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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전 / 금강 / 신동엽 서사시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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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 : 신동엽 서사시

 

제17장

 

(전략)

 

관아는 텅 비어 있었다,

조병갑은 어젯밤 벌써

전주로 도망갔고

이속들도 쥐구멍 속 다

숨었다, //

 

옥을 부쉈다,

뼈만 남은 농민들이 기어나와

관아에 불을 질렀다, //

 

창고를 부쉈다,

석류알 같은 3천석의

쌀이 썩고 있었다, //

 

무기고를 부쉈다

열한 자루의 일본도

스물두 자루의 양총

6백발의 탄환이 나왔다, //

 

동학군은 대오를 정돈했다

인원을 점검하니 3천이 늘어서 8천명,

전봉준을 둘러싼

수뇌진에서는

동학농민당 선언문을 작성하여

각 고을에 붙였다, //

 

“전략---- 오늘의 고관들은 나라를 생각지

않고 녹위를 도둑질하며 아첨을 일삼아,

충고하는 선비를 간신이라 배척하고 정직한

사람을 비도라 트집잡아 안으로 나라를 생각하는

인재가 없고 밖으로 학정의 관만 늘어가니

인심은 갈수록 변하여 들어앉아도 편안할 날이

없고 나가도 보신의 길이 없도다, //

 

중앙의 벼슬아치나 지방의 벼슬아치에 이르기까지

민족의 위태는 생각지 않고 내 몸 내 집을

살찌게 할 계략에만 눈이 어두워

벼슬 뽑는 길은 축재하는 길로 되고

과거 보는 마당은 물물거래하는 시장이 되며,

허다한 세금은 국고에 들어가지 않고

도리어 개인 금고에 충당되며, 사치와

음란이 두려운 줄을 모르니 팔도는

고기밥이 되고 만민은 도탄에 빠져 있다, //

백성은 나라의 근본이요 근본이 허약하면

나라가 쇠약해지는 법이라,

보국안민을 생각지 아니하고 사병을 두어

오직 혼자 잘살기만 도모하고 녹위를

도둑질하니 어찌 그럴 수 있으랴, //

 

우리 일당은 비록 초야의 농민이나

나라의 땅으로 먹고 살고 나라의 옷을

입고 사는지라, 나라의 위망을 좌시할 수

없어 팔도가 마음을 함께하고

억조(億兆)가 의논을 거듭하여 이제 의로운

깃발 들고 보공(報公)과 안민을 목숨 걸고

맹세하노니, 오늘의 이 광경이 비록

놀라운 일이라 하나 결코 두려워하지 말고

각자 생업에 안온하여, 함께 강산의 태평세월

을 축하하며 다 함께 성스런 혜택 누리게 되면

천만다행으로 아노라.

 

1894년 3월 21일

동학농민혁명 본부”

 

(후략)


* 감상 : [금강]은 서사(서화), 본사 26장, 후사(후화)로 구성된 4800여 행의 장시로서 <국경의 밤>의 930여 행이나 <남해찬가>의 1900여행과 비교해 볼 때 질·양적 측면에서 돋보이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1894년 3월의 동학혁명(작품의 주조를 이루는 사건과 시정신의 출발), 1913년 3월의 기미독립운동, 1960년의 4월의 혁명을 하나로 연결하여 과거와 현재를 하나의 연속적인 현실로 일깨우는 분노의 저항시이다.

 

이 작품은 제17장으로 전봉준이 인솔하는 동학군이 고부로 진격해 나가는 날의 민중들의 가슴 벅찬 모습을 재구성해 놓았다. 특히 농민혁명본부의 이름으로 발표된 통문(通文)은 민 중의 억압과 고통을 잘 보여 주고 있다. 나아가 시인은 이러한 부당한 역사 상황에 대응하 는 정신이 오늘날에도 이어지고 있음을 말하고 싶어한다.

 

* 성격 : 저항적

 

* 주제 : 부당한 역사에 대한 민중(농민)의 저항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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