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대성전(蘇大成傳)
by 송화은율소대성전(蘇大成傳)
(전략)
말을 주고받은 이생들이 내당으로 들어가 부인께 소생의 말을 전하니, 부인이 크게 화를 내며 말했다.
“흉악한 놈이 혼사를 핑계 삼아 우리 가문을 욕보이는구나.”
승상의 장자 태경이 신중히 말했다.
“그 자는 저 스스로 우리 집에 온 것이 아니라, 돌아가신 아버님께서 데려다가 언약을 맺도록 하여서 제 딴에는 신의를 지킨답시고 있는 것이옵니다. 한데 우리가 아무런 이유도 없이 그 자를 내치면 세간(世間)의 시비를 사게 되어 일이 난처해질까 하나이다. 그러니 비밀스럽게 일을 처리하지 않으면 그자를 내치는 것이 어려울 것이옵니다.”
“큰형이 지모(智謀)가 뛰어나니, 계책을 도모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돈을 주고서라도 자객을 들여 남이 모르도록 처치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사위 정생의 이 같은 말에 부인은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 일은 가장 비밀리에 처리해야 하느니라.”
이들은 즉시 ‘조영’이라는 자객을 불러 돈을 쥐어주고 소생에 대한 모든 사실을 일러주었다.
“이는 어렵지 않은 일이외다. 오늘 밤에 그를 처치하겠사옵니다.”
조영은 밤이 되기를 기다렸다.
한편, 소생은 승상의 자식들을 보내 놓고 깊은 시름에 잠겼다.
‘주인이 객을 싫어하니, 나는 장차 어디로 가야 한단 말인가!’
마음이 편치 않아 책을 놓고 멍하니 있는데, 그때 갑자기 창틈으로 불어온 광풍에 소생이 쓴 관이 벗겨져 공중으로 솟았다가 방바닥에 떨어졌다. 소생은 그 관을 태우고 주역(周易)을 내어서 팔괘(八卦)를 보니, 앞으로 벌어질 괴이한 일이 눈앞에 보였다. 마음으로 비웃으며 촛불을 돋우고 밤이 새기를 기다리니, 삼경(三更)이 지나 방 안으로 음산한 바람이 들어왔다. 이에 소생이 둔갑술을 부려 몸을 감추고 그 거동을 살폈더니, 자객이 비수를 들고 음산한 바람이 되어 문틈으로 들어와서 방을 두루 살피다가 인기척이 없음을 보고는 도로 밖으로 나가려 했다. 그 모습을 본 소생이 동쪽 벽의 촛불 아래서 당당히 자객에게 소리쳤다.
“네 어떠한 놈이기에, 이 깊은 밤에 칼을 들고 누구를 해하려 하느냐?”
조영이 그제야 소생인 줄 알고 칼춤을 추며 다가가려 하니, 소생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조영이 당황하여 어리둥절해 있던 찰나에 다시 서쪽 벽에 촛불 아래서 크게 꾸짖는 우렁찬 소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리석은 놈아! 돈을 받았다고 몸을 돌보지 아니하니 어찌 가련하지 않겠느냐?”
조영은 대답하지 않은 채 들고 있던 칼을 냅다 소생에게 던졌다. 촛불 아래에서 검광이 번쩍 빛났으나, 소생은 다시 온데간데 없었다. 조영은 촛불 그림자에 숨어 어찌할 줄 모르고 있었다. 그때 남쪽 벽의 촛불 아래에서 검은 두건을 쓰고 베옷을 입은 한 소년이 칠현금(七絃琴)을 무릎 위에 놓고 줄을 타며 노래를 불렀다.
<중략 부분 줄거리 : 소대성은 노래를 불러 조영이 자신의 손에 의해 죽게 될 수 있음을 경고하지만, 조영은 이에 저항한다. 소생은 결국 조영을 처단한다.>
소생이 분한 마음을 이기지 못하여 칼을 들고 바로 내당으로 들어가 승상의 아들들을 모두 죽이고자 하다가, 다시 생각하며 탄식했다.
‘제 비록 막되어서 나와 원수가 되었으나, 영인부아(寧人負我)언정 무아부인(無我負人)이라. 곧 남은 나를 배반할지언정 나는 남을 배반하지 않는다고 했으니, 이제 저들을 죽여 분한 마음을 풀고자 하면 대인의 후사가 끊어질 것이라 아직은 피해야겠다.’
그러고서 소생은 붓을 들어 이별시를 지어서 벽에 붙였다.
주인의 은혜 중함이여, 태산(泰山)이 가볍고,
객의 정이 깊음이여, 하해(河海)가 옅도다.
사람이 지음(知音)을 잃음이여, 의탁(依託)을 오래도록 하지 못하겠고,
후손의 불초(不肖)함이여, 원수를 맺었도다.
자객의 보검이 촛불 아래서 빛남이여, 목숨 보전하여 천 리를 향하고,
아름다운 인연이 뜬구름 되었으니 알지 못하겠구나.
어느 날에 대성의 그림자라도 이 집에 다시 이르리오?
시를 다 적은 소생은 붓을 던지고 포계를 메고 깊은 밤에 서쪽을 향해 서당을 떠났다.
한편, 이생 등은 자객을 서당에 보내 놓고 마음이 답답하고 조급하여 밤을 지새운 후에 서당으로 나가 문틈으로 보니, 방 안에는 한 주검이 널브러져 있었다. 그들을 그 주검이 처음에는 소생이라 생각하고 기뻐했지만, 자세히 살펴보니 그것은 소생이 아니라 조영이었다. 그들은 매우 놀라 어찌할 바를 모르다가 우연히 벽을 보니, 그 곳에 전에 없던 글이 적혀 있었다. 그 글을 살펴보니 소생의 필적이었다. 그 글에는 소생이 지금 이 집을 아주 나가지만 훗날 다시 찾아올 것임이 적혀 있었다. 그들은 괜스레 긁어 부스럼을 만들었다며 낙담했다.
“소생은 어리석고 유약한 사람이 아니니, 반드시 후환(後患)이 될 것이로다.”
“이미 끝난 일입니다. 할 수 없으니, ‘소생이 아버님의 은혜를 잊고 하직 인사도 하지 않은 채 이유 없이 나갔다’고 소문을 내야 합니다. 그러면 다른 사람들은 우리더러 안 되었다고 할 것이고, 채봉이도 아버님의 은혜를 모르는 사람을 걱정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들은 정생의 말을 옳게 여겨 조영의 시체를 치우고 내당에 들어가 소생이 조영을 죽이고 온데간데없음을 고했다. (하략)- 작자 미상, <소대성전>
요점 정리
지은이 : 미상
갈래 : 영웅소설, 군담소설
성격 : 전기적, 일대기적
시점 : 전지적 작가시점
주제 : 고난을 극복하고 잃어 버렸던 지위를 회복한 영웅의 활약상
구조
영웅 소설의 구조 |
소대성전의 구조 |
고귀한 혈통으로 비정상적인 잉태 혹은 출생 |
병부상서로서 명성이 자자했던 소양이 은퇴한 후 불공을 드려 얻은 귀한 자식으로, 천상계의 동해 용자로서 인간계에 적강하게 되었다는 태몽을 통해 태어났으며, 얼굴이 장대하고 목소리가 우렁참. |
비범한 능력 |
십 세에 이미 문필에 능하고 또래에 비해 성숙한 풍모를 지님. |
시련 과정을 겪으나, 양육자를 만나 구출되어 죽을 고비를 넘김 |
부모가 병으로 죽어 고아가 된 후, 품팔이로 유리걸식하며 죽을 위기에 처하게 되지만, 꿈의 계시를 받은 이 승상이 소대성을 찾아 내서 구해주고, 그의 영웅호걸다운 면모를 알아보고는 사위로 삼고자 함. |
2차 시련 |
혼인을 반대하는 이 승상의 부인과 아들들이 자객을 보내고, 북방 호왕이 나라를 침입함 |
위기를 극복하고 위업을 달성함. |
청룡사의 노승으로부터 익힌 병법과 도술로 나라를 위기로부터 구하고 혼약한 채봉과 행복한 여생을 보냄. |
특징 : 소대성의 비범한 능력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자객과의 싸움 장면에서 전기적 성격이 두드러지고 있으며, 소대성의 이별시가 지닌 서사적 기능은 이승상에 대한 감사의 마음과 이생들에 대한 비판적 태도를 드러낸다.
내용 연구
(전략)
말을 주고받은 이생들이 내당으로 들어가 부인께 소생의 말을 전하니, 부인이 크게 화를 내며 말했다.
“흉악한 놈[소대성]이 혼사를 핑계 삼아 우리 가문을 욕보이는구나.” - 소대성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부인
승상의 장자 태경이 신중히 말했다.
“그 자는 저 스스로 우리 집에 온 것이 아니라, 돌아가신 아버님께서 데려다가 언약을 맺도록 하여서 제 딴에는 신의를 지킨답시고 있는 것이옵니다. 한데 우리가 아무런 이유도 없이 그 자를 내치면 세간(世間)[세상 사람]의 시비를 사게 되어 일이 난처해질까 하나이다. 그러니 비밀스럽게 일을 처리하지 않으면 그자를 내치는 것이 어려울 것이옵니다.”
“큰형이 지모(智謀)[슬기로운 꾀]가 뛰어나니, 계책을 도모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돈을 주고서라도 자객을 들여 남이 모르도록 처치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사위 정생의 이 같은 말에 부인은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 일은 가장 비밀리에 처리해야 하느니라.[권모술수]” - 소대성의 암살 계획을 세우는 이 승상의 부인과 아들들
이들은 즉시 ‘조영’이라는 자객을 불러 돈을 쥐어주고 소생에 대한 모든 사실을 일러주었다.[소생에 대한 내력과 암살 지시]
“이는 어렵지 않은 일이외다. 오늘 밤에 그를 처치하겠사옵니다.”
조영은 밤이 되기를 기다렸다.
한편, 소생은 승상의 자식들을 보내 놓고 깊은 시름에 잠겼다.
‘주인이 객을 싫어하니, 나는 장차 어디로 가야 한단 말인가!’
마음이 편치 않아 책을 놓고 멍하니 있는데, 그때 갑자기 창틈으로 불어온 광풍에 소생이 쓴 관이 벗겨져 공중으로 솟았다가 방바닥에 떨어졌다[소대성에게 닥칠 암살 위기에 대한 암시]. 소생은 그 관을 태우고 주역(周易)을 내어서 팔괘(八卦)를 보니, 앞으로 벌어질 괴이한 일이 눈앞에 보였다. 마음으로 비웃으며 촛불을 돋우고 밤이 새기를 기다리니[자기자신에게 다가올 일에 대해 짐작함], 삼경(三更 : 밤 11시부터 1시까지 )이 지나 방 안으로 음산한 바람이 들어왔다. 이에 소생이 둔갑술을 부려 몸을 감추고 그 거동을 살폈더니, 자객이 비수를 들고 음산한 바람이 되어 문틈으로 들어와서 방을 두루 살피다가 인기척이 없음을 보고는 도로 밖으로 나가려 했다[고전 소설의 전형적 특징 - 전기성(기이한 일) - 바람이 되어 문틈으로 들어 오는 조영]. 그 모습을 본 소생이 동쪽 벽의 촛불 아래서 당당히 자객에게 소리쳤다.
“네 어떠한 놈이기에, 이 깊은 밤에 칼을 들고 누구를 해하려 하느냐?”
조영이 그제야 소생인 줄 알고 칼춤을 추며 다가가려 하니, 소생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전기적 요소]. 조영이 당황하여 어리둥절해 있던 찰나에 다시 서쪽 벽에 촛불 아래서 크게 꾸짖는 우렁찬 소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리석은 놈아! 돈을 받았다고 몸을 돌보지 아니하니 어찌 가련하지 않겠느냐?”[조영이 매수 당하여 자신을 암살하려고 있음을 이미 알고 있는 소대성]
조영은 대답하지 않은 채 들고 있던 칼을 냅다 소생에게 던졌다. 촛불 아래에서 검광이 번쩍 빛났으나, 소생은 다시 온데간데 없었다. 조영은 촛불 그림자에 숨어 어찌할 줄 모르고 있었다. 그때 남쪽 벽의 촛불 아래에서 검은 두건을 쓰고 베옷을 입은 한 소년이 칠현금(七絃琴)을 무릎 위에 놓고 줄을 타며 노래를 불렀다[소대성이 자객 조영을 농락하기 위해 거문고를 타면서 노래를 부름]. - 자객 조영을 동원하여 소대성을 암살하려 하지만 실패함
<중략 부분 줄거리 : 소대성은 노래를 불러 조영이 자신의 손에 의해 죽게 될 수 있음을 경고하지만, 조영은 이에 저항한다. 소생은 결국 조영을 처단한다.>
소생이 분한 마음을 이기지 못하여 칼을 들고 바로 내당으로 들어가 승상의 아들들을 모두 죽이고자 하다가, 다시 생각하며 탄식했다.[이 승상의 아들들이 자신을 죽이려 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소대성]
‘제 비록 막되어서 나와 원수가 되었으나, 영인부아(寧人負我)언정 무아부인(無我負人)이라. 곧 남은 나를 배반할지언정 나는 남을 배반하지 않는다고 했으니, 이제 저들을 죽여 분한 마음을 풀고자 하면 대인의 후사가 끊어질 것이라 아직은 피해야겠다.’[이 승상의 은혜에 대한 보답의 심정으로 분노의 마음을 누그러뜨림]
그러고서 소생은 붓을 들어 이별시를 지어서 벽에 붙였다.[소대성의 이별시가 지닌 서사적 기능은 이승상에 대한 감사의 마음과 이생들에 대한 비판적 태도를 드러낸다.]
주인[이 승상]의 은혜[유리걸식하던 자신을 거두어 준 이 승상의 은혜 / 각골난망] 중함이여, 태산(泰山)이 가볍고,
객의 정이 깊음이여, 하해(河海)가 옅도다.
사람이 지음(知音)[마음이 서로 통하는 친한 벗.]을 잃음이여, 의탁(依託)을 오래도록 하지 못하겠고,
후손[이 승상의 아들들]의 불초(不肖)[불초자의 준말로 어버이의 덕망이나 유업을 이어받지 못함. 또는 그런 못나고 어리석은 사람]함이여, 원수를 맺었도다[자신을 죽이려 한 것에 대한 비판].
자객의 보검이 촛불 아래서 빛남이여, 목숨 보전하여 천 리를 향하고,[조영과의 결투를 요약적으로 제시]
아름다운 인연이 뜬구름 되었으니 알지 못하겠구나.
어느 날에 대성의 그림자라도 이 집에 다시 이르리오?
시를 다 적은 소생은 붓을 던지고 포계[시렁에 걸어 둔 악기라는 뜻으로, 여기서는 칠현금을 말함]를 메고 깊은 밤에 서쪽을 향해 서당을 떠났다.
한편, 이생 등은 자객을 서당에 보내 놓고 마음이 답답하고 조급하여[조영의 암살 시도의 결과가 궁금했기 때문에] 밤을 지새운 후에 서당으로 나가 문틈으로 보니, 방 안에는 한 주검이 널브러져 있었다. 그들을 그 주검이 처음에는 소생이라 생각하고 기뻐했지만, 자세히 살펴보니 그것은 소생이 아니라 조영이었다[대경실색]. 그들은 매우 놀라 어찌할 바를 모르다가 우연히 벽을 보니, 그 곳에 전에 없던 글이 적혀 있었다. 그 글을 살펴보니 소생의 필적이었다. 그 글에는 소생이 지금 이 집을 아주 나가지만 훗날 다시 찾아올 것임이 적혀 있었다. 그들은 괜스레 긁어 부스럼을 만들었다며 낙담했다.[자승자박]
“소생은 어리석고 유약한 사람이 아니니, 반드시 후환(後患)이 될 것이로다.”
“이미 끝난 일입니다. 할 수 없으니, ‘소생이 아버님의 은혜를 잊고 하직 인사도 하지 않은 채 이유 없이 나갔다’고 소문을 내야 합니다. 그러면 다른 사람들은 우리더러 안 되었다고 할 것이고, 채봉이도 아버님의 은혜를 모르는 사람을 걱정하지 않을 것입니다.”[자신들의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오히려 소대성을 모함하는 교활함이 잘 드러남]
그들은 정생의 말을 옳게 여겨 조영의 시체를 치우고 내당에 들어가 소생이 조영을 죽이고 온데간데없음을 고했다. - 조영을 처단한 후, 집을 떠나는 소대성과 이를 알게 된 이생 등과 정생(하략)- 작자 미상, <소대성전>
이해와 감상
작자·연대 미상의 고전소설. 1책. 국문본. 목판본·활자본·필사본이 다 있다. 목판본에는 경판본과 완판본의 두 종이 있는데, 완판본은 〈용문전 龍文傳〉과 합책되어 있다. 활자본은 7회 출간되었다.
이본들간의 내용은 거의 같지만, 경판본은 완판본의 반 정도로 축약되어 있다. 출간 회수로 볼 때, 널리 읽힌 인기있는 작품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영웅소설 유형에 속하는 작품이다.
명나라 때 병부상서를 지낸 소양은 늦도록 자식이 없어 근심하다가 영보산 청룡사 노승에게 시주를 하고 외아들 대성을 얻는다. 대성은 동해 용자의 적강으로 어려서부터 비범했다. 부모가 병으로 일찍 세상을 떠나자, 고아가 된 대성은 집을 떠나 품팔이와 걸식으로 연명한다.
청주 땅에 사는 이상서는 한 기이한 꿈을 꾸고, 월영산에서 소대성을 발견하여 집으로 데려온다. 이상서는 대성의 인물됨이 비범한 것을 보고 딸 채봉과 약혼하도록 한다. 부인과 세 아들은 대성의 신분이 미천함을 들어 혼인을 반대하다가, 성례 전에 이승상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자 대성을 박해하고 자객을 보내 죽이려 한다.
대성은 자다가 자객의 침입을 도술로써 피하고, 집을 떠난다. 방황하던 대성은 영보산 청룡사로 가, 노승의 도움으로 병법과 무술을 공부한다.
한편, 채봉은 다른 데로 시집을 가라는 어머니의 권고를 물리치고 대성이 돌아오기를 기다린다. 대성이 청룡사에서 공부한 지 5년이 되는 해에 호국이 중원을 침공한다는 천문을 보고 이를 안 대성은 노승에게서 보검을 받고, 이상서가 꿈 속에서 지시한 대로 갑주를 얻고, 한 노옹으로부터 용마를 얻어 중원으로 떠난다. 대성이 중원에 이르러 적군을 격파하고 위태로운 지경에 있는 황제를 구한다.
황제가 크게 기뻐하고 대성을 대원수로 임명하니 대성은 호국 왕을 항복시키고 개선한다. 황제는 대성을 노국왕에 봉한다. 노왕이 된 대성은 청주로 가서 채봉을 맞아 인연을 성취하고, 노국에 부임하여 선정을 베푼다.
이 작품은 영웅소설의 보편적인 내용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몇 가지 점에서 특이한 점이 있어서 주목된다. 주인공 대성이 초년에 걸식하고, 이상서 집에서 밥먹고 잠만 자는 위인으로 나오는 대목에는 겉보기로는 보잘 것 없는 사람이라도 흉중에 큰 뜻을 품었을 수 있으니, 지체나 처지에 따라서 사람을 평가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타나 있다. 미천한 처지의 독자는 이 작품을 읽었을 때에 이런 주장에 특히 공감을 했을 것이다.
이상서 부인과 아들들이 보낸 자객을 죽이고 집을 나선 소대성은 홍길동의 전례를 되풀이해 보여주어서, 이 점도 고찰할 만하다. 주인공은 용력이 뛰어난 자객을 도술로써 물리친다.
이러한 전개는 〈홍길동전〉과 〈소대성전〉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데, 이를 통해서 〈소대성전〉이 〈홍길동전〉과 깊은 관계를 가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홍길동은 스스로 도술을 지니고 있어서 도승을 만나 수업을 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후대 영웅소설의 주인공과는 구별되낟. 그런데, 소대성은 그런 능력을 스스로 지닌 데다가 다시 도승을 만난다. 소대성은 도승을 만날 필요가 없었다는 점에서는 조웅이나 유충렬과 같지만, 산사에서 수업을 하기 전에도 조웅이나 유충렬처럼 무력하지는 않았다.
이 점은 영웅소설의 변모 과정에서 〈소대성전〉이 차지하는 위치를 알 수 있게 한다. 〈소대성전〉은 〈홍길동전〉보다는 뒤의 작품이나 〈조웅전〉이나 〈유충렬전〉보다는 먼저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소대성전〉에는 〈홍길동전〉에 보이지 않던 천상계와 지상계의 이원성이 나타난다. 소대성은 용왕의 아들이 하강하면서 태어난 것이며, 용왕의 도움을 받고, 다시 청룡사 노승을 만나 수업을 한다 지상에서의 고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천상과의 관련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 나타나 있다. 중원 천자와 호국 왕과의 싸움도 자미성과 익성의 싸움이라고 했다.
이 싸움은 천상에 보고되고, 천상 상제가 익성을 죄주어 인간에 두지 말라고 했기 때문에 익성인 호국 왕의 패배는 예정된 것이다. 이러한 이원적인 설정은 〈홍길동전〉에서는 볼 수 없었으며, 후대 귀족적 영웅소설에서는 공식화된 것이다.
≪참고문헌≫ 蘇大成傳(影印古小說板刻本全集 4 延世大學校人文科學硏究所, 1973), 蘇大成傳(舊活字本 古小說全集 7권, 仁川大學校民族文化硏究所, 1984), 韓國小說의 理論(趙東一, 知識産業社, 1977), 韓國古典小說硏究(金起東, 敎學社, 1981), 蘇大成傳坊刻本檢討(李福揆, 國際大學論文集 8, 1980).
(자료 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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