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문학창고

솥뚜껑 여는 묘수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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솥뚜껑 여는 묘수

고상안 지음

정선용 번역

 

옛날에 늙은 쥐 한마리가 있었다. 이 쥐는 먹을 것을 훔치는 데는 귀신 같았다. 그러나 늙어서 눈은 침침해지고 기력은 떨어져 나다닐 수가 없었다. 그래서 여러 쥐들이 그에게 가서 먹을 것을 훔치는 법을 배우고 그 댓가로 훔쳐온 것을 그에게 나누어주곤 하였다. 이렇게 얼마간 지나자 쥐들은 마침내 늙은 쥐의 술수를 다 배웠다고 여기고 다시는 먹을 것을 나누어 주지 않았다. 이에 늙은 쥐는 분을 품은 채 지냈다.

어느날 저녁, 시골 아낙네가 밥을 지어놓고 돌로 솥뚜껑을 눌러놓은 채 이웃으로 마실을 나갔다. 여러 쥐들은 밥을 훔쳐 먹으려고 갖은 꾀를 다 부렸으나, 훔쳐낼 방도가 없었다. 어떤 쥐가 말했다.

"늙은 쥐에게 방법을 물어보자."

다른 쥐들도 모두 그게 좋겠다고 하여 일제히 늙은 쥐에게 몰려가서 방법을 물었다. 그러자 늙은 쥐는 노기를 띠면서 말했다.

"너희들은 모두 내게 방법을 배워서 항상 배부르게 먹고 지냈다. 그런데 지금 와서는 나에게 먹을 것을 나누어 주지 않는다. 나는 가르쳐 주고 싶지 않다."

쥐들이 모두 고개를 숙이고 절을 하면서 사정하였다.

"저희들이 참으로 잘못하였습니다. 지난 일은 어쩔 수 없지만 앞으로는 잘 모시겠으니, 부디 우리들에게 밥을 훔쳐 낼 방도를 가르쳐 주십시오."

그러자, 늙은 쥐는 이렇게 일러주었다.

"솥에는 발이 세 개 있다. 그중 발 하나가 놓인 곳을 파내면 조금만 파도 솥이 기울어져서 저절로 뚜껑이 열릴 것이다."

여러 쥐들은 달려가서 땅을 파냈다. 그러자 과연 늙은 쥐의 말대로 솥뚜껑이 열렸다. 쥐들은 배부르게 실컷 먹은 다음 남은 밥을 싸가지고 와서 늙은 쥐에게 바쳤다.

내용 연구

고상안(高尙顔) : 1553(명종8)∼1623(인조1). 자는 사물(思勿), 호는 태촌(泰村), 본관은 개성(開城), 1576년 문과 급제 후 풍기군수에 이르렀으나, 광해군이 난정을 저지르자 사직하고 귀향하여 농사와 학문에 전렴함. 윗글은 한국문집총간 제59집 『태촌집(泰村集)』권5 효빈잡기하(效嚬雜記下)에 들어 있음.

출처 : 한국민족문화추진위원회 국역연수원교양강좌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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