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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에 불리한 시대 / 요점정리 / 브레히트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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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에 불리한 시대 / 브레히트

 나도 알고 있다. 행복한 사람만이
 인기가 있다. 그런 사람의 말소리를 사람들은
 즐겨 듣는다. 그런 사람의 얼굴은 아름답다.

 마당의 뒤틀린 나무는
 토양이 좋지 않음을 말해준다. 그러나
 지나가는 사람들은 그 나무가 불구라고 욕한다.
 하지만 그것은 옳다.

 준트 해협의 푸른 보트와 즐거운 요트를 
 나는 보지 않는다. 내가 보는 것은 
 어부들의 찢어진 그물뿐이다.
 왜 나는 마흔 살의 소작인 여자가 허리를 구부리고 걷는 것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가?
 소녀들의 가슴은
 예전처럼 뜨거운데.

 내 시에 각운을 쓴다면
 그것은 내게 거의 오만처럼 보일 것이다.

 내 안에선 꽃피는 사과나무에 대한 열광과
 칠장이의 연설에 대한 경악이 서로 싸우고 있다.
 그러나 나에게 펜을 잡게 하는 것은
 두 번째 것뿐이다.



[시어, 시구 풀이]


 준트 해협(海峽) : 덴마크와 스웨덴 사이의 해협
 각운(脚韻) : 시구의 끝 글자에 다는 운
 오만(傲慢) : 잘난 체하여 방자함
 칠장이 : 비인의 미술 대학의 입학 시험에 응시했다가 낙방한 전력이 있는 히틀러를 지칭하는 말
 마당의 뒤틀린 나무는 토양이 좋지 않음을 말해 준다. : 토양이 좋지 않은 마당에서 자라난 나무가 뒤틀린 모양을 하는 것처럼 왜곡된 사회 질서 속에서 살아가는 ‘마흔 살의 소작인 여자’가 행복과는 거리가 먼 모습을 보이고 있는 현실을 외면할 수 없었다 그는 그 시대에 자신의 시가 지향해야 할 모습이 어떤 것인지를 분명히 느끼고 있다. ‘준트 해협의 푸른 보트와 즐거운 요트’를 노래하면서 현실의 상처를 망각하기보다는 ‘어부들의 찢어진 그물’을 노래하면서 이들의 행복을 주장하고 찾아 내겠다는 것이다.
 준트 해협의 - 찢어진 그물뿐이다. : 바닷가의 낭만적이고 즐거운 풍경을 노래하면서 현실을 망각하기보다는 현실 소외되고 억압받는 삶의 모습을 직시하겠다는 뜻으로 ‘즐거운 요트’와 ‘찢어진 그물’이라는 대립된 시어로 그 의미를 드러내고 있다.
 내 시에 각운을 - 보일 것이다. : ‘운(韻)’은 서로 무관한 단어들이 화음을 통해 시 전체에 조화와 완결성을 부여한다. 그런데 작자가 살고 있는 시대는 억압과 불평등이 만연한 사회이므로 조화와 행복을 노래할 수 없는 것이다.
 내 안에선 - 경악이 서로 싸우고 있다. : 각운 등을 사용해 시의 아름다움을 추구하거나 가슴 한 구석에서 숨쉬고 있는 ‘사과나무에 대한 열광’을 노래하기보다는, 히틀러의 연설 내용이 지닌 여러 가지 비인간적 독소를 세계 만방에 드러내어 이를 차단하는 것이 궁극적인 아름다운 서정시를 쓸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암시하고 있다.

[핵심 정리]
 지은이 : 베르톨트 브레히트(Bertolt Brecht 1898-1956) 독일의 시인. 극작가. 일찍부터 시민 계급의 허위 의식을 경멸해 하층 민중의 삶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졌다. 1933년 나치의 위험을 피해 망명했다. 극작가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시인으로서도 전후(戰後) 독일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갈래 : 자유시. 서정시
 율격 : 내재율
 성격 : 서정적. 독백적. 저항적
 어조 : 저항을 노래하는 남자의 의지적이고 독백적인 어조
 심상 : 서술적. 상징적
 구성 :
    1연   인간의 공통적 소망인 행복
    2연   행복을 가로막는 삶의 터전
    3연   현실의 모순에 주목하는 나의 시
    4연   환상을 거부해야 하는 나의 시
    5연   시에 불리한 시대 속에서 써야 하는 나의 시
 제재 : 나의 시 정신
 주제 : 어두운 현실의 극복 소망

▶ 작품 해설 
 이 시의 2․3․5연은, 요트/어부들의 찢어진 그물, 마흔 살에 벌써 허리가 굽은 소작인의 여자/가슴이 뜨거운 소녀, 꽃피는 사과나무에 대한 열광/칠장이(히틀러)의 연설에 대한 경악(驚愕) 등과 같은 대립 구조로 짜여져 있다. 이러한 대립적 문맥은 아름답고 행복한 삶에 대한 열망과 그것을 억압하는 사회적 불평과 억압을 함축한다. 첫 연에서 시적 화자는 아름다움과 행복의 좋은 점을 알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러한 삶을 억압하는 사회적 어둠 속에서 화자는, 인간의 근원적 마음인 아름다움과 행복에의 추구에 대한 노래보다는 적극적인 현실 참여시를 쓰고자 한다. 독일 시에서의 운(韻)은 서로 무관한 단어들의 화음을 통해 시 전체에 조화와 완결성을 부여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내 시에 각운을 쓴다면/그것은 내게 거의 오만처럼 보일 것이다.’라는 시적 화자의 진술은, 억압과 불평등의 사회 속에서 조화와 행복의 세계를 노래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시에 불리한 시대”라는 시의 제목은, 바로 운(韻)이 있는 조화와 행복한 세계에 대한 노래를 부를 수 없는 시대적 어둠을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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