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무릉기(西海武陵記)
by 송화은율서해무릉기(西海武陵記)
작자 · 연대 미상의 고전소설. 1권 1책. 국문필사본. 남자주인공이 왜적에게 빼앗긴 신부를 구해 돌아오는 이야기를 엮은, 혼사장애담(婚事障碍談)에 속하는 작품이다.
전라도 전주에 사는 선비 유현중의 아들 유연은 15세에 장원급제하여 한림학사를 제수받고 금의환향한다. 하루는 유연이 친척 최공을 문병하러 갔다가, 최공의 딸에게 마음이 끌려 마침내 상사병을 앓게 된다. 이를 안 부모는 하는 수 없이 두 사람을 혼인시킨다. 혼례날 밤 갑자기 한 떼의 도적 무리가 쳐들어와 순식간에 신부를 납치해 가버린다. 최소저를 납치해 간 도적은 왜적의 괴수로, 최소저를 서해무릉 백두산이라는 산적촌에 가두어 놓는다. 왜장은 최소저가 마음을 돌이켜 자신과 혼인해주기를 기다린다.
한편, 유연은 부친의 재혼 강요에도 불구하고 최소저를 잊지 못하다가, 마침내 부모에게 서한을 남긴 채 집을 떠난다. 전국 방방곡곡을 떠돌며 최소저를 찾다가 드디어 금강산에 들어가 중이 되어 부처님에게 지성으로 발원한다. 하루는 금산사 미륵불이 꿈에 나타나 최소저가 무사하다는 사실과 3년 뒤에는 만나게 되리라는 말을 듣고 다시 힘을 얻어 길을 떠난다. 유연은 여승으로 변장을 하고 최소저의 자취를 수소문하다가, 드디어 배를 타고 대해를 건너 한 섬에 이르렀는데, 이곳이 바로 서해무릉이었다.
한편, 최소저는 밤낮으로 울부짖으며 하루하루를 보내는데, 하루는 꿈에 금산사 부처가 나타나 내일 오시에 남편이 찾아올 것이라 말하고 사라진다. 이튿날 오시에 과연 한 여승이 찾아와서 양식을 구하는데 만나보니 유연이다. 둘이 만나 기쁨을 나누는데, 마침 적장이 들어와 유연을 쫓아낸다. 최소저는 밤에 또다시 금산사 부처의 현몽을 받고 장원을 빠져나오는 데 성공하고 드디어 유연과 만난다.
서해무릉을 빠져나온 두 사람은 천신만고 끝에 집으로 돌아온다. 유연의 가출로 홧병이 나 있던 부친은 유연 부부를 집안에 들이려 하지 않으나 장인 최학사의 회유로 마음이 풀려 두 사람을 맞아들인다. 두 부부는 온갖 부귀와 영화를 누리다가 극락세계로 승천한다.
이 작품의 구성은 ‘ 지하국대적퇴치담(地下國大賊退治談) ’ 과 유사한 형태를 취하고 있다. 〈 외지동 팔랑간의 도둑이야기 〉 라는 전주 일원의 민담 내용이 이 작품과 유사한 점을 보이고 있어, 이 민담이 소설로 발전되었음을 알 수 있다.
‘ 지하국대적퇴치담 ’ 이 소설로 발전된 또 하나의 예로 〈 김원전 金圓傳 〉 이 있는데, 이 두 작품은 여러 가지 구조적 측면에서 병렬성을 갖는다. 즉, 주인공의 변신, 신부의 납치와 구출과정, 귀환 및 혼인성취과정의 기본구조가 일치한다.
그러나 두 작품의 작가의식에서 포착되는 미학적 근거에는 차이점이 있다. 한 마디로 〈 김원전 〉 은 신성문화권에서 생산된 작품이다. 이에 반해, 〈 서해무릉기 〉 는 불교적인 초월미학을 배경에 깔고 있기는 하지만, 여인을 납치해간 존재가 괴물이 아니라 왜장인 점, 지하국이 서해무릉의 백두산으로 굴절된 점, 신이로운 투쟁이 현실적인 위계로 변질된 점 등을 볼 때, 현세적 · 경험적 세계관이 작가의식 속에 투영되어 있다는 사실을 지적할 수 있다. 이화여자대학교 도서관 도서에 있다.
≪ 참고문헌 ≫ 西海武陵記硏究(姜愛姬, 梨花語文論集 5, 이화여자대학교 한국어문학연구소, 1982). (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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