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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풍의 노래 / 셸리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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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풍의 노래 / 셸리

1.

 

오, 거센 서풍--그대 가을의 숨결이여.

보이지 않는 네게서 죽은 잎사귀들은

마술사를 피하는 유령처럼 쫓기는 구나.

 

누렇고, 검고, 창백하고, 또한 새빨간

질병에 고통받는 잎들을, 오 그대는,

시꺼먼, 겨울의 침상으로 마구 몰아가.

 

날개 달린 씨앗을 싣고 가면, 그것들은

무덤 속 시체처럼 싸늘하게 누워 있다가

봄의 파란 동생이 꿈꾸는 대지 위에.

 

나팔을 크게 불어 향기로운 꽃봉오리를

풀뜯는 떼처럼 공중으로 휘몰아서

산과 들을 생기로 가득차게 만든다.

 

거센 정신이여, 너는 어디서나 움직인다.

파괴자며 보존자여, 들어라, 오 들어라!

 

2.

 

네가 흘러가면 험한 하늘의 소란 가운데

헐거운 구름은 하늘과 대양의 가지에서

대지의 썩은 잎처럼 흔들려 떨어진다.

 

비와 번개의 사자들, 네 가벼운 물결의

파란 표면 위에 어느 사납기 짝없는

'미내드'의 머리로부터 위로 나부끼는

빛나는 머리칼처럼, 지평선의 희미로운

가장자리에서 하늘 꼭대기에 이르기까지

다가오는 폭풍우의 머리칼이 흩어진다.

 

너, 저무는 해의 만가여, 어둠의 이 밤

네가 모든 증기의 모든 힘으로써 이룬

둥근 천정과 돔의 큰 무덤이 될 것이며

 

짙은 대기를 뚫고 내리는 검은비와

번개 우박이 쏟아져 내리리. 오, 들어라!

 

3.

 

베이이 만 경석의 섬 가에서

수정같은 조류의 손길로 잠이 들어

상상만 해도 감각이 아찔해질 정도로

 

아름다운 하늘색 이끼와 꽃들로 뒤덮인

옛날의 궁전과 높은 탑들이 파도에

더욱 반짝이는 햇빛 속에 떨고 있음을

 

꿈에 보고 있는 푸른 지중해 바다를

그의 여름 꿈에서 일깨운 너! 너의

앞길을 위해 대서양의 잔잔한 세력들은

 

갈라져 틈이 나고, 훨씬 밑에서는

바다꽃과 바다의 물기 없는 잎을 가진

습기에 찬 숲이 네 목소리를 알고서

 

겁에 질려 별안간 창백해지면서

온 몸 떨려 잎이 진다. 오, 들어라!

 

4.

 

만일 내가 휘날리는 한 잎 낙엽이라면

만일 내가 한 점의 빠른 구름이라면

네 힘에 눌려, 충동을 같이 할 수 있고

 

한 이랑의 파도라면, 물론 너만큼

자유롭진 못하나, 제어할 수 없는 자,

만일 내가 내 어릴 적 시절과 같다면

 

하늘을 방랑하는 네 벗이 되었으련만

너의 하늘의 속력을 이겨내는 것이

결코 공상만이 아닌 그때 같기만 하면

 

나는 이렇듯 기도하며 겨루지 않았으리.

오, 나를 파도나 잎과 구름처럼 일으켜라.

나는 인생의 가시에 쓰러져 피 흘린다.

 

시간의 중압이 사슬로 묶고 굴복시켰다.

멋대로고, 빠르고, 거만하여 너 같은 나를.

 

5.

 

나로 너의 거문고가 되게 하라, 저 숲처럼

내 잎새가 숲처럼 떨어진들 어떠랴!

너의 힘찬 조화의 난동이 우리에게서

 

슬프지만 달콤한 가락을 얻으리라.

너 거센 정신이여, 내 정신이 되어라!

네가 내가 되어라, 강렬한 자여!

 

내 꺼져 가는 사상을 온 우주에 몰아라.

새 생명을 재촉하는 시든 잎사귀처럼!

그리고 이 시의 주문에 의하여

 

꺼지지 않는 화로의 재와 불꽃처럼

인류에게 내 말을 널리 퍼뜨려라.

내 입술을 통하여 잠 깨지 않는 대지에.

 

예언의 나팔을 불어라! 오오, '바람'이여.

겨울이 오면 어찌 봄이 멀 것이랴?


또 다른 번역

 

 

I

 

오, 사나운 서풍, 너 가을의 숨결이여!

너의 존재 앞에서 휘몰리는 죽은 잎새들은

눈에는 안 보여도 마술사에게 쫓기는 유령의 무리와 같도다 .

 

누런, 검은, 파리한, 혹은 빨간 열기 띄운

열병에 걸린 저 무리들, 오, 너는

그 무리들을 검은 겨울의 잠자리로 몰아친다.

 

그러면 그들 날개돋친 씨앗들은 그 무덤 속에

시체 되어 차디차게 사그라져 잠드나니,

너의 하늘빛 봄 누이가 꿈꾸는 대지 위에

 

그 나팔을 붙어대어(향기로운 꽃봉오리를 풀 뜯는

양떼처럼 활짝 공중으로 휘몰아서)

산과 들을 생기 솟는 빛깔과 향기로 가득 채우는 그날이 올 때까지.

 

거센 정신이여, 그 어디든 떠도는 너는

파괴자이며 또한 보존자, 들으라. 오, 나의 말을.

 

II

 

네가 흘러가면 가파른 천공에는 난동이 일고,

그러면 흩어지는 구름은 대지 위에서 썩어 가는 낙엽처럼

하늘과 대양에 얽힌 가지로부터 우수수 떨어진다.

 

비와 번개의 사자들, 너의 하늘거리는 물결의

푸른 표면엔, 어느 사나운 '미내드'의 머리 위에

치솟은 빛나는 머리단처럼,

 

희미한 지평선 언저리에서

천당 끝닿는데 이르기까지

다가오는 폭풍우의 머리카락이 휘날린다.

 

너, 한 해가 저물어 밤을 불러오는 만가여,

너의 온갖 증기 한데 뭉친 막강한 힘은

거대한 둥근 무덤 되고 그 천정을 이룰지니,

 

이제 그 응고(凝固)한 대기로부터,

새까만 비와, 불길과, 우박이 터져나오리라. 오, 들어보라!

 

III

 

'베이이'만에 뜬 부석(浮石)의 섬가에 누워

수정물결 감도는 파도소리에 잠들어

여름날의 꿈에 잠겼던 푸른 지중해를 일깨운 너,

 

눈앞에 그려만 보아도 감각이 아찔해지는

하늘색 이끼와 향기로운 꽃속에 파묻힌

옛 궁전과 탑들이 물결에 반사되어

 

더욱 강렬한 햇빛 속에서 떨고 있는 것을

꿈결에 그려보는 지중해를 일깨운 너,

네가 길을 나서면 강대한 대서양의 잔잔한 물결 또한

 

스스로 쪼개져 나가 길을 터주고

저 아래 바닷가엔

바다꽃, 즙없는 잎새 우거진 습기찬 바다 숲이

 

너의 목소리 듣고 겁에 질려 졸지에 백발 되고

온 몸을 떨어 잎을 떨어뜨린다. 오, 들어 보라!

 

IV

 

내 만일 휘날리는 한 잎 낙엽이라면,

내 만일 너와 함께 날아가는 날센 한 조각 구름이라면,

너의 힘에 짓눌려 헐떡이면서도 너의 힘찬 맥박을

 

함께 나누는 파도라면, 그 자유만 너보다 못할 뿐일진대,

제어할 수 없는 자여!

내 아직도 내 어린 시절 같아,

 

너의 하늘 방랑길 친구가 되었으련만,

그래서 하늘 달리는 너를 앞지르는 것이

결코 공상만은 아니었던 그 시절의 나라고 할지라도,

 

나는 이토록 간절한 소망의 기원 속에서 너와 겨루지는 않으리라.

오, 이 내 몸 일으켜다오. 파도처럼, 잎새처럼, 구름처럼!

나는 인생의 가시밭에 쓰러진다! 나는 피흘린다!

 

짓누르는 시간의 중압이 나를 사슬로 묶고 굽혀 버렸도다.

길들 줄 모르고, 민첩하고, 자존심 강한, 너무나도 너와 같았던 나를

 

V

 

이 내 몸 너의 거문고 되게 하라, 숲이 그러하듯이

내 잎새들이 숲의 그것처럼 떨어진들 그 어떠랴!

너의 장대한 조화로운 소음이 내 몸과 숲을 올려

 

심오한 가을의 음조를, 슬픔 속에도 깃든

감미로운 애조를 얻을진저, 너 맹렬한 정신이여,

이 내 정신 되어다오 ! 네가 나 되어라, 격렬한 자여!

 

나의 죽은 사상을 마른 잎새 휘몰아치듯,

우주로 날려 신생을 재촉하라!

그리고 이 시를 주문 삼아

 

꺼지지 않은 화덕에서 재와 불꽃을 날리듯

이 내 말을 온 누리에게 퍼뜨려 다오!

내 입술을 통해 잠깨지 못한 대지를 향해 부는

 

예언의 나팔이 되라! 오, '바람' 이여,

겨울이 오면 봄이 멀 수가 있겠는가?


Ode to the West Wind

 

I

 

O wild West Wind, thou breath of Autumn's being,

Thou, from whose unseen presence the leaves dead

Are driven, like ghosts from an enchanter fleeing,

 

Yellow, and black, and pale, and hectic red,

Pestilence-stricken multitudes: O thou,

Who chariotest to their dark wintry bed

 

The wing? seeds, where they lie cold and low,

Each like a corpse within its grave, until

Thine azure sister of the Spring shall blow

 

Her clarion o'er the dreaming earth, and fill

(Driving sweet buds like flocks to feed in air)

With living hues and odors plain and hill:

 

Wild Spirit, which art moving everywhere;

Destroyer and preserver; hear, oh, hear!

 

II

 

Thou on whose stream, 'mid the steep sky's commotion,

Loose clouds like earth's decaying leaves are shed,

Shook from the tangled boughs of Heaven and Ocean,

 

Angels of rain and lightning: there are spread

On the blue surface of thine aery surge,

Like the bright hair uplifted from the head

 

Of some fierce Maenad, even from the dim verge

Of the horizon to the zenith's height,

The locks of the approaching storm. Thou dirge

 

Of the dying year, to which this closing night

Will be the dome of a vast sepulchre,

Vaulted with all thy congregated might

 

Of vapors, from whose solid atmosphere

Black rain, and fire, and hail will burst: oh, hear!

 

III

 

Thou who didst waken from his summer dreams

The blue Mediterranean, where he lay,

Lulled by the coil of his crystalline streams,

 

Beside a pumice isle in Baiae's bay,

And saw in sleep old palaces and towers

Quivering within the wave's intenser day,

 

All overgrown with azure moss and flowers

So sweet, the sense faints picturing them! Thou

For whose path the Atlantic's level powers

 

Cleave themselves into chasms, while far below

The sea-blooms and the oozy woods which wear

The sapless foliage of the ocean, know

 

Thy voice, and suddenly grow gray with fear,

And tremble and despoil themselves: oh, hear!

 

IV

 

If I were a dead leaf thou mightest bear;

If I were a swift cloud to fly with thee;

A wave to pant beneath thy power, and share

 

The impulse of thy strength, only less free

Than thou, O uncontrollable! If even

I were as in my boyhood, and could be

 

The comrade of thy wanderings over Heaven,

As then, when to outstrip thy skiey speed

Scarce seemed a vision; I would ne'er have striven

 

As thus with thee in prayer in my sore need.

Oh, lift me as a wave, a leaf, a cloud!

I fall upon the thorns of life! I bleed!

 

A heavy weight of hours has chained and bowed

One too like thee: tameless, and swift, and proud.

 

V

 

Make me thy lyre, even as the forest is:

What if my leaves are falling like its own!

The tumult of thy mighty harmonies

 

Will take from both a deep, autumnal tone,

Sweet though in sadness. Be thou, Spirit fierce,

My spirit! Be thou me, impetuous one!

 

Drive my dead thoughts over the universe

Like withered leaves to quicken a new birth!

And, by the incantation of this verse,

 

Scatter, as from an unextinguished hearth

Ashes and sparks, my words among mankind!

Be through my lips to unawakened earth

 

The trumpet of a prophecy! O Wind,

If Winter comes, can Spring be far behind?


요점 정리

작자 : 셜리(Percy Bysshe shelley)

내용 연구

이해와 감상

쉘리 나이 26세 때(1818년) 이탈리아의 피렌체에서 지은 것으로서

 

1장은 '땅에 부는 서풍'을 향하여 "질병으로 변색한 무수한 나뭇잎을 떨어뜨리는 생명의 파괴자임과 동시에 생명의 보존자인 서풍은 내 말을 들어보라"는 말을 하고 있다.

2장은 '하늘에 부는 서풍'을 보고 "비와 번개의 사자인 구름을 나뭇잎 뿌리듯 하늘 가득히 흩어지게 하고, 이윽고 다가올 밤을 천정으로 하는 무덤- 즉, 끝나 가는 한 해의 죽음을 만드는 것은 서풍 너이다."라고 애도(哀悼)의 말을 하는 조가(弔歌)이다.

3장은 '바다에 부는 서풍'을 노래한 것으로 '베이이 샛강'에 있는 '浮石의 섬'에서 본 지중해의 잔잔하고 잠든 정경을 묘사하고 있다.

4장은 시인의 현재 상태를 말하며 왜 서풍에게 자기의 말을 들으라고 하는지 그 이유를 말하고 있는데 "나도 나뭇잎처럼, 물결처럼, 구름처럼 생생하게 살 수 있도록 해달라"는 말과 함께 "나도 지난날에는 서풍처럼 거칠고 민첩하고 거만했지만 시대의 중압에 의하여 짓밟히고 결박되어 자유를 잃었다"고 말하고 있다.

5장은 서풍에게 자신의 소원을 말하는데 "거칠고 격렬한 정신이여, 내 사상을 씨앗으로 새 생명을 탄생시키기 위하여 낙엽처럼 사방에 흩어지게 하고 내 입술에 불어 아직 눈뜨지 않은 대지를 향해 예언의 나팔을 불수 있게 해달라고" 말하면서 "봄은 가까운 시일 안에 반드시 온다"는 말로 시를 끝맺고 있다. 서풍에게 퍼뜨려 달라는 사상이 무엇이냐 하면 "인간은 원래 자유로운 존재이다" 라는 것으로 "인간 해방"의 외침인 것이다. 그러면서 인류에게 있어서 '봄' 즉, 모든 인류가 자유롭게 될 날이 머지 않았음을 강조하고 있다.

'겨울이 오면 봄 또한 멀지 않으리'라는 마지막 구절로 해서 우리나라에도 널리 알려져 있다. 셸리는 이 시에서 서풍에게 자신의 자유주의 사상을 온 인류에게 퍼뜨려 줄 것을 부탁하고 있다. 그는 바람을 인간의 억압된 상태를 풀어 주고 자유를 전달해 줄 대상으로 보고 있다. 그의 자유에 대한 신념, 권위에 대한 도전, 그리고 시인의 사명이 예언자적인 것이어야 한다는 생각은 19세기와 이후의 시인들에게 커다란 영향을 주었다.

심화 자료

오지만디아스

 

나는 고대의 나라에서 온 나그네를 만났는데

그의 이야기이다:

 

몸뚱이 없는 커다란 돌다리 두개가

사막에 서있다. 그 근처 모랫속에는

 

깨어진 얼굴이 반쯤 묻혀있다. 찌푸린 얼굴로

굳게 다문 입, 차갑게 내려다보는 멸시의 표정엔

 

조각가가 분출한 열정이 생명 없는 물체에 각인되어 있어서

이들을 묘사한 손과 심장의 박동이 아직도 살아남아 있는 것 같다.

 

받침대엔 이런 말이 써있다.

 

나의 이름은 왕중의 왕, 오지만디아스다.

너희들 위대한 자들아, 내 업적을 보고 두 손을 들어라!

 

붕괴된 거대한 폐허 주위에는 남아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적막하고 솟은 것 없이 평평하게 끝없이 뻗어있는

텅 빈 사막 밖에는!

 

 

Ozymandias

 

I met a traveller from an antique land

Who said: Two vast and trunkless legs of stone

Stand in desert. Near them, on the sand,

Half sunk, a shattered visage lies, whose frown,

And wrinkled lip, and sneer of cold command,

Tell that its sculptor well those passions read

Which yet survive, stamped on these lifeless things,

The hand that mock'd them, and the heart that fed:

 

And on the pedestal these words appear:

"My name is Ozymandias, king of kings:

Look on My works, ye Mighty, and despair!"

 

Nothing beside remains. Round the decay

Of that colossal wreck, boundless and bare,

The lone and level sands stretch far away.


사랑의 철학

 

샘물이 모여서 강물 되고

강물이 합해져 바다가 된다.

 

하늘의 바람은 영원히

달콤한 감정과 섞인다.

 

세상에 외톨이는 없는 법이라

만물은 하늘의 법칙을 따라서

서로서로 다른 것과 어울리는데

어찌 내가 당신과 짝이 못 되랴?

 

보라! 산은 하늘과 입맞춤하고

물결은 물결끼리 서로 껴안는다.

 

동기끼리 얕보는 수가 없는 법이니

꽃다운 누이도 용서하지 않으리라.

 

햇빛은 대지를 껴안고 있고

달빛은 바다에 입맞춤한다.

 

하지만 그대 내게 입맞추지 않는다면

그 모든 입맞춤이 무슨 송요이 있으랴.

 

Love's Philosophy

 

The fountains mingle with the river,

And the rivers with the ocean;

The winds of heaven mix forever

With a sweet emotion;

Nothing in the world is single;

All things by a law divine

In another's being mingle--

Why not I with thine?

See, the mountains kiss high heaven,

And the waves clasp one another;

No sister flower could be forgiven

If it disdained its brother;

And the sunlight clasps the earth,

And the moonbeams kiss the sea;--

What are all these kissings worth,

If thou kiss not me?


음악은 부드러운 음성이 꺼질 때

 

음악은 부드러운 음성이 꺼질 때,

기억 속에서 메아리치고 -

향기는 달콤한 오랑캐꽃이 병들 때,

그것이 자극한 감각 속에 살아 남는다.

장미 꽃잎은 장미가 시들 때

애인의 침상을 위하여 쌓이고,

그와 같이 당신이 가 버릴 때

사랑은 당신 생각 위에 스스로 잠들리

 

(또 다른 번역)

 

음악은

 

음악은 부드러운 가락이 끝날 때

우리의 추억 속에 여운을 남기고

 

꽃향은 향기로운 오랑캐꽃 시들 때

깨우쳐진 느낌 속에 남아 있느니

 

장미꽃 잎사귀는 장미가 죽었을 때

사랑하는 사람의 침상에 쌓이듯,

 

이처럼 그대 가고 내 곁에 없는 날

그대 그린 마음 위에 사랑은 잠든다.

 

Music, When Soft Voices Die

 

Music, when soft voices die,

Vibrates in the memory-

Odors, when sweet violets sicken,

Live within the sense they quicken.

Rose leaves, when the rose is dead,

Are heaped for the beloved's bed;

And so thy thoughts, when thou art gone,

Love itself shall slumber on.


제인에게

 

별의 반짝임은 그지없이 해맑고

그런 속에 아름다운 달이 떠올랐다.

 

그리운 제인이여.

기타 소리를 계속 울렸으나

 

네가 노래하기까지는 그 가락조차도

즐겁지가 않았다.

 

달의 부드러운 빛이

하늘의 흐릿하며 싸느다란 별빛에

던져지는 것처럼

 

그대의 한없이 부드러운 목소리는

그때 혼을 지니고 있지 않는 현에다

스스로의 혼을 주었다.

 

오늘밤 조금 후에

달은 잠들고 말겠지만

별들은 눈뜨고 있으리라.

 

네 노래의 가락이 기쁨의 이슬을

뿌리는 동안

나뭇잎은 하나도 흔들리지 않으리라.

 

그 울림소리는 나를 쳐부수지만

마음속 스며드는 네 그 목소리로

노래 한 곡 다시 한번 불러 달라.

 

우리 세계와는 멀리 떨어진 세계에 속하는 것

거기서는 음악과 햇빛과 감정이

모두가 하나가 되는 것이겠지

 

To Jane

 

The keen stars were twinkling,

And the fair moon was rising among them,

Dear Jane.

The guitar was tinkling,

But the notes were not sweet till you sung them

Again.

 

As the moon's soft splendour

O'er the faint cold starlight of Heaven

Is thrown,

So your voice most tender

To the strings without soul had then given

Its own.

 

The stars will awaken,

Though the moon sleep a full hour later

To-night;

No leaf will be shaken

Whilst the dews of your melody scatter

Delight.

 

Though the sound overpowers,

Sing again, with your dear voice revealing

A tone

Of some world far from ours,

Where music and moonlight and feeling

Are one.


셸리(Percy Bysshe shelley)

1792. 8. 4 잉글랜드 서식스 호셤 근처 필드플레이스~1822. 7. 8 토스카나 리보르노 앞바다.

영국의 낭만파 시인으로 〈프로메테우스의 해방 Prometheus Unbound〉·〈첸치가(家) The Cenci〉·〈아도네이스 Adonais〉와 서정시 〈종달새에게 To a Skylark〉·〈구름 The Cloud〉을 비롯한 대부분의 시를 1818년 이탈리아에 정착한 뒤에 썼다. 그는 배사고로 익사했다.

어린시절과 교육

매우 부유한 지주이며, 휘그당 당원으로 노퍽 공작을 추종했던 티모시 셸리(1815 준남작)의 큰아들으로 태어났다. 미들식스 브렌트퍼드에 있는 시온 하우스 아카데미에 다녔다. 이튼 학교에서 4년을 보내고 1810년 10월에 옥스퍼드의 유니버시티 칼리지에 입학했다. 그는 대학에 입학한 날 밤, 요크셔 노턴의 명문 출신으로서 역시 신입생인 토머스 제퍼슨 호그를 만났다. 둘은 만나자마자 서로 좋아하여 다른 친구들을 거의 사귀지 않고 밤낮을 함께 보냈다. 그들은 함께 이야기하고 산책하며 독서와 철학공부를 하여 다른 사람들로부터 괴짜 취급을 받았다. 둘다 유별난 데다가 열정과 방종함까지 서로 비슷했다. 그들은 자신들의 연구에 만족하여 〈무신론의 필요성 The Necessity of Atheism〉이라는 소책자를 써서 주교, 대주교, 대학 학장에게 보냈다. 두 사람은 그 내용에 대한 질문에 대답하지 않아 대학에서 퇴학당했고, 이에 큰 충격을 받았다. 그들은 함께 1811년 3월 26일 대학을 그만두고 런던으로 갔다. 그러나 부모들이 둘을 떨어져 있게 하려고 했기 때문에, 셸리는 끝까지 버텄지만 결국 호그와 헤어졌다.

셸리는 누이 메리, 헬렌과 함께 클랩험에 있는 학교에 다니는 해리엇 웨스트브룩과 사귀게 되었다. 16세의 아름다운 해리엇은 셸리의 급진적인 생각에 동의하고, 외로운 진보주의자에게 필요한 우정과 용기를 주었다. 셸리는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한 듯하며 둘은 1811년 9월 29일 에든버러에서 정식으로 결혼했다. 셸리 부부는 휴가 기간중 스코틀랜드에서 호그를 만나 호그가 법률공부를 하는 요크로 갔다. 그 당시 호그가 자신을 유혹하려 한다는 부인의 말을 듣고 즉시 아내와 함께 요크를 떠났다.

호수지방 거주시기

셸리 부부는 윌리엄 워즈워스, 새뮤얼 테일러 콜리지, 로버트 사우디를 만나려고 호수지방의 케직에 정착했다. 그러나 로버트 사우디만을 만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셸리는 이전부터 사우디의 자유사상과 시를 열렬히 찬미했으나, 사우디가 도덕·종교·정치, 젊은이의 잘못과 미성숙 등 진부한 말을 하는 보수주의자라는 사실을 알고 실망했다.

셸리는 철학자 윌리엄 고드윈이 아직 살아 있다는 것을 알고, 1812년 1월 3일에는 자신을 소개하는 편지를, 16일에는 자신의 삶을 생생하게 그린 글을 보냈다. 이튼에서 고드윈의 걸작 〈정치적 정의에 관한 연구 An Enquiry Concerning Political Justice〉(1793)를 읽었으며, 이 글이 인생 안내서가 되었다고 말했다. 죽을 무렵 고드윈의 사상과 지성에 대해 많은 존경심을 갖고 이 책을 다시 읽었다. 고드윈의 이 책은 그에게 매우 큰 영향을 미쳤다. 셸리는 1812년 10월 4일 마침내 개인적으로 고드윈을 만나게 되고 고드윈이 아일랜드와 잉글랜드에서 소개해준 친구들과 사귀면서 지적으로 성장했다. 짧은 풍자소설로 유명했던 철저한 고전주의자이며 시인인 젊은 토머스 러브 피콕도 알게 되었다. 피콕은 셸리의 절친한 친구가 되었으며, 셸리에게 고전작가들을 진지하게 연구할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그는 시를 쓰는 것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짧은 책 한 권 분량의 시를 이미 썼으며, 장시 브 〈매브 여왕 Queen Mab〉을 1813년 2월에 완성했다. 〈매브 여왕〉은 셸리 일생의 실질적인 개혁기를 시적으로 요약하고 있다. 전기적인 관점에서 이 시는 매우 중요하다. 다른 시보다 셸리의 중요사상을 가장 완벽하게 표현했다. 그는 이 시를 출판하기를 희망했으나, 기소될 위험을 무릅쓸 만한 출판업자가 없었다. 그래서 개인 비용으로 출판하여 복사본을 친구들에게 나누어주었다.

해리엇은 사람들과의 관계가 즐겁지 않아 종종 집을 떠나 있었다. 셸리 부부 사이가 벌이지기 시작한 것은 1813년이고, 그뒤 심각해지다가 1814년 4월에는 헤어질 조짐을 보였다. 딸 아이앤시가 태어나면서 상태가 호전되기는커녕 더 악화되었다. 1814년 5월 5~6일경에 셸리는 스코틀랜드에서 오래 있다가 집으로 온 고드윈의 16세 된 딸 메리를 만났다. 둘은 만나자마자 사랑에 빠졌다. 메리는 예쁘고 매우 지적인데다, 유명한 여권옹호자인 메리 울스턴 크래프트와 철학자 고드윈의 딸로서, 탈관습적인 생각에 젖어 있었다.

메리 고드윈과의 도피생활

셸리와 메리는 프랑스어를 아는 클레어 클레어몬트와 함께 1814년 7월 28일에 도망가서, 프랑스와 스위스를 6주 동안 여행한 뒤, 돈이 모자라 집으로 돌아왔다. 프랑스의 투루아에서 셸리는 해리엇에게 여행을 함께 하자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런던에서는 잡히지 않으려고 한동안 숨어 지내야만 했다. 그해 11월 30일에 해리엇은 셸리의 아들 찰스 비시를 낳았다. 여러 번 거처를 옮기면서 몇 달 동안 괴롭게 지내긴 했지만 셸리와 메리는 행복했다. 그들은 계속 책을 읽었고, 그때 런던에서 법률공부를 계속하고 있던 토머스 호그를 만나 즐겁게 지냈으며, 서로에 대한 사랑으로 용기가 넘쳤다. 셸리의 할아버지 비시 경이 1815년 1월 6일에 죽자 어느 정도 평화를 얻을 수 있었다. 셸리는 많던 빚의 거의 전부를 갚았고, 1년에 1,000파운드씩 받을 수 있게 되었다.

8월 3일 셸리와 메리는 윈저 공원 입구 가까이의 비숍스게이트에 쾌적한 집을 장만했고, 그곳에서 말로에 사는 피콕을 자주 만날 수 있었다. 늦은 여름에 셸리는 배를 타고 템스 강을 따라 올라가 옥스퍼드에서 얕은 강을 따라 레클레이드까지 갔다. 이 여행에서 돌아와 첫번째 명시라 할 만한 〈얼래스터 : 고독한 영혼 Alastor, or, The Spirit of Solitude〉을 썼고, 짧은 시 몇 편과 함께 1816년초에 출판했다. 1816년 1월 24일 메리는 비숍스게이트에서 아들 윌리엄을 낳았고, 8월 16일 스위스의 제네바 호수 주변에 집을 얻었다. 바로 그 근처에는 1639년에 밀턴이 묵었다 해서 유명해진 디오다티 빌라에 바이런 경이 살고 있었다. 그들은 서로 방문하고, 활기찬 대화를 나누며, 함께 물가로 소풍을 가기도 하면서 날마다 만났다. 두 시인의 10일간 호숫가 여행은 특히 유명하다. 그러나 1817년 1월 12일에 클레어 클레어몬트가 바이런과 사이에서 딸을 낳음으로써 극히 우호적이었던 친구 관계가 복잡해졌다. 바이런은 딸의 이름을 알레그라로 지어주었다.

셸리는 9월에 영국에 돌아와 바스에서 지냈으며, 그곳에서 12월 15일에 해리엇이 물에 빠져 자살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녀의 죽음은 셸리에게 큰 충격을 주었고, 두 아이에 대한 권리마저 법적으로 인정받지 못해 고통이 가중되었다. 1816년 12월 30일 그는 고드윈이 참석한 가운데 세인트밀드레드 교회에서 메리와 결혼했다. 셸리가 몹시 도움을 필요로 하던 이때 제임스 헨리 리 헌트가 그를 도와줌으로써 둘은 평생토록 좋은 친구로 지내게 되었다. 헌트는 개인적으로 깊은 동정을 표시했고, 햄스테드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지내게 해주었다. 또한 지적인 자극을 주고 새 친구를 소개해주었으며, 셸리가 신봉한 자유사상에 대한 열정을 심어주는 등 시를 짓도록 격려했다. 1816년 12월 1일에 헌트가 셸리를 포함한 '젊은 시인들'(Young Poets)에 대한 짧은 글을 발표한 것도 셸리에게 의미가 깊었다. 헌트는 셸리에 대한 인신공격과 작품비판에 대항하여 그의 시를 옹호했다. 셸리에게 헌트가 가장 소중한 친구로 인정을 받은 것은 당연했다.

1817년 2월에 셸리 부부는 템스 강 상류에서 50㎞ 떨어진 버킹엄셔의 말로라는 작은 마을의 앨비언하우스에 정착했다. 이곳에서 그들은 저녁마다 서로에게 소리내어 책을 읽어주었고, 호그나 피콕을 초대했다. 그밖에 고드윈이나 리 헌트 및 그의 대가족이 방문하기도 했다. 이곳에서 메리는 실용적인 책 〈6주간의 여행 이야기 History of a Six Weeks' Tour〉(1817)를 펴냈고, 유명한 〈프랑켄슈타인 Frankenstein〉(1818 출판)을 썼으며, 9월 2일 딸 클래라를 낳았다. 앨비언하우스에서 지낸 지 6개월 만에 셸리는 가장 긴 시 〈라온과 시스나 Laon and Cythna〉(1818년 〈이슬람교도의 반란 The Revolt of Islam〉으로 제목을 바꿈)를 썼다. 그러나 이들 부부가 이상적으로 행복했던 것은 아니다. 클레어가 바이런의 딸 알레그라와 함께 그들 집에서 지냈기 때문에 불편함과 당혹감을 느꼈다. 메리로서는 '아무개 부인'으로 다른 누군가의 자식을 키운다는 애매한 상태를 견딜 수 없었고, 셸리의 평판마저 위태로워졌다. 바이런이 자신의 아이로 흔쾌히 인정하고 양육하겠다고 했으므로, 그들은 1818년 3월에 베네치아에 있는 바이런에게 아이를 데려다주려고 영국을 떠났다.

이밖에도 셸리 가족이 이탈리아로 이주한 다른 이유는 악화된 셸리의 건강과, 해리엇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이들처럼 메리가 낳은 아이도 법에 의해 뺏길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그러나 고드윈이나 친구들에게조차 정확한 동기를 밝히지는 않았다. 셸리 가족은 밀라노·코모·피사에서 잠깐씩 머문 뒤 리보르노에서 1개월간 지냈다. 4월에 밀라노에서 하녀 1명을 딸려서, 알레그라를 베네치아에 있는 바이런에게 보냈다. 클레어가 알레그라를 몹시 염려하는 까닭에, 8월에 그녀와 셸리 둘이서 루카 온천장에서 베네치아까지 길고 힘든 여행을 했다. 클레어는 파도바에서 여행을 그만두고 신분을 감춘 채 그곳에 머물렀다. 한편 셸리는 바이런을 만나려고 베네치아까지 갔고, 바이런은 그를 반기면서 자신이 사용한 적이 없는 빌라를 쓰라고 했다. 셸리는 메리에게 편지를 보내 가족들을 데리고 즉시 이곳으로 오라고 했다. 메리가 오긴 했으나 어린 딸 클래라가 죽고 말았다. 메리는 은연중에 딸의 죽음이 셸리와 클레어의 탓이라고 비난했고, 이때의 긴장된 관계로 인해 셸리는 〈줄리안과 마달로 Julian and Maddalo〉와 일련의 슬픈 시들을 쓰고 수정했다. 그러나 그는 이때 〈프로메테우스의 해방〉 1막을 썼으며, 시인으로서 가장 원숙한 경지에 들어섰다. 이듬해 여름 로마의 카라칼라 욕탕의 유적에 둘러싸여 〈프로메테우스의 해방〉의 2막과 3막을 썼으며, 〈첸치가〉를 쓰기 시작했다. 6월 7일에 셸리의 3세 된 아들 윌리엄이 죽자 그들 사이에 자녀는 아무도 없게 되었다.

그해 6월 10일에 로마를 떠나 여름을 몬테네로에서 보내면서 〈첸치가〉를 끝냈다. 그해 10월 2일부터 다음해 1월 25일까지 피렌체에 있었으나 셸리의 건강이 나쁘고 날씨가 추워 편안히 지내지 못했다. 메리의 심한 우울증은 그해 11월 12일에 아들을 낳으면서 많이 풀렸다. 아이의 이름은 셸리와 태어난 도시의 이름을 따서 퍼시 플로렌스라고 지었다. 이 아이는 셸리와 메리 사이에서 살아 남은 유일한 자식이다.

셸리에게는 리보르노와 루카로 가끔씩 여행을 가거나 레리치 근처의 카사 마그니에서 마지막 여름을 보낸 것을 빼고는, 1820년 1월말에 피사로 옮겨 간 것이 마지막 여행이었다.

셸리가 피사에 간 주된 이유는 유명한 이탈리아의 의사 안드레아 바카 베를링기에리에게 진찰을 받기 위해서였다. 곧 셸리는 영국·아일랜드·이탈리아·그리스 출신의 많은 사람들로 구성된 그룹의 핵심인물이 되었으며 이듬해에 바이런도 이 '피사 써클'에 참여했다. 1822년 4월 20일 바이런의 딸 알레그라가 죽게 되어 셸리 가족은 여름을 해변가에서 보내려는 계획을 서둘러서 일찍 진행시켰다. 그들은 클레어가 이 슬픈 소식을 알기 전에 바이런 가까이에서 그녀를 떼놓으려 했던 것이다. 그들은 스페지아 만에서 레리치를 마주하고 있는 산테렌초의 카사 마그니에 집을 얻어, 4월 8일에 투숙했다. 7월 1일 셸리는 장비를 갖춘 자신의 요트 '돈주안호'를 타고 리 헌트 부부와, 6명의 아이가 이탈리아에 오는 것을 환영하려고 리보르노에 갔다. 셸리는 헌트의 가족이 피사에 있는 바이런의 저택에 묵을 수 있도록 해주고, 바이런이 발간하려고 한 정기간행물 〈자유주의자 The Liberal〉에 대해 그와 구체적으로 의논했다. 바이런은 이 잡지를 편집하기 위해 셸리를 통해 리 헌트를 이탈리아로 오게 했던 것이다. 셸리는 7월 8일 이탈리아 여행에서 돌아오던 중 갑작스런 돌풍으로 배가 가라앉아 익사했다.

셸리가 죽은 뒤 메리는 곧 남편의 원고를 정리·보존하고 출판하는 일에 여생을 바치며 전기를 쓰기로 결심했다. 1824년 그녀는 〈유고 시집 Posthumous Poems〉을 출판했으나, 셸리의 아버지 티모시 경이 1839년까지 출판을 금지시켰다. 〈시 작품 Poetical Works〉에 실린 메리의 귀중한 메모는 주로 전기적인 내용이다. F. L. Jones 글 (출처 : 브리태니커백과사전)

바람과 문학과 신화 그리고 종교

문학에는 여러 가지로 바람이 나타나 있다. 조우인(曺友仁)의 《출새곡(出塞曲)》 등에서는 계절적인 감각을 두드러지게 나타내었다. 송순(宋純)의 《면앙정가(쾨仰亭歌)》에서는 바람을 쐬며 소요하는 한가로움을 읊었으며, 박인로(朴仁老)의 《독락당(獨樂堂)》에서는 골짜기에 꽃바람이 불어오는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있다. 한편, 바람은 삶에 부닥치는 여러 애환과 관련되어 있으며, 임과 필자를 막는 큰 장애이거나 또는 함께 있는 임을 떠나가지 못하게 하는 방어의 구실로 표현되기도 했고, 바람은 하늘의 기운, 즉 우주의 숨과 기운을 상징하였다. 단군신화에서 환웅이 거느리고 온 여러 신 중에서 풍백(風伯)이 앞서는 것도 이같은 우주론적 상징성에 기인한다. 풍월(風月)과 풍류(風流)는 신라인, 특히 화랑도에게는 대자연에서 노닐며 몸과 마음을 닦는 일을 의미하였다. 서양에서 인식하는 바람의 상징성은 매우 다양하여 허무 ·불안 ·폭력 ·맹목성 ·저돌성 등과 같이 매우 가변적이다. 한편, 풍요의 숨결, 성스러운 정신 등을 의미함으로써 신의 말, 우주의 기(氣)를 상징해 강한 종교성을 띠기도 하였다. 그리고 바람이 약할 때에는 인간적 미덕으로 표현되지만, 모래바람 ·떠돌이바람 등은 악덕의 상징으로 여겼다. (출처 : 동아대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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