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문학창고

순아 - 박세영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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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세영


<감상의 길잡이>

해방공간에는 해방의 감격이나 분단의 비극을 노래한 시들뿐 아니라, 이 시처럼 과거 일제의 침략을 규탄하는 일제 잔재 청산의 주제를 취급하고 있는 작품도 많이 창작된다. 이 시는 그러한 작품들 중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시는 시적 화자인 오빠가, 동생 순아가 열 여섯 살일 때 조국을 떠나, 해방이 된 뒤 동생을 만나 보니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한 것에 대한 감흥을 읊고 있는, 평이한 서술의 작품이다. 이러한 이 시의 서사 구조를 따르자면, 이 시는 4단락으로 나눌 수 있다. 첫 단락은 14연으로 시적 화자의 누이의 과거에 대한 회상 장면이다. 그 때 사랑하는 순아 밤벌레같이 포동포동하고 / 샛별 같은 눈을 지닌 열 여섯의 소녀였지만, 시적 화자가 집을 떠나자마자 / 서울로 갔. 시골에서는 살 수 없어 집에는 홀어머니만 남기고’ ‘놈들의 꼬임에 빠져 서울로 떠난 것이다. 시적 화자의 회한이 여기에 이르자, 2단락인 56연에서는 먼저 집을 떠났던 자신에 대한 회상으로 접어든다. 그러나 그가 떠난 것은 살 수 없어서라기보다는 우리들의 일을 위하여 / 산 설고 물 설은 딴 나라로 망명하여 간, 조국의 광복을 위한 선택이었음이 강조된다.

3단락인 79연에서는 다시 고향에 돌아온 순아의 모습을 보고 느끼는 시적 화자의 분노의 감정을 드러낸다. ‘빼앗긴 조국은 해방이 되었지만 병든 몸으로 돌아온 누이의 모습을 보고는 시적 화자는 절망과 안타까움을 느낀다. 그것은 가장으로서 집을 돌보지 못하여 어린 누이까지 공장으로 내몰게 된 데 대한 자책감이자 동시에 일제의 간악한 수탈에 대한 뼈저린 분노의 표현이다. 그것을 시적 화자는 놈들의 공장 악마의 넋이 아직도 씨어 있다는 직설적인 어구로 드러낸다. 마지막 단락인 1011연에서는 시상(詩想)의 전환이 이루어진다. 이제 해방의 현실로 돌아와 시적 화자는 다시 적극적인 의지로 새 시대를 준비하고자 하고, 그럴 때 순아는 집을 돌보면서 오빠의 일을 뒷바라지하고자 한다. 그것을 시적 화자는 그러나라는 강한 부정의 접속어로 새 단락을 이끌면서, 과거의 아픔을 딛고 굳세게 살아가려는 새 시대의 민중상으로 파악한다. 따라서 이 단락은 과거의 타락했던 죄과들을 반성하지 않은 채, 오히려 해방이 되었다고 다시금 시대의 전면에 나서 부귀영화를 꾀하고자 하는 친일 모리배들을 싸잡아 비판하는 시대적 메시지로 읽혀진다.

 

이 시는, 시적 화자가 동생을 앞에 놓고 대화하는 형식을 취함으로써 구어체의 표현이 그 묘미를 얻고 있다. 이와 함께 익숙한 일상적인 시어들을 통해 순아의 존재가 해방공간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는 희생자로서의 이웃으로 표상될 뿐 아니라, 그럴수록 과거 친일파의 무리들에 대한 비판의 강도는 높아지게 된다. 이처럼 이 시는 분명하고도 선동적인 표현이 없이도 해방공간에서의 정치적 색채를 잘 드러낸 대표적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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