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선화(Daffodils) / W. 워즈워스
by 송화은율수선화(Daffodils) / W. 워즈워스
I wander'd lonely as a cloud
That floats on high o'er vales and hills,
When all at once I saw a crowd,
A host, of golden daffodils;
Beside the lake, beneath the trees,
Fluttering and dancing in the breeze.
Continuous as stars that shine
And twinkle on the Milky Way,
They stretch'd in never-ending line
Along the margin of a bay :
Ten thousand saw I at a glance,
Tossing their heads in sprightly dance.
The waves beside them danced, but they
Out-did the sparkling waves in glee:
A poet could not but be gay,
In such a jocund company:
I gazed-and gazed- but little thought
What wealth the show to me had brought :
For oft, when on my couch I lie
In vacant or in pensive mood,
They flash upon that inward eye
Which is the bliss of solitude ;
And then my heart with pleasure fills,
and dances with the daffodils.
산골짜기 언덕 위 높은 하늘에
떠도는 구름처럼 이내 혼자서
지향 없이 떠돌다 보았어라,
한 무리 모여 있는 황금 수선화.
호숫가 수목이 우거진 그늘
미풍에 나부끼며 춤을 추었소.
은하수가 물가 저 멀리
반짝이며 비치는 별들과 같이
구비진 포구의 언덕을 따라
끊임없이 줄지어 피어 있는 수선화.
천만 송이 꽃들이
머리를 흔들면서 춤을 추었소.
주위의 물결도 춤을 추건만
반짝이는 그 물결 어찌 따르리.
그처럼 즐거운 친구 속에서
어찌 시인인들 즐겁지 않으리
나는 하염없이 바라보았소.
그 정경(情景)의 보배로움은 생각도 않고.
헛된 생각에 깊이 잠기어
내 침상 위에 외로이 누웠을 때
고독의 축복인 마음의 눈에
홀연 번뜩이는 수선화.
그 때 내 가슴은 즐거움에 넘치고
마음은 황금 수선화와 함께 춤추었어라.(최창호 역)
골짜기와 산 위에 높이 떠도는
구름처럼 외로이 헤매다니다
나는 문득 떼 지어 활짝 피어 있는
황금빛 수선화를 보았다.
호숫가 줄지어 늘어 선 나무 아래
미풍에 한들한들 춤을 추는 수선화
은하수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별처럼 총총히 연달아 늘어서서
수선화는 샛강 기슭 가장자리에
끝없이 줄지어 서 있었다.
흥겨워 춤추는 꽃송이들은
천 송인지 만 송인지 끝이 없었다
그 옆에서 물살이 춤을 추지만
수선화보다야 나을 수 없어
이토록 즐거운 무리에 어울릴 때
시인의 유쾌함은 더해져
나는 그저 바라보고 또 바라볼 뿐
내가 정말 얻은 것을 알지 못했다
하염없이 있거나 시름에 잠겨
나 홀로 자리에 누워 있을 때
내 마음 속에 그 모습 떠오르니,
이는 바로 고독의 축복이리라.
그럴 때면 내 마음은 기쁨에 가득 차
수선화와 더불어 춤을 춘다.(이하윤 역)
산골짜기 넘어서 떠도는 구름처럼
지향 없이 거닐다
나는 보았네.
호숫가 나무 아래
미풍에 너울거리는
한 떼의 황금빛 수선화를.
은하에 반짝이며
반짝거리는 별처럼
물가를 따라
끝없이 줄지어 피어 있는 수선화.
무수한 꽃송이가
흥겹게 고개 설레는 것을.
주위의 물결도 춤추었으나,
기쁨의 춤은 수선화를 따르지 못했으니!
이렇게 흥겨운 꽃밭을 벗하여
어찌 시인이 흔쾌치 않으랴.
나는 지켜보고 또 지켜보았지만,
그 정경의 보배로움은 미처 몰랐느니.
무연(憮然)히 홀로 생각에 잠겨
내 자리에 누우면,
고독의 축복인 속눈으로
홀연 번뜩이는 수선화.
그 때 내 가슴은 기쁨에 차고
수선화와 더불어 춤추노니.(유종호역)
골짜기와 언덕 위로 높이 날으는
구름처럼 외로이 헤매이다
문득 한 무리를 보았네.
호숫가 나무아래
미풍에 하늘하늘 춤추는
금빛 수선화의 무리를.
은하수에 반짝이는
별들처럼 이어져
물가 따라 끊임없이
줄지어 뻗쳐 있는 수선화
즐겁게 춤추며 고개를 까딱이는
수많은 꽃들을 잠시 바라보네.
그 곁에서 호수물도 춤을 추었지만
반짝이는 물결은 수선화의 기쁨을 따르지 못했네.
이렇게 즐거운 무리들과 함께
시인이 어찌 흥겹지 않으리
나는 지켜보고 또 보았지만 그 정경 내게
얼마나 보배로운지 미처 몰랐었네.
이따금 한가로이 혹은 생각에 잠겨
자리에 누워 있을 때면
고독의 축복인 마음의 눈에
수선화들이 반짝이네.
그럴 때면 내 가슴 기쁨에 넘쳐
수선화와 함께 춤을 추네.(윤삼하 역)
골짜기와 언덕 위로 높이 나르는
구름처럼 외로이 헤매이다
문득 한 무리를 보았네.
호숫가 나무 아래
미풍에 하늘하늘 춤추는
금빛 수선화의 무리를.
은하수에 반짝이는
별들처럼 이어져
물가 따라 끊임없이
줄지어 뻗쳐 있는 수선화
즐겁게 춤추며 고개를 까딱이는
수많은 꽃들을 잠시 바라보네.
그 곁에서 호숫물도 춤을 추었지만
반짝이는 물결은 수선화의 기쁨을 따르지 못했네.
이렇게 즐거운 무리들과 함께
시인이 어찌 흥겹지 않으리
나는 지켜 보고 또 보았지만 그 정경 내게
얼마나 보배로운지 미처 몰랐었네.
이따금 한가로이 혹은 생각에 잠겨
자리에 누워 있을 때면
고독의 축복인 마음의 눈에
수선화들이 반짝이네.
그럴 때면 내 가슴 기쁨에 넘쳐
수선화와 함께 춤을 추네. (익명 역)
골짜기 너머 고개 너머
떠도는 구름처럼 나 홀로 헤맸네
그 때 나는 문득 보았네
금빛으로 만발한 수선화의 크나큰 무리를
호숫가 나무 밑에 솔솔바람 맞아
하늘거리며 춤추고 있었네.
은하에서 반짝이는
빛나는 별처럼
기슭을 따라
끝도 없이 줄지어 피어 있었네
셀 수도 없이 많은 꽃송이가 고개 흔들며
우줄우줄 춤추는 것이 한 눈에 보였네.
옆에 선 물결도 춤을 추었네. 하나 번쩍이는 물결도
기쁨에 넘치는 꽃을 당할 수가 없었네
이렇게 즐거운 무리에 섞여
시인이 어찌 즐겁지 않으리오.
나는 바라보고 또 바라보았네. 허나 얼마나
귀한 것을 보고 있는지는 미처 생각지 못했네.
더러 허무하고 쓸쓸한 마음으로 내 침상(沈床)에 누울 때면
그 꽃들이 번개처럼 마음의 눈에 비치네.
이것이 바로 고독의 축복이러니
그렇게 되면 나의 가슴엔 기쁨이 넘치고 수선화와 더불어 춤을 추네.(성한경 역)
요점 정리
작자 : W. 워즈워스
갈래 : 서정시, 낭만시, 순수시
어조 : 활기와 생동감, 환희가 넘치는 낭만적 목소리
성격 : 서정적, 낭만적
심상 : 비유적 심상
표현 : 작자의 시풍(詩風)이 잘 드러남. 소박한 언어를 통해 뛰어난 음악성 구현, '과거->현재'의 시간적 흐름에 따라 구성, 풍경의 묘사와 그에 대한 시적 감흥이 잘 어우러져 있음
제재 : 수선화
주제 : 수선화를 통한 자연과의 영적 교감에서 느끼는 희열(喜悅), 수선화를 보면서 느끼는 감동적 정서, 아름다운 수선화에 대한 기억
구성 : 4단 구성
기(起) : 수선화에 대한 기억의 환기 - 수선화의 만남, 우연히 발견한 수선화 : 화자와 수선화는 분리되어 있음 - 과거
승(承) : 수선화의 아름다움(객관적인 상태) - 수선화의 무리에 대한 묘사, 자세히 살펴본 수선화 : 화자에게 수선화는 의미 있는 존재로 다가옴.- 과거
전(轉) : 수선화의 미에 대한 갈등(주관적인 상태) - 수선화와 호수물의 즐거운 정경, 수선화에 매혹되는 나 : 수선화 때문에 마음이 즐거워짐.- 과거
결(結) : 수선화가 준 깨달음(주객의 일치·합일) - 수선화에 대한 회상, 수선화를 회상하고 즐거움에 넘치는 나 : 화자와 수선화는 영적 교감으로 합일(合一)됨 - 현재
시상의 전개를 연별로 나누어 보기로 한다. 1연에서는 화자와 수선화는 분리되어 있다. 2연에서는 화자와 수선화의 친밀한 정도가 깊어진다. 1연에서 한 무리가 2연에서는 수많은 꽃들로, 1연에서 막연한 수선화의 모습이 구체적인 묘사로 반복됨으로써 긴밀한 정도를 암시해 주고 있다. 3연에서는 화자의 마음이 수선화의 기쁨의 춤에 움직이며 대자연에 하나가 된 희열을 직접적으로 술회한다. 그러나 그 대자연이 주는 기쁨은 한순간으로 끝나지 않는다. 4연에서 표현되어 있듯이 시인이 공허하고 고독한 기분에 싸여 쓸쓸히 자리에 안겨 주었던 기쁨이 재생되어 완전한 영적 교감을 이루게 한다.
이렇게 해서 시인은 고독의 외로움을 고독의 축복으로 바꾸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이 시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통해 인생의 아름다움을 찾아낼 수 있다는 생각이 바탕에 깔려 있다.
의의 : 서구 낭만시의 대표작으로 꼽히고, 자연과 인간 사이의 영적 교감을 단순하고 침착하게 추구한 워즈워스의 시풍이 매우 잘 드러남.
출전 : 서정 민요집 (1798)
내용 연구
번역시 별 내용 연구
산골짜기 언덕 위 높은 하늘에
떠도는 구름처럼 이내 혼자서
지향 없이 떠돌다 보았어라,
한 무리 모여 있는 황금 수선화.
호숫가 수목이 우거진 그늘
미풍에 나부끼며 춤을 추었소.
은하수가 물가 저 멀리
반짝이며 비치는 별들과 같이
구비진 포구의 언덕을 따라
끊임없이 줄지어 피어 있는 수선화.
천만 송이 꽃들이
머리를 흔들면서 춤을 추었소.
주위의 물결도 춤을 추건만
반짝이는 그 물결 어찌 따르리.
그처럼 즐거운 친구 속에서
어찌 시인인들 즐겁지 않으리
나는 하염없이 바라보았소.
그 정경(情景)의 보배로움은 생각도 않고.
헛된 생각에 깊이 잠기어
내 침상 위에 외로이 누웠을 때
고독의 축복인 마음의 눈에
홀연 번뜩이는 수선화.
그 때 내 가슴은 즐거움에 넘치고
마음은 황금 수선화와 함께 춤추었어라.(최창호 역)
내용 연구
산골짜기 - 미풍에 나부끼며 춤을 추었소 : 호숫가 수목이 우거진 그늘에 피어 있는 한 무리의 수선화를 우연히 발견한 상황을 노래하고 있다. 그러나 화자와 수선화 사이에는 아직 어떠한 심리적 교감도 마련되지 않은 상태이다.
은하수 물가 - 머리를 흔들면서 춤을 추었소 : 수선화가 의미 있는 존재로 화자에게 다가 오고 수선화와 화자 사이에 어느 정도의 심리적 교감이 이루어진 상태를 노래하고 있다. 그래서 제 1연의 단순한 '호수'는 이제 은하수가 되고, 수선화는 '반짝이며 비치는 별들'이 되어 화자에게 가까운 친구처럼(3연) 다가온다.
주위의 물결도 - 생각도 않고 : 수선화에 매혹되어 시인과 수선화는 어느 정도 영적 교류가 이루어진 상태이다.
헛된 생각에 - 함께 춤추었어라 : 자연과 인간 사이의 영적 교감을 추구한 이 시인의 작품 경향이 가장 잘 드러난 부분이다. 여기에 이르러 시인과 수선화는 완전한 영적 교감의 상태에 이르게 된다.
이해와 감상
수선화(자연)와 작중 화자(인간)가 합일(合一)되는 과정을 소박한 언어를 통해 감동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4연 24행의 순수 서정시이다. 영미(英美) 시문학사상 음악성이 가장 뛰어난 작품 가운데 하나로 손꼽힌다.
제 1연에서 화자와 수선화는 분리되어 있다. 화자는 떠도는 구름처럼 지향 없이 거닐고 있고, 수선화는 호숫가 나무 아래 그저 피어 있을 뿐이다. 그러나 제 2연에 오면 수선화의 존재가 하나의 의미로 화자에게 다가온다. 제 3연에서는 마침내 수선화의 '기쁨의 춤'에 화자의 마음이 움직인다. 그러나 아직 수선화와 화자 사이에 완전한 영적(靈的) 교감(交感)이 이루어진 상태는 아니다. 제 4연에 와서, 조용히 자리에 누워 수선화가 피어 있는 광경을 회상하는 순간, 홀연히 낮에는 깨닫지 못한 자연의 경이(驚異)가 화자의 가슴을 기쁨으로 충만하게 하고 화자와 수선화는 비로소 합일되어 완전한 영적 교감을 이루게 되는 것이다. (출처 : 박경신외 3인 저 금성문학교과서)
골짜기와 산 위에 높이 떠도는
구름처럼 외로이 헤매다니다
나는 문득 떼 지어 활짝 피어 있는
황금빛 수선화를 보았다.
호숫가 줄지어 늘어 선 나무 아래
미풍에 한들한들 춤을 추는 수선화
은하수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별처럼 총총히 연달아 늘어서서
수선화는 샛강 기슭 가장자리에
끝없이 줄지어 서 있었다.
흥겨워 춤추는 꽃송이들은
천 송인지 만 송인지 끝이 없었다
그 옆에서 물살이 춤을 추지만
수선화보다야 나을 수 없어
이토록 즐거운 무리에 어울릴 때
시인의 유쾌함은 더해져
나는 그저 바라보고 또 바라볼 뿐
내가 정말 얻은 것을 알지 못했다
하염없이 있거나 시름에 잠겨
나 홀로 자리에 누워 있을 때
내 마음 속에 그 모습 떠오르니,
이는 바로 고독의 축복이리라.
그럴 때면 내 마음은 기쁨에 가득 차
수선화와 더불어 춤을 춘다.(이하윤 역)
내용 연구
골짜기와 산위에∼외로이 헤매다니다 : 시의 화자가 자신의 상태에 대해 스스로 가지고 있는 느낌을 표현한 것이다.
은하수에서 반짝반짝∼줄지어 서 있다. : 샛강 기슭에 수없이 피어 있는 수선화의 모습을 은하수의 별에 비유하여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그 옆에서 물살이 춤을∼수선화보다야 나을 수 없어 : 물살의 아름다움과 수선화의 아름다움을 대비함으로써 수선화의 아름다움을 극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내가 정말 얻은 것을 알지 못했다. : 아름다운 수선화의 무리를 보고 그 아름다움에 취해 바라만 볼 뿐 그 아름다운 수선화를 통해 얻게 된 삶의 희열 따위는 생각할 수 없었음을 표현한 것이다. 수선화를 보고 난 후 느낀 감동은 그 다음 연에서 상세히 나타나고 있다.
이해와 감상
여동생과 알즈워터 호숫가에서 본 수선화를 몇 년이 지난 후 회상하며 쓴 시이다.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감동을 절실히 표현한 이 시는 영국 낭만주의 시의 특징을 잘 담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워즈워스는 평이한 시어를 사용하여 자연을 솔직하게 노래함으로써 독자들에게 감동을 전한다. 수선화, 무지개, 뻐꾹새, 일하는 농부 등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들이 쉽게 접하는 대상에서 단순한 듯하면서 인간의 내면에 흐르는 의식의 한 면을 지적함으로써 독자들에게 감동을 전하고 있다. (출처 : 우한용외 3인 저 동아출판사 문학교과서)
워즈워스의 초기 대표작으로 호숫가의 수선화를 통해 느꼈던 아름다운 감흥을 노래하고 있는 서정시이다. 대상과 서정적 자아가 합일해 가는 과정이 긴밀한 구성을 통해 잘 나타나고 있으며, 워즈워스가 여동생과 알즈워터 호수가에서 본 수선화를 몇 년이 지난 후 회상하며 쓴 시이다. 워즈워스는 시가 정서를 표현한 것이라고 보는 표현론적 문학관을 가지고 있었지만, 강한 감정 그 자체가 바로 시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누구보다도 확실히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이렇게 말했다.
“모든 좋은 시는 강한 감정의 자연 발생적 유출이다. 그러나 이것이 사실이라 할지라도 무슨 주제를 다룬 시이든지 보통 이상의 유기적 감성을 가진 사람이 깊이 오래 생각한 끝에라야 조금이라도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시를 쓸 수 있다.”
이 같은 워즈워스의 문학관은 그의 창작 경험을 반영한 것이라 할 수 있고, '수선화'는 그와 같이 깊이 오래 생각한 끝에 창작된 작품의 대표적 사례이다. 워즈워스의 시에는 자연을 소재로 한 작품이 많고 거기에서 얻은 감동을 일상 언어와 같이 자연스러운 언어로 표현하고 있다. 수선화, 뻐꾸기, 무지개, 일하는 농부 등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들이 쉽게 접하는 대상에서 삶의 기쁨을 발견해 감동적인 언어로 전달하고 있다.
산골짜기 넘어서 떠도는 구름처럼
지향 없이 거닐다
나는 보았네.
호숫가 나무 아래
미풍에 너울거리는
한 떼의 황금빛 수선화를.
은하에 반짝이며
반짝거리는 별처럼
물가를 따라
끝없이 줄지어 피어 있는 수선화.
무수한 꽃송이가
흥겹게 고개 설레는 것을.
주위의 물결도 춤추었으나,
기쁨의 춤은 수선화를 따르지 못했으니!
이렇게 흥겨운 꽃밭을 벗하여
어찌 시인이 흔쾌치 않으랴.
나는 지켜보고 또 지켜보았지만,
그 정경의 보배로움은 미처 몰랐느니.
무연(憮然)히 홀로 생각에 잠겨
내 자리에 누우면,
고독의 축복인 속눈으로
홀연 번뜩이는 수선화.
그 때 내 가슴은 기쁨에 차고
수선화와 더불어 춤추노니.(유종호역)
내용 연구
산골짜기 넘어서 떠도는 구름처럼
지향 없이 거닐다(화자의 처지- 방랑하는 신세)
나는 보았네.
호숫가 나무 아래
미풍에 너울거리는
한 떼의 황금빛 수선화를. - 수선화와의 만남(과거)
은하에 반짝이며
반짝거리는 별처럼
물가를 따라
끝없이 줄지어 피어 있는 수선화.
무수한 꽃송이가
흥겹게 고개 설레는 것을. - 수선화의 아름다운 모습(과거)
주위의 물결도 춤추었으나,
기쁨의 춤은 수선화를 따르지 못했으니!
이렇게 흥겨운 꽃밭을 벗하여
어찌 시인이 흔쾌치 않으랴.
나는 지켜보고 또 지켜보았지만,
그 정경의 보배로움은 미처 몰랐느니(수선화의 참된 가치). - 수선화에 대한 시인의 감흥(과거)
무연(憮然 : 실의에 빠진 듯이)히 홀로 생각에 잠겨
내 자리에 누우면,
고독의 축복인 속눈으로
홀연 번뜩이는 수선화.
그 때 내 가슴은 기쁨에 차고
수선화와 더불어 춤추노니(수선화와의 합일하여 교감을 나누는 상태). - 수선화에 대한 교감과 회상(현재) (유종호역)
이해와 감상
워즈워스의 시는 자연을 소재로 거기에서 느끼는 감동을 쉬운 언어로 전하려고 하는 시가 많다. 이 시도 그의 '무지개'와 더불어 그러한 경향을 보여 주는 것으로, 수선화를 바라 보며 거기에서 우러나오는 감동적 정서를 진지하면서도 고매한 정신으로 노래하고 있다.(출처 : 김용직·박민수 저 대일문학교과서)
골짜기와 언덕 위로 높이 날으는
구름처럼 외로이 헤매이다
문득 한 무리를 보았네.
호숫가 나무아래
미풍에 하늘하늘 춤추는
금빛 수선화의 무리를.
은하수에 반짝이는
별들처럼 이어져
물가 따라 끊임없이
줄지어 뻗쳐 있는 수선화
즐겁게 춤추며 고개를 까딱이는
수많은 꽃들을 잠시 바라보네.
그 곁에서 호수물도 춤을 추었지만
반짝이는 물결은 수선화의 기쁨을 따르지 못했네.
이렇게 즐거운 무리들과 함께
시인이 어찌 흥겹지 않으리
나는 지켜보고 또 보았지만 그 정경 내게
얼마나 보배로운지 미처 몰랐었네.
이따금 한가로이 혹은 생각에 잠겨
자리에 누워 있을 때면
고독의 축복인 마음의 눈에
수선화들이 반짝이네.
그럴 때면 내 가슴 기쁨에 넘쳐
수선화와 함께 춤을 추네.(윤삼하 역)
내용 연구
수선화(水仙花) : 수선화과의 여러해살이 풀
정경(情景) : 마음에 감흥을 불러일으킬 만한 경치나 장면
골짜기와 언덕 위로 높이 날으는 / 구름처럼 외로이 헤매이다. : 화자가 세상일에 염증을 느껴 삶의 방향도 없이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목적도 없이 외로운 인생을 사는 심경을 구름같이 구름의 이미지를 빌려 표현한 것이다.
문득 한 무리를 보았네. : 우연히 수선화를 보았음을 나타내며 아직까지는 화자와 수선화 사이에 어떠한 심미적 교감도 마련되지 않은 상태를 나타내고 있다.
골짜기와 언덕 위로 높이 나는 - 금빛 수선화의 무리를 : 구름처럼 외로이 헤맨다는 것은 쓸쓸함보다는 아무 목적 없이 발길이 닿는 대로 훌훌 길을 떠나는 나그네와 같은 자유로운 기분을 느끼게 해 준다. 그러다가 문득 금빛 수선화의 무리를 본 것이다.
은하수에 반짝이는 - 수많은 꽃들을 잠시 바라보네. : 1연에 비해 좀더 구체적인 숫자의 개념을 통하여 수선화와 화자 사이에 심미적 교감이 긴밀해졌음을 나타내며, 수선화의 빛깔과 율동을 구체적으로 묘사하여 시인(화자)의 자연에 대한 환희의 정도를 암시해 준다.
이렇게 즐거운 무리들과 함께 / 시인이 어찌 흥겹지 않으리. : 대자연과 하나가 된 기쁨을 직접적으로 술회한 것이다.
나는 지켜보고 또 보았지만 그 정경 내게 / 얼마나 보배로운지 미처 몰랐었네. : 과거 당시에는 화자와 대자연이 완전 합일(合一)의 상태가 되어 있음을 느끼지 못했음을 암시해 준다. 대자연의 아름다운 풍경이 주는 기쁨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재생되어 나타난다.
이따금 한가로이 혹은 생각에 잠겨 - 수선화와 함께 춤을 추네. : 대자연의 아름다운 풍경이 주는 기쁨과 힘은 한순간으로 끝나지 않고 시인이 공허하고 고독한 기분에 싸여 쓸쓸히 자리에 누워 있을 때 또다시 재생되어 시인의 일생 동안 기쁨을 안겨 준다. 과거의 정서적 경험이 시적 상상력을 통해 생동감과 의미를 부여해 주는 것이다. 아름다움은 영원하다는 낭만주의적 태도가 감추어져 있다.
이따금 한가로이 혹은 생각에 잠겨 - 수선화와 함께 춤을 추네. : 외로움이 깊을수록 세상을 바라보는 눈은 맑아진다. 외로움이 화자에게 축복인 이유는, 세속화된 욕망의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깨끗한 '마음의 눈'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화자는 이 유일한 통로를 오가며 수선화와의 흥겨운 교감을 떠올리는 기쁨에 가득 차 있다.
이해와 감상
이 작품에서 그려지고 있는 시적 정황은 수선화를 중심으로 하늘의 별들과 흐르는 강물이 함께 어우러져 있다. 아름다운 수선화의 모습은 하늘의 별빛과 연결되고 강물의 흐름 속에 세월이 지나간다. 그러나 그 아름다움에 취했던 서정적 자아는 언제나 수선화의 모습을 잊지 못하고 있다. (출처 : 권영민 저 문학교과서)
골짜기 너머 고개 너머
떠도는 구름처럼 나 홀로 헤맸네
그 때 나는 문득 보았네
금빛으로 만발한 수선화의 크나큰 무리를
호숫가 나무 밑에 솔솔바람 맞아
하늘거리며 춤추고 있었네.
은하에서 반짝이는
빛나는 별처럼
기슭을 따라
끝도 없이 줄지어 피어 있었네
셀 수도 없이 많은 꽃송이가 고개 흔들며
우줄우줄 춤추는 것이 한 눈에 보였네.
옆에 선 물결도 춤을 추었네. 하나 번쩍이는 물결도
기쁨에 넘치는 꽃을 당할 수가 없었네
이렇게 즐거운 무리에 섞여
시인이 어찌 즐겁지 않으리오.
나는 바라보고 또 바라보았네. 허나 얼마나
귀한 것을 보고 있는지는 미처 생각지 못했네.
더러 허무하고 쓸쓸한 마음으로 내 침상(沈床)에 누울 때면
그 꽃들이 번개처럼 마음의 눈에 비치네.
이것이 바로 고독의 축복이러니
그렇게 되면 나의 가슴엔 기쁨이 넘치고 수선화와 더불어 춤을 추네.(성한경 역)
이해와 감상
'수선화'는 영국 낭만주의 시대의 대표적 시인인 워즈워스가 1804년에 지은 작품이다. 쉬운 언어로 감동을 전하려고 한 그에게는 자연을 솔직하게 노래한 작품이 많다. 무지개나 수선화나 뻐꾹새를 노래하고, 순진한 어린이와 노래하는 아가씨의 및 풍경 등 얼핏 생각하기에 감동의 대상이 되지 않을 듯한 것에 대해서 '놀라움'을 느끼고 감동하는 것이다.
이 시에서는 고독 속에서 방황하던 시인이, 들길에서 춤추는 흥겨운 몸짓의 수선화를 만난다. 그 아름다운 꽃떨기 속에서 고귀함, 신비로움 등을 찾아 낸 시인은 커다란 즐거움을 느끼며 계속 수선화를 바라보게 된다. 그러면서 고독 속에서 진정한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수선화의 참된 가치를 발견하고 그것을 시로 표현하는 단계에까지 이른 것이다.
이 시는 특히 마지막 연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즉, 위즈위스는 아름다운 광경과 멋진 노래 따위가 미치는 영향이 인생을 풍부하게 하는 것으로 포착하여, 순간적인 것이 아니라 영속하는 가치로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경향은 영국 낭만파 시인의 공통된 면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낭만파의 같은 동료인 키츠에게도 다음과 같은 한 구절이 있다. "들리는 음악 소리는 아름답다, 그러나 들리지 않는 것은/더욱 아름답다.(Heard melodies are sweet, but those unheard / As sweeter …)"(출처 : 박갑수 외 2인. 문학교과서)
심화 자료
낭만주의와 워즈워스의 시
워즈워스는 '시는 강력한 감정의 자연스런 발로(Poetry is the spontaneous overflow of powerful feelings)'라고 정의하였다. 이 말은 낭만주의적 성격을 잘 나타내는 것으로서 시가 정서의 표현이라는 것, 그것도 인위적인 조작에 의해서가 아니라 마음에서 우러나는 자발적인 충동에 의해서 감정이 표현되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워즈워스의 시를 포함한 낭만주의 시는 인간의 넘치는 감정을 억제할 길 없는 충동에 의해 겉으로 드러내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워즈워스의 시는 자연의 아름다움에서 환기되는 풍요로운 정서를 표현한 작품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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