 제작한 영화는 그 해 제4회 아시아 영화제에서 특별 희극상을 받음으로써 한국 영화가 최초로 해외 영화제에 진출하는 계기를 만 들기도 했는데, 이것은 작가가 직설적으로 민족 의식을 내세운 것이 아니라, 성숙한 희극 정신의 바탕 위에서 전형(典型)의 창조에 성공했기 때문일 것이다.
배경 설화인 '뱀신랑'에 대하여
어떤 노부부가 아들을 낳았는데, 뱀이었다. 뱀아들은 나이가 차자, 김 정승의 딸에게 장가를 들고 싶어했다. 김 정승이 딸에게 의사를 물어 보니, 첫째 딸과 둘째 딸은 거절하였으나 셋째 딸이 아버지의 뜻이면 따르겠다고 하였다.
혼인하던 날 밤, 뱀신랑은 허물을 벗고 잘 생긴 선비가 되었는데, 이를 알고 신부의 언니는 질투를 한다. 남편은 뱀 허물을 아내에게 주면서 잘 보관할 것이며, 만약 없애면 다시 만나지 못할 것이라고 하며 집을 떠났다. 이 비밀을 안 두 언니는 뱀 허물을 훔쳐다 몰래 태웠다.
아내는 남편을 찾아 떠나 바위 속 세계로 들어갔다. 남편과 아내는 노래를 주고받다가 만나 보니 남편에게는 딴 부인이 있었다. 남편은 몇 가지 시험을 해서 무난히 통과하는 사람을 진짜 아내로 삼겠다고 했는데, 찾아간 아내만 시험을 통과했다. 일명 '구렁덩덩 신선비'라고도 하며 신이담 가운데 변신담에 속한다. 또한 이 설화는 세계 여러 지역에 널리 분포되어 있으며, 그 내용도 거의 비슷하다.
반전의 구조
맹 진사의 딸 갑분이와 김 판서의 아들 김미언의 결혼은 세 차례에 걸쳐 반전된다. 첫 번째 반전은 김미언의 숙부인 김명정이 마을에 나타나 신랑될 사람이 다리가 불구라는 소문을 퍼뜨림으로써 맹 진사가 당혹과 좌절을 겪는 과정을 통해 욕심과 허영이 노출된다. 딸 갑분이 대신에 몸종 입분이를 신부로 분장시키자 이번에는 입분이와 혼인하기로 된 하인 삼돌이가 반발하여 비밀을 폭로하겠다고 한다. 결국 딸 갑분이를 대신 주겠다고 약속함으로써 맹 진사의 추악상과 파멸은 더욱 심화되어 두 번째 반전을 이룬다. 그러나 정작 혼례식에 나타난 신랑은 건강한 풍채와 학식 및 인격을 갖춘 선비이며, 이를 안 맹 진사는 갑분이를 데려오게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고, 혼례는 입분이를 신부로 하여 치러짐으로써 맹 진사의 추악상이 돌이킬 수 없게 되는 세 번째의 반전으로 종결된다.
오영진(吳泳鎭)
1916∼1974. 극작가·시나리오작가·영화이론가.
〔생애 및 주요활동〕
호는 우천(又川). 평양 출신. 민족지도자 오윤선(吳胤善) 장로의 삼남매 중 막내이다. 평양고등보통학교(平壤高等普通學校)를 거쳐 경성제국대학 조선어문학과를 졸업하였다. 대학시절에 〈영화예술론〉이라는 논문을 ≪조선일보≫에 발표함으로써 문단에 데뷔했고, 1938년에 〈영남여성의 내방가사〉라는 논문으로 대학을 졸업하였다.
문맹자가 많았던 당시 민족계몽을 위해서는 영화가 좋겠다는 생각으로 영화작가가 되기 위해서 동경으로 건너가 동경발성영화제작소에 입사하여 영화를 연구하였다. 1942년 귀국하여 숭인상업학교에 근무하고, 1945년 조선민주당 조직에 참여했으며, 1950년 전국문화단체총연합회(약칭 문총) 사무국차장에 피임되었다.
1952년 중앙문화사 사장 및 월간 ≪문학예술≫ 주간을 역임하였고, 그 뒤로도 예술원 회원·국제펜클럽회원·국제연극인협회(International Theater Institute, ITI) 한국본부부위원장·시나리오작가협회 고문·국제대학교수 등을 역임하였다. 1942년에 처녀시나리오 〈배뱅이굿〉을 발표하였고, 이어서 〈맹진사댁 경사〉를 발표하여 각광을 받았다.
그는 안창호 ( 安昌浩 )· 조만식 ( 曺晩植 ) 등 민족지도자들의 영향을 받아 조선인 학도지원병제에 반대하다가 일본 경찰에 피검되기도 하였다. 광복 직후에는 평양에서 조만식의 측근으로 우익민족주의 정치운동을 벌이다가 월남하여 공산테러리스트에게 총격을 받아 사경을 헤맨 적도 있을 만큼 철저한 항일반공투사였다.
정치에서 손을 뗀 뒤로는 희곡과 시나리오, 영화평론 등을 썼으며, 오리온영화사를 설립, 운영하였다. 6·25전쟁중에는 월남문인들과 함께 문총북한지부(文總北韓支部)도 만들었고, 월간 ≪문학예술≫지도 운영하였다. 전쟁 직후 미국을 시찰하였고, ITI한국본부부위원장으로 유럽도 여행하였다.
대표적 시나리오로 꼽히는 〈시집가는 날〉로 아시아영화제의 최우수희극상을 받았고 예술원회원으로 피선되기도 하였다.
그리고 장면 ( 張勉 ) 정권 때 국무총리 문화담당 특별고문과 5·16군사정변 직후 최고회의 자문위원을 지냈으며 조민당(朝民黨) 당수도 역임하였다. 1960년대 후반에 잠시 국제대학교수도 역임하였지만 희곡창작에 더욱 전념하였다.
〔작품세계〕
정치와 손을 뗀 뒤로는 오로지 창작에만 몰두하였고, 1970년대에 들어서는 건강관계로 고통을 많이 받았다.
영화평론과 시나리오로 출발해서 한국영화 발전에 크게 기여한 그는 〈하늘은 나의 지붕〉·〈종이 울리는 새벽〉·〈심청〉 등의 우수한 시나리오작품을 많이 남겼고, 〈살아 있는 이중생각하〉·〈해녀 뭍에 오르다〉·〈허생전 許生傳〉·〈동천홍 東天紅〉·〈무희 舞姬〉 등의 희곡작품을 발표하였다.
그의 작품은 대체로 희극적 세계로서 현세의 어리석음이나 물욕을 비웃고 꾸짖는 경향을 띠고 있다. 그는 작품의 소재를 전통적인 민속과 고전소설에서 많이 가져오고 독특한 표현양식을 구사하였다.
〈배뱅이굿〉·〈맹진사댁 경사〉·〈한네의 승천〉 등 3부작은 관혼상제(冠婚喪祭)를 소재의 원천으로 한 작품이며, 〈나의 당신〉이나 〈허생전〉 같은 작품은 고전소설의 현대적 재창조라고 볼 수 있는 작품들로, 그의 이러한 작품들은 전통의 현대화라는 측면에서 모범적인 예를 제공하였다.
그는 민속 등 고전의 재창조를 통한 전통단절을 극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말년에는 격렬한 반일·반공작품을 쓰기도 하였다. 〈아빠빠를 입었어요〉나 〈모자이크게임〉 등은 배일사상(排日思想)을 주제로 삼고 있으며, 〈무희〉는 반공정신을 주제로 하고 있다.
이 밖에도 병원에 장기입원해 있는 동안 〈며느리〉·〈부부〉·〈누나〉·〈섹스〉 등 사이코드라마를 쓰기도 하였다. 그는 특히 한국인의 해학과 풍자를 잘 표현한 뛰어난 희극작가로 평가되며 전통소재를 현대화하는 데 재질을 보였다.
≪참고문헌≫ 吳泳鎭戱曲集(ITI한국본부 편, 1976), 韓國現代戱曲史(柳敏榮, 홍성사, 19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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