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의 문체와 어조
by 송화은율소설의 문체와 어조
1. 소설의 문체
문체는 보는 관점에 따라 다양하게 정의될 수 있으나 크게는 세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로, 문학 작품에서만 사용되는 특수한 문장 표현 방식으로 문학적 언어, 시적 언어라고 불리어진다.
둘째로, 어느 특정한 역사적 시기 도는 문화권에서 독특하게 사용되는 언어 체계나 표현 방식을 뜻한다.
셋째로, 작가가 언어를 선택하고 질서화하며 배열하는 개성적인 방법을 가리킨다.
소설은 인생을 해석하고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가공의 이야기라고 하였다. 그러나 이것을 충족시켜 주는 것은 소설가가 사용하고 있는 구체적 언어이다. 소설에 있어서의 언어는 정보 전달 또는 진술된 의미를 가리키는 내용적 측면과, 미적 자질 또는 독자의 감정적 반응을 좌우하게 되는 형식적 측면의 두 요소를 지니는데, 문체는 후자에 속하는 것이다.
소설에서의 문체는 작가 정신과 기법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 그러므로 문체를 어느 틀에 맞춰 분류한다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다. 문체는 작가의 수만큼 많다고 할 수 있다. 이광수의 평이하나 설교자연하는 어투, 김동인의 단속적인 간결체, 염상섭의 지루할 정도의 만연체, 현진건의 아이러니컬한 문체 등등. 문체는 문장 기술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문체는 문장과는 달리 그 작가의 기질과 정신 세계에 깊이 관계되어 있는 작가의 인생관이라 할 것이다.
또한, 문체는 제재를 구체적으로 형상화하여 주제를 암시하는 방편이다. 방대한 제재와 뛰어난 기법에 의하여 위대한 사상을 형상화하려 해도 문체에 의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문체는 소설을 소설되게 하는 중요한 형태적 요소이다.
앞에서 '문체는 작가 정신에 의해 좌우된다.'고 말한 바 있는데, 몇몇 작가의 예를 통하여 이 사실을 확인해 보고자 한다.
최서해는 극한 상황과 거기에서 비롯되는 극단적 행위를 표현하기 위해서 서간체를 사용한다. '탈출기', '전아사'가 대표적인데, 작가는 이들 작품을 감정적이고 분노에 찬 음성으로 채우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간체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는데, 왜냐하면, 서간체는 상대방(독자)에게 이해를 바라는 절규--- 내면적이건 외면적이건, 크건 작건--- 의 문체이기 때문이다. 이와는 달리 '홍염', '큰물진 뒤', '기와와 살육' 등에서는 정경(情景)묘사체를 기본으로 한다. 작가는 관념의 도입을 가능한 한 억제하면서 극적인 정경을 생생하게 제시하여 독자의 감정적 흥분을 기대한다. 이러한 문체는 작가가 지닌 시대적 증오와 원한, 그리고 그것을 청산하는 기쁨을 독자와 공유(共有)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황순원은 함축성 있는 서정적 문체가 특징적이다. 그의 소설에는 짙은 감정이 배어 있는 어휘가 많이 사용되며, 그 감정은 부사의 적절한 사용과 정확한 쉼표(,)에 의해서 차분히 절제된다. 행갈이가 거의 없고 사건 전개에 속도감이 없다. 이러한 문체는 심리 묘사나 분위기 조성에는 큰 역할을 한다. 반면에, 인물의 성격에서 빚어지는 드라마를 다루기에는 알맞지 못한 문체이다. 그의 소설이 외부 정경이나 내면 심리에 의존하고 있는 것은 이와 같은 문체의 특징과 깊이 관련되어 있다.
장용학의 경우는 더욱 특정적이다. 그는 일본어로 초급 교육을 받았으며, 그 이후에도 한국어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세대에 속하는 작가이다. 쉽게 말하면, 일본어로 느끼고 사고하는 유년기와 청년기를 보냈던 것이다. 한 작가에게 습작기의 언어 체계가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장용학의 경우는 한국적 정서 파악에 취약성을 지니고 있었다. 그 결과 그의 문체에는 우리의 토착어가 거의 등장하지 않으며 주로 관념적 어휘가 지배적이다. 그러나 문학을 포함해서 모든 예술을 관념과 논리를 벗어나고자 하는 노력이므로 그는 그 어휘들을 비틀고 왜곡시킨다. 그 바람에 그의 문체는 서툴고 과격하다. 이것이 그의 문체를 난해하게 만든 근본 이유이다. 따라서, 장용학의 소설은 사실주의와 거리가 멀다. 왜냐하면, 그렇게 과격하고 자유 분방한 사변적 문체로는 이 현실을 정밀하고 조리있게, 그리고 생활의 숨결이 담겨 있게 그려 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문체를 이야기할 때 항상 인용되는 것이 '문체는 바로 그 사람이다.' 는 뷔퐁의 명제인데, 이 명제야 말로 '정신과 긴밀히 연관되어 있다.' 는 의미를 가장 압축적으로 제시한 말일 것이다.
<보충 자료> 1. 문체의 개념 원래 라틴어 stilus에서 유래한 말로써 글씨를 쓰는 도구를 뜻하는 말이었다. 문체란 문장에 나타난 작자의 개성(style), 즉 문장의 개성적 특성을 말하는 것으로서, 다른 문장과의 단순한 차이점이나 특이성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작가만이 쓸 수 있는 완성된 품격으로서의 개성적 특성을 의미한다. 2. 문체의 요소 소설은 화자가 말하는 지문과 등장 인물이 말하는 대화로 이루어진다. 소설의 문체는 이 양자를 통하여 구체화하는데, 그 구체적인 요소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서술 ㄱ. 인물, 배경 등을 직접적으로 설명하는 방법이다. ㄴ. 서술은 해설적이고 추상적이며 요약적인 표현으로서 소설을 출발시키고 그 템포를 빨리 진행시킨다. 2) 묘사 ㄱ. 작가가 객관적인 위치에서 인물·배경·장면 등을 구체적으로 그려내어 구체적인 이미지를 생생하게 재현시켜준다. ㄴ. 고대 소설이 서술 중심이라면, 근대 소설은 묘사 수법을 본격적으로 사용하였다. 3) 대화 ㄱ. 등장 인물의 말을 뜻한다. ㄴ. 사건을 전개시키고 인물의 행동 및 심리를 그려낸다. 대화의 요건 *줄거리의 전개와 유기적으로 결합되어야 한다. *말하는 사람의 성격과 일치해야 한다. *말하는 상황과 처지에 알맞아야 한다. *자연스럽고 참신하며 압축적으로 구사되어야 한다. ※ 문체에 대한 정의 1. 문체란 문법학이나 수사학의 유형이 아니라 작가 특유의 감정, 사상 또는 그러한 체계를 정확하게 전하는 언어의 한 특질이다 <J.M.Murry > 2.스타일은 곧 주제다.(Style is subject.) <Mark Schorer> 3. 문체는 사람이다.뷔퐁<Buffon> ※ 문체의 구분 1. 작가의 특이성으로서의 문체 2. 표현 기교로서의 문체 3.보편적 의미 내용이 작가의 개성적인 표현을 통하여 결실되고 구현된 경우의 문체 세 번째가 작품의 가치를 결정할 수 있는 소설의 문체이다. J.M.Murry <문체의 문제(The problem of style)>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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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소설의 어조 (語調, tone)
(1) 어조의 개념
어조란 작품에 나타나는 작가의 태도이다. 즉,인물이나 소재 혹은 독자에 대한 작가의 태도를 의미한다. 작가는 한 인물에 대하여 동정적인 태도를 보일 수도 있고, 냉소적인 태도를 보일 수도 있다. 이러한 작가의 태도가 곧 어조이다. 즉, 소설에서 언어의 기교적인 배열로 인해 전달되는 화자의 정서적 태도와 느낌, 문학 작품에서 언어에 의해 나타나는 분위기, 기분(mood)을 의미한다.
소설에서 어조는 문체와 긴밀하게 관련되어 있다. 흔히 문체에서 연유하는 어떠한 효과도 문체가 어조 설정에 기여하는 만큼은 중요하지 않다고 한다. 그리하여 문체가 수단으로, 어조가 목적으로 취급된다고 한다.
(2) 어조의 성격
1) 어조는 작품 전체를 지배하는 분위기의 형태로 나타난다.
2) 이러한 분위기는 작품의 총체적 의미나 주체 의식을 간접적으로 밝혀 주는 기능을 한다. 즉, 어조는 작품의 주제와 깊은 연관은 갖는다.
(3) 어조의 종류
반어적, 풍자적, 객관적, 냉소적, 낙천적, 해학적, 비극적 태도 등을 들 수 있다, 채만식은 풍자적 어조를 즐겨 쓰며, 김유정의 소설에는 해학적인 어조가 많이 나타난다. 한편, 손창섭은 냉소적인 태도를, 현진건은 반어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1) 해학적 어조 : 익살과 해학이 중심을 이루는 어조
점순이는 뭐 그리 썩 예쁜 계집애는 못 된다. 그렇다고 개떡이냐 하면 그런 것도 아니고 꼭 내 아내가 돼야 할 만큼 그저 툽툽하게 생긴 얼굴이다. 나보다 십년이나 아래니까 올해 열 여섯인데 몸은 남보다 두 살이나 덜 자랐다. 남은 잘도 훤칠히들 크건만 이건 위아래가 몽톡한 것이 내 눈에는 하릴없이 감참외 같다. 참외 중에는 감참외가 제일 맛좋고 예쁘니까 말이다. 동글고 커단 눈은 서글서글하니 좋고 좀 지쳐 찢어졌지만 입은 밥술이나 톡톡히 먹음직하니 좋다. 아따 밥만 많이 먹게 되면 팔자는 고만 아니냐. |
해설 : 김유정의 '봄봄'이다. 점순이를 묘사하는 부분이다. 어리숙하고 익살스러운 말투로 웃음을 자아낸다.
(2) 반어적 어조 : 진술의 표리를 가지거나 상황이 대조에 의한 어조
새침하게 흐린 품이 눈이 올 듯하던 눈은 아니 오고 얼다가 만 비가 추적추적 내리었다. 이 날이야말로 동소문 안에서 인력거꾼 노릇을 하는 김 첨지에게는 오래간만에도 닥친 운수 좋은 날이었다. <중략> 그러자 산 사람의 눈에서 떨어진 닭의 똥 같은 눈물이 죽은 이의 뺏뺏한 얼굴을 어룽어룽 적시었다. 문득 김 첨지에게는 미칠 듯이 제 얼굴을 죽은 이의 얼굴에 한데 비비대며 중얼거렸다. "설렁탕을 사다 놓았는데 왜 먹지를 못하니, 왜 먹지를 못하니……. 괴상하게도 오늘은 운수가 좋더니만……." |
해설 :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이다. 아침부터 벌이가 좋아 '운수 좋은 날'이라고 여긴 날 저녁, 집에 돌아와 보니 아내가 죽어 있었다. 여기서 '운수 좋은 날'이란 말은 가장 참혹하고 비통한 날의 반어로서 그 참모습이 드러난다.
(3) 풍자적 어조 : 부정적 인물에 대한 비판적·공격적 어조
초리가 길게 째져 올라간 봉의 눈, 준수하니 복이 들어 보이는 코, 뿌리가 추욱 처진 귀와 큼직한 입모, 다아 수부귀다남자(壽富貴多男子)의 상입니다. 나이? ……올해 일흔 두 살입니다. 그러나 시삐 여기진 마시오. 심장 비대증으로 천식기가 좀 있어 망정이지, 정정한 품이 서른 살 먹은 장정 여대친답니다. 무얼 가지고 겨루든지 말이지요. 그 차림새가 또한 혼란스럽습니다. 옷은 안팎으로 윤이 지르르 흐르는 모시 진솔 것이요, 머리에는 탕건에 받쳐 죽영(竹纓)달린 통영갓이 날아갈 듯 올라앉았습니다. 발에는 크막하니 솜을 한 근씩은 두었음 직한 흰 버선에, 운두 새까만 마른신을 조그맣게 신고, 바른손에는 은으로 개 대가리를 만들어 붙인 화류 개화장이요, 왼손에는 서른네 살박이 묵직한 합죽선입니다. 이 풍신이야말로 아까울사, 옛날 세상이었더면 일도(一道)의 방백(方伯)일시 분명합니다. 그런 것을 간혹 입이 비뚤어진 친구는 광대로 인식 착오를 일으키고, 동경·대판의 사탕장수들은 캬라멜 대장 감으로 침을 삼키니 통탄할 일입니다. |
해설 : 채만식의 '태평천하'이다. 이 작품의 풍자는 반어를 통한 부정적 인물의 희화화(戱畵化)에 의해 이루어진다. 겉으로는 추켜올리면서 실제로는 격하시키는 반어적 표현으로 윤 직원 영감을 웃음거리로 만들고 있다.
< 보충자료 > 소설의 경우, 토운 은 작가가 취하는 시점이나 서술의 각도를 언어 질서로 구체화한 것을 뜻한다. 그런데 토운은 실제 작품에서는 작품 전체를 지배하는 분위기의 형태로 나타난다. 작품 전체의 분위기는 그 해당 작품의 총체적 의미나 주제 의식을 간접적으로 밝혀 주는 장치가 될 수도 있다. 다시 말해서 토운은 서술 방법이나 시점에 관한 보충 개념이 되면서 동시에 주제와도 깊은 연관을 갖게 되는 것이다. 시골에서 머슴 사는 주인공을 나레이터로 설정하고 있는 김유정의 <봄,봄>은 투박한 시골말을 다수 사용하여 익살과 소박성을 지배적인 토운으로 깔고 있다. 그런가 하면 여섯 살 난 소녀를 관찰자로 내세움으로써 주요섭의 <사랑 손님과 어머니>는 일단 순진성의 토운을 드러내는 데 성공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여섯 살 난 소녀의 눈과 감수성의 망에 잡혀 들어온 내용만을 다루고 있음으로써 이 소설은 자동적으로 과부인 어머니와 사랑방 아저씨와의 관계를 낭만적인 토운으로 설명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에 비한다면 최서해의 <탈출기>가 유지하고 있는 토운은 일면 비장하면서도 엄숙한 느낌마저 준다. 이 작품은 <봄, 봄>과 마찬가지로 일인칭 주인공 화자의 시점을 취하고 있긴 하지만 주인공이 고통을 만나는 방법의 면에서는 <봄,봄>과 다른 분위기를 드러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상의 대비 과정을 통해 드러나고 있는 바와 같이 같은 소재라 하더라도 작가의 기질,지적 정도 그리고 작가가 생각하는 예술적 의도에 따라 작품에 드러나는 토운을 달리 나타나는 것이다.<조남현 '소설 원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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