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문학창고

소설사전 / 김강사(金講師)와 T교수(敎授) / 유진오 단편. 사회소설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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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필을 태운 택시는 웃고 떠들고 하며 기운 좋게 교문을 들어가는 학생들 옆을 지나 교정을 가로질러 기운차게 큰 거브를 그려 육중한 본관 현관 앞에 우뚝 섰다. 그의 가슴은 벌써 아까부터 두근거리기 시작하였다. 오늘은 그가 일 년 반 동안의 룸펜(실업자) 생활을 겨우 벗어나서 이 관립(官立) 전문 학교의 독일어 교사로 득의의 취임식에 나가는 날인 것이다. 어른이 다 된 학생들의 모양을 보기만 해도 젊은 김 강사의 가슴은 두근두근한다. 저렇게 큰 학생들을 앞에 놓고 내일부터 강의를 시작하는 것이로구나 하고 생각하니 근심과 기쁨이 뒤섞여 가만히 있을 수 없는 것이었다.

 

세물 내온 모닝의 옷깃을 가다듬고 넥타이를 바로잡아 위의(威儀)를 갖춘 후에 그는 자동차에서 내렸다. 초가을 교외의 아침 신선한 공기와 함께 그윽한 나프탈렌의 값싼 냄새가 코밑에 끼친다. (어떠한 기운이 덮치는 듯이 확 밀려든다.) 그는 운전사에게 준 돈을 거스를 필요 없다는 의미로 손짓을 하고 무거운 정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수부(수위실)에서 교장실 문을 묻고 복도를 오른편으로 꺾어 둘째 번 도어 앞에 섰다. (발단부)

 

문학사 김만필(金萬弼)은 동경 제국 대학 독일 문학과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수재이며, 학생 시대는 한때 ‘문화 비판회’의 한 멤버로 적지 않은 단련의 경력을 가졌으며, 또 학교를 졸업한 후에는 일 년 반 동안이나 실업자의 쓰라린 고통을 맛보아 왔지만 아직도 ‘도령님’ 또는 ‘책상물림’의 티가 뚝뚝 떴는 그러한 한 지식 청년이었다. (주인공 소개 부분)

* 줄거리 : 김만필은 동경제국대학 독일문학과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수재다. 그러나 그는 취 직난이 심한 때에 졸업을 한 탓으로 오랫동안 실업자 상태에 있었다. 그러다가 조선에 와 있 는 관리 H과장의 주선으로 일본인 S전문학교에 시간강사로 나가게 된다. 그는 남에게 알려지 면 별로 좋지 않은 학생 때의 전력이 있다. 학생 때 그는 좌익 학생운동 단체인 문화비판회에 관계한 적이 있다. 사상 운동의 전력이 있는 자는 당시 사회에 잘 용납이 안 되었던 것이다. 그가 부임한 S전문학교는 분위기가 상당히 딱딱했다. 거기에다 새로 근무를 하게 되었기 때문 에 김만필은 아주 서먹서먹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 그에게 친절하게 접근해 오면서 대하 는 이가 있었는데 그가 바로 T교수였다. 그는 김만필에게 이 학교의 학생들은 매우 질이 좋지 않으니까 주의하라는 둥, 그 가운데서 스즈끼, 야마다, 가도란 자가 특히 문제라는 둥, 여러 가 지 충고를 해준다. 김만필은 그가 매우 고마운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며칠 후 김만필은 취직에 힘을 써 준 H과장을 집으로 찿아간다. 그런데 그 대문 앞에서 T교 수와 마주쳤다. 그는 보퉁이를 들고 먼저 부엌으로 들어가 하녀와 이야기하고 나왔고 김만필 은 그런 그의 행동이 별로 좋게 보이지 않았다. H과장 집에서 나오게 되자 T교수는 김만필에 게 차 한 잔 할 것을 권한다. 그리고 ‘세르팡’이라는 찻집에서 마주앉자 그는 김강사가 작 년 어느 신문에 원고료를 탈목적으로 쓴 ‘독일 신흥작가군상’이라는 논문을 아주 좋은 글이었 다고 칭찬을 한다. 김만필은 그의 그런 말에 아주 기분이 나쁘다. 그 글의 내용은 독일의 좌익 작가를 다룬 것이었다. 따라서 그로서는 학교가 그걸 알아서는 좋을 것이 없었다. 뿐만 아니라 T교수는 그의 집 주소까지 알고 있었다. 이래저래 김만필은 그를 싫어하게 된다. 그는 또한 같은 독일어 선생인 C를 주의하라고 일러준다. 김강사는 마음이 착잡해진다. 어느 일요일 스 즈끼가 집으로 찾아왔다. 그는 학생들이 패기가 없고 안일주의에 빠져 있다고 분개한다. 뿐만 아니라 그가 문화비판회의 일원이었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고 말한다. 김강사는 적지 않게 그 를 경계하면서 그런 말의 출처를 알아본다. 그러자 뜻밖에도 그것이 T교수의 입에서 나왔음을 알게 된다. 스즈끼는 김강사에게 독일문학연구회 모임을 조직하였으니 지도해 달라고 말한다. 그러나 김강사는 그에게 불안을 느낀다. 시간이 흘러가자 김강사는 차츰 학교 내의 사정을 짐 작하게 된다. 학교는 교장과 T교수의 농간에 놀아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에 대항하여 물리 학의 S교수, 독일어의 C강사 등이 한패를 이루고 있는 듯 보였다. 그런 가운데 ‘세모 대매출’ 의 깃발이 휘날리는 연말이 다가왔다. T교수가 과자 상자나 사 가지고 교장을 찾아가라고 김 강사에게 일러준다. 그말에 김강사의 심경은 더욱 착잡해진다. 그는 일단 과자 상자를 사들기 는 했다. 그러나 끝내 그럴 수는 없다는 생각에 그것을 어떤 일가 아주머니에게 주어 버린다. 겨울 방학이 지나고 학교에 나가게 되자 김강사는 더욱 피곤을 느낀다. 그에 반해서 T교수는 얼굴에 기름이 번지르하게 흐르고 아주 신수가 좋아진다. 겨울 이후로 그는 한국 민속을 연구 한다고 ‘젊은 무당과 양금, 가야금 뜯는 기생‘ 들을 뻔질나게 물고 다닌다. 그 속은 아무도 집 작하지 못한다.어느 날 그가 H과장이 만나잔다고 전한다. 김강사는 무슨 이유일까를 생각하면 서 그를 찾는다. 그런데 H과장은 평소의 온후하던 모양을 일변시키며 독살스러운 눈으로 자기 를 속였다 고 야단을 친다. 김강사가 사상적으로 불온하다는 것이다. 심지어 언성을 높이기까지 한다. 그때 이읏방으로 통하는 문이 열리며 나타나는 사람이 있다. 언제 보아도 봄 물결이 넘 실거리듯 얼굴에 미소를 띠고 있는 T교수였다.

 

* 시점 : 전지적 작가

* 등장인물

· 김만필 : 나약한 지식인의 전형. 전문학교 시간 강사.

- 주인공의 양면성 : T교수의 충고를 무시하는 김강사는 양심에 따라 행동하는 인물이지 만, 한편 한 학생이 찾아와 자신의 문학비평회 활동을 입에 올렸을 때 모처럼 얻은 자신의 지위를 잃는 것이 두려워 양심을 속임

· T 교수 : 김만필의 선임자. 반동적 인물로 교활한 성격

* 주제

· 일제하 조선 지식인들의 현실 적응 실패

· 일제 문화 정책의 허상

· 이중적인 사회 구조의 개혁에 실패하는 비판 세력

* 출전 : [신동아](1935. 1월)

 

---  어휘 <지식인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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