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학주천서
by 송화은율소학주천서
중국 촉 땅의 남자애가 슬슬주(瑟瑟珠) 몇천 개를 얻었는데, 이를 보고는 사랑스러워서 가슴에 품기도 하고 옷깃에 차기도 하며, 입에 물기도 하고 손에 움켜쥐기도 하다가, 동쪽으로 낙양에 가서 이를 팔려고 하였다. 길을 떠나서는 가다가 피로하여 앞가슴을 헤치면 품은 것이 떨어지고, 물을 건널 적에 구부리면 옷깃에 찬 것이 흩어지며, 기뻐할 일이 있어 웃거나 말할 일이 있어 입을 열면 입에 문 것이 나오고, 갑자기 벌·전갈·살무사 등 사람을 해치는 동물을 만나서 그 환난을 벗어나려 하자 손에 잡은 것을 놓치게 되었다. 그래서 낙양을 절반도 못 가서 슬슬주가 다 없어졌다.
그는 실망하여 돌아와서 늙은 장사꾼에게 그 사실을 말하니, 늙은 장사꾼은“아아, 아깝구나! 왜 진작 오지 않았느냐. 대체로 슬슬주를 간수하는 데에는 방법이 있다. 원객의 실을 끈으로 삼고 맨 나중에 난 돼지새끼의 털을 바늘로 삼아서, 푸른 것은 꿰어서 푸른 꿰미로 만들고, 붉은 것은 꿰어서 붉은 꿰미로 만들어 검푸른 것, 붉은 것, 누른 것 등을 같은 색끼리 꿰고는 오 지방의 물소가죽으로 상자를 만들어 간직한다. 이것이 슬슬주를 간수하는 방법이다. 지금 그대가 슬슬주 만 섬을 얻었더라도 꿰미로 꿰메지 않았으니, 어디선들 잃어버리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지금 학문하는 방법도 이와 같다. 무릇 구경과 구류백가의 서적에 있는 그 명물 수목이 모두 슬슬주이다. 꿰미로 꿰지 않으면 또한 얻는 대로 잃어버리지 않겠는가.
내가 귀양살이하면서 일이 없을 적에 동자 몇이 나에게서 수업을 받았는데, 기억을 잘 하지 못함을 근심하였다. 나는 앞에서 말한 늙은 장사꾼처럼 슬슬주의 이야기를 하여 그들을 깨우쳐 주었다.
이에 고경 이래 여러 서적의 명물 수목을 수집하고 그 중에 실학에 도움이 되는 것을 뽑아서 모두 300 조목을 얻었는데, 이를 <소학주천>이라 이름하여 그들에게 주었다. 그러자 한 동자가 매우 기뻐하면서 말하기를“선생님의 책은 근본이 있습니다. 옛날에 공자가 자공에게 이르기를‘자공아, 너는 내가 많이 배우고 그것을 기억하는 사람이라고 여기는가? 아니다. 나는 하나로 만사를 관통한 것이다.’라고 하였으니, 선생님의 책은 근본이 있습니다.”라고 했다.
요점 정리
작자 : 정약용
형식 : 고수필
성격 : 예시적, 비유적, 계도적
주제 : 올바른 학문의 방법, 올바른 학습 방법
이해와 감상
구슬을 얻었다가 간직하지 못하고 잃어버린 어리석은 아이의 이야기에 비유하여 올바른 학습 방법을 제시한 글이다. 이 글에서는 학습 방법은 지식의 구조화와 관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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